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57
사비올라에 가다 (5)
‘엑스퍼트 상급은 되어 보이는 기사 한 명에 중급 엑스퍼트 기사가 다섯 명이나 되고 마차 안에도 두 명이나 중급이 있군. 안에 있는 어린 여자는 대충 엑스퍼트 초급 정도 되어 보이는데 그 여자를 호위하는 것인가? 경비병으로 보이는 자들도 엑스퍼트 초급이라니 대귀족인가? 대귀족은 내성에 저택을 갖고 있다던데. 여기에 누구지?’
궁금한 생각이 이어지는 동안 살기가 강한 저택 주변을 마차가 지나고 있었다.
‘설마?’
사이먼은 갑자기 저택에서 살기가 강하게 일어나는 것을 느끼자 그런 생각을 했다. 사이먼이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마차의 마부석 옆에 앉아 있던 상급 기사가 몸을 날려 저택 방향으로 이동을 했고 역시 세 명의 기사들도 그 뒤를 따라 마차의 측면을 가로막았다.
“히앗.”
마차를 향해 저택에서 뭔가 날아오자 상급 검사가 검으로 걷어냈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담장 위에 빽빽할 정도로 뭔가가 솟구쳤고 마차를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뭐야? 저거 저 마차를 습격하기 위해 저택 하나를 통째로 차지한 것인가? 저 정도 준비를 했다면 단기간 준비한 것은 아니겠군.’
사이먼은 저택에 준비된 것이 간단한 수준이 아닌 것을 알았다. 스크롤 중에 5서클 마나가 유동하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파이어 엑스플로전(폭발) 마법까지 준비를 한 것인가? 스크롤로 그런 마법을 만들었다면 그 가격만 해도 엄청나 하나가 저 저택의 가격에 필적할 것인데.’
공격을 하는 자들이 적당히 준비한 것이 아닌 것을 알았다. 상급 검사도 그런 것을 아는지 뭐라고 소리를 치면서 20여 명의 호위 인원 전체에게 결사적으로 방어하라고 하면서 마차를 빨리 움직이도록 했지만 네 마리의 말중에 세 마리가 화살에 맞아 비틀거리고 있었다. 마차는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고 발이 묶이고 말았다.
그 순간 마차를 향해 마법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백미는 역시 파이어 엑스플로전(폭발) 마법이었다. 그러나 공격자에게 불운인지 마차에 탄 세 명의 여자가 공격자가 있는 방향과 반대쪽으로 난 마차의 문으로 탈출한 후였다.
그들이 탈출한 직후에 마차에 마법이 적중하였지만 마차가 폭발을 한 것과 그 파편에 몇몇이 상처를 입은 것 외에 큰 피해는 없었다.
마차에서 내린 세 명의 여자 중에 하나는 나이가 사이먼보다도 더 적어보였고 나머지 둘은 겉으로 젊어 보이지만 30대는 족히 되어 보이는 여자였다. 그들은 엑스퍼트 중급을 지나 상급을 앞두고 있어 보였다.
젊은 여자도 벌써 엑스퍼트 초급은 되어 보였고 그런 습격에도 그리 놀란 표정이 아니었다. 검을 빼들고 날아오는 화살을 막아내고 있었다. 물론 두 여자가 먼저 쳐내는 상황이라 도달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무슨 여자들까지 저렇게 강한 자들이 많으냐?’
사이먼은 한쪽에 외진 골목에 숨어서 살폈고 주변에도 역시 몇몇이 숨어서 살피고 있었다. 아마도 그들은 저들의 동정을 살피는 정보원으로 보였다.
마법 공격이 끝나자 담 위에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이 나타나 담 아래로 뛰어내리면서 호위 병력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20명이 뛰어내려 공격을 했고 10여 명은 활을 쏘기 시작했다.
폭이 고작 15m가 조금 넘는 도로에서 공격을 받는 상황이라 쉽게 피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호위 인원을 향해 화살이 빗발치고 흑의인들이 공격마저 하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지만 상급 기사나 중급의 다섯 호위는 마차에서 내린 여자들을 가로막으면서 화살을 막아냈다.
너무 가까워서 화살을 맞기도 했지만 모두 갑옷을 입고 있어 큰 타격을 받지 않아 보였다. 그들은 마나를 갑주에 주입하고 화살을 막아내고 있었다.
곧 사이먼이 서 있는 쪽의 길로 30여 명이 몰려오는 것이 보였다. 사이먼은 그들이 오자 다른 사람들과 같이 샛길로 들어가서 피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도착하기도 전에 터져 나온 또 다른 마법에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쓰러졌다. 이번에도 파이어 엑스플로젼 마법이었다. 상급기사가 오러로 마법을 갈랐지만 너무나 가까웠고 그 폭발에 한꺼번에 몰려있던 아홉명이 휩싸이고 말았다. 그나마 갑옷을 입은 덕분에 죽지는 않은 것 같았다.
