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89
흑마법사 논쟁 (3)
‘흑마법의 마나 서클을 아예 해체한 것인가? 몸 안에 검성의 흔적이 있더니 그것이 문제를 일으킨 것인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몸 안을 스캔하지 못했지만 그럴 가능성이 컸다. 사이먼이 8서클 마법사가 되어서 저주를 해제했다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헬로이안은 사이먼이 검과 마법을 동시에 익혔다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기억전이마법으로 넘겨준 기억은 어떻게 해도 사라지지 않을 것인데 그저 지식으로 남고 만 것인가? 그로인해 검성의 검술을 터득하는데 확실한 도움을 준 것인가?’
수많은 가정을 하면서 사이먼을 계속 살펴보았다. 사이먼은 헬로이안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고 워프게이트가 있는 왕립 마탑 지부 앞에 대기하고 있는 마차에 올랐다. 이것은 헬로이안을 이길 수는 없지만 도발을 하면 맞받아치겠다는 의사표시로 보였다.
단지 사이먼이 싸우려고 하지 않은 것은 일을 번거롭게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였다. 그러니 헬로이안은 오히려 약이 잔뜩 올라 사이먼을 노려보았다.
‘나와 싸워서 이길 수는 없지만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인가? 기억만 가지고 있고 흑마법의 저주도 완전히 해소한 것인가? 내가 몸 안에 전개해 놓은 마법의 기운이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군.’
헬로이안은 사이먼의 몸 안에서 자신이 심어놓은 마법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느꼈다. 사이먼이 마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그 자리에 서서 한동안 마차를 노려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헬파이어를 전개하여 마차를 날려버리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는 동안 사이먼이 피하고 반격을 할 것이기에 그것은 그저 마음뿐이었다.
더구나 검사가 공간의 검을 터득한 경우 마법사가 가지는 공간이동의 이점이 상당부분 상쇄가 되기에 막상 싸우는 것을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순간의 노기를 참지 못해 지금까지 정체를 감추고 준비한 것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는 없었다.
‘이번에 준비한 것이 성공할 때까지 보류할 수밖에 없다. 내가 벽을 넘으면 저자부터 확실하게 처리해야겠다.’
헬로이안은 사이먼이 타고 이동 중인 마차를 노려보다가 자리를 떠났다. 순간 흔적도 없이 헬로이안이 사라졌다.
‘검술만 사용해서 상대해서는 필패이다. 물론 맥없이 당하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목숨을 내놓을 상황에 직면했을 것이다. 버티지 못하고 마법을 사용하여 대응을 해야 겨우 비등한, 아니 겨우 버티는 수준이었다. 단지 그자의 기억을 넘겨받은 덕분에 흑마법에 익숙한 면이 있어 더 오랫동안 버텼을 것이다.’
사이먼은 헬로이안을 이기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했고 다음에 마주쳤을 때는 피하지 않을 실력을 가져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사이먼은 혼타 지역에서의 일을 어떻게 처리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긴장된 가운데 시간을 보내었다. 처음에 갈 때 생각했던 마가렛을 살펴보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헬로이안은 바로 떠나지 않고 사이먼의 주변에서 배회하면서 빈틈을 노렸다. 그렇기에 사이먼은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헬로이안의 움직임을 경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부러 기세를 감추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그런 기세를 내뿜는 것을 모르는지 헬로이안은 기세를 드러내놓고 있었다. 물론 그런 기세를 감지하는 것은 사이먼이 유일했지만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주변에 적지 않은 경비병이 있지만 그들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언제 쇄도하여 공격해올지 모르기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흑마법사의 정체를 들킬 수도 있지만 그를 제거할 수 있다면 언제라도 공격할 것 같았기에 내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이제야 마음이 놓이네.’
사이먼은 사비올라 외곽에 위치한 워프게이트를 통과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고작 하룻밤을 자고 왔지만 그 시간이 1년은 되는 것 같았다. 그만큼 긴장의 연속이었다.
‘헬로이안과 단독으로 싸워서 이길 능력을 가진 자는 사실 왕국에 없다고 봐야한다. 두 마탑의 탑주도 8서클 엑스퍼트에 불과하다.
그들은 나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약할 것이다. 마법사 둘이 합공을 해도 이긴다고 장담할 수 없다. 더구나 일반 마법으로 흑마법을 상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나까지 포함이 되어야 그나마 압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불리해져 헬로이안이 공간마법을 사용하여 도망을 간다면 잡는다고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사이먼은 아직은 자신이 약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헬로이안을 이길 수준이 되려면 검술과 마법 모두 한 단계 정도 수준이 더 높아져야 했다.
