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94
전쟁 준비 (3)
회의가 끝나자 사이먼은 부대 이동을 위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이곳 주둔지는 임시 주둔지이기에 언제라도 옮길 수 있도록 대부분 천막으로 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막사를 철거하고 군수품을 포장하면 이동준비는 끝이었다. 단지 군수물자가 많기에 그것을 이동하기 위한 마차가 꽤나 많았다. 그런 작업을 지켜보고 있는데 다섯 명의 귀족들이 다가왔다. 그들이 다가올 때부터 이미 알고 있었던 사이먼은 그 중에 가장 가운데 있는 인물에게 인사를 했다.
“인사를 드리도록 하게. 모두 근위기사단에 계셨던 분들이네.”
아르고스 백작이 주변에 있는 네 명의 검사들을 소개하면서 인사를 권했다.
“사이먼이라고 합니다.”
사이먼은 그들에게 작위가 의미 없기에 그저 이름만 말을 한 후에 인사를 했다.
“이거 막 막사를 철거한 상황이라 제대로 이야기를 나눌 공간이 없습니다. 여기에 일단 앉으시지요.”
사이먼은 자신의 자리로 사용하기 위해 임시로 만들어놓은 곳을 가리키면서 일단 자리를 권했다. 몇 개의 상자에 방석을 놓아 그저 엉덩이만 붙일 수 있도록 해놓은 상황이었다. 사이먼이나 기사들이 간단한 회의를 할 때 앉도록 한 것이다.
사이먼이 인사를 하자 그들이 소개를 했다. 넷 중에 단 한사람만이 온전한 마스터이고 셋은 반쪽짜리였다. 왕실에 넷이나 마스터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전부 합해도 이길 수 없다고 아르고스가 말하더니 사실인 것 같군. 저쪽은 걱정할 것이 없다고 했는데 이거 바꿔야 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군.”
온전한 마스터인 데인 자작이 그렇게 말을 했다. 그도 사이먼의 실력 일부를 느낀 것 같았다. 아르고스 백작과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그들 나이가 다들 80이 넘었다는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근위기사단에서 은퇴한지 무려 30년이 지났고 아르고스 백작보다 최소 5년 이상 선배였다.
“우리야 70이 넘어서 마스터가 된 사람들이네. 그러니 이제 더 이상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네. 그러나 자네는 나이가 젊으니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경지를 바라볼 것이니 그것이 부럽네.”
데인 자작의 푸념에 사이먼은 그저 미소만 지었다. 노인들 앞에서 달리 말을 하기가 곤란했기 때문이다. 겸양을 부리건 잘난 체를 하건 다 적절치가 못했다.
“그보다 우리가 앞으로 검을 계속 수련하는데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데인 자작이 사이먼에게 조언을 구했다. 아마도 그들은 자신들이 맞닥뜨린 벽을 넘을 방도가 없는지 찾으려는 것 같았다. 특히 아직 반쪽에 머물고 있는 세 사람이 절실한 것 같았다.
“각기 필요한 것은 다르겠지만 생각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보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다보면 달라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이먼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서 그렇게 언급했다. 특히나 노인들이기에 그런 면이 부족해 보였다. 사이먼의 말에 그들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거렸다. 사이먼의 조언으로 그들이 뭔가 성취를 얻고 못하고는 그들의 몫이었다.
그들도 굳이 뭔가 꼭 얻기보다 요행을 바라고 뭔가 도움이 되는 말을 들을까 생각한 것이니 그 이후는 각자의 몫이었다.
사이먼은 부대를 이끌고 파딘 계곡으로 이동을 했다. 로크 왕국에서 국경을 넘기 전에 사전에 당도하여 진지를 구축하려면 서둘러야 했다.
“제기랄, 두 부대가 같이 주둔하니 비교가 될 수밖에 없군.”
풀락 자작은 부대 내에 자신에 대한 평판이 그리 좋지 못하자 화를 벌컥 냈다. 경비대장이나 간부로서 받는 급여가 그리 넉넉하지 못해 그가 판단하기에 적당한 수준에서 부대 운영자금을 일부 간부들과 나눠 갖느라 병사들의 부식과 소모품 몇 가지를 줄였는데 그것이 드러나고 만 것이다.
신규 부대는 그런 행위 자체를 엄금하는 통에 규정대로 배급이 되고 있었다. 병사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이 그런 것이기에 그 부분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니 기분이 좋지가 않았다.
“제기랄, 제 놈은 마스터라서 왕실에서 별도의 돈을 받으니 부대 운영자금에 손을 댈 이유가 없다는 것인가?”
풀락 자작은 지휘권마저 사이먼에게 주어져 기분이 좋지 못한데 그런 일이 터지자 사이먼에 대한 감정이 극도로 나빠졌다. 그러나 자칫 함부로 언급을 했다가 더 좋지 않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에 내부적으로 신규부대이기에 운영자금이 풍족하게 배부되어 그렇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넘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보름 정도 지난 후에 진지구축이 완료된 다음에 진행된 두 부대의 훈련에서 두 부대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뭐야? 저들은 무슨 무기가 창에, 방패에, 활까지 주어져 있는 거야? 거기다 대검까지 주어졌다니 완전 할 말이 없군.”
