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75
묵은 숙제를 하다 (1)
사이먼은 스타니엘 자작이 머무는 영주관에 머물면서 마법사의 거처란 것이 어떤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물론 그보다 더 대단한 마법진으로 도배가 되어 있는 왕궁도서관이나 왕궁의 마법진을 보았지만 그것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대단했다.
그에게 배정이 된 잠자리에 눕자 특별히 할 일이 없기에 영주관에 설치된 마법진에 눈길이 갔다. 그렇기에 온전한 마스터의 초감각을 이용하여 마법진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하여간 대단하군. 나라고 해도 마법이나 검술 한 가지만 사용한다면 몸을 뺀다고 자신할 수 없을 정도로 교묘하게 마법진이 구성되어 있다. 마법진을 제대로 통제할 수만 있다면 이 안에 있는 적을 큰 피해 없이 말살시킬 수 있다.’
그러나 사이먼은 아예 파훼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모든 마법진을 대부분 파악할 수가 있었고 그것은 대부분 다 무력화 시킬 수가 있다는 의미였다.
‘내가 마법만 사용하거나 검술만 사용한다면 당할 것이지만 두 가지를 다 사용하면 그리 어려울 정도는 아니다.’
7서클 마법사라도 몸 안에 보유한 마나가 한계가 있었고 역시 온전한 마스터라도 역시 마나의 한계가 존재했다. 그렇기에 한 가지만 사용한다면 마나가 고갈되어 낭패를 당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마법과 검술을 동시에 사용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어 그런 한계를 뛰어넘을 것 같았다.
사이먼은 마법진을 저절로 파악을 했다. 마나를 사용하여 마법진을 살폈다면 스타니엘 자작이 감지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살필 수가 없을 것이지만 마스터의 초감각을 동원하면 흔적도 없이 살필 수가 있었다. 그런 것은 스타니엘 자작도 예측하지 못한 것 같았다.
사이먼은 눈에 보이듯이 그려지는 마법진의 향연에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간 알고 있지만 실제 구현해보지 않은 마법과 마법진을 어떻게 구현하는지 그 요령을 알 것도 같았다. 마법에 능숙하지 않은 사이먼에게 아주 좋은 교보재였다.
보통의 마스터라면 마법진을 보더라도 이해를 못하기에 지나칠 것이지만 사이먼은 이해를 하기에 다 볼 수가 있었다. 그리고 어느 사이에 그 마법진을 하나씩 파훼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나씩 마법진을 파훼하는 사이먼은 수백 개에 달하는 영주관에 적용된 마법진을 다 자신의 감지 범위 안에 넣을 수가 있었고 그것을 머릿속에 그대로 구현해 냈다. 뭔가 마법에 대해 한 단계 더 이해력이 향상 된 느낌이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영주관의 마법진 자체를 내가 통제할 수도 있을 것 같군. 물론 스타니엘 자작이 동시에 통제를 하려고 하면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대략 30분 정도면 장악할 수 있을 것 같군. 물론 8서클이 되면 방해를 해도 장악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겠지만.’
한 서클 차이는 운이 좋으면 극복할 수 있지만 두 서클 차이는 불가능하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대략 이해가 되었다. 사이먼은 마법진의 향연 속에서 한동안 헤매다가 결국 더 이상 살피는 것을 그만두고 눈을 감았고 피곤한 하루를 마감했다.
사이먼은 스타니엘 자작의 영주관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아침을 해결한 다음에 길을 떠났다. 스타니엘 자작이 더 머무르라고 했지만 해야 할 일이 있다는 말로 뿌리치고 떠났다. 물론 애니카도 떠나는 것을 아쉬워하면서 눈물을 보이는 통에 사이먼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해야 했다.
마침 피오르드 성에서 애슐리 영지를 거쳐 주도인 세로스로 가는 상행이 있어 그들과 합류했다. 그 상행에는 사이먼이 초기에 의뢰를 수행할 때에 같이 일했던 용병이 상당수 포함이 되어 있었다.
