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70
하찮은 존재 (1)
사이먼은 혹시라도 긴급한 일이 있을지 몰라 마가렛에게 목걸이를 만들어 주고 비슷한 기능을 가진 목걸이를 하나 착용하고 있었다.
마가렛이 내려간 지 두 달이 지날 때쯤에 갑자기 목걸이가 작동을 해서 살피니 마가렛과 제나와 예나가 호들갑을 떠는 것이 들려왔다. 목걸이의 성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시험을 하는 것 같았다.
사이먼은 혹시라도 마가렛에게 안 좋은 일이 생겼나 걱정을 했지만 별로 큰 일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심을 했다. 만일에 위급한 상황이었다면 구해야 할지 방치해야 할지 갈등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모처럼 그들의 소식을 접하자 기분이 좋아졌다. 그들이 갑자기 그리워졌다. 있을 때는 귀찮게 느껴질 정도였는데 없으니 아쉬웠다. 그들이 있을 때는 그런 외로움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그들이 떠나고 나자 생활에서 활력이 사라진 것 같았다.
사이먼은 마가렛이나 제나가 없기에 역시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별로 흥이 나지 않아 사이먼이 조용히 있으려고 했지만 조용히 있을 생각이 없는 자가 있었다.
“이봐, 거기 이리 와서 내 심부름 좀 하지.”
프릴로스 남작령의 계승자가 되어 소영주로 지목이 된 안데미론은 그간 눈꼴사납게 생각하던 자가 끈 떨어진 연이 되었다고 생각하자 마침내 시비를 걸었다.
사이먼은 그보다 학습 성적도 좋았고 그간 스타리안 남작가의 비호가 있기에 귀족 신분이 아니어도 함부로 대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고작 시골 기사의 아들일 뿐이었다. 배후가 몰락했으니 성적이 좋더라도 임용을 하지도 못할 것이니 훗날을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사이먼은 그런 말을 들었어도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시비를 거는 것 같았지만 그렇다고 명확한 것도 아니기에 확인을 하기 위해서였다. 아울러 어떻게 하는지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저자가 그간 보기 싫은 꼴을 보여도 나를 귀찮게 하지 않아 가만히 있었다. 드디어 내가 하찮은 존재로 전락할 것이라 생각하니 시비를 거는 것이겠지. 후후, 어떻게 하는지 볼까? 그렇지 않아도 나도 너에게 교훈을 내리려고 하던 참이었다.’
사이먼은 읽고 있던 책을 보면서 감각을 끌어올려 동태를 살폈다. 그 순간 자리에서 일어난 안데미론은 사이먼에게 빠르게 달려왔다. 그의 태도를 보면 사이먼을 공격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엑스퍼트 초급에서도 이제 오러의 사용이 제법 능숙해졌다는 것인가? 고작 마가렛보다도 못한 수준인데도 그것도 자랑으로 생각하는 것이겠지.’
사이먼은 그가 도약을 하여 머리를 향해 발길질을 해도 가만히 책을 읽고 있었다. 안데미론이 소리도 없이 도약하여 사이먼을 공격하자 모두 놀라는 표정이 되었다.
일부는 경악한 표정이 되었다. 그대로 사이먼의 머리를 가격한다면 중상을 입을 수도 있고 심하면 즉 사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신체에 마나를 주입하여 공격을 하는 것이라 검술을 익힌 자들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주변에 있던 자들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이먼이 그저 가볍게 머리를 숙여 살짝 피하였다. 그러나 고개를 조금 빨리 든 탓에 머리가 다리에 부딪치고 말았다. 위를 지나가는 상황이지만 힘이 실린 발과 뒤통수가 부딪친 것이니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 사이먼이 다칠 것이라 생각했는데 사이먼은 크게 타격을 입은 것 같지 않았다. 반면에 머리에 발이 걸려서인지 안데미론은 공중에서 중심을 잃었는데 순간적으로 날아가는 방향이 약간 바뀌더니 그대로 옆에 있던 책상으로 날아가서 모서리에 한쪽 무릎을 정통으로 부딪치고 말았고 부딪친 순간 다시 바닥으로 나뒹굴고 말았다.
“크아악.”
바닥으로 나뒹굴면서 비명을 지르다가 너무나 통증이 큰지 그대로 혼절을 하고 말았고 깨진 무릎에서 피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비명을 지르는 자들부터 부산하게 어디론가 달려가는 자도 있었다.
사이먼은 아무런 말이 없이 그저 한 번 안데미론을 보고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 행동에 다들 사이먼을 보면서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된 것은 사이먼이 우연을 가장하여 유도했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일부는 사이먼이 교묘하게 안데미론을 다치게 만들었다는 것을 눈치 채기도 했다. 그렇기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자가 대부분이었다.
‘저 정도라면 출혈은 심할 것이지만 포션을 사용하면 완치가 될 것이다. 단지 상처에 비해 체력과 마나가 부족하면 가벼운 수준의 마나고갈이 발생할 수도 있겠다.
