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95
전쟁 준비 (4)
“한 사람의 잘못으로 동료가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모쪼록 혼자가 아닌 전체를 위해 최선을 다해 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아울러 모든 일정은 여기 있는 크리온 기사님을 통해 통지할 것이니 그렇게 아시기 바랍니다. 크리온 기사님은 두 가지 조직으로 개편을 마무리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이먼이 그런 지시를 하고 나가자 곧 이어서 조직개편안이 발표가 되었다.
첫 번째는 간단했다. 등급별로 묶어서 각기 대장을 선발했다. 특급, A급, B급, C급으로 나누고 대장은 용병길드의 입김이 반영된 자들이 선정되었다. 그들이 오기 전에 철저히 새롭게 심사를 하여 등급을 부여했기에 오차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두 번째 조직은 조금 차이가 있었다. 바로 200명씩 전력이 고르게 배치하여 총 10개의 중대 조직으로 만들었다. 다시 중대를 10개의 분대로 편성을 하였다.
평상시에는 바로 두 번째 조직으로 운영을 하다가 필요한 경우에 첫 번째 조직으로 변화를 주었다. 그런 조직을 만드는데 하루의 시간이 꼬박 소요가 되었다.
그런 다음에 두 번째 조직으로 개편이 되어서 배치가 되었고 긴급한 경우에 필요에 의해 첫 번째 조직으로 변화를 주는 훈련을 하였다.
보통 높은 등급이 빠지는 것이 보통이었다. 특급이 빠지고 A급이 빠져나가는 것이 보통이었다. 이럴 경우 B급 용병이 남은 자들을 지휘할 수 있도록 지휘체계를 마련했고 B급마저 차출이 되어 나가면 C급이 역시 지휘체계를 구축하도록 했다.
이런 작업이 왜 필요한지 의아했지만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했다. 그것이 용병이었다. 그리고 더욱 의아한 것은 차출된 고위급 용병에게 주어진 임무가 대부분 정찰이라는 것에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정찰을 하게 되자 하급 용병을 시켜 정찰을 하는 것보다 훨씬 그 소득이 많았다.
지휘자들이랄 수 있는 고위급 용병이 직접 주변을 정찰하게 되니 항상 지휘를 할 때 정보가 부족하지 않았다. 또한 그들이 획득할 수 있는 정보는 하급이 획득할 수 있는 정보에 비해서 훨씬 질이 높았다.
‘머리가 좋은 것인가? 철저하게 부려먹는군. 내가 용병대장을 할 때 이런 것을 잘 알았다면 훨씬 효율적으로 운영했을 것인데. 아주 딴 생각을 못하도록 철저하게 쥐어짜는구나.’
레온도 그 경력을 인정받아서 첫 번째의 조직에서 A급 용병의 대장을 맡았다. 두 번째의 조직에서도 역시 열 명의 대장 중에 하나의 대장이 되었다.
사이먼의 지시는 기사인 크리온에 의해서 내려왔다. 그에게서 명령서가 전달이 되었고 그러면 그 지시에 따라야 했다.
용병들은 구두지시에 익숙했는데 그렇게 문서로 지시를 내리자 대충 적당히 할 수가 없었다. 임무를 수행하고 난 다음에 보고서까지 작성하여 보내야 했다.
다행히 중대마다 문서관리관을 하나씩 선임하여 명령서를 관리하고 업무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했지만 보고 전에 반드시 명령을 받은 자가 읽어보고 서명을 하도록 했다.
그러니 허튼 짓을 하는 것이 불가능했고 나중에 명령서와 보고서를 대조하여 수행여부를 평가하고 의뢰 평가에도 반영을 한다고 하니 진땀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레온은 사이먼이 원한에 대해서 내색을 하지 않고 어떠한 불이익을 주지 않아 다소나마 안심을 하면서도 영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해코지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사이먼은 전략지원관이란 직책에 기사를 한 명 임명했다. 그간 기사들에게 일을 시키다보니 다양한 능력을 가진 자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들을 부대의 핵심으로 하나둘 등용을 했다. 그 중에 레스비라는 기사는 계획을 세우고 서류를 작성하는데 상당한 능력이 보였다. 그에게 이런저런 계획을 세워보라고 지시를 했고 그때마다 기대를 충족시켰다.
그에게 글을 읽을 줄 아는 머리 좋은 병사 20명을 선발하게 한 후에 전략지원관으로 임명하고 병사 20명으로 부대지휘를 위한 서류작업을 지시했다.
그를 전략지원관으로 임명한 덕분에 부대지휘가 훨씬 편해졌다. 훈련이 계획에 따라 진행되고 그 성과가 제대로 나오는지 평가하는 작업까지 가능했다.
그런 상황에서 오렐리어스 백작에게 용병에 대한 지휘까지 위임받게 되면서 사이먼은 전략지원관인 레스비의 도움을 톡톡히 받게 되었다.
용병들은 아무리 무식하다고 해도 대부분 글을 읽을 줄 알았다. 그렇지 못하면 의뢰 계약을 하면서 엄청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기에 글을 배우기 마련이었다.
