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73
출발 (1)
“세상에는 드러난 것이 모든 것은 아닐 수도 있소이다. 그러니 무슨 말을 들었건 쓸데없는 짓을 하지는 말기 바랍니다.”
“알았어요. 더 이상 어떻게 하지 않을 것이니 염려하지 말아요. 하지만 그런 하찮은 자를 그대로 두어야 하는 것이 분통이 터져요. 그자가 귀족이라면 그렇게 화가 나지 않을 거예요.”
사정을 말하자니 마그리아의 입을 막을 자신이 없었다. 만일에 그런 사실이 소문이 난다면 당장 어떤 불이익은 당하지 않을 것이지만 나중에 귀찮은 일을 당할 수도 있었다.
마그리아는 앤티론 백작이 입을 닫고 더 이상 말이 없자 결국 밖으로 나갔다. 그런 다음에 동생 내외를 오라고 하였다.
“알다시피 내 부탁이라면 어지간한 일은 다 들어주시는 분이시다. 그러나 이 번 일은 자세한 설명마저 하지 않으시고 있다.
내 입을 막아야 할 정도로 중요한 일이라는 의미이다. 여기서 일을 만들어서 더욱 어려운 일을 자초하지 말라고 하신다. 상대가 우리가 어떻게 쉽게 할 수 있는 자가 아니라 오히려 상대가 이 정도로 그냥 지나가려고 하는 것을 다행이라고 하셨다.”
“설마 그자가 무슨 염치가 있어 우리에게 해코지를 한다는 말입니까? 그자는 우리 안데미론이 다치게 한 것 자체만으로 죽을죄를 진 것입니다.”
마그리아는 동생의 아내인 세레나를 못마땅한 표정으로 보았다. 이 정도로 설명을 해주었으면 대영주인 앤티론 백작도 감당할 수 없는 힘이 배후에 존재한다는 것 정도는 알아야 하는데 그런 소리를 하고 있으니 한심했다.
그런 마그리아의 표정을 본 애쉬클론은 세레나를 노려보았다. 그런 두 사람의 표정을 본 세레나는 자신이 무슨 실수를 했는지 깨닫지 못하고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신중하게 행동하여 누나나 백작님께서 염려하지 않도록 할 것이니 말이에요.”
그렇게 말을 하고 애쉬클론은 아내인 세레나를 이끌고 자신들이 머무는 곳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 정도로 말을 했으면 알아들어야지, 대영주이신 백작님이 할 수 없는 일이라면 그 뒤에 누가 있는지 꼭 말을 해야 하나?”
애쉬클론이 정색을 하고 쏘아붙이자 세레나는 뭔가 느낀 것인지 고개를 숙였다. 대영주가 나서도 안 되는 일이라면 그 답은 뻔했다.
“이곳 사비올라는 나 같은 남작 나부랭이가 설칠 곳이 아니야. 백작님이 함부로 행동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그 배후도 배후지만 당사자인 사이먼의 역량도 만만치가 않기 때문이야.”
“그자도요?”
“우리가 그자라고 부르는 것도 문제가 있을 정도로 대단한 존재일 수 있지. 말 그대로 평민 나부랭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자를 배후에서 비호를 하고 있지. 그 이유가 무엇일까? 확신은 없지만 그자는 마스터일 가능성이 아주 높아. 고작 갓 스물을 넘긴 자가 마스터야.”
애쉬클론은 말을 하고 나서도 소름이 끼친다는 표정이었다. 세레나도 아무리 시골에서 있지만 마스터를 모를 정도는 아니었다. 아무리 빨라도 나이 40이 되어야 마스터가 되는 것으로 아는데 스물을 갓 넘긴 마스터의 등장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었다. 최악의 상대를 건든 것이다.
“설마 안데미론이 마스터를 상대로 시비를 걸었다는 말인가요? 그러면?”