사이먼의 부하들은 창을 들고 등에 방패를 매고 활과 화살까지 무장한 상태로 집결을 하여 훈련을 받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려니 힘이 들겠지만 그렇게 무기가 잘 갖춘 상황에서 싸우는 것이 어쨌든 생존확률이 높았다.
그 훈련 자체가 실전을 가정하여 진행이 되고 있었다. 보통 1개 백인대 단위로 무리를 지어서 다른 백인대와 실전을 방불케 하는 모의전투를 치렀다.
아울러 새로 이끌고 온 용병대의 경우에는 사이먼이 직접 선두에 서서 기동훈련을 하고 있었다. 군마만 없지 그 움직임 자체가 기사단이 움직이는 것보다도 더 기민한 것 같았다. 그런 훈련을 하는데도 아무런 불만을 보이지 않고 다들 집중하여 움직이는 것이 신기했다.
“제기랄, 저게 어떻게 가능한 거야? 고작 6개월도 되지 않은 병사들이 어떻게 저런 움직임이 가능하지? 병사들이 저렇게 움직이면 배가 고파서 쓰러질 것인데 얼마나 먹이는 것이지?”
풀락 자작은 자신의 경비대를 보면서 화를 냈다. 자신이 거느리는 병사들은 그저 자리만 채우고 있다 보니 움직임이 느리기 짝이 없고 복장이나 행동도 엉망이었다. 신병보다도 오합지졸인 상황이니 짜증이 났다.
“너희들이 전쟁터에서 기댈 것은 오직 너희들의 실력과 옆에 있는 동료들뿐이다. 궁극적으로 너희들 모두의 실력이 같이 높아져야 생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니 동료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면 스스로 좀 더 강해져라.”
멀리서 훈련을 지휘하는 백인장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풀락 자작은 그 백인장이 기사 출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 휘하에 있는 흐리멍덩한 백인장들과 확연히 대비가 되는 것을 보자 화를 낼 힘도 없었다.
“제기랄.”
풀락 자작은 사이먼의 병영 옆에서 진행되는 훈련을 보다가 더 이상 화도 내지 못하고 스스로 욕을 하고 말았다. 500명에 달하는 검을 든 병사들이 검술을 수련하고 있었다. 50명 단위로 10개 부대가 있는데 그 중에 여섯 개 부대가 전원 마나유저로 구성이 되어 있었다.
그도 엑스퍼트 상급의 기사이기에 그것을 모를 수가 없었다. 휘하에 마나유저를 300명이나 양성을 하고 있었다. 짧은 시간에 그런 수준을 만든 것을 보면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나머지 200여 명도 오래지 않아 마나 유저가 될 것으로 보였다. 더구나 각 부대는 각기 다른 형태의 검을 사용하고 있는데 세 가지 종류였고 검술마저 달랐다.
‘미친, 저 정도 수준이라면 중급, 아니 상급의 검술이다.’
간단한 실전검술이지만 군더더기가 없었다. 복잡한 다른 검술과 달리 간단해 보이지만 그 효용성은 간단해 보이지가 않았다. 병사들에게 그런 고급 검술을 전수해주는 것에 어이가 없었지만 그것도 부대장의 재량에 해당되는 일이니 그런 일로 딴죽을 걸 수도 없었다.
또한 별도의 정찰부대마저 운용을 하는 것을 알게 되면서 보이지 않는 패배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도 엑스퍼트 상급이기에 그 사실을 바로 알 수가 있었다.
조금만 깊이 생각하여 계획을 세운다면 어느 정도 실행이 가능한 일들이었다. 그런데도 귀찮다고, 또는 기사들과 차별을 두기 위해서 하지 않은 일이었다.
풀락 자작은 사이먼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기에 그가 행하는 모든 것이 못마땅했고 그로 인해 자신이 뭔가 보이지 않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프리타 용병대의 마지막 대장이던 레온은 용병길드에서 발표한 것을 보면서 어떻게 할지 고민이 되었다. 몇 가지 조건이 그를 혹하게 만들었다.
로크 왕국으로 도망친 용병을 응징하기 위한 토벌대를 구성하여 로크 왕국과의 전쟁에 참전을 하는데 일반 용병들이 의뢰하는 수준의 의뢰대금 정도를 주면서 용병들을 모집했다.
사실 이런 조건으로 전쟁용병을, 그것도 고위 용병을 모집하면 참가할 사람이 별로 없겠지만 부가 조건이 나름대로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첫째가 징계를 받은 용병의 구제책이었다. 모든 용병의 징계사실을 삭제시켜주었고 심지어는 제명을 당한 자들, 제적을 당한 자들까지 신분을 복구시켜주었다.