사이먼은 말로 명령을 내리기보다 문서로 명령을 내렸다. 그것을 위해 각 중대별로 문서관리관을 임명하고 명령서를 보관하도록 했고 명령에 따른 결과보고를 서류로 하도록 했다.
사이먼은 용병이 합류하자 전략지원관 휘하에 10명의 문서병을 더 배치하여 일이 많아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했다. 사실 전략지원관의 업무의 절반은 용병들에게 지시할 명령서를 작성하고 그 보고서를 취합하여 종합적인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 되었다.
“레온이란 자는 어떤가?”
사이먼은 레온이 휘하에 배속된 용병들 사이에 있는 것을 알게 되자 혹시라도 불상사가 발생할 수가 있기에 철저히 감시하도록 했다.
마음 같아서는 아버지를 죽이려고 했던 자이니 어떻게든 앙갚음을 하고 싶기도 했지만 사심을 버리고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했다. 개인적인 감정을 표출하는 것은 그의 위치에서 자제해야 할 일이었다.
아울러 중대별로 나누어 배치를 한 것도 그런 자들이 많이 있기에 같은 무리가 뭉치지 못하게 흐트러뜨려놓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크게 문제가 없이 시키는 대로 임무를 수행 중에 있습니다. 심복이던 제랄드라는 자와 만나기는 하지만 특별한 일을 꾸미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혹시라도 적과 내통을 할 수도 있으니 항상 주의를 하도록 하십시오. 만일에 내부에서 배신자가 발생하면 자중지란이 발생해 지리멸렬해질 수가 있습니다. 그런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으니 항상 주의해야 합니다.”
용병담당관인 크리온과 전략지원관인 레스비가 사실상 용병의 관리를 전담하고 있었다. 물론 그 사이에 그의 부관인 넬론이 참여하기도 했지만 주로 그 둘이 전담했다.
“풀락 자작의 진영은 어떤가요?”
전략지원관은 현재 정찰팀의 정찰도 관여를 하고 있었고 아군이지만 그들의 동태도 주시하고 있었다.
“역시 그들이 맡은 구역에서 작전을 수행 중에 있지만 한두 가지 내부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무슨 문제인가?”
사이먼은 직접 돌아보았기에 이미 다 알면서도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래야 제대로 아는지 확인지 가능했다. 자신만 알고 있다면 그것도 문제이기 때문이다.
“일단 보급문제에 병사들이 불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전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우리 부대와 비교가 되면서 그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구타문제나 가혹행위가 빈번한 것도 문제입니다. 이것도 우리 부대가 오면서 표면화가 되는 것 같습니다.”
사이먼은 풀락 자작의 부대 운영을 보면서 지휘권을 내주지 않은 것이 천만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만일에 그가 지휘를 했다면 엄청나게 피곤했을 것 같았다.
풀락 자작은 부대에 있는 150여 명의 기사 중에 100여 명을 기사단으로 만들고 병사들의 통제는 백인장을 따로 두어서 관리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백인장들이 완전히 부대장인 풀락 자작의 수족이 되어 있었다.
기사들은 부대 운영에 관여할 여지가 거의 없이 기사단에 갇혀 있었다. 이렇게 해놓고 부식비와 군수물자를 중간에서 착복하고 있었다.
기사들은 중앙에서 임명하기에 부대 지휘관이 함부로 인사권을 휘두를 수가 없지만 병사출신의 백인장은 언제라도 말단 병사로 강등이 가능하기에 부대장인 풀락 자작이 시키는 것이라면 다 따를 수밖에 없었다.
기사는 병사들을 종처럼 부리기도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도 정도가 있었다. 괜히 자신의 경력에 흠집이 날 일을 자제하기도 했다. 병사들 사이에 구타가 존재하지만 기사들은 최소한 죽거나 할 정도로 사고가 나는 것은 예방을 했다.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단속을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백인장들과 십인장들은 같은 병사출신이다 보니 견제 장치가 없어 구조적으로 폭력이 고착화되어 있었다. 이런 것이 두 부대가 같이 주둔하면서 비교가 되니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풀락 자작님이 기사단 운영을 계속 말하는데 어떻게 합니까?”
“플랜 B를 발동하여 100명의 기사단 훈련을 합동으로 하자고 하십시오. 대신에 기사단 훈련은 정규기사단 훈련을 그대로 적용하여 진행하도록 하십시오.”
풀락 자작은 기사들 대신에 일선 지휘관을 백인장으로 두라면서 기사단 합동훈련을 제안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전략지원관 넬론이 복명을 했고 그런 지시는 바로 시행이 되었다.
사이먼은 기사단을 소집하였다. 이미 기사단 소집에 대비한 지휘체계를 마련해 놓은 상황이니 기사단을 소집해도 문제가 없었다. 풀락 자작의 심보가 훤히 보이기에 사이먼은 직접 기사들을 이끌고 훈련에 같이 참석을 했다.
기사단 훈련에 참석한 풀락 자작 휘하의 기사들은 사이먼이 기사단 훈련을 직접 진두지휘하여 정규훈련을 시행하자 고작 한 시간 만에 퍼지고 말았다.
