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7
흑마법사의 앙갚음 (3)
‘어쨌든 방법을 생각해야 해. 흑마법이라 쉽게 벗어날 수가 없겠지만 어쨌든 노력하다보면 방도가 있을 수도 있어.’
사이먼은 자신에게 닥친 일이 걱정되기 시작했지만 바로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 수첩에 적힌 내용대로 하면 꼭 수단이 없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물론 구체적인 방법은 아직 모르지만 막연하게나마 가능할 것 같았다.
‘여기에 마법이나 흑마법도 익힐 수가 있다면 나중에 저들에게서 벗어날 방도가 있을 것이다. 우선은 강해져야 저들의 음모에 대항할 수가 있어. 그러나 당장은 정신을 잃고 저들에게 세뇌가 되어 움직일 수가 있는데 그것이 가장 문제이다.’
흑마법사에 대해 알려진 것을 보면 사람을 세뇌시켜 원하는 대로 만들고 심지어는 키메라로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사이먼은 그런 생각을 하다가 실제로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다시 알게 되었다. 물론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방법이 상당히 복잡했고 대상자의 검술이나 마법의 수준이 높아지면 쉽지 않은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런 방법이 아주 쉽다면 세상은 흑마법사의 세상이 되었겠지. 더구나 흑마법사도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마나친화력이 아주 높아야 가능하지. 마법사가 될 수 있어야 했고 거기에 음의 마나에 대한 친화력마저 높아야 일정 수준에 오를 수 있다. 그러니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사이먼은 자신이 평소 알던 것과 실상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구나 아무나 흑마법사를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돈을 들이고 마법재료를 들이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나를 이렇게 만든 흑마법사는 최소한 7서클 이상이다. 내 머리에 생소한 것을 강제로 주입한 것을 보면 7서클 마법사나 가능한 기억전이마법이기 때문이다.’
헬로이안은 애초에 5서클까지의 마법지식만 주입하려고 했지만 사이먼이 받아들이는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자 계획과 달리 그가 알고 있는 마법지식을 거의 다 집어넣은 것이다.
한계까지 채우려고 마지막에 우겨넣다 보니 다 들어간 것이다. 자루가 터지도록 채웠는데 더 들어갈 것 같아서 조금씩 넣다보니 나중에는 오기가 생겨 더 밀어놓은 꼴이었다.
‘으윽, 미치겠군.’
사이먼은 순간 머리가 터질 것 같은 두통이 밀려오자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했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머릿속에 들어있는 생소한 내용이 저절로 떠오르면서 머리가 엄청나게 아팠기 때문이다. 그렇게 머리를 비우고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하자 조금 두통이 가셨다. 그러나 여전히 두통이 계속되고 있었고 생각을 하려고 하면 통증이 강해졌다.
생각마저도 함부로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가급적이면 당분간은 궁금해도 천천히 생각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야 머리에 부담이 가지 않고 버틸 것 같았다.
사이먼은 마법사 프라인이 마법상점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사라진 것을 들었다. 그에게 달려가서 따지고 싶은 것을 참고 있었는데 미적거리는 사이에 사라지고 만 것이다. 실상은 따지려고 갔다가 어떤 일을 당할지 몰라 두렵기에 주저하고 있었다.
혹시나 그의 행적에 대해 알고 있는지 궁금하여 가봤지만 새로 마법상점을 산 용병마법사 리튼이 있었다. 리튼은 아버지 크라인과도 친분이 있는 마법사였다. 그도 프라인과 친분이 있었지만 그저 알고 지내는 정도였다. 마침 리튼이 정착을 하려고 하는 것을 알고 가게를 팔아넘기고 사라진 것이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지. 그가 어디로 갔는지 궁금한 것도 아니고. 그도 이제 나이가 있으니 어디 조용한 곳에 가서 조용히 살 거야.”
