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62
정체를 밝히다 (1)
“그는 마스터인데 너를 감지하지 못한다고? 특별한 기술이 있다면 모르지만 그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제나의 반응에 사이먼은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제나에게 자신의 수준을 알릴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하여 이대로 두면 어떤 말을 할지 몰랐다.
“당시 도서관에 있었거든요. 도서관에는 각종 마법진이 있어 외부에서 그 안을 감지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크렌샤 드리오스 자작의 존재감이 그대로 드러나기에 기세를 죽였죠. 제가 기감이 뛰어난 편이라 그런 것을 잘 감지하는 편입니다.”
사이먼의 말에 제나는 믿어지지가 않았지만 그럴 듯해서 달리 의문을 갖지 않고 그냥 믿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사이먼의 수준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커진 것 같았다.
“결국 강자가 있다고 생각해서 거길 맴돈다는 말이지. 그러다가 나를 보고 왜 내가 거기에 갔는지 조사했다는 말이구나.”
제나의 말에 사이먼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굳이 더 이야기를 하면 의혹만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제나가 혼자 상상하고 결론을 내리게 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었다.
그 때 마가렛의 수행기사인 예나가 제나의 거처로 다가 오는 것을 느끼자 사이먼은 말을 멈추었고 예나가 기척을 하고 안으로 들어왔다.
“아가씨께서 한 번 보자고 하시는데?”
예나는 사이먼에게 다가와서 그렇게 말을 했다. 사이먼은 예나를 마주보았다.
“특별히 하실 말씀이 있는 것입니까?”
사이먼은 굳이 마가렛을 만날 필요를 느끼지 않기에 퉁명스럽게 물었다. 만나고 싶지 않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거야 아가씨께서 만나서 이야기할 것이고 어쨌든 같이 가죠?”
예나도 사이먼이 고분고분한 성격이 아니라는 알기에 역시 퉁명스러운 어조로 말을 했다. 사이먼이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아 보였다.
예나는 그 말만 하고 돌아섰고 사이먼은 어쩔 수 없이 따라서 갈 수밖에 없었다. 같이 있던 제나도 같이 동행을 했다.
21. 정체를 밝히다.
마가렛은 사이먼이 처음 찾아 왔을 때, 그에 대한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불러서 만나보았다. 그러나 막상 만났을 때 사이먼의 태도가 딱딱해서 간단히 몇 마디 하다 보내야 했다.
사이먼이 돌아가고 난 다음에 내내 화가 났다. 물론 사이먼이 예의에 어긋나거나 처신을 잘못한 것은 없지만 그런 형식적인 태도가 눈에 거슬릴 수밖에 없었다. 마치 아버지 크라인의 지인인 제나의 체면을 봐서 자신을 적당히 상대해 주는 느낌이었다.
그렇기에 내내 사이먼만 생각하면, 즉, 제나를 보기만 하면, 사이먼의 태도가 생각나서 내내 불편했다. 그런 상황에서 사이먼이 제나를 방문했다고 보고를 하자 예나에게 사이먼을 만날 것이니 불러오라고 지시를 했다.
사이먼은 괜히 귀찮은 일을 초래하고 싶은 생각은 없기에 예법에 어긋나지 않도록 마가렛에게 인사를 했다. 그저 형식만 갖추는 사이먼의 태도를 보자 마가렛의 기분도 좋지가 않았다. 마지못해 그저 귀족에 대한 예우만 제대로 하려는 태도였다.
“여기로 앉아요. 예나와 제나도 같이 앉고요.”
응접실의 중앙에 있는 소파에 앉으면서 사이먼에게 자리를 권했다. 제나와 예나도 마가렛 앞쪽으로 자리를 잡았고 사이먼이 제나 옆에 앉게 되었다.
“행정아카데미에 다닌다고 했는데 성적이 좋다고요?”
“그저 중앙에 임용을 신청할 정도입니다. 고작 1학기만 지났기에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것도 특출한 수준은 아닙니다.”
사이먼은 자신의 성적이 10위 안에 드는 것은 아니기에 그런 식으로 겸양을 보였다. 그렇게 이야기 하는 것이 올바른 화법이기도 했다.
“용병을 하다가 그 정도 성적을 거둔 것은 대단한 일이에요. 성적이 그렇게 좋은데 용병으로 떠도는 것은 왕국으로서도 큰 손실이라 생각하는데 행정관리가 될 생각은 없어요?”
“제 능력은 별로 뛰어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관리가 되는 것보다 용병을 하면서 몬스터를 퇴치하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일 것입니다.”
사이먼은 그런 이야기를 계속하는 마가렛에게 짜증이 났지만 어투만은 조심스럽게 격식을 갖추어 대꾸를 했다.
“하긴 용병을 하던 사람이 한 곳에 매여 행정관을 하는 것은 답답할 것 같아요. 그보다 2학기도 곧 끝날 것 같은데 방학 때 특별히 할 일이 있는가요?”