마음 같아서는 아예 불구로 만들어 버리고 싶지만 저 정도로 응징하는 것이 적당하겠지. 배후도 제법 괜찮은 것 같은데 심하면 죽기 살기로 달려들어 귀찮을 수 있겠지.
한 번 아카데미에서 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지켜보도록 하자. 나에 대해 어느 정도 안다면 안데미론에 대해 중징계를 처할 것이고 아는 것이 없다면 오히려 나에게 중징계를 내릴 것이다.’
사이먼은 부산하게 옆에서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도 그저 책이나 보고 있었다. 아카데미의 의무실에서 와서 중급 포션을 사용하여 안데미론을 일단 치료했고 사고 소식을 들은 담당 교사가 일단 안으로 들어왔다.
사이먼이 속해있는 3클라스의 담당 교사는 프리켈라라는 자였는데 최근에 사이먼을 대하는 태도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던 자였다. 2학년 학기 초에는 상당히 사이먼을 조심스럽게 대했는데 스타리안 남작가가 낙향을 한 후부터 뭔가 트집을 잡으려는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안데미론이 시비를 건 것도 프리켈라의 태도와 연관이 있었다. 그가 노골적으로 태도를 바꾸면서 차츰 학생들이 사이먼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다. 일부는 사이먼에게 노골적으로 경멸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사이먼 학생은 지금 나와 같이 학생훈육담당관실로 가야할 것입니다.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해야 합니다. 아울러 학생 여러분들은 자신이 본 것을 함부로 소문을 내는 일이 없도록 하고 유언비어를 유포하여 진실을 호도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아카데미 훈육담당관실에서 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까지 기다리기 바랍니다.”
프리켈라는 안데미론은 우선 의무실로 옮겨서 치료를 하도록 하고 사이먼을 이끌고 본관 1층에 있는 아카데미 경비대 옆에 있는 훈육담당관실로 이끌고 갔다.
“여기는 제가 맡고 있는 2학년 3클라스의 사이먼 학생입니다. 이 학생은 방금 전에 행정학 실무 상급 교실에서 같은 클라스의 안데미론 학생을 상해한 상황입니다.”
사이먼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훈육담당관인 제로틀을 보았다. 훈육담당관은 총관인 헥스톨과 같은 준남작의 작위를 가진 자였다.
학생들 대부분이 귀족가나 행정관이나 기사들의 자제이기에 서로 다투는 상황이 벌어지면 사소한 것일지라도 큰 일로 비화가 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훈육담당관을 두어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적절한 처리를 하는 일을 맡고 있었다.
“어떻게 된 상황에서 상해가 일어났습니까?”
제로틀은 일단 자리에서 사이먼과 안데미론의 기록부를 살폈다. 그가 가진 일종의 비망록이었다. 학생들의 배경이나 특이상황에 대해 적은 것들이었다. 그런 정보도 없이 사건만 가지고 처리를 하다가는 오히려 그가 잘릴 수도 있었다.
‘사이먼 학생이 엑스퍼트 중급 이상이라는 소문이 있는데 그렇게 보이지 않는단 말이야. 정말로 엑스퍼트라면 나보다 실력이 상당히 높다는 말인데 어떻게 봐야 할까? 안데미론은 중급은 멀었지만 확실히 초급의 실력인데 그에게 상해를 입혔다면 그보다 실력이 훨씬 좋다고 봐야하는데 체격은 좋지만 마나를 수련한 흔적이 보이지 않으니 혼란스럽군.’
스타리안 남작가가 낙향을 하였지만 실력이 확실하다면 그 자체로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그렇기에 슬쩍 사이먼을 보았다. 사이먼을 보던 제로틀은 사이먼의 태도에서 뭔가 이질적인 것을 느꼈다. 사고를 저지르고 끌려온 학생들은 긴장하기 마련인데 사이먼은 귀찮다는 표정이었다.
‘저런 표정은 둘 중에 하나인데 잘못도 없고 누구도 귀찮게 하지 못할 정도로 뭔가 자신감을 가졌을 때나 사정이 워낙 절망적이어서 모든 것을 포기했을 때인데.’
제로틀은 어떻게 할 것인지 판단을 내리기 전에 일단 정확한 진상을 파악하기로 했다. 교사인 프리켈라의 설명과 달리 사이먼의 설명은 간단했다.
뭔가 머리를 향해 휙 날아오는 것 같아서 머리를 숙여서 피했는데 안데미론의 발이 그의 머리를 차려고 했다. 그가 피해 머리를 차지 못하고 뒤로 날아가서 옆에 있는 책상에 부딪쳐서 바닥에 나뒹굴었는데 비명을 지르다가 혼절했고 무릎에서 피가 났고 곧 다른 학생이 의무실에 가서 사람을 데려와서 치료를 하였다는 말이었다.
엑스퍼트 초급이 그런 실수를 한 것은 정말 실수를 했거나 사이먼의 실력이 좋아 뭔가 보이지 않은 수작을 부렸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안데미론이 그런 실수를 했다고 보기에는 상황이 석연치가 않았다. 사이먼이 뭔가 수작을 부렸는데 그것을 말하지 않고 있었다.
