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74
출발 (2)
사이먼은 새해를 앞두고 두 동생이 집으로 오는 것을 알기에 새해가 되기 이틀 전에 집으로 갔다. 집에 당도하자 앤더슨과 애니카가 하루 전에 도착해 있었다.
“잘 있었어? 대략 3년만이다.”
“이제있었어? 대략 3년만이다.”
“그리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버지가 고아이고 평민이라고 하지만 아예 근본이 없는 것도 아니고 얼마 전까지 귀족의 방계였지 않습니까? 더구나 지금은 기사이고, 그리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애니카의 마법소질을 보면 그 자체로 대단한 편이고 저도 있고요. 애니카 말에 의하면 케인스란 애도 나름대로 성격이 괜찮은 것 같고요.”
전이라면 평민 출신의 애니카가 귀족가에 가서 마음고생을 할 수 있기에 썩 좋은 선택이라고 할 수 없지만 자신이 있기에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전이라면 케인스를 부를 때 함부로 이름을 부르지 않겠지만 지금은 개의치 않고 마음대로 불렀다.
“당장 시급하게 혼사를 추진하려는 것 같지는 않으니 시간을 두고 살펴보겠다. 어쨌든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해 보겠다. 그러면 언제 다시 사비올라에 갈 생각이냐?”
“일단 앤더슨과 애니카를 데려다 주고 스타니엘 자작을 한 번 만나볼 생각입니다. 그분에게 물어볼 것도 있고요. 그 후에 세로스에 가서 제 용병신분도 다시 회복을 할 생각입니다. 용병길드의 특례규정을 보니 각종 아카데 미를 졸업할 경우 C급에서 B급이 되는 자격조건을 충족한 것으로 간주하여 자격을 승급을 할 수 있다고 하니 이번 기회에 승급을 할 생각입니다.”
사이먼은 세로스에서 용병의 등급을 올리는 것까지 하고 난 다음에 사비올라에 갈 생각이었다. 그 후에 용병대전을 신청하여 앤드류가 행한 일에 대한 응징을 마무리할 생각이었다. 물론 앤드류가 용병대전에 응하지 않으면 패전 처리가 되어 사이먼은 명예를 회복할 수 있고 그것으로 앤드류의 용병자격을 박탈할 근거가 되기에 그 자체로 의미는 있었다.
3일간 식사 시간 외에 같이 모여서 3남매는 이야기를 했다. 사이먼은 자신의 신상에 대해 전부 다 말할 수는 없지만 많은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고 앤더슨이나 애니카도 영주관에서 있었던 일에 대하여 대부분 이야기를 했다.
“우리를 데려다 준다고요?”
애니카는 그 말에 아주 기분이 좋아 보였다. 사이먼이 같이 간다고 하니 기분이 좋은 것이다.
“영주님이나 케인스 도련님을 만날 것이야?”
“그렇게 해야지. 만나야 할 일도 있으니.”
사이먼의 공식적인 신분은 사비올라 행정감찰국 특별감사이고 정보조직인 ‘왕의 안식처’의 직책은 피오르드 영지 정보수집담당자였다. 그 정도의 신분이니 당연히 피오르드 영지의 영주를 만날 자격은 충분했다. 물론 그 신분을 내세워서 만날 것은 아니지만 기회가 되면 그것을 밝힐 생각이었다.
“마법수련은 어떠냐?”
“재미있어. 물론 공부하는 것이 어렵지만 할만은 해. 오빠도 마법에 대해 잘 알잖아? 어디까지 알고 있어?”
“글쎄다, 너 보다는 더 많이 알 거야.”
사이먼은 그렇게 애매하게 말을 했다. 딱 어디까지 안다고 말하기가 애매했고 사실을 말할 수도 없었다. 나중에 마법을 익힌 사실이 밝혀질 경우에 거짓을 말하지 않은 것이니 당당할 수 있었다.
