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84
영지순찰관 (1)
사이먼이 부상 입힌 두 마스터를 보호하여 도주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이 학살을 당할 수도 있었다. 더구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와 있던 자가 그런 짓을 벌인다면 길드도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려웠다.
“그 점에 대해서는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그런 자들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집무실에 들어가서 자리에 앉자 마스터와 뒤따라온 주요 간부들이 차례로 자리에 앉았다. 마스터가 나서서 다른 간부들을 소개해 주었다.
“이번에 그들과 연관이 된 자들을 철저하게 색출하여 길드에서 추방을 할 생각입니다. 저번에 경비대에 의해 처벌을 받은 자들이 많았지만 길드와 길드원에 직접적인 위해를 끼친 것이 아니라서 직접적인 조치를 취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들이 경비대에 의해 무고하게 처벌을 받았다는 여론을 조성한 상황이라 쉽지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의 본색이 들어난 상황이기에 철저히 색출하여 모조리 응징할 계획입니다.”
“그렇게 하여 이번 기회에 길드가 바로 섰으면 좋겠습니다.”
사이먼은 굳이 용병길드와 척을 질 이유가 없기에 그렇게 말을 했다. 특히 현재 용병길드의 주축이 크라인의 지인들이라는 것을 알기에 내색은 하지 않더라도 반발을 살 필요는 없었다.
영지순찰관
아일라 2세는 용병들이 도망가서 국경을 넘어 로크 왕국으로 망명을 하자 어이가 없어 탄식을 했다. 그런 일이 벌어지는 동안 무기력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으니 한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전력을 기울였다면 어떻게 처리할 수도 있었지만 여러 가지 사정상 모든 힘을 다 드러낼 수는 없었다.
“로크 왕국에서 그들의 망명을 받아들였다니 난감하군. 그들에게 송환을 요구해도 방법이 없겠소이다.”
외교경로를 통해 요구를 하겠지만 기대를 하기 어려웠다. 흉악한 범죄자가 아닌 한 망명한 자를 송환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더구나 마스터급이니 그럴 일은 없었다.
“송구합니다. 조금만 더 대비를 했어도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인데 제가 안일했습니다.”
오렐리어스 백작은 사전에 이런 상황을 예측하여 대책을 마련했어야 하는데 그런 대비를 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었다. 마스터급 용병이 사비올라에 진입하는 것을 방지하는 대책을 세웠지만 도망치는 것은 생각을 못했다.
“이미 벌어진 일이고 사실 방도가 별로 없었던 일입니다.”
아일라 2세는 사비올라와 왕궁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였기에 사실상 마스터나 근위기사를 동원하지 못했다. 오히려 다른 방면에는 대비를 하지 않은 덕분에 희생을 줄이게 되었다. 어설프게 병력을 배치했다면 그들이 몰살당할 수도 있었다.
“로크 왕국이 망명을 받아들인 것을 보면 그들이 우리 왕국을 노리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아. 그들의 인구가 포화상태에 달해 북쪽으로 진출을 노린다고 하더니 그들이 가세하면 진짜로 전쟁을 하려 들겠군. 제국에서 지원을 해주면 만만치가 않을 것인데 걱정이군.”
마스터 넷의 합류는 로크 왕국의 전력이 급상승하게 만들 것이니 그간 망설이던 로크 왕국을 움직이게 만들 소지가 컸다. 에카테리나 왕국은 제국에 비해 인구는 적지만 국토의 면적은 오히려 더 넓었다.
시간이 흘러 미개척지를 다 개척하면 제국보다 더 강해질 수도 있었다. 그로 인해 제국은 항상 에카테리나 왕국을 견제하려고 했다. 그렇기에 로크 왕국을 이용하여 어떻게든 힘을 줄이려고 했다.
“일단 그들의 동태를 면밀히 주시하면서 대응방법을 강구하는 것 외에 달리 방도가 없습니다.”
“그건 그렇고 사이먼 경에 대해서 이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한데 어떻게 할 것인지 방안을 마련해 보도록 하시오.”
이미 마스터로 밝혀진 이상 사이먼을 방치할 수는 없기에 결국 사이먼에게 작위를 수여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사이먼이 작위를 받고 근위기사단에 합류하게 되면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하기에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렐리 어스 백작은 머리를 쥐어짜고 있었다.
하나는 근위기사단에 소속이 되면 내성에 사이먼이 머물러야 하는데 내성에 있는 귀족들이 반대를 하고 있었다. 아직 사이먼이 검증이 되지 않아 위험하다는 이유였다. 무시하기에는 타당한 면이 있기에 강행할 수가 없었다. 일반 근위기사와는 파괴력이 다르기에 그들이 반대하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었다.
다른 하나는 사이먼이 근위기사단에 합류할 경우 중립의 의무가 존재하게 되는데 그것을 피할 적절한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문제였다. 아직 사이먼을 이용하여 왕족들의 발호를 억제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다른 패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최대한 감추는 것이 좋았다. 상대는 왕족만이 아니라 대영주도 있고 주변의 왕국도 있었다. 그러니 최대한 감추어야 했다.