기사들이 일어났지만 화살이 빗발치자 막지 못하고 몸 곳곳에 화살이 꽂히고 있었다. 그 사이에 30여 명이 도착하여 장내에서 호위병들과 싸우던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을 공격하였고 일부는 담 위에서 활을 쏘는 자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 틈을 타서 화살을 맞아 중상을 입은 호위들이 여유를 찾았고 화살을 뽑아내고 포션을 마시기 시작했다. 다행이라면 여자들은 갑주를 걸친 자들이 결사적으로 막은 탓에 팔에 화살을 맞은 호위 한 명을 제외하고는 멀쩡했고 부상을 입은 여자도 화살을 뽑고 포션을 마시고 있었다. 곧 공격을 하던 자들이 처리가 되었고 나중에 나타난 자들이 저택으로 진입해 가기 시작했다.
인근 저택에서도 폭발소리를 듣고 사람들이 나와서 구경을 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사이먼도 도망을 치지 않고 좀 더 가까이 가서 구경을 할 수가 있었다.
사이먼은 주변 사람들이 하는 말을 귀담아들었다.
‘스타리안 남작부인의 영애인 마가렛이란 말인가? 그러면 저 여자가 선왕의 숨겨진 공주라는 말이군.’
사람들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것 같았지만 사이먼은 주변에서 말하는 내용을 모두 다 들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누군지 순식간에 파악을 할 수가 있었다. 행정아카데미에는 각종 소문이 돌기 마련이고 그 중에 마가렛에 관련된 이야기도 여러 가지가 있었다.
‘스타리안 남작부인이 선왕의 숨겨진 여자이고 마가렛은 왕녀라고 했지. 현재 왕의 신임이 대단하여 1년 전 쯤에 사정을 종결짓는 역할을 수행했다고 했지. 아버지 말로는 전대 스타리안 남작부인의 기사이던 제니라는 여기사와 꽤나 친하게 지냈었다는 말도 있었는데 저기에 있는 여자 중에 하나일지도 모르겠군.’
사이먼은 어린 여자를 슬쩍 보면서 그 중에 호위하는 두 여자 중에 좀 더 강하고 나이가 들어 보이는 여자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겉으로는 30대 초반으로 보이지만 표정이나 기세로 보면 40은 넘어 보였다. 마나의 영향으로 나이보다 훨씬 젊게 보이는 것 같았다.
호위기사들은 포션을 마시면서도 여전히 주변에 대한 경계를 거두지 않고 있었다. 곧 이어서 외성의 경비병들도 나타나서 쓰러진 자들을 조사했고 경비병 중에 하나가 그 중에 한 사람의 정체를 알아 본 것 같았다.
‘1년 전에 토벌을 당한 스파로스 조직원이란 말인가? 저택 안으로 도망친 자들 중에 죽은 보스의 아들인 보비라는 자도 있단 말이지.’
사이먼은 경비병들이 속삭이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경비병들이 외곽을 호위하는 가운데 갑주를 입은 자들이 마가렛을 호위하면서 걸어갔고 그들은 대략 1km 정도 걸어가서 한 저택으로 들어갔다.
‘저기가 스타리안 남작부인의 저택이군.’
사이먼은 그들이 들어간 저택을 확인했다. 주변에서 구경하던 자들도 그들이 떠나고 나자 하나둘 흩어지기 시작했고 사이먼도 사람들 사이에 속해 떠나갔다.
‘여기에 더 있다가는 경비대에 끌려갈 수도 있지. 굳이 귀찮은 일에 휘말릴 필요는 없다.’
사이먼은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아카데미 방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러나 사이먼은 멀리서 자신을 추격하는 자가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냥 모른 척 했다. 굳이 떨치려고 하여 오히려 의심을 받을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사이먼이 행정아카데미에 돌아오고 난 다음 마가렛이 습격 받은 이야기가 널리 알려졌는지 학생들이 만나기만 하면 웅성거렸다. 스파로스 조직의 차기 보스가 아버지가 죽은 것에 원한을 품고 무려 1년 가까이 준비를 하여 공격했지만 실패했다는 내용이었다.
무려 1년 전에 그 저택을 구입하여 차근차근 준비를 하였는데 그 행렬에 상급의 기사를 포함한 근위기사가 합류해 있는 것을 모르고 공격을 하였다가 실패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번 공격에 참여한 자들은 하나도 도망가지 못하고 모두 다 죽었는데 붙잡힐 상황이 되자 스스로 자살을 했다고 했다.
‘원한을 가진 자가 죽기를 각오하고 준비를 했으니 그 정도는 되어야지. 엑스퍼트급 호위병도 10명 가까이 죽고 말았으니 상당한 피해를 입은 것이다. 물론 그 정도 호위병이야 금방 보충을 하겠지만 어쨌든 그 일로 인해 한동안 사비올라가 시끄럽겠군.’
역시 예상대로였다. 보비란 자에게 고가에 집을 넘긴 관리가 제일 먼저 잡혀갔다. 사비올라에서 저택의 거래는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허가를 받지 않았고 아직 명의도 변경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또한 습격하는데 필요한 준비물을 납품한 자들도 줄줄이 잡혀 들어갔으며 암흑가에 도사리고 있던 각종 밀매상들이 줄줄이 잡혀 들어갔다.