“오빠는 신기해. 어떻게 그렇게 마법까지 아는지. 마법을 익힌 나도 해당 서클이 아닌 고서클 마법의 경우에는 한 서클만 높아도 잘 이해가 되지도 않는데.”
“그러면 내일 같이 가면 되겠네.”
“그렇게 하자.”
사이먼이 같이 간다고 하자 애니카는 아주 좋아하는데 앤더슨은 그리 달가운 표정이 아니었다.
“같이 가면 무슨 문제라도 있어? 왜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아 보여.”
“형이야 마스터이니 영주님에게도 당당할 것이지만 나야 비교가 될 것 아냐?”
“네 성취라면 충분히 당당해도 될 거야. 그 정도 성취를 거둔 자도 드문 편이야.”
사이먼은 앤더슨이 가지는 열등감을 알기에 그렇게 다독였다. 그런 사이먼의 말에도 앤더슨의 표정은 그리 밝지가 않았다.
“걱정하지 마. 내가 가서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않을 것이니. 한 가지 말하자면 현재 내 신분이 겉으로 사비올라 행정감찰국 특별감사이지만 여기 피오르드 영지와 관련이 있는 직책도 있어. 그래서 업무 관계로 영주님을 만나려는 것이야.”
“일 때문이라면 어쩔 수 없지.”
앤더슨은 자신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이먼이 자신의 일에 관여하는 것이 싫은 것 같았다.
“한데 어떻게 갈 거야?”
“내가 마차를 끌고 애니카를 모시고 가야지, 뭐.”
앤더슨은 자조적인 목소리로 그렇게 말을 했다. 영주관에서 마차 한 대를 얻어서 타고 왔지만 마부까지 내주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러면 나도 우리 앤더슨 마부가 끄는 마차를 타고 편하게 갈 수 있겠네.”
사이먼의 말에 앤더슨의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달리 말을 하지 못했다. 형에게 마차를 몰고 가라고 할 배짱은 없었다.
“한데 형은 말이라도 타고 다니지 아무 것도 없어?”
“혼자 다닐 때는 말을 타고 다니려면 답답하고 몬스터라도 만나면 말을 지키느라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니 그냥 산과 들을 가로지르는 것이 편하다.”
사이먼의 말에 애니카와 앤더슨은 멍한 표정이 되었다. 그들의 상식으로는 산과 들을 가로지르는 것은 도저히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사이먼이 사비올라에서 그렇게 왔다는 말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사이먼은 영주관 근처에 당도하자 자신의 기세를 일부 드러내었다. 그것은 일종의 예의 같은 것이기도 했다. 마스터급이라면 알아차릴 수 있는 기세라서 스타니엘 자작 정도만 감지를 하였는지 일부 상급 기사만 데리고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게.”
사이먼이 마차에서 내리자 알고 있는지 스타니엘 자작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
“사이먼이라 합니다. 마침 볼일이 있어 앤더슨과 애니카랑 동행을 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나도 자네를 한 번 만나보고 싶었는데 잘 왔네. 안으로 들어가세.”
스타니엘 자작은 같이 온 두 사람의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사이먼과 이야기를 했고 같이 안으로 들어갔다. 앤더슨과 애니카는 각기 자신의 거처로 갔고 사이먼만 스타니엘 자작의 집무실로 갔다.
“어린 나이에 대단한 성취를 거둔 것 같군. 아르고스 녀석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고 하더니 정말 그런 것 같군.”
스타니엘 자작은 아르고스 백작보다 나이가 더 많았고 그가 있을 때까지만 해도 같은 자작의 직급이었기에 그런 식으로 말을 했다.
“경험과 연륜이 있는데 그분과 비할 바가 되겠습니까? 아직 멀었습니다.”
“젊다는 것은 조금 미숙하더라도 대단한 장점이기도 하지. 검성이 남긴 것을 수습했다고 들었네.”
