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9
영지 개척 (1)
스타니엘 자작은 영지에 돌아와서 영주관에 들어간 이후에 특별한 행보를 보이지 않았지만 영지를 관리하는 파라이라 남작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영주가 돌아오면서 대리영주를 그만두고 행정총관이 된 상황이라 의욕적으로 움직였다.
영지 북쪽에 동서로 길게 늘어서 있는 방벽에는 세 개의 관문 겸 요새를 세워두고 경비를 하고 있었다. 사이먼이 사는 팔로스 마을도 관문요새에 딸려 있는 마을이었다. 그 마을은 영주관이 있는 곳보다도 더 규모가 컸고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었다.
영주관이 있는 곳은 후방이지만 평지가 그리 넓지 않아 농경지가 적었고 사람이 많이 살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북쪽의 평원 지대에 더 많은 영지민이 살고 있었다.
“총 5개 영지에서 7000명 정도의 농노를 적당한 가격에 넘겨주기로 했습니다. 추가로 다른 영지를 알아보면 더 많은 농노를 데려올 수 있어 보입니다. 우리 영지에서 이주비용을 책임진다면 적당한 경비 정도만 받고 넘겨준다고 합니다.”
파라이라 남작은 영주관에서 여전히 칩거 중인 스타니엘 자작에게 업무를 보고했다. 그동안 숙원사업이던 북쪽으로의 진출을 할 수 있기에 의욕적으로 매달렸다.
“프라실러 계곡의 몬스터 토벌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프라실러 계곡은 북쪽의 데마린 산맥 너머로 가기 위한 관문이나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계곡의 서쪽에 드와인 강이 흐르기에 개척만 하면 영지의 인구가 획기적으로 증가할 수 있었다.
동쪽에 있는 데마린 산맥의 끝자락의 험준한 산에서 흘러내리는 지류 주변에 비옥한 대지가 있어 개척만 한다면 곡창지대가 될 것 같았다.
데마린 산맥의 끝자락에 위치한 피오르드 영지는 해안가에 높은 산이 있기에 드와인강 유역에 펼쳐진 평원에 주로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데마린 산맥을 넘어가면 넓은 수림이 펼쳐져 있고 동남쪽으로 긴 반도가 이어져 있는데 그곳에 사는 워낙 몬스터가 강성해 인류가 진출하지 못하고 있었다.
에카테리나 왕국은 국토의 절반도 개척하지 못한 상황이라 산맥 너머 동쪽에 왕국의 면적에 필적하는 커다란 반도가 있는 것을 알지만 진출하지 않고 있었다. 에카테리나 왕국의 동쪽 바다 건너 800km 떨어진 곳에 반도가 있는데 그 반도가 시작되는 곳이 영지 북쪽이었다.
“일단 기사단과 영지병을 일부 동원하고 관문 주변에 있는 용병 사냥꾼들을 고용하여 토벌을 진행할 생각입니다. 지금은 녹음이 우거져 토벌이 어렵기에 추수가 끝나고 난 후에 본격적으로 진행할 생각입니다.”
일을 하려면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해야 했기에 스타니엘 자작이 온지 2개월이 지났지만 외부에 개척을 하는 계획이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 더구나 아직 여름이기에 굳이 성급하게 알려 잡음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았다. 물론 알 만한 사람들은 알지만 그들은 상위층이니 일반인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 때 계곡에 있는 몬스터 토벌을 한다고 해도 적지 않은 몬스터가 주변 산에 남아 있을 것인데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북쪽 계곡 입구와 동쪽의 산 아래를 따라서 방벽을 세운다고 해도 안쪽에 남아있는 몬스터까지 막을 수는 없지 않은가? 마을에 세울 간이 방벽으로 전부 막는 것은 불가능해.”
“개척촌에 각 마을을 경비할 경비대를 파견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이주민들 중에 젊은 사람들을 추려서 자경대를 조직할 생각입니다.”
파라이라 남작의 보고에 스타니엘 자작은 한동안 고민을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보고하는 내용 중에 미흡하거나 맘에 들지 않은 내용이 있어보였다.
“경비대를 설치하여 운영하는 것은 좋은데 일반적인 경비대를 두어서는 몬스터를 막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데 추가적으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같군. 자칫 무방비하게 영지민들을 위험한 곳에 내모는 행위가 될 수 있네.”
개척을 하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초기에 토벌하고 마을을 만드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가 않지만 그 후에 효율적으로 방어를 하면서 충분한 영역을 확보하고 수익을 내야 성공했다고 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조금만 실수를 해도 물거품이 되고 큰 희생이 뒤따랐다.
“알겠습니다. 그 점을 고려하여 대비책을 추가로 마련하겠습니다. 더 좋은 방안이 없는지 고민해보겠습니다.”