사이먼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것에 대부분 호기심을 보였다. 사이먼은 간단하게 설명을 했다. 한동안 수련을 하다가 진전이 없어 행정아카데미에 들어가서 얼마 전에 졸업한 사실만 말을 했다.
그들은 수련을 한 것보다 행정아카데미에 다녔던 사실에 더 관심을 보였다. 사이먼은 그저 적당히 둘러댔고 앞으로 사비올라에 가서 관직을 받을 것이란 이야기를 했다.
사이먼이 빠르게 달리면 하루면 당도할 거리를 5일 동안 여행을 하여 당도했다. 사이먼은 여행을 하면서 자신이 떠난 후 대략 5년에 이르는 시간 동안 세리카나 지역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들을 수가 있었다.
거기서 몇 가지 자신이 궁금하게 생각하는 일에 대한 단서를 들을 수 있었다. 사이먼은 혹시라도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여행하는 내내 귀를 열어 놓고 행렬 중에 용병들이 하는 대화를 모두 다 들었다.
세로스에 당도한 시점이 정오 무렵이기에 용병길드 세로스 지회에 가서 용병의 자격을 정지시킨 것을 해제하고 새롭게 용병패를 발급받았다. 아울러 행정아카데미 졸업장을 제시하여 B급 용병 승급시험에 응시하기 위한 자격을 획득했다.
그런 특례조항을 잘 모르는 담당자에게 사이먼이 오히려 설명을 해야 했고 오래 전에 나온 규정집을 확인한 후에야 그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되었다. 용병 중에 행정아카데미나 각종 아카데미를 나온 자가 별로 없었거나 지회에서 자격 갱신을 한 적이 없었는지 모르고 있었다.
B급 승급시험이 보름 정도 후에 있다고 하여 바로 접수를 하였다. 사비올라에 가야하는 기한은 아직도 한 달 이상이 남았기에 승급을 하고 출발해도 늦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지 않다면 사비올라에 등록먼저 하고 승급을 해야 했다.
‘여기서 B급 용병이 된 후에 사비올라에 가서 등록을 하고 용병대전을 신청하면 앤드류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군. 그러고 보니 3~4년 전쯤에 추방을 당해 사비올라를 떠나 있었는데 그도 지금쯤 돌아왔을 것 같군. 아주 적당한 시점이긴 하군.’
모든 것이 착착 시간이 맞는 것을 보니 일이 잘 풀릴 것 같았다. 사이먼은 시험의 접수까지 마무리하고 호펀의 여관으로 갔다. 그가 가자 아직도 안젤라가 있었지만 5년 전과 달리 뭔가 빛이 바랜 아주머니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안젤라는 나이가 고작 두 살 밖에 많지 않지만 고생이 많았는지 벌써 늙어가는 것 같았다. 더구나 왠지 촌스럽고 꾀죄죄한 모습이라 마음이 동하지가 않았다. 그냥 다시 와서 만나지 않았다면 차라리 좋았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잠자리 시중은 되었어요. 지금도 수련 중입니다.”
사이먼은 안젤라가 목욕시중을 하는 것까지는 거부하지 않았지만 잠자리 시중은 단호하게 거부했다. 대신에 목욕시중을 들어준 수고비로 1골드를 건네주었다. 사이먼의 단호한 태도에 실망을 하던 안젤라는 그가 건넨 1골드를 받고 얼굴이 활짝 폈다.
호펀의 여관에서 하룻밤을 지낸 사이먼은 세로스를 벗어나 산속으로 들어갔고 서쪽을 향해 빠르게 이동했다. 그가 여러 가지 소문을 듣고 정리한 것에 의하면 그곳에 또 다른 원수가 있을 것 같았다.
