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79
용병대전 (2)
“용병길드에서는 그 일을 당분간 보류하기를 원하고 있네. 중재할 시간을 달라는 말이지.”
“그건 방금 말했다시피 제 이름과 크로이엘님의 이름을 걸고 천명한 일인 만큼 제 존재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강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자가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물러설 수 없습니다.”
사이먼은 이번에 모든 것을 정리할 생각이었다. 항상 뒤가 찜찜한 느낌이었다. 헬로이안을 상대하는 것만 해도 정신이 없는데 다른 자는 이번에 모조리 정리하여 홀가분한 상태에서 집중하고 싶었다.
“자네가 그 자를 불러내어 싸운다면 승리할 것이지만 그로 인해 용병길드가 분열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가 있네. 용병길드는 왕국의 상비군이나 마찬가지인 조직이네.”
그러면서 용병길드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미 사이먼도 알고 있는 이야기였지만 보다 자세히 알게 되었다.
“그렇기에 더욱 용납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적군보다 더 무서운 것이 내부의 배신자입니다. 그런 자들은 내부의 암적인 존재입니다. 이번에 그런 자들을 추방하지 않는다면 예전과 똑같아질 것입니다.”
사이먼은 용병길드 전체와 대립할 생각은 없었다. 앤드류를 응징하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렇게 하여 허튼 수작을 하면 응징을 당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음, 하지만 자네를 공개하지 않은 상황인데 그런 일로 주목을 받는 다면 적지 않은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네.”
“저를 막는 것보다 그자를 압박하여 중재안을 마련하는 것이 더 빠른 길일 것입니다. 그런 자를 단죄하는 것을 방해한다면 방해하는 자들도 용납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사이먼이 강하게 나서자 오렐리어스 백작의 표정도 굳어졌다.
“그러면 용병길드에서 중재안을 마련할 때까지 기다리도록 하게. 내가 보기에 중재안을 도출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으니.”
사이먼은 그것까지 거부할 수는 없어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나 용병길드에서 왜 그 대결을 막아야 하는지 사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용병길드의 사정에 대해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그간 자신이 파악한 정보에 의하면 지금 용병길드를 이끄는 자들과 앤드류는 대립하는 위치였지 같은 무리는 아니었다.
“그리고 드리코나 영지에서 한 가지 개인적인 원한을 해결했습니다.”
사이먼은 왕의 안식처에 굳이 자신의 실력을 감출 것이 없기에 세이탄 산에 있는 마을에서 복수를 단행한 것에 대해서 적당히 보고했다. 나중에 알려지는 것보다 사전에 보고해 놓는 것이 좋았다. 거기도 왕실직할령에 속해 있기에 그런 일도 자신의 공으로 계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렐리어스 백작은 사이먼의 말을 듣더니 바로 그에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 조사를 하겠다면서 그 일을 하면서 행한 몇 가지 일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오렐리어스 백작은 사이먼이 처리한 자들이 현상수배자들이라는 것에 안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무리 정보조직이라도 무작정 살인을 하는 경우 나중에 말썽이 될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수배자들이라면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사이먼은 저택에 틀어박혀 한동안 수련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용병길드에 가서 사비올라 지회에 용병등록을 했다. 사비올라에서 용병으로 활동을 하거나 길드에 어떤 신청을 하려면 역시 등록을 해야 했다. 이는 일종의 용병길드에 대한 압박이었다.
사이먼은 등록을 하는 김에 바로 용병대전까지 신청을 할까 했지만 중재를 하는 것을 기다리기로 했기에 일단 보류했다.
“오늘 지회에 등록한 용병 중에 크라인의 아들인 사이먼도 있었습니다.”
프랑코가 간담회를 겸한 업무보고의 자리에서 사이먼에 대해서 언급을 했다. 그 보고에 길드 마스터인 칼라고사의 얼굴이 굳어졌다.
“얘가 길드를 압박하는 것 같군. 제임스, 앤드류의 입장은 어때? 서로 적당히 명분을 세워주고 분쟁을 마무리 짓는 것이 좋을 것인데.”
“그렇지 않아도 앤드류를 만나 보았는데 절대로 사과할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행사한 것이고 그에 대해서는 자신이 아닌 길드에서 책임을 져야한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크라인의 아들에게 사과하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합니다.”
“용병대전을 신청할 경우에 어떻게 할 생각이래? 그렇게 되면 수습할 길이 있다고 한가?”
“전대 길드 마스터인 가르시아스를 대전사로 내세울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길드가 엉망이 될 수도 있어 난감합니다.”
가르시아스는 벌써 20년 전에 길드 마스터를 지낸 용병계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자였다. 흔히 구파라 칭하는 자들의 배후에서 모든 일을 주관했던 인물이기도 했다. 또한 사일러 3세가 계승전에서 승리하는데 기여한 바가 큰 인물이기도 했다.