세레나도 사태의 심각성을 그때에야 안 것 같았다. 후환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앤티론 백작의 말이 의미하는 바나 그가 앤티론 백작가의 방계라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말의 의미를 깨달은 것이다. 내일 당장 사비올라를 떠나자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것도 같았다.
사비올라에 있는 것 자체가 그의 심기를 거슬려 앙심을 갖게 만들어 훗날 보복을 하게 만들 수가 있으니 그냥 떠나 그럴 여지를 줄이려는 것으로 판단이 되었다.
“앞으로 입을 꽉 닫고 영지에 내려가서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도록 해. 안데미론도 아카데미 졸업을 하는 순간 바로 영지에 내려오게 하여 더 이상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야.”
“그렇게 할 게요.”
세레나는 그렇게 눈치가 없는 여자는 아닌지 그나마 수긍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사실 자체는 자격이 있는 자들만 알아야 하는 공공연한 비밀이니 절대 입에 담아서는 안 되는 일이야. 그러니 누구에게도 입을 놀리지 않도록 해. 이 사실을 발설했다가는 멸문을 당할 수도 있으니.”
애쉬크론의 멸문까지 언급을 하자 세레나는 자신이 알았던 사실을 자랑할 생각까지 버려야 했다.
안데미론은 자신의 부모와 고모부인 앤티론 백작이 아카데미를 방문한다고 하자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기대를 했다. 그러나 방문한 후에 자신을 찾아오지도 않고 아카데미를 떠나갔고 아카데미에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너에 대한 처분은 진상 조사의 결과에 따라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이 될 것이다. 네 스스로 무엇을 잘못했는지 반성하도록 해라. 너는 네가 감당할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고 나나 백작님도 네 잘못을 덮어줄 역량이 부족하다. 그렇게 알고 아카데미에서 행하는 처분을 감수하고 자숙하여라.”
아침 일찍 조용히 기숙사의 방으로 찾아온 아버지 애쉬클론이 그렇게 통보를 하고 배웅도 못하게 하면서 떠나갔다. 애쉬클론이 돌아가고 나자 안데미론은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곰곰이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사이먼이란 존재가 내가 알던 것보다 훨씬 대단한 존재라는 것인가? 거기에 그 배후가 백작님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존재라면 결국 왕실이라는 말이겠지.’
안데미론은 오만한 편이지만 아주 멍청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돌아가는 상황을 이해했다. 이런저런 상황을 판단해 보자 자신이 덤벼서는 안 될 존재에게 도발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자신이 그런 일을 당했다면 학교에서 쫓아내고 그런 행동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든 물을 것이 뻔했다. 그러니 자신도 그런 상황에 처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애쉬클론이 그런 말을 하고 떠난 다음날 그에 대한 처분이 결정이 되었다. 그가 행한 행동과 그 이후에 허위진술을 한 것 때문에 그는 10일간의 학생 신분의 정지, 정학을 받게 되었다. 수업도 받지 못하고 학교에서 정한 장소에서 자숙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또한 담당 교사인 프리켈라도 이유를 밝히지 않고 3클라스 담당 교사의 직위에서 해제되었고 감봉 6개월이라는 중한 처벌이 내려졌다.
두 사람에 대한 처분이 내려지자 아카데미 생들은 의아한 표정이 되었지만 일부는 고개를 끄덕이었고 일부는 처분이 이상하게 되었다고 흥분하기도 했다.
이런 두 사람에 대한 처벌이 내려지자 그간 사이먼을 끈 떨어진 연이라 비웃던 자들은 더 이상 그런 태도를 보일 수가 없었다. 아울러 사이먼이 여전히 사비올라 행정감찰국 특별감사관의 직책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재차 알려지게 되었다.
끈 떨어진 연이라면 그런 직책이 제일 먼저 거두어졌을 것인데 여전히 그 직책을 유지하는 것은 뭔가 이유가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아울러 그동안 사이먼에게 적대적인 행위를 한 자들은 골치 아프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이렇게 사이먼을 둘러싼 안데미론의 도발이 종결되면서 행정아카데미의 마지막 학기가 마무리 되고 있었다.