대략 승급 시험까지 남은 시간을 이용하면 충분히 묵은 숙제 하나를 해결할 수 있어 보였다. 그 일은 항상 마음 한 구석에 앙금이 되어 남아 있었다.
‘서쪽에 있는 세이탄 산자락에 있는 산적이 강성하다고 했지. 그들 중에 수배를 당해 도주한 자들이 많이 포함이 되어 있다고 했다. 이번 기회에 그들도 깨끗이 정리할 필요가 있지.’
사이먼은 그동안 자신을 해치려고 하다가 도주한 자들의 행방을 수소문했고 우연히 그들이 있을만한 곳을 찾아냈다. 소문에는 그곳에서 그들을 봤다는 자들까지 있었다.
‘거기 없을 수도 있지만 있다면 바로 정리를 한다. 그곳에 있는 산적들이 다른 자들이라면 방치할지 정리할지 상황을 봐서 결정해야겠지.’
사이먼은 걸음을 빨리 하여 눈 덮인 데마린 산맥의 자락을 횡단하여 세리카나 지역의 서북단에 있는 세이탄 산 어귀에 당도했다.
사이먼은 하루 사이에 세리카나 지역의 서북쪽에 위치한 드리코나 영지에 당도했다. 사이먼은 굳이 자신이 왔다는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아 사람이 사는 곳을 우회하려고 했지만 산적들이 자행한 참상을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게 어떻게 된 것입니까?”
마을은 불에 타 폐허가 되어 있었다. 사이먼은 노인 한 명이 아이들 10여 명과 같이 마을 외곽에서 머무는 것을 보고 물었다. 움막도 토굴도 아닌 이상한 형태의 집을 짓고 살고 있었다.
“며칠 전에 산적들이 마을을 공격하여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죽이고 모든 것을 다 가져갔네. 죽은 사람은 저기에 태워서 묻었네. 그나마 아이들 몇 명과 나만 마을 밖으로 피해서 이렇게 연명을 하는 상황이네.”
사이먼이 다가가서 묻자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고 생각했는지 두려움이 없이 말을 했지만 아이들은 사이먼이 다가가자 겁이 나는지 토굴 속으로 숨었다.
“저쪽 세이탄 산에 근거를 둔 자들의 소행입니까?”
“말로는 거기가 산적소굴이라는데 사실여부는 잘 모르겠네. 영지에서는 우리 같이 영지대장에 오르지 않은 자들이 사는 마을은 신경을 쓰지 않으니 말이야.”
“그러면 여기도 정식으로 세금을 내지 않는 마을인 것이요?”
사이먼은 산적들도 정식으로 영지대장에 오르지 않은 마을을 주로 목표로 삼아 약탈을 한다는 이야기가 생각나서 그런 마을인지 물었다.
“영주가 저기 켈로이안 계곡을 경계로 그곳 서쪽은 영지에 속하지 않는다고 해서 여기는 무법천지나 마찬가지지. 그러니 여기는 어떤 일이 벌어지건 영지에서 신경을 쓰지 않아.”
도망자 마을이나 화전민 마을은 각 영지로서도 골칫덩어리였다. 영지에 편입을 하려고 하면 극렬하게 저항을 하였고 그렇다고 방치를 하면 산적들의 소굴이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약탈을 당하거나 학살이 일어나면 방치를 했다고 문제를 삼기도 했다.
특히 왕국의 가장 외곽에 위치한 영지의 경우에 그런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그런 현상이 극에 달할 때에 일제히 토벌을 진행하여 영지의 영역에 공식적으로 포함시킨 후에야 진정이 되었다.
‘쥬리튼 남작이 세이탄 산은 영지의 영역이 아니라고 선언을 한 상황이니 어쩔 수가 없는 일이겠지.’
사이먼은 결국 세이탄 산에 자리 잡은 산적을 살펴보고 난 후에야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일단 그곳으로 접근하여 그 산적 무리에 세티스나 갈리아스란 자가 있는지 살피기로 했다.
