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61
치명적인 실수 (2)
수업을 받던 사이먼은 갑자기 느껴지는 존재감에 마스터가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오는 방향을 본다면 행정아카데미로 오는 것 같았다.
사이먼은 그것을 느끼자 자신의 존재감을 지웠다. 곧 그 마스터가 화려한 마차를 타고 아카데미에 나타났다. 누가 온 것인지 궁금하여 약간의 초감각을 동원하여 마스터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감지했다.
나타난 자는 가장 근래, 3년 전에 등장한 마스터인 크렌샤 드리오스 자작이었다. 시시하다면 시시하고 중요하다면 중요한 이야기가 진행이 되었다. 둘의 대화가 워낙 흥미진진했기에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기까지 했다.
그 대화가 끝나자 초감각을 거두어들였다. 그러나 곧 떠날 것 같았던 자가 강의실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자 무슨 일이 있는지 궁금하여 다시 약간의 초감각을 동원하여 상황을 살폈다.
그 순간 크렌샤 드리오스 자작의 태도가 변하면서 심각한 표정이 되었고 크렌샤가 현재 왕실의 온전한 마스터인 아르고스를 거명했다. 초감각을 이용하여 탐색하는 것을 느낀 것 같았다.
사이먼은 괜히 마스터가 아니라는 생각에 결국 더 이상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초감각마저 거두어들여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지워버렸다.
궁금하기는 하지만 초감각마저 인지를 하는 마스터가 자신에게 다가오도록 할 수는 없었다. 아직 자신을 그런 강자에게 알릴 시기는 아니었다. 그가 자신을 드러낼 때는 흑마법의 저주를 완전히 해소한 이후지 지금은 아니었다.
사이먼이 기척을 감추자 크렌샤는 한동안 아카데미를 구경하다가 떠나갔고 그날의 일은 무사히 넘어가는 것 같았지만 사이먼은 저녁때부터 잔뜩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떠나갔던 크렌샤가 행정아카데미 밖에서 기세를 죽이고 잠복을 하고 있었다. 기세를 죽였다고 하지만 사이먼이 느끼기에는 그저 몸만 숨기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마스터 자체의 존재감은 여전히 그대로 내보이고 있었다. 그러니 사이먼은 자신의 기세를 완전히 감추기 위해 초감각마저 거두어야 했다.
숨을 쉬는 것까지 조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그의 존재감을 절대 느끼지 못하지만 마스터라면 어렴풋하게 느낄 수 있기에 훨씬 더 조심해야 했다.
사이먼은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어떤 방법을 사용하여 쫓아 보내기에는 상대가 너무 강적이었다.
불쑥 나타나서 지켜보는 크렌샤 때문에 사이먼은 기세를 죽이는 훈련을 할 수밖에 없었다. 크렌샤가 사라지면 평상시처럼 기세를 풀지만 크렌샤가 나타나면 기세를 감추어야 했다.
크렌샤는 매번 기세를 죽이면서 나타났지만 사이먼이 더 멀리서 더 빨리 기세를 감지하여 대응을 했기에 매번 허탕을 쳤다. 하지만 그로 인해 사이먼의 감각은 점점 발전을 했고 기세를 감추는 훈련을 하면서 수준이 더 높아지게 되었다.
자고 있는 시간에도 나타나는 크렌샤 때문에 잠을 설치는 경우도 많았지만 오히려 그런 것 때문에 저절로 훈련을 하게 되었고 감각은 훨씬 더 고조가 되었다.
“무슨 일이 있었어요?”
사이먼은 오랜만에 면회를 온 제나를 보면서 특별한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제나가 거의 한달 가까운 시간동안 면회를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번에 네가 왔다 갈 때 아가씨에게 보인 쌀쌀맞은 태도 때문에 찾아오기가 조금 곤혹스러웠다.”
제나의 말에 사이먼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귀족가의 영애에게 깍듯이 예의를 차렸고 실수를 하지 않았는데 그런 말을 하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너야 그저 예의를 차리면 그만이라 생각하겠지만 너를 부른 아가씨의 입장에서야 그런 허례보다 호의를 더 바랐다. 지금까지 너를 제외하고 먼저 사람을 불러 만난 적이 없는 분이시다.”
사이먼은 그 말에 자신이 너무 형식적으로 상대를 대한 것을 알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기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마가렛이 사이먼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니 제나가 눈치가 보여 만나러 오지 못한 것 같았다.
“한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
사이먼이 잠깐 얼굴을 찌푸리자 제나가 급히 물었다.
“오늘은 그냥 돌아가셨으면 합니다. 자세한 것은 나중에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을 하자 제나의 얼굴에 의혹이 어렸지만 더 이상 묻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뭔가 사정이 있어 보였고 바로 말을 하기 곤란해 보였기 때문이다.