“공부를 위해 왔으니 공부를 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이 있겠습니까? 아직 읽을 책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사이먼은 무슨 생각으로 묻는지 모르지만 마가렛과 엮이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아직까지 흑마법의 제약을 벗어나지 못한 상황인데 함부로 움직일 수는 없었다.
“행정아카데미에 다니는 사람들은 방학 때 놀기 바쁘다고 하는데 참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는 것 같아요. 한데 용병들의 검술이 궁금한데 한 번 대련이라도 할 수 있을까요?”
사이먼은 대련을 하자고 말하자 난감했지만 굳이 어려울 것이 없기에 가능하다고 했다. 이미 작정을 하고 실력을 가늠하려는 상대에게 피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였다.
마가렛은 앤더슨보다도 더 약한 수준으로 보였다. 동갑이라는데 2년 전에 본 앤더슨의 수준과 비슷해 보였다.
“먼저 공격해 보십시오.”
저번에 봤던 상급 기사가 대련을 한다고 하자 검을 빼들고 옆에 섰다. 사이먼이 마가렛의 안전을 위협하면 언제라도 개입하려는 것 같았다.
사이먼은 위험한 짓을 할 생각은 없기에 그가 그렇게 대비를 하건 굳이 신경 쓰지 않고 방어적인 자세를 취했다. 마가렛의 자세를 보면 기초는 튼튼한 것 같지만 실전은 겪어 보지 않은 것 같아 상황에 따라 변칙적인 공격을 할 생각이었다.
역시 예상대로였다. 마가렛은 기본에 충실한 검술을 구사하여 공격을 해왔다. 사이먼은 오러를 사용하지 않고 검에 마나를 응축하여 상대를 해나갔다. 그 자리에 있는 제나와 예나도 상당히 궁금한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바라보고 있었다.
사이먼은 수도 없이 많은 검술을 알고 있기에 검술에 구애되지 않고 가장 적절한 방식으로 대응을 해나갔다. 전에 세티스를 상대하는 것처럼 최대한 깊숙하게 공격을 끌어들여 방어를 했고 공격은 시작할 때는 막기 어렵지만 마지막에는 조금의 차이로 피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십여 분 정도의 공방이 이루어졌다. 일방적으로 마가렛이 공격을 한 것 같지만 오히려 위험한 순간은 마가렛이 훨씬 많았다. 마가렛은 공방을 할 때마다 내내 소름이 돋지 않을 수가 없었다. 몇 번의 공방을 진행하자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 정도로 차이가 클 줄은 몰랐다.
“제가 상대가 되지 않는 것 같군요.”
“제가 실전경험이 더 많아서 그런 것입니다.”
사이먼은 어쨌든 거짓을 말하는 것은 아니기에 그런 식으로 대답을 했다. 귀족에게 실력 차이라고 단언하는 것은 무례한 일이었다.
“미첼 경, 어떤가요?”
갑자기 마가렛이 그 자리에 서 있는 미첼이라는 기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대단합니다. 검술만을 보면 저보다 더 뛰어난 것 같습니다. 거기에 언제라도 오러를 발출할 수 있는 대비를 하고 대련에 임하는 것을 보면 엑스퍼트 중급 이상의 수준입니다.”
미첼의 말에 마가렛은 뭔가 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미첼이라는 기사를 다시 보았다. 그러나 바로 말을 하지 않았다. 그 시선에 사이먼은 마가렛이 결국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게 되자 응할 것인지 갈등이 되었다.
“나와 한판 어울려 보겠는가?”
미가렛이 무엇을 기대하는지 알기에 미첼도 결국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도 역시 사이먼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던 참이라 마가렛이 원하는 표정을 짓자 핑계 김에 나선 것이다.
미첼 크로이트는 근위기사로 남작의 작위를 받은 자였다. 현재 아일라 2세의 부탁을 빙자한 명령으로 왕녀인 마가렛을 호위하는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 마가렛이 왕녀이지만 그것은 밝혀지지 않은 사실이고 남작이나 되는 자가 남작부인의 영애를 호위하는 것이기에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사이먼은 어떻게 해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생각에 바로 응하기로 했다. 이미 대련을 하려고 온 상황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다. 이미 결과는 정해진 상황에서 자신의 실력을 감추는 것은 쉽지 않기에 잠깐 고민을 했다.
이제 어느 정도 실력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미 실수를 하여 정체를 들킬 상황이기에 이렇게 실력을 밝히는 것이 좋을 수도 있었다. 그런 결심을 하자 차라리 마음이 홀가분했다.
마가렛이 옆에 대기하고 있는 제나와 예나 옆으로 갔고 그 자리에 미첼이 대신 섰다. 미첼은 사이먼과 마주서자 바로 자세를 잡았다.