‘문제는 이 학생이 왕의 안식처와 연관이 있다는 것인데. 과연 스타리안 남작가의 낙향으로 인해 상황이 어떻게 변한 것인지 알려진 것이 없다. 소문은 소문일 뿐이고 자칫 실수라도 하면 이건 나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다칠 수가 있다.’
“일단 사이먼 학생은 여기 대기를 하고 프리켈라 선생님은 진술한 내용을 확인한 후에 서명을 부탁드립니다.”
프리켈라는 자신이 했던 설명이 제대로 적혀 있는지 확인하였다. 자신이 말한 내용이 제대로 적힌 것을 보고 서명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런 프리켈라의 뒷모습을 보면서 제로틀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로틀이 슬쩍 사이먼을 보자 사이먼도 프리켈라의 뒷모습에 시선을 두고 있는데 그 표정에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무심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에 소름이 끼쳐왔다.
거짓 진술을 하여 사이먼에게 해를 끼치려고 하는데도 감정을 표출하지 않고 있었다. 바보가 아니라면 당연히 화를 내야 하는데 담담한 것은 인내심이 강하거나 그자를 응징할 다른 수단이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잠시 상황조사를 할 것이니 엔디롤이 이 학생을 잠시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훈육담당관실 한쪽에 상황을 지켜보던 아카데미 경비대 복장의 남자에게 그렇게 말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
훈육담당관실을 나선 제로틀은 사고가 있었던 강의실로 가서 강의를 하고 있던 교사에게 양해를 구하고 현장을 보았던 학생 몇 명에게 사건의 진상에 대해 조사를 했다.
프리켈라의 진술과 사이먼의 진술 중에 어느 것이 맞는지 중점적으로 확인을 했다. 한 학생이 아닌 여러 학생에게 물어 혹시라도 사전에 진술을 조작할 여지를 줄였다.
프리켈라의 진술은 사실과 확실히 달랐다. 그래서 프리켈라가 사이먼을 대한 태도에 대해 몇 가지를 재차 확인을 했다. 그 결과 스타리안 남작가의 귀향 이후에 사이먼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고 그것을 겉으로 드러낸 것을 알았다.
사이먼이 했던 진술도 약간 차이가 있었는데 안데미론이 사이먼에게 심부름을 하라고 지시한 것과 그것을 사이먼이 들은 척도 않고 무시한 것을 말하지 않았고 발이 머리를 스쳤는데 사이먼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고 오히려 안데미론이 중심을 잃고 약간 튕겨지듯이 날아가서 책상과 부딪쳐서 무릎이 깨지고 바닥에 나뒹굴어 비명을 지르다 혼절한 것이었다.
다음으로 간 곳은 의무실이었는데 그곳에서 의무담당자인 3서클 마법사에게 안데미론의 부상상황을 들었는데 현재 상처는 대부분 회복이 되었지만 마나고갈이 발생하여 한 달 가량 마나를 사용하지 못할 정도라는 말을 들었다.
안데미론은 정신이 멀쩡하여 사건에 대한 것을 들었는데 안데미론은 자신이 했던 행동에 대해서는 횡설수설하면서 상처를 입은 경위도 허위로 진술을 했다.
그저 근처에 다가가자 사이먼이 그를 강하게 밀쳐서 책상에 부딪치게 만들었다고 진술을 했다. 다시 정확한 것인지 묻자 경향이 없어서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면서 재차 그렇게 기억한다고 말을 했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허위진술에 대해서는 당시에 정신이 없었다는 말로 넘어가려는 수작 같았다.
진실은 뻔했다. 제로틀이 이런 사건을 한두 번 겪은 것이 아니었다. 사이먼이 스타리안 남작가와 연관이 있을 때는 고깝게 생각해도 표출을 못했는데 담당교사인 프리켈라가 사이먼에 대한 태도가 바뀌자 가만히 있던 안데미론도 만만히 보고 시비를 걸었다.
사이먼이 그것을 간파하고 상대가 먼저 움직이도록 유도하였고 교묘하게 반격을 하여 제대로 징벌을 한 것이었다. 그런 사이먼의 행사가 너무나 교묘하여 그저 우연히 벌어진 것으로 보이고 있었다.
제로틀은 적당히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데 어떻게 처리할지 방향을 정할 수가 없었다. 정상적인 방식으로 처리를 한다면 안데미론에 대해 경고를 하는 수준에서 처리를 하고 사이먼에게 사건을 키우지 않도록 협조를 구하면 되었다.
그러나 항상 그런 식으로 처리할 수는 없었다. 여기에는 아카데미의 상황이나 정치적인 문제까지 고려하여 자신과 아카데미에 문제가 없도록 적절하게 처리해야 했다.
이를 위해 고려해야 할 것이 사이먼의 정확한 정체와 사이먼의 실력이었다. 알려진 것처럼 스타리안 남작가의 낙향으로 끈 떨어진 연이 된 것인지, 그렇지 않은데 소문에 일일이 대응하기가 귀찮아서 가만히 있는 것인지 알아야 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