사이먼이 면회를 마치려고 한 것은 멀리서 크렌샤의 기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에게 제나를 만나는 것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제나를 만난 것 자체가 시선을 끄는 일이지만 그래도 같이 있는 모습마저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크렌샤는 제나를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제나가 행정아카데미를 떠나자 의아한 기색이 되었다. 말을 타고 가는 제나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녀가 무슨 이유로 행정아카데미에 왔는지 알고 싶어졌다.
그러나 자신이 나설 수는 없기에 일단 의혹은 의혹으로 남겨둘 수밖에 없었다. 영역을 가진 존재가 누구인지 알아내고 싶었지만 알 수가 없어 답답했다.
‘바디체인지로 젊어진 사람이 행정아카데미에 왔단 말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기에 크렌샤는 시간이 날 때마다 살피고 있었다. 더구나 외성이지만 왕도에 그런 강자가 있는 것 자체가 위협적인 일이니 조사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첫날 느꼈던 존재감은 그 후에는 다시 느낄 수는 없었다. 그가 오는 것을 알고 존재감을 지운 것이 분명했다. 그도 존재감을 지우고 접근을 하지만 그의 실력으로 완전히 지우지 못하기에 상대가 먼저 알아차리는 것 같았다.
‘나를 만나기 싫은 것이겠지. 하지만 그가 왕국의 적이라면 왕도까지 잠입한 사실 자체로 심각한 일이다.’
크렌샤는 행정아카데미를 살펴보면서 어떻게 해야 존재감을 내보인 자를 만날 수 있을지 골몰했다. 막상 방법을 생각했지만 달리 좋은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고개만 흔들었다.
한편 사이먼은 크렌샤가 있는 곳을 보면서 어떻게 해야 그가 더 이상 관심을 보이지 않을지 궁리를 했지만 역시 방법이 없었다. 존재에 대한 확신이 없기에 공개적으로 움직이지 않지만 확신만 있다면 더 집요하게 파고들 것이 분명했다.
사이먼은 크렌샤가 갈 때까지 긴장을 한 상태로 지내었다. 자신의 존재감 자체를 지우는 것은 정신력이 엄청나게 소요되기 때문이었다.
‘저거를 죽일 수도 없고.’
사이먼은 마음 같아서는 귀찮게 하는 크렌샤를 그냥 제거하여 감쪽같이 어디에 묻어 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생각마저도 철저히 죽여야 했다.
생각하는 것만으로 기운이 움직이고 그렇게 되면 살기가 겉으로 드러날 수가 있었다. 그런 생각마저 감추어야 정체를 들키지 않았다.
‘하여간 별게 다 귀찮게 하는군. 앞으로 더 행동에 조심을 해야겠지.’
사이먼은 도서관으로 갔다. 6서클 마법이 전개된 장소라서 어쩌면 가장 행동하기가 편했다. 그 장소에서는 존재감을 감추려는 별도의 노력을 하지 않아도 외부에서 감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도서관이 없었다면 숨도 쉬지 못했을 수도 있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1등급 출입증을 가진 자만이 입장할 수 있는 제4 서고로 이동을 했다. 마법진이 가장 조밀하여 자신의 기운이 새어나가는 것을 가장 잘 방지할 수 있었다.
그곳에는 몇 권의 마법서나 검술서도 존재하고 있었고 각종 전략을 설명한 병법서도 존재하고 있었다. 그런 서적을 꼭 감추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그런 것을 따지고 들 필요는 없었다.
사이먼이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동안 크렌샤는 하염없이 행정아카데미를 지켜보았지만 아무런 소득을 거둘 수가 없었다. 결국 해가 저물어 가자 떠날 수밖에 없었다.
사이먼이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가기 위해 나왔을 때는 다행스럽게도 크렌샤는 떠난 것 같았다. 사이먼은 식당으로 가면서 한동안 크렌샤와 숨바꼭질을 해야 할 것 같아 피곤하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초감각마저 감추려고 하다 보니 오히려 더 감각이 예민해진 것 같다. 기운을 감추고 사는 것도 수련일 수도 있다. 어쩌면 저자가 나타난 것도 행운일 수도 있겠는데.’
크렌샤가 없었다면 그런 시도를 하지 않을 것이기에 도움이 되었다고 할 수도 있었다. 저번에 7서클 마법사가 나타났을 때도 기운을 죽이면서 돌파구를 마련했는데 여기서도 그런 면이 있었다.
‘마법도 뭔가 변화를 했을 수도 있는데 여기서는 아예 봉인해야 하니 잘 모르겠다.’
분명 마법도 뭔가 변화가 생길 수 있어 보였지만 달리 방도가 없었다. 사비올라에서 마법을 사용할 경우 크게 문제가 되기 때문이었다. 물론 아카데미에 마법사를 위한 수련공간이 있지만 그곳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
크렌샤는 아카데미 외곽에서 몰래 몇 번을 더 지켜보았지만 아무런 소득을 거두지 못하자 사실상 포기를 했다. 그러다가 스타리안 남작부인의 기사인 제나가 행정아카데미에 갔던 것이 생각나서 그 이유를 알아보도록 자신을 수발드는 수행 기사에게 지시를 했다.