안데미론이 정학 처분을 받았어도 졸업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고 2학기 방학이 시작되기 직전에 아카데미 졸업식이 개최되었다. 520명이 입학하여 40여 명이 중도에서 포기하거나 유급이 되었고 480명의 학생이 졸업을 하게 되었다.
출발
사이먼은 졸업식을 마치자 아일라 2세가 준 저택으로 이사를 했다. 저택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갖출 것은 다 갖춘 집이었다. 특히 마음에 드는 것은 저택 지하에 있는 넓은 수련장이 있다는 것이었다.
집을 짓기 전에 대지 전부를 깊게 파고 지하시설을 만들고 그 위에 저택을 지었는데 사이먼처럼 수련을 하는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시설이었다.
더구나 그 수련장은 적당한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어 어지간한 수련을 해서는 무너지지도 않고 외부에 마나유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되어 있었다. 마스터급 검사가 수련을 해도 될 정도였다.
‘집사부터 각종 시종과 시녀들이 저택에 딸려 있다니 일거수일투족을 모조리 다 감시받게 되는 것인가?’
전에 왕의 안식처에서 안가로 사용하는 시설 같았다. 그렇기에 사이먼의 행동은 모두 보고가 된다고 봐야 했다. 그런 것이 싫어 저택에서 일하는 자를 교체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해도 시간이 지나면 똑같아질 것이라 괜한 수고를 할 필요는 없었다.
사이먼은 저택을 개조하고 싶기도 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생각에 가만히 두었고 연무를 하기 위한 곳만 시야를 가릴 간단한 시설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일단 집에 다녀오고 그 후에 용병의 신분을 회복한 다음에 사비올라에 올라와서 용병길드에서 볼 일을 보도록 하자.’
사이먼은 이사가 마무리되자 왕의 안식처에 들러 바로 집으로 간다고 말하고 사비올라를 떠났다.
오렐리어스 백작은 가급적이면 두 달 안에 사비올라에 오라는 조건을 달았다. 행정아카데미를 졸업한 사이먼이기에 일종의 휴가 개념으로 시간을 주었다.
사이먼은 이번에도 역시 빠르게 산과 들을 가로질러 주파했다. 사이먼은 애쉬톤 산에 당도하여 그간 사비올라에서 새롭게 깨달은 것을 익히는데 주력했다.
‘7서클 마스터 단계에 도달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한 것인가? 아무리 해도 조금 부족한 느낌이군.’
사이먼은 마나명상을 통하여 마나 고리에 마나를 채우다가 아직 제대로 일곱 번째 마나 고리가 꽉 채워지지 않은 것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그간 기억한 마법을 새롭게 익히기도 하면서 사비올라에서 구상한 흑마법과 백마법의 연계를 고민했다.
그러면서 가장 먼저 흑마법의 저주를 해결하기 위한 실험을 몇 개 했다. 여전히 마나 고리의 기본은 흑마법사의 것과 같은 음의 마나였다. 다행히 암흑의 마나로 오염이 되지 않은 순수한 음의 마나라 폭주할 위험은 없어 보였다.
다음으로 그의 몸에 가해진 종속마법을 살폈다. 그간 그의 마법에 대한 이해가 올라서 그런지 확실하게 종속마법의 구성을 살필 수가 있게 되었다. 8서클 마법을 연구하면서 그 구성 원리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 것이 도움이 되었다.
‘어설프게 손을 댔다가는 자폭마법의 제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러니 8서클의 고리가 형성된 이후에 제거를 해야 한다. 이제 완전히 파악을 했지만 8서클의 제어력이 없으면 바로 제거할 수는 없다.’
사이먼은 종속마법은 8서클만 되면 제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안심이 되기도 했다.