‘언제 시간을 내서 다시 한 번 애쉬톤 산에 가보자. 마법을 이용하여 이동을 해도 이제 마나유동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사이먼은 자신의 수준이라면 마나유동을 거의 감출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비올라에서 감추는 것은 어렵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문제가 없었다.
사이먼은 영지를 방문한 결과를 보고하고 며칠간 휴가를 신청했다. 사실 다시 영지순찰을 하기에는 너무나 심력이 고갈되어 갈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갔을 때 헬로이안이 기다리고 있다면 정신력이 고갈되어 계속 경계할 능력이 없을 것 같았다.
사이먼은 자신이 아직 헬로이안을 상대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을 자각했고 며칠간 그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수련장에 틀어박혀 수련에 매진했다.
사이먼이 왕의 안식처에 들리자 오렐리어스 백작이 기다리고 있었다. 사이먼의 소속은 궁내부이지만 실질적인 소속은 왕의 안식처였다.
“용병길드를 정리하는 작업이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네. 그간 문제를 일으키던 자들을 대부분 다 정리할 수 있게 되었네.”
그간 용병길드를 정리하는 작업을 했지만 여전히 외곽에 불만을 가진 자들이 도사리고 있는 상황이라 아직도 불안한 상황이었다.
“정리가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이번에 보자고 한 이유는 여건이 되면 영지를 주려고 하는데 혹시라도 원하는 것이 있는지 들어보려고 말일세.”
사이먼은 갑자기 영지 이야기가 나오자 멍한 표정이 되었다. 귀족에게 영지를 수여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왕실직할령이 있지만 법으로 정해진 것이 있어 국왕이라도 함부로 영지를 내어줄 수가 없었다. 왕실직할령에 영지가 10개 있으면 고작 2개만 계승영지로 수여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250여개의 소영지 중에 고작 50여개 정도만 계승영지가 되어 있었다.
이렇게 규제를 하는 것은 왕실의 재정적인 안정성을 유지하고 왕실의 재산을 보전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규제가 없다면 조금만 공이 있다면 신하들이 영지를 요구할 것이니 결국에는 모든 직할영지를 내어줄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되었을 것이다.
중앙귀족 중에 공작이나 후작, 백작의 작위를 가진 자들 대부분은 고작 자작령이나 남작령을 영지로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작위가 아무리 높아도 나중에 아들에게 물려주는 작위는 계승 작위인 자작이나 남작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대영주들은 중앙의 고위귀족들을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아무리 공작이나 후작의 작위를 가지고 있어도 종이쪼가리를 가진 것에 불과하다는 태도였다.
“별로 생각을 해본 것은 아니라서 바로 대답을 하기는 그렇군요. 나중에 생각나는 대로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이먼은 막상 자신에게 영지가 주어진다고 하자 현실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저 희망사항이나 들어보려는 것으로 보였다.
“나중에 잘 생각해보고 이야기를 해주게나. 영지에 관련된 것은 규정에 대해서도 잘 살펴보도록 하게. 거기에 보면 영지를 수여받지 않아도 영지를 가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니 말일세.”
사이먼은 영지 규정에 대해서 대략 알지만 다시 한 번 살펴보기로 했다. 작위를 수여받은 상황이니 전에는 해당사항이 없어 그냥 보아 넘겼던 방법들 중에서 사이먼이 시행할 수 있는 방법도 있을 것 같았다.
“그보다 오늘 오라고 한 진짜 이유는 이번에 영지순찰관 휘하에 조직을 확충할 생각인데 휘하에 준남작을 열 명 정도 두어서 자네의 권한을 보다 강화하려고 하는데 어떤가?”
일종의 실무자들을 확충한다는 의미이었다. 이번에 새롭게 직할영지에 나가는 주지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다 확실하게 감시하겠다는 의도로 보였다. 이것을 궁내부 대신이 아닌 오렐리어스 백작이 꺼낸 것은 사실상 왕의 안식처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말이었다.
“그렇게 하더라도 크게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싫어할 자들이 많은 것 아닙니까?”
사이먼의 권한이 커지면 주지사나 부지사들도 싫어할 것이고 소영지들도 귀찮아질 것이니 싫어할 것이 뻔했다.
“그거야 그들의 사정이고 영지관리에 효율성을 꾀하기 위해서 필요한 일이라면 강행할 수밖에 없네. 자네만 좋다면 일을 추진할 생각이네.”
사이먼은 자신의 휘하에 사람이 느는 것이 그리 나쁜 것은 아니기에 동의를 했다. 준남작이 열 명이라고 하기에 그들만 와서 열 명인 줄 알았는데 그 아래로 줄줄이 사람이 배치되자 50명에 달하는 큰 조직이 되었고 자그마한 건물 하나를 전부 사용하는 영지순찰국이라는 조직으로 탈바꿈이 되었다.