그들 대부분은 기사단에서 적당히 검술만 몇 번 전개하고 하루 내내 빈둥거리는 상황이었다. 그런 자들이니 중앙의 정규 기사훈련을 시행하니 기사나 말이나 버틸 수가 없는 것이다.
“기사들이나 말이나 같이 훈련할 상황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같이 훈련을 하는 것은 무의미한 것 같습니다.”
사이먼은 풀락 자작이 어슬렁거리면서 훈련 상황을 본다고 나타나자 그렇게 말을 했다. 사이먼의 부대에 속한 기사는 하루 종일 쉴 틈이 없이 근무를 하고 저녁이면 같이 모여서 강한 훈련을 하고 있기에 정규 훈련을 해도 끄떡없었다. 몇 번 훈련을 했어도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고 꼿꼿했다.
풀락 자작은 기사단 훈련에 사이먼이 직접 참여한 것을 보자 화들짝 놀란 표정이 되었다. 그러다가 자신의 부대 기사들과 말의 상태를 보자 얼굴이 시뻘겋게 변하고 말았다. 분명 같은 훈련을 받았을 것인데 두 무리의 상태는 극과 극이었다.
“쇄도, 선회를 고작 10번 정도 하니 말이 저 상태가 되었으니 더 이상 훈련이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기사단은 횡으로 세워진 통나무 세 줄 사이를 전력으로 통과하면서 칼질을 하거나 창으로 찌르는 훈련을 했다. 그런 다음 다시 개활지에서 선회를 하여 재차 행렬을 정비하고 쇄도 공격을 했다. 이것을 행렬을 지어서 반복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보통 정규 기사훈련이었다. 참여하는 기사의 숫자가 증가할수록 그 난이도는 점차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풀락 자작은 적당히 기사단이 모여서 친선을 도모하고 노닥거릴 것으로 생각하여 그런 훈련을 제안했는데 난데없이 사이먼이 나타나서 훈련을 하니 허를 찔린 기분이 들었다.
“앞으로 3일을 줄 것입니다. 그 때에도 오늘과 같이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기사단장인 헤슨 남작과 경비대장인 풀락 자작님께서 각별히 관심을 보여 만전을 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잠시 시간을 두고 기사들을 살피던 사이먼은 한 마디를 첨언했다.
“아울러 경비대 복무규정을 보면 경비대 본부에서 보직을 가진 기사를 제외하고 기사들은 직급에 따라 자신이 지휘하는 천인대나 백인대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휘하 부대의 사정이 어떤지도 모르고 기사단에서 하루 종일 있는 것은 직무유기일 것입니다. 그 점도 유의하여 자신이 맡은 부대의 관리를 철저히 해주었으면 합니다. 곧 있으면 전투가 벌어질 것인데 그에 대한 대비가 필요할 것입니다.”
아무리 별도의 천인대장, 백인대장이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기사가 백인대장을 맡고 있었다. 실제 백인대장은 부백인장으로 이름이 올라 있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것을 알기에 사이먼은 슬쩍 한 마디를 하여 그들의 행태를 지적한 것이다.
이번 전투의 총지휘관이 사이먼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그들을 평가하는 것이 사이먼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그들도 마음이 급해졌다. 나중에 전투에서 자신이 책임진 부대가 전멸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그 책임을 자신이 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사이먼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그렇게 하겠다는 말이었다. 아울러 풀락 자작이 모든 병사를 관리하는 체계가 맘에 들지 않으니 개선하라는 경고이기도 했다.
같은 자작급 지휘관이지만 풀락 자작과 사이먼은 격이 달랐다. 풀락 자작이야 나이가 50이 넘어 언제 물러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반면에 사이먼은 여러 마스터를 상대해도 승리할 수 있는 마스터로 오래지 않아 백작으로 승작을 예약해 놓은 왕국의 떠오르는 신성이었다.
그러니 기사들이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결국 그날부터 풀락 자작은 휘하 기사들에게 변명을 하느라 머리를 감싸 쥘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관심을 보이지 않던 기사들이 자신이 백인장으로 있는 백인대를 불시에 점검하니 문제가 수두룩하게 튀어나왔고 그간 백인장을 맡은 자들은 그런 문제에 대해 경비대장의 지시사항이라는 말로 넘어가려고 했다.
그러니 기사들은 발견된 사항을 들고 백인대장을 동행하여 경비대장을 찾아가서 대질심문이 벌어지니 백인대장은 얼버무릴 수밖에 없고 경비대장인 풀락 자작은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 잡아떼다보니 누구의 말이 맞는지 판단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대질을 하러 온 기사가 하나둘이 아니니 결국 경비대장이 지시한 사실을 저절로 알 수 있었다. 모든 백인대장이 다 똑같은 말을 하는 것은 경비대장이 지시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한바탕 난리가 벌어지고 나자 풀락 자작은 어이가 없었다. 그간 기사들을 배제하고 보급품을 빼돌린 것이 다 드러나게 되었으니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어떻게든 수습이야 되겠지만 그렇게 하려니 만만치 않은 자금이 필요했고 그동안 착복했던 것들을 상당부분 토해내야 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