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64
정체를 밝히다 (3)
사이먼은 그 정도라면 충분할 것 같아 더 이상 요구를 하지 않았다. 왕궁도서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정보조직의 비밀요원 정도의 신분이 주어질 것이고 그 정도라면 일정한 수준의 신분도 보장이 될 것 같았다.
“폐하께서 친견을 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일단 준비를 해야 하니 시일이 필요합니다. 차후 아카데미의 휴일로 시간을 잡도록 할 것입니다.”
사이먼을 만나기 위해서는 충분히 대비를 해야 했다. 아직 사이먼을 믿을 수 없기에 충분히 제압할 수준의 무력을 준비해야 했다. 그런 무력을 동원하려면 영역을 가진 온전한 마스터인 아르고스 백작과 7서클 마법사가 동시에 호위를 서야 했다. 그래야 확실하게 국왕을 지킬 수가 있었다.
혹시라도 사이먼이 안위를 도외시하고 발악을 할 경우에도 사이먼을 막을 수준의 무력을 준비해야 했다.
“폐하의 호위에 만전을 기해야 하니 어쩔 수가 없습니다. 공개를 하지 않기로 한 이면에는 그대를 신뢰할 수 있는지 평가할 시간을 갖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사이먼은 로벤슨 백작의 언급이 일리가 있는 이야기이기에 고개를 끄덕이었다. 마스터를 막을 수 있는 것은 마스터뿐이고 수준이 다르면 마스터일지라도 막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러니 충분히 믿을 수 있다는 판단이 들어야 가까이 할 수 있었다.
정체가 불분명한, 즉, 믿을 수 없는 마스터를 가까이에 두다가 화를 당할 수는 없기에 당연한 조치였다.
그런 말을 듣자 사이먼은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 친견을 한 이후에는 당분간 왕의 곁에 갈 일이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근처에 가면 강자가 많을 것인데 그런 자들과 부딪치는 것은 부담이 되었다.
사이먼은 아카데미의 휴일에 대부분 스타리안 남작가의 저택을 방문했다. 그 소문이 아카데미에 퍼지기도 했다. 그러나 아카데미 학생 중에 권력가에 줄을 대는 사람도 꽤나 되었기에 다들 주목을 하면서도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였고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뒤에서 사이먼이 행정관으로 임용되려고 기를 쓴다고 비아냥대는 자도 있었지만 그냥 무시를 했다. 그런 자들에게 그런 것이 아니라고 말하여도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뒷말은 많았지만 사이먼의 뒷배가 튼튼하다는 것을 알기에 직접 귀찮게 하는 자는 없었다.
최근 습격사건이 벌어지고 진행된 사후 조치를 보면, 스타리안 남작가에 괜히 밉보이면 아카데미 학생 하나 정도 쫓아내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기 때문이었다.
스타리안 남작가에 가면 그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 이런저런 용무를 가진 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은 사이먼의 정체를 아는 자들보다 모르는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사이먼은 준남작의 직책에 해당하는 사비올라 행정감찰국 특별감사의 직책을 받게 되었다. 준남작이 되려면 행정아카데미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3년 동안 근무해야 되었다. 물론 행정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일반직에 임용될 경우에는 5년 동안 일을 해야 받을 수 있었다.
말이 특별감사지 사실상 위인설관의 표본이 되는 자리였다. 말단 행정 관료로 오랫동안 근무하다가 퇴직이 예정된 자들이나 귀족가의 사람들 중에 임시로 작위를 주기 위해 만든 자리였다. 그저 이름만 있지 권한도 책임도 없는 자리였다.
준남작은 정식 작위는 아니기에 왕실과 귀족회의에서 정한 귀족의 정원에 해당이 되지 않지만 일종의 훈작이기에 귀족의 신분을 후대로 연장할 수 있는 작위였다.
그런 명예직은 하는 일 없이 명예만 가지는 자리였다. 그렇지만 사비올라에서는 기사에 준하는 준귀족의 대접을 받을 수 있고 어지간한 곳은 다 출입을 할 수가 있는 신분이기도 했다. 필요하다면 내성에도 출입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질 수도 있었다.