미첼은 사이먼이 그렇게 자세를 잡아도 달리 바뀐 것이 없자 먼저 선공을 했다. 사이먼의 태도를 보면 먼저 공격하라는 태도였기 때문이다. 마치 자신이 더 강자라는 모습이었다.
그런 사이먼의 태도가 조금은 건방진 느낌이 들었기에 미첼은 응징을 한다는 생각으로 강하게 공격을 했다. 겉으로 오러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미첼도 검의 내부에 마나를 강하게 응축한 상황이었다. 둘이 비슷한 수법을 사용하여 공방이 진행되었다. 오러를 발현한 것보다도 더 위험한 공방이 계속 진행이 되었다.
‘아버지보다 강한 것은 아니다. 검술의 연계도 그리 뛰어난 것은 아니다. 단지 익힌 검술이 뛰어난 것이라 기본이 탄탄한 정도이다.’
사이먼은 정신없이 공방을 진행하면서도 상대에게서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상대는 아버지인 크라인과 대등한 실력으로 보였지만 마가렛을 상대하는 것과 차이를 느낄 수가 없었다. 그런 강자를 상대하는 것은 크라인을 제외하고 처음이었지만 대적하는 것이 어렵지가 않았다.
사이먼은 역시 마가렛을 상대하는 것처럼 상대의 공격은 가장 깊숙한 곳까지 끌어들여 방어를 했고 공격은 아슬아슬하게 시기를 늦추었다. 오히려 마가렛은 조절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미첼은 더 상대하기가 수월했다. 잠깐만 지체하면 알아서 피했기 때문이다.
미첼은 자신이 열세라는 것을 깨닫자 강렬하게 공격을 전개했고 육체강화술을 전개하여 마나를 쥐어짜듯이 퍼부어서 파상적으로 공세를 취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미 수준이 두 단계나 더 앞선 사이먼이기에 미첼의 공격이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거의 이십분 이상 공격을 하고 나서야 미첼이 뒤로 물러났다. 미첼이 어떤 방법을 사용해도 효과가 없었다.
“대단하군. 언젠가 아르고스님과 겨룬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이후에 이렇게 무력감을 느끼기는 처음이었네. 자네가 요즘 크렌샤가 쫓아다니는 사람인 것 같군.”
사이먼은 자신의 진면목을 드러내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감추려고 한다고 해서 감출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미 미첼도 크렌샤가 왜 움직이는지 사이먼을 보고 짐작을 한 것 같았다.
“나는 행정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떠날 사람입니다. 그러니 더 이상 번거롭게 쫓아다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해주십시오. 제가 화가 나지 않도록 했으면 합니다. 아르고스 백작님이 나서지 않은 이상 저를 제지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전하기야 하겠지만 나는 그 친구를 제어할 능력이 없으니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 차라리 위세를 보여 쫓아버리는 것이 더 빠를지도 모르네.”
“저도 그렇게 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다가는 너무나 많은 사람이 번거롭게 될 것이니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사이먼이 기세를 내뿜으면 사비올라에 있는 상급 정도의 모든 기사나 4서클 이상의 마법사는 그 기세를 느낄 것이고 결국 왕도 사비올라가 발칵 뒤집힐 수밖에 없었다. 이는 에카테리나 왕국 전체가 들썩거리는 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그것은 시선을 피해야 하는 사이먼으로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건 생각을 못한 것 같군.”
물론 사이먼이 그렇게 말을 했지만 다른 방법도 있었다. 미첼은 사이먼의 수준이 반쪽짜리 마스터 수준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까지 알리고 싶지는 않았다.
방법은 제대로 영역을 펼치는 것이었다. 그런 다음에 크렌샤를 위협하여 물러나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6서클 이상의 마법사나 마스터급 이상의 검사에게는 더욱 확실하게 알려지는 것이니 문제였다.
“이렇게 전해 주십시오. 인증 여부를 떠나 금기를 범할 생각이 아니라면 나중에 기회가 되면 만나자고 말입니다.”
마스터는 사적으로 서로 다툼을 할 수 없었다. 심지어는 대련도 국왕이 허락을 할 경우에만 비밀리에 다른 마스터 둘이 입회한 자리에서 할 수 있었다.
“알았네. 그렇게 전하도록 하겠네.”
미첼은 사이먼이 마스터란 사실을 인증만 하면 자작의 작위를 받을 수 있기에 사이먼에게 편하게 말을 했지만 강압적인 분위기를 보이지는 않았다.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세 사람은 모두 놀란 표정이 되었다. 대련을 시작할 때는 어떻게 사이먼이 대처하나 궁금했지만 나중에는 사이먼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고 대화를 할수록 그 내용이 심상치 않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잠깐, 사이먼 경이 마스터라는 말인가요?”
마가렛은 정신을 차리자 바로 확인을 했다. 사이먼이 강하다고 해도 그저 상급기사정도라고 생각했는데 마스터라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