“운이 좋아 작은 메모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사이먼은 그렇게 말해서라도 다른 사람을 일부라도 납득시킬 필요가 있었다.
“가르침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도 능력이지. 아무리 대단한 마법서를 보여주어도 익히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처럼 검술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네.”
스타니엘 자작은 집무실로 안내를 하여 사이먼에게 자리를 권하고 마주 앉았다.
“스타리안 남작가도 낙향을 했다고?”
“그렇게 되었습니다.”
사이먼은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기에 달리 설명하지 않았다.
“마가렛 왕녀도 불쌍하신 분이지. 선왕폐하의 목숨을 구한 인연으로 조안이 선왕폐하와 인연을 맺었네. 그 사정이야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겠지. 피를 보지 않도록 하려고 그런 신분으로 남겨 두었는데 결국 지금의 상황에 이르렀으니 안타깝기 짝이 없네. 혹시라도 기회가 되면 그분들의 안위를 조금 신경써주도록 하게. 딸 같고 손녀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아.”
“알겠습니다. 그분들이 낙향한 것에 저도 조금 연관이 있기에 내내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역시 그런 이유 때문에 낙향을 하도록 한 것인가? 스타리안 영지는 제법 괜찮은 영지이니 은거지로 괜찮은 곳이네.”
사이먼은 스타니엘 자작이 무슨 의미로 그런 말을 하는지 그 의도가 궁금했지만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사이먼 자신도 낙향을 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정치는 요물이네. 앞으로 그 바닥에 들어가면 사람이 달라질 수가 있네. 적당히 수완을 발휘하여 처신을 하지 않으면 한순간 악마가 될 수도 있네. 한 가지 더 말하자면 왕족이나 귀족은 자신의 혈족을 직접 살해한 자는 그리 달갑게 생각하지 않네. 그러니 그럴 상황이 오더라도 절대 피를 묻히지 말고 번거롭더라도 사로잡아서 처리하게. 그렇지 못하면 그냥 도망가게 놔두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네.”
사이먼은 그 말을 듣자 무슨 의미인지 이해를 했다. 그건 스타니엘 자작이 오랜 시간동안 정치를 하면서 얻은 경험인 것 같았다. 그냥 흘려듣기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어 보였다.
‘모든 일을 내가 결정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말인가?’
사이먼은 단순히 사람을 죽이는 문제만이 아니라 매사에 적용이 되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책임질 일은 하지 말고 결정을 당사자가 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조언 감사드립니다.”
사이먼은 스타니엘 자작이 대단한 수완가라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 그는 오랜 세월 동안 국왕의 곁에 있었지만 결코 드러나게 활동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냥 궁금해서 그러는데 데마린 산맥에 간 적이 있는가?”
사이먼은 스타니엘 자작의 질문에 놀라고 말았다. 거기 갔다는 말을 해서는 좋을 것이 없었다. 알렸다가는 신전과 척을 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험한 곳에 간 적이 없습니다.”
사이먼은 뻔뻔스러울 정도로 태연한 어조로 부인을 했다. 크라인이 했더라도 부인할 생각이었다.
“혹시 그곳에 갔더라도 절대로 내색을 하지 말게. 신전에서 자네에 대해 알게 되면 이상한 소문을 낼 수도 있으니 조심하게. 그들과 엮이면 피곤해지네.”
“항상 조심을 하겠습니다.”
“조심을 해도 그들이 작정하고 귀찮게 하면 피곤하네. 인내심을 가지고 참는 것이 이기는 것이니 그것도 수련이라 생각하게. 광인과 광신도는 피하는 것이 상책이고 피할 수 없다면 참는 것이 그나마 손해를 덜 보는 길이니 그렇게 알게. 그들과 싸우면 신이 아닌 이상 이길 수가 없네.”