다음으로 용병활동을 하면서 받은 각종 징벌에 대한 사면이었다. 물론 전쟁이 끝난 후에 전공을 심사하여 군부에 건의를 한다는 내용이지만 사전에 협의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실력이 좋으면 기간에 따른 승급절차와 무관하게 등급을 조정해 주었다. 징계를 받아 용병을 그만둔 경우 실력 보다 등급이 낮은데 한방에 등급이 오르게 되니 놀라운 일이었다. 실력만 있다면 당일에 등록해도 심사를 받아 최고 등급인 A급 용병이 될 수도 있었다.
또한 전공에 따른 포상으로 작위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일반적으로 전쟁에 참여하면 그런 조건을 내걸지만 상당히 가능성이 있어보였다.
그렇기에 용병길드의 본부를 방문하여 길드마스터인 칼라고사를 만나서 면담을 하고 참여를 하기로 했다. 물론 그들의 이력이 있기에 몇 번이나 배신하지 않는다는 다짐을 하고 나서야 해산을 당한 삼대 용병대에 속한 자들의 참여가 허락되었다.
수많은 용병들이 참여하여 1600명을 모집하려고 했던 길드의 계획은 목표를 넘겨 20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하게 되었다. 그들은 사비올라에서 이동을 하면서 점차 숫자가 늘어났다.
“뭐라고? 우리가 사이먼의 휘하에 배속이 되었다고?”
오렐리어스 백작의 휘하에 배속이 되어 오시러스 주로 이동을 했는데 그곳에 당도하자 그들의 소속이 변경이 되었다. 오렐리어스 백작 직속에서 그곳에 경비대장으로 있는 사이먼의 휘하에 배속이 된 것이다.
“사이먼이라면 크라인의 아들이 아닌가?”
레온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마스터가 된 원수의 아들이 상관이라니 겁이 덜컥 났다. 원한을 잊지 않고 보복을 하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직접 손을 쓰지 않더라도 전쟁터에서 그에게 보복할 방법은 무한했다.
“그렇습니다. 얼마 전에 그도 역시 경비대장으로 임명이 되어 이곳 오스로스에 주둔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우리는 그의 휘하에 배속이 되어 전쟁기간동안 지휘를 받는다고 합니다.”
제럴드의 말에 레온은 도망을 치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그렇다고 도망을 치면 군법에 의해서 즉결처분을 받게 되니 그럴 수도 없었다. 가족들이 사실상 인질로 잡혀 있는 상황이니 함부로 움직일 수도 없었다.
“특급용병과 A급 용병은 모두 집결을 하라고 합니다.”
특급과 A급 용병을 합쳐 그 숫자가 무려 120명이 넘었다. 용병의 세계는 등급에 따라 움직이니 당연히 특급과 A급 용병을 통제하면 그 아래의 등급은 저절로 통제가 되었다.
그들이 주둔지 중앙에 마련된 거대한 막사에 당도하자 다른 용병들도 어슬렁거리면서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커다란 천막 두 개가 이어져 있었다. 대략 200명 이상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어 다 들어와도 절반에 가까운 자리가 남아 있었다.
상급 기사로 보이는 자가 들어와서 명단을 보면서 호명을 했다. 인원을 체크하고 난 다음에 밖으로 나가더니 부대장인 사이먼 자작의 등장을 말하면서 모두를 기립시켰다.
레온은 앞도 끝도 아닌 중간에 앉아서 다른 사람이 하는 대로 같이 움직였다. 사이먼이 등장을 하면서 강한 기세를 내뿜었고 그런 기세에 모든 용병들은 오거 앞에 선 고블린처럼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특급용병인 레온도 사이먼의 기세에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고 그저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마스터, 그것도 온전한 마스터가 어떤 존재인지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모두 자리에 앉도록 하시오.”
사이먼의 말에 그저 무의식중에 자리에 앉았다. 그들이 자리에 앉자 사이먼은 기세를 거두었고 그때에야 다들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나는 전쟁에서 준비와 정찰과 경계만 잘 한다면 무모한 희생은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철저히 준비하고 주어진 임무에 따라 정찰과 경계를 철저히 한다면 큰 희생이 없을 것입니다.
아울러 나는 쓸데없는 통제는 지양할 것이지만 필요한 것은 반드시 수행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항상 몬스터가 우글거리는 곳에서 노숙을 한다는 생각으로 주어진 일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사이먼은 그렇게 말하고 용병들을 쓱 둘러보았다. 그 중에 몇 명과 시선을 마주쳤다. 그들은 엑스퍼트 상급 이상의 수준인 특급용병으로 그 자리에 12명이 있었다.
그들 중에 한 명인 레온은 사이먼과 시선이 마주치자 마치 온 몸을 뱀이 휘감은 것 같은 공포가 밀려왔다. 다른 사람과 달리 시선을 맞춘 시간이 몇 배나 더 되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