사이먼을 임명할 새로운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전례를 따라야 반발이 적었기에 적절한 해결방법이 나와 주어야 했다.
“왕실 궁내부에 보면 사비올라 행정감찰국의 특별감사와 비슷한 자리가 있습니다. 그리 효용이 없어 현재는 시행하지 않고 있지만 영지순찰관 제도입니다.
직할영지를 순회하면서 문제점이 있거나 반란의 조짐이 있는지 살피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그 자리는 중앙의 관리를 한직에 내모는 자리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지금은 자리는 있지만 누구도 임명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영지순찰관은 처음에는 왕권을 강화하고 왕실의 권위를 강화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관리나 기사들을 임명하는 통에 기존 질서에 들어있는 자들이라 크게 힘을 쓰지 못했고 시간이 좀 더 흐르면서 일종의 한직으로 간주되어 자리만 차지하는 자들을 내보내는 자리라는 인식이 강해졌고 그 자리에 가면 관리로서 생명이 끝났다는 인식이 되면서 누구도 가지 않으려고 하는 자리가 되고 말았다.
“직위도 자작이나 남작급을 임명하는 자리이고 급료도 현재 왕실궁내부에서 지급을 하지만 외성부터 왕실직영지 전반에 대한 감찰이기에 직무 중립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이렇게 2~3년간 그 자리에 두어 검증을 하면 될 것이라 사료됩니다.”
오렐리어스 백작은 모든 사람을 동원하여 방법을 강구했고 나름대로 타당한 직책을 찾아냈다.
“그러면 작위수여식을 마련해보도록 하시오.”
아일라 2세는 사이먼을 임명할 적절한 직책을 찾아내자 바로 작위를 수여해주기로 했다. 예정과 다르지만 용병대전을 개최할 때에 이런 상황을 예견하고 사전에 대책을 마련하였기에 바로 진행이 되었다.
사이먼도 예정과 달리 바로 작위를 수여한다고 하자 이미 자신의 정체가 드러난 상황이라 미룰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여 동의했다.
정식으로 작위를 받고 귀족이 되는 일이기에 무척이나 기대가 되었지만 막상 작위를 받고 나자 허탈하기도 했다.
사이먼의 받은 자작의 작위는 단승작위이기에 후대에 작위를 물려줄 수가 없었다. 그저 당대에 한하며 그의 배우자나 아들 정도만이 귀족의 대접을 받을 수가 있었다. 그것도 결혼을 하지 않은 사이먼은 해당사항이 없는 일이었다.
부모나 형제에 대하여는 사실상 어떤 혜택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들까지 혜택을 받게 하려면 작위가 하나 더 높은 백작이 되어야 가능했다.
아무리 마스터라도 바로 백작의 작위를 수여하는 것은 아니었다. 보통은 3~5년가량 자작의 작위에 두면서 적당한 임무를 수행하게 하였다. 그런 다음 그 공을 인정하여 백작으로 올리는 것이 관례였다.
보통 마스터는 근위기사단에 편입이 되었지만 사이먼은 이상한 한직에 제수가 되고 거처도 다른 마스터와 달리 내성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 이유가 아직 검증이 되지 않았기에 불안하기 때문이라는 말에 화도 났지만 한편으로 타당하기도 했고 내성보다 외성에 머무는 것이 활동하기 편할 것 같아 그대로 받아들였다.
헬로이안은 사이먼에 관한 소식을 용병대전이 끝난 후에야 다시 들을 수가 있었다. 물론 아카데미에 간 것이나 졸업한 것도 들었지만 아직 사이먼이 4서클 초반일 것이라 생각하였기에 흑마법의 저주가 발현될 때까지 조금 더 기다리기로 했었다.
그런데 용병대전을 통해 마스터라는, 그것도 온전한 마스터가 되어 나타나자 커다란 충격을 받고 말았다. 흑마법사가 되지 않고 소드 마스터가 되었으니 믿을 수가 없었다.
‘둘 중에 하나인데 무엇이 진실이지?’
사이먼이 흑마법의 마나 고리를 완전히 해체하여 그것마저 검사의 마나로 치환한 경우가 첫째이고 다른 한 가지 경우는 검술과 마법을 동시에 익힐 능력을 가진 경우였다.
헬로이안의 생각에 둘 다 실현 가능성이 별로 없는 일이라서 무엇이 진실인지 헷갈리고 있었다. 그러나 엄연히 일어난 일이기에 아니라고 생각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방법은 직접 만나서 확인을 하는 것인데 그것도 쉽지가 않았다. 사비올라에 침투하는 것은 쉽지가 않았고 그 사실을 들키기라도 하면 그 후에 엄청난 파장이 발생할 수 있었다.