스타니엘 자작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나중에는 마법에 대해서까지 이야기를 했다. 음의 마나에 대해서도 폭넓게 이야기를 했다. 검성의 마나치환술에서 음의 마나에 대해서 논한 부분이 있기에 스타니엘 자작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마법을 진짜로 익힌 사람이라도 잘 모르는 것을 정말로 많이 아는군. 이런 식견을 가지고 있으니 그 나이에 그런 성취를 거둔 것 같군.”
스타니엘 자작도 사이먼이 마법을 익힌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법을 익힌 흔적이 그만큼 드러나지 않고 있는 것이니 안심이 되기도 했다. 그저 마법서까지 많이 읽어서 그런 식견을 가진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사이먼은 진짜 고위급 마법사와 처음으로 마법에 대해 논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새로운 사실도 몇 가지 알게 되었다. 그것은 책에 나와 있지 않은 것들로 오랫동안 마법을 수련한 고위마법사만이 알고 있는 일종의 경험에서 터득한 지혜였다.
스타니엘 자작은 6서클 마스터를 앞두고 있었고 이미 이론은 7서클의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조금만 계기가 주어지면 7서클이 될 것도 같았다.
사이먼은 스타니엘 자작의 만류로 바로 떠나지 못하고 하룻밤을 영주관에서 보내고 떠나야 했다. 스타니엘 자작의 소개로 소영주인 케인스와 인사를 하기도 했다. 아직은 정식으로 소영주가 되지 않았기에 그저 도련님이라 부르는 것 같았다.
“케인스, 여기 사이먼 경은 앤더슨 경의 형이고 현재 사비올라 행정감찰국의 특별감사로 재직 중이다. 직위는 준남작이고 얼마 전에 행정아카데미를 졸업했다. 너보다 나이도 두 살이나 위이니 형의 예우로서 대하도록 하라.
사이먼 경도 케인스를 동생이라 생각하고 많은 가르침을 주었으면 하네.”
케인스는 사이먼이 앤더슨의 형이라는 것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저 뛰어난 용병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어느 사이에 준남작이 되어 있는 것에 놀라고 말았다. 더구나 형의 예우로서 대하라는 스타니엘 자작의 말에 놀라고 말았다. 스타니엘 자작의 말과 조금 배치가 되는 면도 있었다.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사이먼 경에게 많이 배우도록 해라. 세상에서 모르는 것이 없이 이것저것 모두 다 잘 아는 것 같다. 마법도 나보다 더 많이 아는 것 같다.”
“그저 겉핥기로 책에서 얻은 지식에 불과합니다.”
사이먼은 스타니엘 자작이 칭찬을 하자 겸양을 보였다. 케인스는 스타니엘 자작이 그렇게 칭찬을 하는 사람은 처음 보는 상황이라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러나 애니카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이먼을 형으로 예우하라는 말에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사이먼은 케인스와 한동안 같이 이야기를 했다. 3서클 엑스퍼트의 수준의 마법사인 케인스는 그 또래의 마법사로는 상당히 성취가 빠른 편에 속했다. 스물이 되기 전에 4서클에 오른다면 또래 중에서는 가장 빠른 수준이었다. 그런 면에서 애니카도 케인스와 거의 비슷한 재능을 보이고 있었다.
“두 동생들이 케인스 도련님을 따르고 있으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끝까지 좋은 인연을 이어갔으면 합니다.”
“당연히 그렇게 할 것입니다. 저에게는 앤더슨을 만난 것이 큰 행운입니다. 말이 잘 통하는 친구 같은 존재입니다. 애니카는 마법의 길을 같이 가는 동료로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 말씀을 하시니 한결 마음이 놓입니다.”
사이먼이 그렇게 말을 하는 동안 지켜보던 스타니엘 자작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걱정이 어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기색은 사이먼도 보지 못한 사이에 사라지고 말았다.
좋은 인연을 이어가지 못하면 그에 대해서 응당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는 은근한 협박이기도 했다. 케인스는 감지하지 못하고 그냥 넘겼지만 경륜이 풍부한 스타니엘 자작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