더구나 파이어 엑스플로젼의 스크롤이 유통된 경로를 추적하기 시작하면서 살아남은 암흑가의 조직인 레드 스콜피온이라는 조직이 결국 주범으로 몰려 사라지게 되었다.
고가의 스크롤이지만 그들은 보통 가격의 3배를 제시하자 판매를 한 것이다. 더구나 그런 고성능의 스크롤은 유통 자체가 반란에 준하는 범죄행위였기에 타격이 컸다.
그 때문에 불법으로 스크롤을 제작한 왕립마탑의 장로인 6서클 마법사인 탈로스마저 구속이 되고 말았다. 법으로 유통을 금한 스크롤을 몰래 만들어서 외부에 판매한 것이니 마탑에서도 그를 보호할 수가 없었다. 그 덕분에 스크롤을 만들 마법재료에 대한 취급을 허술히 한 여러 마법 상점들까지 타격을 입게 되었다.
그 정도 스크롤을 만들기 위해서는 중급 이상의 마정석이 필요한데 그런 마정석은 거래할 경우에 신고를 해야 했다. 다른 재료도 거래 자체를 허가받거나 거래 후에 신고할 의무가 있는 품목이 있어 그에 대해 출처 조사가 진행이 되었다.
사이먼은 크라인에게 들었던 전대 스타리안 남작부인의 이야기를 생각하자 뭔가 강한 유대감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당장 그에게 먼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 그냥 모른 척 했다.
마가렛은 자신을 공격한 자들이 전에 토벌을 한 암흑가의 무리라는 것을 알게 되자 그들과 연관이 된 자들에 대해서 가차 없는 단죄를 하기 시작했다.
정보조직을 이용하여 정보를 수집하고 경비대를 움직여서 관련자를 체포해 왔다. 물론 그들 중에는 억울하게 걸려든 자들도 많았지만 철저하게 발본색원하였다.
“귀족들마저 동조를 했다니 놀랍기 짝이 없네요.”
뻔히 물건이 그들에게 들어가면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것을 알면서도 그들에게 판매를 한 자들이 많았다. 마법 물품을 제외하고 신고할 의무는 없지만 철저히 함구를 한 것은 암묵적인 방조라고 간주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벤틀러 공작가의 차남인 벤자민이 이번 일에 관여한 것은 놀랍기 짝이 없습니다. 더구나 암흑가의 조직인 레드 스콜피온의 실질적인 배후라니 달리 할 말이 없습니다.”
예나도 마법스크롤이 사용된 것에 대해 제일 먼저 조사를 했다. 그 결과 레드 스콜피온이 제조와 유통을 담당한 것을 알았다. 아울러 그 조직의 보스가 있지만 실질적인 주인은 벤자민이라는 것도 밝혀낸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대로 수사를 진행하면 벤틀러 공작가와 충돌이 불가피합니다.”
예나의 말처럼 조사를 계속 진행하면 그 부분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것이고 불완전하지만 관련이 된 부분이 밝혀질 것은 뻔했다. 그렇게 되면 왕실을 제외하고 최고의 명문가라는 벤틀러 공작가와 척을 지게 되어 있었다.
“이일은 내가 결정할 일은 아니고 궁에 입궐하여 폐하께 고하고 처분을 받는 것이 최선입니다. 대신에 모을 수 있는 증거는 최대한 모아보도록 하세요.”
마가렛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벤틀러 공작가가 자신을 습격하는데 일조한 것이기에 그냥 쉽게 넘어갈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달리 대가를 받는 것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날 우리를 지켜보던 자들에 대해 조사를 하라고 했는데 결과가 나왔나요? 그 중에 특이한 자가 있었는데 그자에 대해서 알아보았나요?”
마가렛은 습격을 받는 와중에도 그 현장을 지켜보는 시선을 느꼈다. 그들은 각종 조직에서 자신을 염탐하기 위해 나온 자들이라는 것을 알기에 바로 배후를 추적하라고 지시를 내린 상황이었다.
적대적인 세력이 어디인지 혹은 그 습격에 동조를 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키가 큰 젊은 청년 말입니까?”
“맞아요. 다른 자들은 은밀하게 움직이려고 했는데 그자는 샛길로 빠졌지만 당당하게 살피고 있었어요. 키도 상당히 컸고요.”
“물론입니다. 암중에 움직이던 자들이 그날 근처에 있던 자들에 대해 조사를 했는데 그는 우연히 그곳을 지나가다가 그 일을 지켜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특이한 신분을 가진 자였습니다.”
“특이한 신분을 가졌다니 누구입니까?”
마가렛이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자의 이름은 사이먼으로 현재 행정아카데미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아울러 전에 말한 크라인 선배의 아들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예나는 사이먼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마가렛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듣기 시작했다.
“특급 용병에게 복수를 하겠다고 선언하고 수련 여행을 떠났는데 이번에 행정아카데미에 들어 왔다는 말이군요. 그의 수준은 어떤가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