파라이라 남작도 뭔가 미진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동의를 했다. 그러나 당장 좋은 방도가 떠오르지 않아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리고 보고에 의하면 영지로 오는 길에 오거가 나타나서 상단의 피해가 컸다고 하는데 앞으로 그런 일이 발생할 수 있으니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 아닌가? 단순히 다른 영지의 일이라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어 보이는데 말이야.”
애슐리 영지에서 오는 길은 영지로 통하는 두 개의 주된 교통로였다. 그 길이 막히면 더 심각한 타격을 입는 곳은 피오르드 영지였다.
“그렇지 않아도 그 문제로 인해 용병길드와 애슐리 영지와 협의를 진행 중입니다. 오거의 존재는 앞으로도 그런 일이 다시 발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에 반드시 사냥할 계획입니다. 단지 얼마나 병력을 동원하고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 협의 중입니다. 한 달 이내에 논의가 끝이 날 것입니다.”
“애슐리 영지에서 협조를 하지 않는다면 우리 영지 단독으로라도 진행하도록.”
애슐리 영지는 왕실에서 파견된 영지관리인이 대리영주를 맡고 있었다. 그러니 비용 문제에 민감할 수가 있어 토벌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비용 문제로 줄다리기를 하는 것은 멍청한 짓이었다.
“하지만 오거도 큰 상처를 입었다고 합니다. 아울러 녹음이 우거진 상황에서 추적을 하는 것이 쉽지 않기에 이 또한 시간을 두고 진행할 일입니다. 더구나 오거의 영역은 아주 넓기에 추적하여 사냥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잡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파라이라 남작은 당장 토벌을 하는 것은 불가능함을 알렸다. 자칫 사냥하려다가 큰 피해만 생길 수가 있었다. 산이 우거진 곳에 토벌대를 투입하는 것은 희생을 자초하는 일이었다. 더구나 감각이 예민한 오거라면 토벌대가 접근하는 것을 사전에 알아차릴 것이니 기습을 당할 위험이 컸다.
사이먼은 아버지가 다쳐서 정신이 없었지만 영지에 퍼진 소문을 듣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영주가 된지 20년이 지나도록 그들이 사는 피오르드 영지에 오지 않던 영주가 마침내 수도에서 영지로 복귀했다는 소식이었다.
더구나 영주가 마법사라는 것을 듣게 되었다. 고위 마법사라는 말에 사이먼은 순간 마법 상점을 하던 프라인이 왜 사라졌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있었다. 그것이 걱정되면서도 함부로 흑마법사들이 영지에 오지 않을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영주가 돌아오면 자신이 흑마법사라는 것을 알려질 수 있기에 사전에 도주한 것인가? 그렇다면 나도 영주를 만나지 않도록 피해야 하는 것인가?
그 정도 고위마법사라면 흑마법의 흔적을 알아낼 것이다. 흑마법을 익힌 것을 들키면 그 순간 큰 일이 벌어진다. 흑마법이 아니라도 마법을 익힌 사실만 영주에게 알려져도 주목을 받을 수가 있다. 앞으로 절대 영주와 마주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이먼은 영주에 대한 소문을 듣자 바로 그런 생각을 했다. 그나마 영주가 사는 영주관은 멀리 떨어져있고 영주와 만날 일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다행이었다. 당면한 일이 워낙 다급하기에 영주에 대한 것은 그런 정도로 정리를 하고 일상에 복귀할 수밖에 없었다.
크라인이 다쳐서 돌아온 이후에 사이먼은 아침 수련에 앤더슨을 참여시켰다. 게으른 성정인 앤더슨이 반항을 했지만 사이먼의 강압에 버티지 못하고 따를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 과정에 적지 않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매에는 장사가 없듯이 결국 따를 수밖에 없었다.
“똑바로 해라.”
사이먼은 앤더슨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아버지 크라인이 가르칠 때보다도 더 엄격하게 앤더슨을 닦달했다. 그런 모습에 가족들이 모두 놀란 표정이 되었다. 평상시 사이먼이 보였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마나유저가 된지 2년이 되어가는 데도 검에 마나를 유지하는 시간이 고작 3분을 넘기지 못하다니 그동안 수련이나 한 것이냐? 그 정도 시간이 지났다면 최소 10분은 유지할 수 있어야 할 것 아니냐?”
앤더슨은 재능은 뛰어나지만 마나유저가 되었다는 자만심과 더불어 천성이 게을러서 그간 검술수련 자체를 등한시하다시피 하여 진보가 없었다.
앤더슨은 전이라면 사이먼이 마나유저가 아니라는 이유로 무시할 수 있었지만 사이먼이 마나유저가 되고 검술의 수준이 월등이 상승을 하자 꼼짝없이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전에야 사이먼 자체가 마나유저가 아니기에 자격지심이 있었고 아버지 크라인이 건재하여 지켜보고 있기에 앤더슨에 대하여는 아무런 간섭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이먼이 마나유저가 되고 크라인이 병석에 누워있어 그에 대하여 누구도 관여할 사람이 없어지자 상황이 달라졌다.