프라인의 행방이 궁금하여 묻자 모른다고 했다. 리튼은 프라인에게 싸게 마법상점을 인수하였기에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그도 3서클에 이른 B급 용병이었지만 더 이상 실력이 오르지 않아 마침내 정착하려는 것 같았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해라. 잘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좋은 가격으로 줄 것이니. 그리고 혹시라도 팔 것이 있으면 그런 것도 가져오고.”
“알았어요.”
사이먼은 자신의 몸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아챌까 두려웠는데 아무런 낌새를 보이지 않아 그나마 안심을 했다. 물론 3서클 마법사라면 마나를 이용하여 감지를 하기 전에는 다른 사람의 상태를 알 수 없는 것이 정상이지만 그래도 혹시라도 눈치를 챌까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모르는 것 같았다.
“이제 용병일은 하지 않는 것인가요?”
“특별한 일이 있으면 하겠지만 자잘한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네 아버지나 다른 용병들도 다들 나이가 있으니 하나둘 은퇴를 하겠지. 언제까지 용병으로 떠도는 것도 그렇고.”
“그렇겠네요. 이제 마법상점을 운영하면서 편하게 사시겠네요. 아버지도 은퇴하면 농사짓겠죠?”
“그간 번 것을 많이 모아두었으니 네 아버지도 걱정은 없겠지. 더구나 검술실력도 높으니 관문경비대의 경비기사라도 하면 돈은 많이 벌지 못해도 사는데 지장은 없을 것이다.”
경비기사는 정식기사는 아니지만 실력이 뛰어난 검사를 일종의 명예직으로 초빙하는 제도였다. A급 용병이 은퇴하여 영지에 정착하면 그런 자리를 주어 혹시라도 발생할 몬스터의 대규모 침공을 대비했다.
은퇴한 용병도 영지의 정식기사에 준하는 대접을 받으면서 각종 혜택을 받으니 손해는 아니었다.
“그렇기도 하겠네요. 여기에 땅이 있으니 떠나지 않을 것이니 그것이 최선이겠죠. 하지만 아직은 나이가 많지 않으니 몇 년은 더 용병을 하실 것 같은데요.”
“하긴 네 아버지는 A급이지만 이제 나이가 서른여섯에 불과하니 앞으로 거의 10년은 현역으로 활동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보통 마흔이 넘어서야 슬슬 은퇴할 생각을 하니 말이다.”
리튼은 크라인이 자신보다 10년 가까이 젊다는 것을 생각했는지 은퇴는 이르다는 식으로 말을 했다.
“프라인 마법사가 어디로 갔는지 모르세요?”
“몰라. 나도 이틀 전에야 상점을 판다고 들었어. 전에 내가 은퇴하면 마법상점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것을 기억했는지 살 생각이 없는지 묻더라고. 마법상점이란 것이 마법사라고 해서 마음대로 열 수 있는 것은 아니니 판다고 하자 바로 받기로 했어.
마탑의 허가와 영지의 허가를 받기 위해 들이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가 않은데 잘된 것이지. 뭔가 급하게 팔고 떠나야 할 일이 있어서 그런 것 같더군. 그 덕에 조금 싸게 살 수가 있었으니 다행이지.”
사이먼은 그가 떠났다고 하니 안심이 되면서도 한편으로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분명 자신에게 나쁜 짓을 했기에 종적을 감춘 것 같았다.
크라인이 속해있는 상단행렬은 피오르드 영지와 인접한 애슐리 영지에서 드와인 강 방면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이동 중에 있었다. 피오르드 영지에서 상품을 가지고 가서 판매를 하고 다시 필요한 물품을 사가지고 돌아오는 중이었다.
에카테리나 왕국의 영지에는 몬스터의 대부분이 토벌되어 남아있는 숫자가 많지 않았지만 알파인 강 북부의 세리카나 지역은 여전히 몬스터가 많았다. 더구나 산길로 접어들면 몬스터가 극성을 부려서 일반인이 그냥 다니는 것을 불가능했다.
크라인이 속한 상단행렬이 움직이는 것을 살펴보는 눈이 있었다. 몬스터가 기승을 부리는 산중에 혼자 있는 것 자체가 이상했지만 로브를 둘러쓴 사람은 산등성이에서 여유롭게 산 아래를 굽어보고 있었다.