그런 다음에 사이먼은 정보조직인 ‘왕의 안식처’에서 피오르드 영지 정보수집담당자로 지정이 되었다. 그 자리도 역시 준남작급에 해당이 되는 자리였다. 일종의 명예정보요원에게 주는 자리였다. 그를 위해 특별감사의 직급을 부여한 것이기도 했다.
또한 내성에 출입할 자격이 부여가 되었고 왕궁 옆에 있는 한 저택에 출입을 할 수가 있게 되었다. 그 저택은 왕의 안식처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공개된 사무실이었고 그곳을 통해 왕궁으로 난 문을 통해 왕궁도서관으로 진입을 할 수가 있게 되었다. 그것이 사이먼이왕궁도서관에 갈 수 있는 통로가 되었다.
사이먼이 스타리안 남작가에 가면 그런 직위를 받기 위한 절차를 진행했다. 작성해야 하는 서류도 많았다, 한꺼번에 하면 편할 텐데 단계별로 진행을 해야 하니 매번 귀찮게 했다. 물론 사이먼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 일반적인 낙하산 인사 정도로 위장을 해야 하니 나름대로 정해진 절차를 밟아야 했다.
귀찮아하는 사이먼에게 제나는 낙하산도 정해진 절차가 있다는 말을 했다. 그런 말이 너무나 어이가 없었지만 나름대로 타당하여 그저 웃고 말았다. 마가렛은 한술 더 떠서 없는 자격을 만들어야 해서 낙하산이 더 절차가 복잡하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자네가 새로 마스터가 된 자이군.”
사이먼은 스타리안 남작가에 들어갔다가 아르고스 프란 백작을 만났다. 밖에서는 아무런 낌새를 느끼지 못했는데 안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마나 다행이라면 사이먼이 기세를 감추기 위해 영역을 축소한 덕분에 그의 몸 안을 살피지 못한 것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마법이나 흑마법을 익힌 사실을 들킬 뻔했다.
“아르고스 백작님이십니까?”
“지금까지 사비올라에서 진정한 마스터는 내가 유일하지. 물론 지방에 둘이나 더 있지만 그들은 워낙 귀찮게 하는 자들도 많고 그 절차도 복잡해 사실상 왕도에 오지 않지. 그대가 왕국의 네 번째의 진정한 마스터일세. 그 나이에 진정한 마스터가 되었다니 대단하군.
그 나이에 나와 필적할 수준이라니. 검성이 주창한 마나치환술을 익힌 것인가?”
“운이 좋아 그분이 남긴 것으로 보이는 메모를 접할 수가 있었습니다. 수련일지 정도입니다.”
사이먼은 그간 아카데미에서 책을 읽으면서 메모가 적힌 수첩의 주인이 검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설명에 부합하는 면이 많았다. 검성은 헬로이안보다도 100여 년 전의 사람으로 헬로이안의 청년기까지 실제로 생존해 있었다. 그것도 헬로이 안이 남긴 잔류사념에서 알게 되었다.
“하긴 그렇기에 지금의 성취를 거둘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마스터의 단계에서 다른 사람의 조언은 사실상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그 메모에서 깨달음을 얻고 그런 성취를 얻다니 그 자체로 대단한 것이지.”
아르고스의 말에 사이먼도 공감이 되기에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부정을 하는 것도, 긍정을 하는 것도 모두 적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르고스를 만난 후, 방학이 시작되고 난 후에야 궁궐에 입궐하여 국왕인 아일라 2세를 접견할 수 있었다. 호위가 무려 다섯이나 되었다. 국왕의 양 옆에 아르고스 백작과 궁정마법단장인 7서클의 마법사 케오른 백작이 있었고 조금 앞쪽에 세 명의 마스터가 자리한 상황에서 오렐리어스 백작과 마가렛을 따라서 사이먼이 입장을 했다.