사이먼이 워낙 엄하게 앤더슨을 다그치자 앤더슨이 어머니 엘레나를 끌어들였다. 사이먼은 간섭을 하려는 엘레나에게 무례할 정도로 관여하지 말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로 인해 한동안 냉랭한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지만 결국 앤더슨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앤더슨을 지도하던 사이먼도 역시 기본검술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기본검술을 마친 사이먼이 다급하게 방으로 달려갔다. 그런 사이먼이 간 곳에는 크라인이 누워있었다.
사이먼은 아직 3서클 마법사가 되지도 못했고 검술수준도 엑스퍼트가 되지 못했지만 크라인을 위해서 매일 마나를 주입하고 있었다. 그렇게라도 해야 그나마 상세가 악화가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마나가 부족하기에 기본검술을 전개하여 몸 안에 마나를 모으고 바로 크라인에게 달려가 마나를 주입하여 최대한 마나의 허비를 줄이고 있었다.
처음에는 아무런 효과도 보지 못하는 것 같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몸이 나아지는 것이 조금씩 효과를 보는 것 같았다. 물론 여기에는 사이먼이 보유한 음의 마나가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처음에는 양의 마나만 주입을 했지만 그렇게 하자 사이먼에 내부에서 마나의 균형이 무너져서 결국 음의 마나를 별도로 배출을 해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사이먼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음의 마나의 일부를 크라인에게 주입을 시켜보았고 오히려 상세가 호전되는 느낌이 들자 차츰 많은 양을 주입하였고 전부를 다 주입해도 문제가 없는 것 같아 그 후부터 아예 양의 마나를 주입한 후에 음의 마나까지 주입할 수 있는 모든 마나를 다 주입시켰다.
그렇게 하자 크라인의 상세가 조금씩 호전이 되면서 1개월 이 지나면서 여전히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이제는 어눌하게나마 한두 마디 말문이 트이는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정신마저 불안정해 제대로 의사를 소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한동안 마나를 주입한 사이먼은 다시 밖으로 나가서 다시 기본검술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마나가 사라진 후에 기본검술을 전개하면 마나가 빨리 채워지는 효과가 있었다.
“가서 마나를 검에 담는 것처럼 아버지의 손과 발에 보내어라. 그렇게 해야 그나마 아버지의 상세가 빨리 회복된다.”
앤더슨의 기본검술의 전개가 끝나자 사이먼은 크라인에게 마나를 주입하라고 시켰다. 엑스퍼트 아니기에 강하게 마나를 보내지는 못하지만 마나를 보낼 능력은 되기에 그런 지시를 내렸다.
앤더슨은 아무런 말이 없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무슨 효과가 있는지 몰랐지만 시간이 가면서 크라인의 상세가 좋아지기 때문이었다. 저절로 회복이 되는지 시간이 흘러서 그런지 몰라도 회복이 되기는 되고 있었다.
‘아빠가 빨리 일어나야 사이먼 형이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을 멈추게 한다. 아빠가 있을 때는 무서워서 말도 못하고 눈치만 보던 사이먼이 아프고 나서는 엄마도 무시하고 외할아버지나 외삼촌 말도 듣지 않고 제 맘대로 하고 있다. 그나마 아빠가 빨리 일어나야 형이 맘대로 못해.’
앤더슨은 사이먼이 집안의 대장처럼 큰소리를 치는 것을 가만히 두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크라인이 빨리 일어나야 했고 마나를 주입하는 것이 크라인이 빨리 일어나는 일이기에 그나마 시킨 대로 제대로 하고 있었다.
사이먼이 앤더슨을 닦달하는 것은 단지 앤더슨만 닦달하는 것이 아니라 집안의 사람들에게 언제든지 무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앤더슨을 통해 자신이 만만치 않은 존재라는 것을 외가의 식구들에게 알리고 있었다. 그것을 아는지 외가의 식구들은 평상시와 달라진 것이 없었다.
케인스에게 마법을 가르치는 것은 스타니엘 자작이지만 실질적으로 세세하게 지도하는 것은 갤러스 총관과 갤러스 총관을 거드는 이안이라는 집사였다. 둘 다 스타니엘 자작에게 오랜 시간동안 마법을 배운 3서클의 마법사로 마법에 입문하는 케인스를 지도할 능력은 충분했다.
케인스는 마법에 소질이 있는지 벌써 마나를 축적할 수준이 되어 있었다. 그대로 시간이 지나면 몇 달 안에 무난하게 마나 서클을 만들 수 있어 보였다. 서두르는 것보다 기초를 탄탄히 아는 것이 나중을 위해서도 좋기에 계속 열심히 마법공부를 하라고 격려를 해주었다.
케인스의 마법교육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살핀 스타니엘 자작은 다시 자신의 마법수련실에 들어갔다. 그가 영지에 내려오기로 결정한 후에 가장 신경을 쓴 것이 영주관에 마법수련실을 만드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