‘A급 용병만 다섯에, B급이 무려 열 명, 거기에 숙련된 C급은 서른이나 되고 하급용병과 상단의 일꾼이 200명은 족히 되겠군. 저 정도라면 일반적인 오크 무리는 쉽게 감당할 수 있어 보이는군. 그렇지만 저기에 오거 한 마리가 가세하면 제법 타격을 줄 수 있겠지.’
헬로이안은 사이먼을 그냥 그대로 둘 생각은 없었다. 흑마법사로 만들고 그냥 둘 것이라면 굳이 복잡하게 그런 작업을 할 이유가 없었다. 뭔가 마법과 흑마법을 익힐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만들어야 했다.
‘아버지가 건재한 상황에서 절박한 마음이 들지는 않겠지. 그러니 그 아버지가 제 역할을 못하게 만들어야지. 단순히 죽는 정도라면 지금의 상황에서는 조금 궁색할 정도에 그치고 말겠지만 상처를 입어 치료를 해야 할 상황이라면 어쩔 수가 없겠지.’
헬로이안은 그냥 두면 사이먼이 검술에 매진할 수가 있어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내지 못할 것 같아 결국 극약처방을 하기로 했다. 서클이 형성되었다고 해도 꾸준히 검술을 익히면 제약을 극복하고 성취를 이룰 수가 있었다.
‘상처가 심한 경우 포션을 사용하면 제대로 치료가 되지 않고 마나고갈에 빠지지. 마나나 체력이 부족하기에 생명의 마나를 사용하기 때문이지.
그럴 경우 포션을 아무리 사용해도 치료가 되지 않지. 마나가 부족한데 마나를 소모하는 포션을 들이부으면 더욱 마나고갈만 심해지지.
마나를 채워주어야 하는데 그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지. 안다고 해도 상처가 심하면 어쩔 수가 없지. 오크를 동원하여 습격을 하는 상태에서 오거를 보내 습격을 하면 크게 의심을 하지는 않겠지.’
헬로이안은 몬스터를 동원하는 것이 위험한 일이지만 흔적을 남겨 귀찮은 일을 자초할 생각은 없었다. 오크와 오거가 같이 움직이면 흑마법사의 등장으로 의심을 하겠지만 따로 움직여서 싸우는 와중에 습격을 한다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오크는 오거가 싸우는 와중에 난입하지 않지만 대형 몬스터인 트롤이나 오거는 오크가 싸우면 중간에 난입하여 사냥감을 가로채는 일이 많았다. 인간과 오크가 싸우는 와중에 트롤이나 오거의 난입은 자주 일어나는 일이기도 했다. 그럴 경우 유리하게 진행되던 전세가 기울어져 몰살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죽지 않을 정도로 상처를 입히면 되는 일이다. 혹시라도 죽는다면 어쩔 수가 없는 일이지. 그게 다 그자의 운이지. 모든 상황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니.’
헬로이안은 신전과 마탑과 마족과 계약한 흑마탑의 추적을 받으면서 오랜 시간 숨어서 지내려니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50여 년 동안 숨어서 복수할 기회를 노렸지만 사실 원하는 정도로 일이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그동안 제자를 기르면서 기회를 노렸지만 고작 6서클의 마법사를 기른 것이 전부였다.
더구나 복수를 한다고 해도 세상의 틀을 바꾸지 않는 이상 단순히 복수라는 명목으로 파괴를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결국에는 신전이나 마탑에 쫓겨 다시 음지로 도망쳐야 했다.
그러니 뭔가 소소한 재미라도 느낄 수 있는 일이 필요했고 사이먼과 관계된 일은 그런 가운데 주어진 하나의 여흥거리였다. 그 와중에 적들을 골치 아프게 한다면 그것으로 족했다.