“현재 스타니엘 자작의 영지인 피오르드 자작령의 기사인 크라인이란 자의 아들이 행정아카데미에 있다는 말이지?”
“그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크라인이란 자는 제나라는 여기사와 천사의 집에서 같이 자란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 아들인 사이먼은 특급 용병인 앤드류와 얼마 전에 충돌을 했던 자이기도 합니다.”
조사를 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은지 다음날 바로 보고를 했다. 그 내용을 살피던 크렌샤는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학생들 중에 엑스퍼트 초급은 몇 명 있지만 중급 이상은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는데 사이먼에 대한 평가에서 검술 실력이 중급 이상일 것으로 추정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엑스퍼트 초급 밖에 되지 않거나 아니면 내 감각마저 속이는 존재라는 의미겠지. 한데 특급 용병에게 감히 도전을 하겠다고 예고를 했다는 말이지? 특급용병은 근위기사들도 상대하기 까다로운 자들인데 말이야.’
크렌샤는 크라인에 대하여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자신과 비슷한 연배라 이름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기사 중에 내가 가장 유망했다면 당시 용병 중에는 크라인이라는 자가 유망했지. 그가 어느 날인가 사라져서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이런 일이 있었던가?’
한창 검술 수련에 미쳐 있던 때라 크라인이 사라졌지만 그 이유를 몰랐는데 보고서를 보자 그 당시에 있었던 일이 다 기록이 되어 있었다. 보고서는 상당한 분량이었는데 읽어가는 동안 아주 흥미진진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하여간 어디건 권모술수가 판을 치는군. 그 아들이 행정아카데미에 왔다니 무슨 생각인지 궁금하군.’
크라인의 아들인 사이먼에 대해서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또한 보고서의 내용을 보면 상당한 수준의 검사일 것이라 추정하고 있는데 행정아카데미에서 느끼지 못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도서관에 자주 간다는 것이 적혀 있자 자신의 능력으로 파악이 불가능했던 건물이 하나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내고 그곳이 도서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도서관에 마법진이 전개되어 있나?”
“그럴 것입니다. 보존마법진이나 방화마법 같은 마법진이 있을 것입니다. 아카데미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물이 도서관이라 알고 있습니다.”
수행 기사 젠이 그렇게 대답을 했다.
“흠, 만일에 내가 기감을 사용하여 내부를 파악하지 못하는 건물에 마법진이 있다면 그 수준이 어떻게 되는 거지? 최소 6서클 정도인가?”
“그럴 것입니다. 같은 효과를 내는 마법진도 여러 가지가 있고 서클이 높을수록 효과가 좋을 것입니다.”
젠도 자신이 없는지 추측을 담아서 대답을 했다.
“도서관에 숨어 있었다는 말이군.”
그렇게 혼잣말을 하듯이 중얼거렸다.
사이먼은 스타니엘 자작가로 제나를 찾아갔다. 당시 크렌샤가 아카데미 근처로 오기에 서둘러 제나를 보냈지만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고 했는데 한 달이 되도록 오지 않았기에 궁금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크렌샤가 이대로 포기할 것 같지가 않았다. 제나에게 접근할 수도 있기에 사전에 조치를 취할 필요도 있었다. 아무런 설명도 없는 상황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면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았다.
“잘 왔다. 그런데 내가 너를 찾아간 것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어 찾아가기가 꺼려졌다. 한데 그 일을 왕실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아 조심스러웠다.”
그러면서 왕실에서 누군가 조사한 사실을 말해주었다.
“크렌샤 드리오스 자작이 조사를 한 것 같습니다.”
“그 검밖에 모르는 멍청이가 왜?”
제나와 크렌샤는 비슷한 나이였기에 바로 그런 반응을 보였다. 한 때 비슷한 연배였기에 경쟁의식을 가졌던 때가 있었다. 지금에서야 성취가 확연히 달랐지만 30대 초반까지는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 후에 한쪽은 정체를 하고 한쪽은 계속 성취를 얻은 것이 달랐다.
“그분이 얼마 전에 행정아카데미를 방문했습니다. 산시베리아 술을, 그것도 골드라벨 50년산을 학장이 구했는데 그것 때문에 왔었습니다.
그 때 기척을 감추었는데 그것에 이상함을 느꼈는지 그 후에 시간만 나면 근처를 돌면서 아카데미를 살피고 있었습니다. 제나님이 면회를 오셨을 때도 그가 접근하는 것 같아서 면회 중간에 돌아가시라고 했는데 그것을 본 것 같습니다.”
제나는 사이먼의 말에 의아한 기색이 되었다.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