‘그래도 아공간이 전에 비해 확실히 커지긴 했군.’
전에는 반경이 고작 1m 안팎이었는데 지금은 그 크기가 몇 배 커져 반경이 5m 정도로 확장이 되었다. 그렇게 되자 이제는 마법배낭보다도 훨씬 더 많은 양의 물품을 집어넣을 수 있게 되었다.
아마도 마나운용능력이 향상되고 7서클 비기너 단계에서 엑스퍼트 단계가 되면서 공간마법에 대한 이해가 상승하고 영역에 대한 이해가 상승하면서 아공간이 확장이 된 것 같았다.
‘지난 1년간 알고 있는 마법을 익히는 것 외에 마법적으로 눈에 띄는 성장을 이루지는 못했다. 비기너에서 엑스퍼트 단계로 진입한 것이 성과일 수도 있지만 성에 차지 않는다. 검술도 마찬가지이다. 1년간 검술도 크게 성취가 없어 수준 자체가 높아지지는 않았다. 물론 두 가지 분야에서 남들보다 훨씬 속도가 빠르지만 나의 처지는 다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사이먼은 알고 있는 것을 다시 기록으로 남기는데 주력을 했다. 그렇게 하자 시간이 부족했다. 이는 나중에 시간을 두고 작업을 해야 하기에 전에 작성한 기록을 아공간에 챙겨 넣은 다음에 사비올라에서 읽은 것을 시간을 내서 기록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작성해야 하는 것이 새로 읽은 마법서들에 대한 것이었다. 백마법에 관해서 헬로이안이 아는 것이 적었기에 새롭게 적어야 하는 것이 많았다. 사이먼은 하루에 두 시간 정도 시간을 내서 작업을 했지만 극히 일부만 기록으로 남길 수가 있었다.
‘사비올라에 가서도 계속 작업을 해야겠군. 알고 있는 것을 다 기록으로 만들어 두고 익혀 나가야지. 이제 아공간이 있으니 기록한 것은 그곳에 넣어두면 다른 사람에게 들킬 염려도 없을 것이다.’
사이먼은 8일 정도 마법과 검술, 여기에 궁술까지 수련을 하였다. 사비올라에서 남의 이목 때문에 수련하지 못한 것을 마음껏 펼칠 수가 있었다.
이런 자투리 시간이나마 이용하여 수련을 하는 것으로 답답했던 심정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사비올라에 그대로 있었다면 이런 수련을 하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사이먼은 아버지 크라인에게 전해줄 검술교본을 하나 만들기 시작했다. 크라인이 상급에 올랐지만 벽에 부딪치기 위해서는 보다 더 나은 수준의 검술을 익힐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벽에 도달하여 그 벽을 넘는다면 마스터가 될지도 몰랐다. 가족을 지켜야 하는 아버지가 강해지는 것은 앞으로 강적을 상대해야 하는 사이먼의 부담을 덜어주는 일이었다.
사이먼은 아카데미에서 보았던 각종 검술을 참고하여 검술을 새롭게 만들기 시작했고 그것을 기록해 나갔다. 크라인이 익힌 검술, 즉, 자신이 기본으로 삼은 검술의 골자는 그대로 두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갔다.
‘마스터급의 검술을 만들어야지.’
사이먼은 자신이 온전한 마스터에 이르러서 그런 것인지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바로 알 수가 있었다. 그렇게 만든 검술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기록만 보고 이해하도록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벽을 마주하거나 깨달음을 얻었던 경험을 돌이켜 보면서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갔다.
‘아버지만 전해주는 것은 그러니 앤더슨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으로도 하나 만들자.’
사이먼은 앤더슨이 익힌 검술을 기록했던 것을 찾아서 읽어 보면서 그 원형이 어떨까 생각하면서 보다 빨리 벽을 넘은 방도가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기록해 나갔다.
아버지 크라인과 앤더슨에게 줄 검술을 만들고 나니 집에 갈 시기가 되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