그 노인과 길게 이야기를 해도 아는 것이 없어 답이 없기에 잘 들었다는 인사만 하고 떠나갔다. 먹을 것은 마을에 숨겨놓은 것을 찾아왔는지 제법 있어 보였다. 그래서 굳이 식량을 준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안전 같았다. 언제 주변 산에 서식하는 몬스터가 몰려와서 공격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런 문제는 사이먼이라도 뾰족하게 해결할 방도가 없었다.
사이먼이 산적 소굴로 보이는 곳에 접근하자 경작지를 갖춘 제법 규모가 큰 마을이 나타났다. 넓은 분지형 계곡에 위치해 있었다. 그런 마을이 일곱 개나 되었다. 그 중에 가장 규모가 큰 마을이 산적들의 중심지인 것 같아 그 마을을 염탐하기로 했다.
마을의 외곽에는 상당히 튼튼한 방벽까지 있었다. 그런 방벽까지 건설한 것을 보면 하나의 작은 영지라고 할 정도였다. 이런 산속에서 마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무력마저 갖추어야 몬스터의 침입을 막을 것으로 보였다.
사이먼은 초감각을 동원하여 가장 큰 마을을 염탐했다. 가장 먼저 마나를 많이 보유한 자들이 있는 곳을 살폈다.
‘역시 저기가 산적들의 소굴인가? 호, 대단하군. 엑스퍼트 상급이 둘에 중급도 무려 다섯이나 있군. 거기에 초급에 이른 자는 스물이 넘어 보이는 것이 남작 영지의 기사단보다도 더 전력이 강한 것 같군.’
사이먼은 한쪽에 커다란 저택이나 꽤나 괜찮은 집들이 있는 곳에 강한 자들이 모여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병영까지 갖추고 저기에 200명이 넘는 병력을 유지하다니 단순히 산적 소굴의 수준이 아니군.’
영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마을의 주민도 팔로스 마을 정도는 되어 보였다. 마을 사람이 2000명은 족히 되어 보였다. 다른 마을도 대략 1000명은 넘어 보이니 총 인구수가 10,000명 수준은 족히 되었다.
‘한데 저 자는 갈리아스란 자인데.’
이글 아이라는 마법을 전개하여 저택을 살폈다. 느껴지는 기감에 의하면 어느새 엑스퍼트 상급으로 변해 있었다. 5년 정도 시간이 흘렀으니 한 단계 수준이 올라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세티스란 자도 죽기 살기로 수련을 했는지 중급이 되어 있군. 나한테 당한 것이 그렇게 충격이 컸나?’
사이먼은 둘 다 수준이 한 단계 정도 상승한 것을 보자 그대로 두는 것이 더 불안했다. 악의 힘이 커지면 그만큼 자행하는 악행도 커지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하지? 저들을 제거하는 것은 문제가 아닌데 그렇게 되면 이곳의 질서가 붕괴될 것이고 그러면 바로 유혈참상이 벌어질 수 있는데.’
사이먼은 무식한 용병이 아니었다. 행정아카데미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지휘부를 제거한 후에 일어날 사태를 충분히 예측할 수가 있었다.
‘산적들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다 죽일 수는 없고 만일에 지휘부가 무너져 통제력을 상실하면 저들이 드라코나 영지로 몰려가서 분탕질을 치면 그 참상은 이루 말할 수가 없게 될 것이다.’
결국 도망친 용병들을 제거하고 난 다음에 그들을 대신할 존재가 나타나야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렇다고 저들을 제거하고 내가 나설 수도 없는 일이고. 못할 것도 없지만 그럴 시간이 없지.’
사이먼은 저들을 제거할 기회를 놓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니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직접적인 원한을 맺은 갈리아스와 세티스란 자만 처리하는 것인데 그들 무리 전부가 크라인과 자신을 노린 것을 생각하면 용서하고 싶지 않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