사이먼이 허튼 짓을 한다면 언제라도 검을 휘두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사이먼에 대한 신뢰가 없는 상황이라 그런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하면서도 사이먼에게 아무런 구속을 가하지 않은 것은 일정부분 배려한 면도 있었다.
사이먼은 입궁을 하기 전에 오렐리어스 백작에게 직접 궁중예절에 대해 교육을 받았다. 물론 세세한 것이 아니라 인사를 하고 질문에 대답하는 요령 정도에 불과했다. 사이먼이 마스터이기에 그 정도의 예절만 보이면 되었다. 오히려 다른 예절은 마스터이기에 불가능한 면도 있었다.
손을 사용하거나 발을 사용하여 예를 표하는 행위는 전부 금지가 되었다. 그런 행위는 공격행위의 예비동작일 수가 있기에 마스터나 고위 마법사는 그런 예절에서 예외가 적용되었다.
“그대가 왕국과 왕실, 그리고 짐에게 충성할 것을 맹세한다면 짐은 한동안 그대가 원하는 바대로 그대의 존재를 공개하지 않고 자유롭게 행정아카데미를 다니고 수련을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왕궁도서관에 출입할 수 있도록 허락하겠다.”
아일라 2세의 말에 사이먼은 거리낌이 없이 충성의 서약을 했다. 그런 서약은 에카테리나의 귀족이라면 당연히 하는 것이기에 그리 문제될 것이 없었다. 단지 왕실과 아일라 2세에 대한 충성을 더한 것은 왕실직영지의 대영주의 신분을 겸하는 국왕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는 것이었다.
그런 맹세에서 왕실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는 것은 다른 영주에 대한 충성서약을 할 수 없도록 제약했다. 그렇지 않다면 왕에게 충성을 서약한 다른 군주에게 충성을 맹세할 수가 있었다.
또한 국왕으로 칭하지 않고 국왕인 아일라 2세를 지칭하여 맹세를 하였는데 이런 맹세를 통해 두 개의 근위기사단 중에 하나인 화이트 피닉스 기사단에 잠정적으로 편입이 예정되었다.
피닉스는 에카테리나 왕국을 상징하는 동물이었는데 레드 피닉스는 왕국을, 화이트 피닉스는 왕실을 상징했다. 근위기사단도 레드 피닉스 기사단과 화이트 피닉스 기사단이 존재했다. 이 두 개는 같은 근위기사단일지라도 격이 달랐다.
레드 피닉스 기사단은 에카테리나 왕국의 국왕을 호위하는 기사단이기에 중앙정부의 재정으로 운영을 했고 화이트 피닉스 기사단은 왕실직영지의 대영주를 호위하는 기사단이기에 왕실의 재정으로 운영을 했다.
두 기사단은 한 번 입단을 하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소속을 바꿀 수가 없었다. 왕궁에서 근무도 두 기사단이 동수로 서는 것이 기본이었다.
사이먼의 맹세가 끝나자 왕궁도서관과 궁정마법단에 있는 마법도서관에 출입할 수 있는 권한이 바로 수여가 되었다. 일종의 특별출입증을 만들어 사이먼에게 주었다.
그러나 국가의 기밀이나 왕실의 기밀을 다룬 서류는 살필 수가 없도록 했다. 왕궁도서관에 있는 모든 도서에 대해 완전히 다 개방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마법도서관도 기밀에 해당이 되는 것은 공개하지 않도록 했다.
또한 사이먼에게 향후 최소 3년에서 최장 5년의 자유시간이 주어지게 되었고 그 후에 근위기사단에 속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작위를 받고 2년간 근무를 한 후에 최종적으로 특무숙위기사로 임명을 받는다는 내용도 전달이 되었다.
보통 왕실에서 마스터가 배출이 되는 경우 근위기사단에서 나왔기에 그런 유예 과정이 필요 없었지만 사이먼은 외부에서 영입한 경우이기에 불가피했다.