헬로이안은 흑마법사답게 모략에 능했다. 더구나 한 번 세상과 척을 진 이후에 그의 생각은 세상에 대한 복수로 가득 차 있기에 일을 행함에 양심의 가책 같은 것은 없었다.
그저 고려하는 것은 자신의 종적을 남겨 귀찮게 되지 않을까 하는 정도가 전부였다. 그러니 그런 흔적을 지우는 것만 신경을 쓰는 정도였다.
고서클의 흑마법사답게 중간 규모의 오크부락 하나를 장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저 암시를 주어 행렬을 습격하게 만드는 것이니 어렵지가 않았다. 상단 행렬을 몰살을 시키는 것은 그의 목적이 아니기에 흑마법의 흔적을 남길 수는 없었다.
200마리가 넘는 오크가 습격하자 약간의 동요가 있었지만 고위급 용병들이 속한 상단답게 곧 진형을 갖춰 대항을 했고 오히려 오크들만 픽픽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은 헬로이안도 예상을 했기에 놀라지 않았다. 헬로이안은 오크와 달리 정신제압마법까지 사용하여 제압해둔 오거를 동원했다.
또한 오거가 사용하는 몽둥이에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타격을 받은 경우에 체력과 마나마저 감소시키는 저주마법까지 인챈트를 시켜두었다. 그렇기에 오거가 들고 있는 몽둥이에 적중이 되면 심각한 중상을 입도록 해 두었다.
오거는 암시마법으로 냄새를 쫓아서 공격을 하도록 사전에 작업을 해두었다. 몬스터인 오거는 생긴 것과 달리 오감이 상당히 예민했고 그 중에 후각도 상당히 뛰어났다. 간단히 크라인이 사용하는 수건을 가져와서 그 냄새를 가진 자가 가장 맛있는 식사거리라는 암시를 걸어두었다.
먹어도 좋다는 신호를 보내는 순간 오거는 크라인을 향해 뛰어나갔다. 그러나 오거는 뜻을 이루기는 쉽지가 않았다. 오거가 나타난 것을 알게 된 순간 A급 용병 다섯이 몸을 빼서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그 중에 분명 크라인이 있었기에 오거는 크라인을 향해 달려들었지만 다른 A급 용병들이 연합하여 막는 상황이기에 오거는 뜻대로 할 수는 없었다.
오거는 A급 용병 넷이 합공을 하면 평수를 이루고 다섯이 싸우면 오히려 용병들이 유리한 것이 보통이었다.
더구나 B급 용병들도 있기에 오크만 먼저 정리를 한다면 절대적으로 용병들이 유리했다. 그러나 혼전이 벌어지는 상황이기에 오거가 날뛰자 상대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오거의 첫 번째 목표는 크라인이었다.
그렇기에 오거는 틈이 보이자 기습적으로 달려들었다. 크라인은 다른 용병들과 보조를 맞춰서 오거를 상대하다가 갑자기 오거가 다른 공격을 무시하고 달려들자 오러를 검에 집중하여 오거를 공격했다.
보통 몬스터도 그런 공격을 당하면 움츠러들면서 피하는 것이 보통인데 같이 죽자는 식으로 팔에 들린 몽둥이를 휘둘러 왔다. 순간 크라인의 공격이 오거의 허벅지에 작렬했다. 허벅지가 터지면서 오거의 푸른 피가 사방으로 뿌려졌다.
그러나 크라인도 무사할 수는 없었다. 예상과 달리 오거는 피하지 않고 크라인을 향해 몽둥이를 휘두른 것이다. 오거의 몽둥이를 맞은 크라인은 순간 10여m를 날아갔다. 오거는 크라인을 잡을 생각이 우선이기에 통증도 무시하고 달려든 것이다.
그러나 큰 상처를 입은 오거는 다른 네 명의 용병들이 공격을 해오자 두려운 표정을 지으면서 물러섰다. 그러다가 손에 든 몽둥이를 휘두르더니 순식간에 뒤를 돌아 도주하기 시작했다. 워낙 빨리 도주를 한 탓에 쫓아갈 겨를이 없었고 결국 놓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