‘사이먼이 흑마법을 익혔다는 소문을 내도 믿을 사람이 없다. 마스터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크로이엘 교단의 사제가 흑마법을 익혔다는 말과도 비슷한 것이니.’
마스터가 흑마법을 익힐 이유도 없고 설사 그렇게 하려고 해도 사실 쉽지가 않은 일이었다. 그럴 능력이 있다면 차라리 문제가 없는 백마법을 익히지 흑마법을 익힐 이유가 없었다.
결국 믿게 하려면 자신이 억지로 흑마법사로 만들었다고 말해야 그나마 씨알이 먹힐 것인데 그렇게 말을 하면 엄한 사람을 흑마법사로 모략한다고 오히려 비난할 것이 뻔했다. 아울러 자신의 죄를 만천하에 공개하는 일이니 더욱 곤란했다.
‘방법은 소문을 내서 신전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아닌 종속마법을 이용하여 그자를 제압하고 무차별적으로 살육을 전개하게 하는 것인데 그자가 사비올라를 떠나면 조치를 취하는 수밖에 없겠군.’
헬로이안은 사이먼에 대한 것을 알게 되자 일단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다. 보고를 하는 프라인은 헬로이안이 생각을 마칠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이 소문이 사실이라면 흑마법의 저주를 해소한 것이 분명합니다. 그 애가 뭔가 특이한 면이 있었는데 진짜로 마스터가 되는 방도가 있습니까?”
프라인이 재차 믿어지지 않는지 보고를 한 후에 질문을 했다. 흑마법을 익힌 사이먼이 마스터가 되었다니 도저히 믿어지지 않은 것이다. 헬로이안이 허술하게 하지 않았을 것인데 의외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나도 의문이다. 검술을 익히고 있지만 마나 고리가 생성된 이상 잘해야 엑스퍼트 급의 평범한 마검사가 되는 것이 고작이다. 더구나 기억전이 마법으로 흑마법의 내용을 주입한 이상 저절로 흑마법에 대한 경지가 높아져서 지금은 4서클 정도가 되어야 정상이다. 한데 흑마법을 익힌 것이 아니라 검술을 익혀 마스터가 되었다니 나도 의문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헬로이안도 확실하게 상황을 판단하지 못하고 있었다. 8서클 마스터인 그도 이런 상황을 설명할 길이 없었다. 그런 방법이 있다면 자신도 익히고 싶은 심정이었다.
“소문에 의하면 가르시아스나 프라우스는 온전한 마스터이고 앨런과 마그린은 반쪽짜리이지만 역시 마스터인데 그들을 모두 물리친 것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헬로이안은 자신이 행한 일이 실패로 돌아간 것에 어이가 없었다. 자신이 행한 시술이 아무런 기능을 못하고 해체가 되어 버렸다고 생각하자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런 일은 전에 소환마법사들이 배신을 하여 그가 도주한 것 만큼 충격적인 일이었다.
“믿어지지가 않아. 이런 상황을 가정하여 한 가지 대비를 해놓았으니 일단 그자의 동태를 면밀히 살펴 사비올라 밖으로 나오면 나에게 알리도록. 모처럼 재미있는 일이 생기다니.”
제자에게 실패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민망한 헬로이안은 길게 설명하지 않고 사이먼이 사비올라를 떠날 때를 기다리기로 했다. 다른 것은 다 해체가 되어버렸을지라도 8서클에 이르는 종속마법이나 그에 부가하여 전개해놓은 자폭마법은 그대로 있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
그 마법만 제 기능을 발휘하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낼 수가 있었다. 4서클이나 5서클 수준의 흑마법사보다 온전한 경지의 마스터가 훨씬 더 파괴력이 클 것이었다. 종속마법을 발동시켜 사이먼을 신전으로 돌진시켜 일을 저지르게 하면 아주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왕실과 신전이 제대로 한판 붙을 수 있게 만들 수 있어 보였다. 그렇게 되면 그를 공격한 두 원수가 서로 양패구상을 하게 될 것 같았다 물론 한편에서는 그런 마법까지 해체가 되어 버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그런 일을 없을 것이라 믿고 싶어졌다.
‘하지만 종속마법까지 해체가 되었다면 손을 쓸 방도가 없다. 그렇다면 완전히 내가 행한 시술이 실패한 것인데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설마 검성의 검술을 익힌 것 때문인가?’
전에 사이먼의 몸에서 검성의 흔적이 발견되었던 것이 떠올랐다. 어렴풋하게 시술이 실패한 것이 그것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일단 그자를 가까이서 살피자. 그런 후에 살피도록 하자. 아직 대법이 지지부진한데 그자가 나타나다니 뭔가 불안한데.’
재미로 행한 일이지만 그것이 실패한 것이 내내 불길한 생각이 들게 했다. 사소한 것이지만 자신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가 되니 혼란스럽기 짝이 없었다.
이런 상황이 되자 차라리 깨끗하게 죽이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되었다. 강적이 탄생하는데 일조한 기분이 들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