또한 사이먼은 혹시 문제가 될 경우를 대비하여 왕실에서 보유하고 있는 작은 저택 하나를 받기로 했다. 내성이 아닌 외성 지역에 있는 저택으로 사이먼의 정체가 공개가 되어 기숙사에 머물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거나 졸업한 후에 사용하기로 했다.
사이먼은 국왕을 접견한 며칠 후에 집에 잠시 갔다 오겠다고 말 한 후에 세로스를 향해 출발했다. 왕실에서 그가 마스터란 사실을 알고 있는 이상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시간이 지나면 그의 정체에 대해 알려질 것이 뻔했다.
사전에 그런 사실을 집에 알려 대비를 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렇게 하려면 사전에 방문하여 조용히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
그가 원한다면 세로스까지 워프게이트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굳이 주목을 받고 싶지 않아 걸어서 가기로 했다.
사실은 워프게이트를 이용할 경우 그가 마법이나 흑마법을 익힌 사실이 드러날 위험이 있기에 기피했다. 고위 마법사나 마스터의 경우 안전상의 문제로 사용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워프게이트를 이용할 경우 무방비 상태가 되는 경우가 많고 자신의 수준이 그대로 노출될 위험이 높았다.
마법배낭에 여행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했기에 여행을 하는 것이 어렵지가 않았다. 사이먼은 궁정마법단장인 케오른 백작과 환담을 나누다가 조금 더 좋은 마법배낭을 구할 수 있는지 물었고 기존의 마법배낭보다도 배는 더 용량이 큰 것을 하나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7서클이 되면 아공간을 만들 수 있지만 아직 그런 정도가 되지 못했기에 상당히 유용했다.
다른 사람과 동행을 하지 않고 사비올라의 외성 문을 나선 후에 인적이 없는 곳에 이르자 눈이 쌓여 있는 벌판을 가로질러 가기 시작했다. 그런 사이먼의 행동에 그를 감시하던 자들은 낭패한 표정이 되고 말았다.
눈이 쌓인 벌판에서 마스터의 질주를 따라갈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추운 겨울에 산과 들을 가로질러 가는 것이니 아무리 엑스퍼트 수준이라도 따라갈 수가 없었다. 감시자를 따돌리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니 당연한 결과였다.
사이먼이 상행에 동행하여 출발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혼자 단독으로 움직이니 어이가 없었다. 사이먼은 최대한 빨리 움직였다. 사이먼이 기세를 내뿜으면 몬스터들은 도망을 치기에 바빠 속도를 줄일 필요가 없었다.
사비올라를 출발한지 5일 만에 세리카나 지역에 당도했고 눈이 쌓인 곳에 흔적이 남지 않도록 은밀하게 이동을 하여 애쉬톤 산에 있는 은신처에 당도했다.
사이먼이 집에 가겠다고 나온 가장 큰 이유가 그곳에 가기 위해서였다. 사이먼은 수련실의 마법진을 조금 더 보강을 한 후에 검술을 수련하였고 그런 다음에 동굴에 들어가서 그가 익힌 마법을 차근차근 전개하기 시작했다.
하루를 꼬박 수련하고 나서야 그가 알고 있는 모든 마법을 다 전개할 수가 있었다. 그런 다음에 텅 빈 마나홀에 마나를 축적하기 시작했다. 이미 7서클의 마법도 상당부분 이해를 한 상황이기에 사이먼이 마나를 축적하자 자연스럽게 마나가 모이기 시작했다.
6서클의 마나 고리가 가득 차올랐지만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마나를 흡수했다. 그러자 마나 고리의 회전이 점점 더 빨라지기 시작했고 마침내 마나 고리 외곽에 모여 있던 마나가 회전에 휩쓸리면서 같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역시 영역이 형성되면서 7서클이 될 준비가 된 거야.’
사이먼은 자신의 예상이 그대로 적중하자 확신을 가지고 마나 고리를 계속 회전시켰고 그만큼 마나의 흡입이 빠르게 진행이 되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