“그가 소드 마스터가 되었다는 설도 있는데 사실입니까?”
“그럴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구파가 최근에 급속도로 결집을 하면서 그가 머무는 레베크론을 자주 방문하고 있습니다.”
레베크론은 사비올라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일종의 위성도시였다. 가르시아스도 길드 마스터에 물러난 후, 왕실에 의해 암묵적으로 사비올라에 출입하는 것이 금지당한 상황이었다. 지금은 왕이 바뀌었으니 그런 제재가 유명무실해진 상황이었다.
“결국 그가 마스터가 되었으니 기세를 몰아 다시 용병길드를 장악하겠다는 의도인 것인가? 용병대전을 통하여 자신이 마스터가 된 것을 보이는 자리로 만들어 세를 불리겠군.”
칼리고사는 걱정이 가득한 어조로 탄식을 했다. 길드를 장악하는 것의 최종적인 행보는 길드 마스터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자로 교체하는 것이기에 칼라고사도 그들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기에 용병대전을 빨리 신청하라는 듯이 중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그런 기회를 원하는 것 같습니다.”
제임스가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말을 하고 있었다. 마스터급 용병이 가지는 파괴력은 대단했다. 흔히 그런 용병이 탄생하면 용병왕이 나왔다고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실제로 그런 용병이 나올 때마다 용병계가 그런 인물을 중심으로 기세를 떨치기도 했었다.
“그래서 중재를 하면 받아들이겠다고 하던 자가 이제 오히려 길드에서 책임을 지라고 강짜를 부린다는 말이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용병대전을 강행할 수는 없으니 내가 다시 한 번 오렐리어스 백작을 만나 볼 생각이네.”
길드 마스터인 칼라고사는 용병대전의 문제도 있지만 마스터급 용병의 탄생이기에 만나야 했다. 이는 단순히 용병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왕국이나 왕실과도 연관이 컸다.
오벨리어스 백작은 아일라 2세에게 마스터급 용병이 나타난 것을 보고했다. 이미 그런 조짐이 있기에 보고를 한 상황이었다. 더구나 그들이 코론 공작의 진영에 합류한 정황이 있기에 비상상황이기도 했다.
“코론 녀석의 패가 마스터가 된 가르시아스라니 결국 용병 길드를 두고 부딪칠 수밖에 없는 것인가? 차라리 잘 되었군. 만일에 사이먼 경이 없었다면 손 쓸 방도가 없었을 것이니. 그들이 용병길드를 장악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을 것이니.”
용병길드를 사실상 통제하는 것은 왕실이지만 통제력을 상실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그럴 때는 대부분 왕족들이 나서서 싸울 때였다. 그럴 경우 피바람이 불었고 용병길드도 홍역을 앓는 경우가 많았다.
“과연 코론이 대립을 원할지 두고 보도록 하지. 사이먼 경이 온전한 마스터라 아르고스 백작에게 도전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것을 그들은 모르는 거겠지?”
“그럴 것입니다. 마스터라는 것은 알지만 대충 반쪽짜리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여태까지 인내를 하였지만 시간이 없는 것을 알기에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 판단이 됩니다. 마스터급 용병이 나타나서 용병들을 회유하기 시작하면 빠른 시간 안에 세를 불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참에 용병 길드에 대해서 확실하게 단속을 하도록 하지. 왕실에 적대적인 자들은 모조리 다 정리하도록 하세. 그러면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후에 사이먼 경에게 용병대전을 신청해도 좋다고 말해주도록 하게.”
아일라 2세는 가르시아스가 이길 확률이 그리 높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가르시아스가 영역을 가진 온전한 마스터가 되었다고 해도 이미 아르고스 백작을 능가하는 사이먼보다 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미 코론 공작의 숨겨진 패가 가르시아스인 것을 확인하고 아르고스 백작을 보내서 확인까지 한 상황이었다.
“이제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여 숨겨진 패까지 꺼낸 것으로 보이는데 더 이상 도발은 없었으면 좋겠군.”
아일라 2세는 가장 강력한 도전자로 동생인 코론 공작을 생각하고 항상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럴 목적으로 현재까지 여러 정책을 시행하여 견제를 하고 있었다. 그것이 잘 먹힌 편이고 사이먼의 등장으로 결정적인 패까지 무력화시킬 수 있어 보였다. 그것만 막으면 모든 것이 끝날 것 같았다.
“지금까지 가르시아스가 나서지 않고 있다가 뭔가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대전사로 나서는 것을 용인한 것 같습니다. 아마도 사이먼 경이 길드 마스터에서 끌어내리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크라인의 아들이라는 것으로 인해 마음이 바뀐 것 같습니다.”