사이먼의 작위가 자작이기에 궁내부의 다른 자작처럼 국장의 직위에 해당이 되었고 그러니 당연히 다른 사람과 비슷하게 휘하 조직의 급이 정해진 것이다.
각 주를 나누어서 담당하는 영지담당관은 사이먼이 가지 않더라도 자신이 담당하는 직할령과 소영지를 방문하여 순찰을 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가 되었다.
사이먼은 영지담당관이 조사하고 기록한 내용을 살펴서 필요한 곳을 중점적으로 순찰하고 조사하는 것으로 체계가 바뀌었다. 각 주와 소영지는 언제라도 영지순찰국의 감사를 받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이는 주지사로 내려가는 아일라 2세의 형제들의 동태를 체계적으로 감시하고 새어나가는 세수를 확충하기 위한 방도였다. 기존의 조직도 이런 기능이 있지만 특별히 만든 것은 나중에도 계속 이런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사이먼은 사비올라에서 나와 애쉬톤 산으로 텔레포트를 하여 이동했다. 그곳에 가자 어느 곳보다도 마음이 편하게 느껴졌다. 사이먼은 주변에 아무도 없는지 살피고 동굴에 들어가서 마법진을 살폈다.
‘이제야 마법진을 한 번에 감지할 수가 있게 되었다.’
사이먼이 자리에 앉아서 마법진을 감지하자 마법진을 뇌리에 전부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소환마법진인가?’
뭔가를 소환하는 마법진이었다. 아울러 마법진에 새겨진 검흔이 단순한 검흔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검흔의 크기가 전보다 줄었다. 검흔이 마법진을 봉인하고 있다. 마법진의 가장 중심에 검흔을 새겨서 마법진이 제 기능을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마법진이 제 기능을 못하고 음의 마나만 내보내고 있는 것이다.’
사이먼은 마법진의 기능을 파악할 수가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무엇을 소환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단지 소환을 하지 못하기에 소환 대상의 차원과 연결이 된 상태로 그 차원에 있는 기운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검흔의 크기나 기세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오래지 않아 마법진의 봉인이 풀려 뭔가 나타날 수 있다. 지금은 그저 음의 마나, 마계의 마력만 소환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본질적인 무엇인가가 나타나고 말것이다. 그 때가 되면 뭔가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말 것이다.’
사이먼은 소환마법진이란 것을 알자 다시 한 번 마법진을 면밀하게 살폈다. 사이먼은 마법진을 속속들이 다시 한 번 파악하게 되자 거기에서 마계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건 마왕의 표식인데. 마신 트랄리온은 아니고 그렇다고 마왕 알케이온도 아니다. 그렇다면 다른 마왕인 리바돈이나 셀레시온이라는 것인데 그 두 미왕은 중간계에 사도가 없다고 알려졌는데.’
사이먼은 두 마왕 중에 하나를 소환하는 마법진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이런 마법진이 이 동굴에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왕소환진이 왜 이곳에 있고 그 소환진이 봉인이 되어 있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없애야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마왕이 중간계에 소환이 된다. 아니 이건 소환진이 아니다. 소환이 아니라 강림을 하게 된다.’
순간 사이먼은 이 마법진이 단순한 소환마법진이 아니라 마왕을 강림시키는 마법진이란 것을 깨달았다. 마족의 소환은 고작 10% 정도의 힘을 가지고 분신이 온다면 강림은 거의 100%에 가까운 힘을 가지고 직접 오는 것이기에 중간계에서 막을 자가 없었다. 하물며 마왕이 중간계에 강림한다면 스스로 마계로 물러날 때까지 얼마나 희생을 당할지 몰랐다.
‘하지만 마법진이 작용하고 있기에 파괴도 쉽지 않다. 오히려 성급하게 충격을 주면 봉인이 사라져 순식간에 마왕이 강림하고 만다.’
동굴을 무너뜨릴 수도 없어 보였다. 검흔을 남긴 사람이 그 정도로 그친 것은 그런 제약이 있기에 그저 검흔을 남겨 봉인을 한 것이다. 만일에 물리적인 충격이 가해져 봉인이 흐트러지면 진이 발동할 수가 있었다.
‘내가 들락거리면서 음의 마나를 조금이라도 소진한 덕분에 조금은 봉인의 해제가 늦어졌다. 6서클이 되면서 바디체인지를 한 덕분에 음의 마나의 농도가 낮아진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사이먼이 동굴에 있는 음의 마나를 흡수한 것이 조금 속도를 늦춘 것 같았다. 그렇게나마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니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파괴는 어려울지라도 봉인이 해제되는 속도는 늦출 수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