그 당시에 스타니엘 자작이나 스타리안 남작부인이 나서서 용병길드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하면서 삼대 용병대의 대부격인 길드 마스터 가르시아스를 물러나게 하였는데 그 일로 여태까지 앙심을 품고 있었다는 말이었다.
“하여간 용병 길드가 항상 문제이긴 하군. 선왕께서는 어쩌자고 그런 자들을 정치에 끌어들여가지고 속을 썩이는지.”
“항상 용병 길드는 왕실 주변에 있어 왔습니다. 오히려 멀리 하면 통제 불능이 되고 그러면 왕실이 더 위험해질 수가 있습니다. 왕실의 군사적인 우위를 유지하는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귀족회의에서 그들을 통제하기 시작하면 그건 재앙이나 마찬가지입니다. 40만에 달하는 상비군이 저들에게 넘어가는 것입니다. 그럴 경우 왕실은 귀족들을 압도할 수 없게 됩니다.”
오렐리어스 백작의 말에 아일라 2세도 결국 수긍을 하였는지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사이먼도 집에서 수련을 하고 있지만 귀를 아예 막고 있지는 않았다. 그도 각종 소문을 듣고 있었다. 용병들 사이에 암암리에 가르시아스라는 인물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뭐야? 아버지의 원수인 레온의 뒤에 가르시아스라는 더 큰 거물이 버티고 있다는 말인가? 그자가 20년 전에 아버지 일로 인해 길드 마스터의 자리를 내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이군. 당시에 귀족들이 3대 용병대의 대장과 길드 마스터를 교체했다는 말이잖아. 그들이 여전히 늙었지만 건재한 상황이고. 지금에 와서 실력이 높아지니 전에 당한 것을 설욕하겠다는 것이고?’
사이먼은 대전사가 있다는 말에 어이가 없었다. 앤드류 대신에 일흔다섯 살의 노인이 나온다고 하니 황당했다. 용병 길드인 만큼 당연한 것인지도 몰랐다. 대전사의 유래 자체가 용병제도와도 상당히 밀접한 면이 있는 제도이고 그러니 그런 일이 당연한 것인지도 몰랐다.
사이먼은 그런 이야기를 듣자 뭔가 배경이 있는 것 같아서 다시 왕의 안식처를 방문했다. 그런 노인이 아무런 목적도 없이 그런 자리에 나서는 것은 아닐 것 같았다.
“용병길드의 상황이 그리 좋은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무슨 이유가 있는 것입니까? 뜬금없이 20년 전에 은퇴한 노인이 나서는 것은 아닐 것 아닙니까?”
“절치부심 노력을 하여 성과를 거둔 것 같네. 10여 년 전에 성취가 있었는데 그럼에도 세상과 담을 쌓았는데 이제 와서 나오려고 하는 것을 보면 또 한 번 성과를 거두었고 배후에는 그를 부추기는 자가 존재하는 것 같네.”
오렐리어스 백작의 말에 사이먼은 순간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 왕위계승과 관련이 있는 일이 떠오른 것이다. 왕의 형제 누구와 연관이 있고 거사를 치루기 전에 용병길드를 장악하려는 시도로 볼 수도 있었다.
“그 때는 반쪽짜리 마스터이고 선왕폐하께서 건재한 상황이라 숨을 죽였는데 지금은 온전한 마스터가 되고 뭔가 기회가 된다고 생각하여 나서려는 것이겠군요. 그런 자리를 마련하려고 앤드류가 더 강하게 나서고 말입니다.”
“문제는 그자 혼자라면 모르는데 다른 자들까지 가세를 한다면 심각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네.”
오렐리어스 백작은 걱정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당시에 물러난 자들은 길드 마스터만이 아니라 다른 3대 용병대의 대장도 같이 물러났다. 그들도 S급 용병이었다면 지금 마스터가 되어 있을 수도 있었다. 알려진 마스터가 전부가 아니고 숨겨진 마스터가 알려진 마스터보다 더 많다는 말도 있기에 걱정이 되었다.
“강행을 하여 격파를 하는 것이 최선일 것 같네. 폐하께서도 이번에 용병길드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면 위험할 수가 있다면서 저들의 기도를 정면으로 분쇄하기를 원하셨네.”
“마스터와의 대결을 하게 되면 결국 소문이 날 것인데 그건 조금 꺼림칙합니다.”
“일단 시간을 두고 저들의 대응을 보면서 용병대전을 신청하게. 저들이 먼저 신청할 수는 없으니 시기는 사이먼 경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니 말일세.”
사이먼은 자신이 대결할 시기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앤드류는 사이먼에게 부당하게 행한 것이 없다는 입장이기에 아무런 명분이 없었다. 물론 인정한다고 해도 역시 먼저 신청을 하는 것은 명분이 없었고 만일에 그가 신청을 한다면 엄청나게 비난을 받을 소지가 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