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97
개전 (2)
전에 대결을 할 때는 사이먼이 그랜드 마스터 초입이고 일반인을 방패막이로 이용하였기에 피할 수가 있었지만 지금은 전쟁터라 그런 것도 불가능했다. 병사나 기사가 앞을 가로막는 경우 사정을 봐주지 않고 공격을 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해야 했고 진중에 있는 기사와 정에 병사 1000명이 선발되어 선봉에 섰다. 그 정도 기사를 동원하니 부대를 지휘하는 자 중에 기사는 거의 남지가 않았다. 아울러 그 뒤를 병사들이 따르기로 했다. 물론 사다리를 들고 가서 방벽에 걸칠 병사 삼천 명이 가장 먼저 앞장을 섰다.
“공격하라.”
진형을 갖추자 사령관인 파멜 백작이 진군을 외쳤고 최후의 결전을 하는 각오로 진격해 갔다. 병사들이 들고 간 사다리가 방벽에 걸쳐졌다. 그렇게 되자 대기하고 있던 기사들이 앞으로 나서서 돌진했고 방벽 아래에 이르러서 사다리를 올라갔다.
사다리를 들고 요새를 향해 진격했던 병사들의 절반 이상이 바닥에 나뒹굴었고 총 200개의 사다리 중에 고작 50개 정도만이 요새의 방벽에 걸쳐지게 되었다. 그 정도밖에 성공하지 못할 것을 이미 고려하여 그런 숫자를 내보낸 것이었고 기사들은 걸쳐진 사다리에 올라서서 요새의 방벽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위에서 화살이 쏟아졌지만 기사들은 그것을 쳐내면서 진격을 했다. 일부 기사는 사다리 없이 경사진 방벽을 직접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요새의 방벽은 토벽으로 경사가 있지만 아예 발을 디디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기사들은 사다리가 없이도 올라가는 자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런 진격도 방벽위에 지키는 자들이 역시 기사와 용병들이기에 방벽을 점령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힘겹게 올라간 자들은 위에서 기다리는 자들의 일격을 버티지 못하고 바닥으로 구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재수가 없는 경우에는 치명상을 입기도 했지만 크게 부상을 당하지 않은 덕분에 일어나서 재차 방벽위로 돌진을 했다.
사이먼은 정해진 곳에서 기사들과 병사들이 방어를 하도록 지시를 내린 후에 용병 300명을 이끌고 방벽 아래로 내려갔다.
“공격하라.”
사이먼은 적의 기사가 압도적으로 많지만 소수 정예로 전투를 치루기 시작했다. 그런 작전을 세우자 풀락 자작이 무모하다고 반대를 했지만 사이먼이 관철을 시켰다. 사이먼이 선두에 서서 기사들이 모인 곳으로 돌진해 갔다.
사이먼은 그들 사이에 있는 마스터나 강한 기사를 제거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사이먼은 공격을 하다가 반쪽짜리기는 하지만 마스터가 발견되자 순간적으로 공간의 검을 전개했다. 블링크를 하듯이 사이먼의 몸이 사라졌고 어느새 마스터의 주변에 당도하여 검을 내리치고 있었다.
순간 사이먼을 발견한 로크 왕국의 마스터 로카스터 자작은 피하려고 했지만 이미 사이먼의 검이 그의 몸을 양단하고 있었다. 다시 한 번 사이먼은 주변에 있는 기사들을 도륙하듯이 공격하고 재차 기감을 확장하였고 그의 눈이 빛나는 순간 다시 한 번 동체가 사라졌다.
50여m 떨어진 곳에 사이먼이 나타났다. 로크 왕국의 온전한 마스터인 스탄튼 백작은 옆에서 싸우던 로카스터 자작이 순식간에 당하자 잔뜩 사이먼을 경계하고 있었다.
반쪽짜리 마스터이지만 너무나 쉽게 사이먼에게 당하자 언제 자신이 공격당할지 몰라 마나를 끌어올려 영역을 확장시키면서 준비를 했다. 그렇기에 사이먼이 나타나서 공격하자 어렵게나마 방어에 성공했다.
그러나 사이먼이 작정을 하고 공격을 하자 곧 죽을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그 주변으로 순식간에 네 명의 마스터가 나타났다. 그들은 나타나자마자 일제히 죽기 살기로 사이먼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미친, 죽다 살아난 자들이 오히려 더 강해졌다니.’
용병대전을 할 때 반쪽짜리 마스터인 앨런과 마그린이 둘 다 온전한 마스터가 되어 있었다. 사이먼에게 당해 죽을 고비를 넘긴 것이 오히려 깨달음을 얻는 계기가 된 것 같았다.
그들이 반쪽이 아닌 온전한 마스터가 되었으니 예상한 것보다 그들의 전력이 급상승한 상황이라 사이먼도 약간 당황스러웠다. 그들이 그런 수준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총 다섯 명의 온전한 마스터가 공격을 하니 처음에는 사이먼도 정신이 없었다. 공간의 검을 완전히 터득하지 못했다면 그들의 공격을 감당하지 못했을 것 같았다.
그들이 요새 밖의 전장의 중간에서 싸우는 탓에 요새를 공격하던 로크 왕국의 군사들만 죽어나고 있었다. 그 사이에 죽거나 부상을 당해 바닥을 뒹구는 기사와 병사만 무려 백여 명이 넘고 있었다.
더 중요한 문제는 후속 공격을 하러 병사들이 나아가야 하는데 전투가 벌어지니 앞으로 갈 수가 없어 방벽 근처와 본진의 연결이 끊어져 그들이 고립이 된 것이다.
그런 상황을 보다 못한 파멜 백작이 결국 기사들과 병사들을 뒤로 물릴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물러나자 용병들도 뒤로 물러나 방벽위로 철수했다.
그런 일이 진행되는 사이에 전장은 총 여섯 명의 마스터가 벌이는 마스터 대전으로 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사이먼은 자신보다 한 단계 경지가 낮지만 온전한 마스터 다섯을 상대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한 번에 다섯을 상대로 공간의 검을 전개하는 것이니 그 난이도가 엄청나게 높았다. 넷 정도까지는 쉽게 상대가 가능할 것 같은데 다섯이 되니 그의 역량으로 감당하기 버거웠다. 그 하나 차이가 사실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었다.
몇 번이나 위기에 처하기도 했고 상대를 하는 자들도 역시 그런 위기를 겪었지만 다섯이 서로 위기에 처하면 강하게 공격을 하여 구명을 해주었다.
사이먼은 처음에는 정신이 없었지만 싸우면서 점점 적응을 해나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다섯이 더 유리한 상황이 많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전세가 뒤집어지기 시작했다. 적응을 하면서 사이먼의 역량이 점점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내 힘이 500이라면 넷에 구십의 힘으로 공격하고 하나에 힘을 집중하여 140의 힘으로 공격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그 하나는 내 공격을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사이먼은 차츰 힘의 분산과 집중을 터득하기 시작했다. 다섯에게 모두 똑 같은 힘으로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도록 적당한 힘을 배분하여 상대를 하기 시작했다.
물론 같은 힘으로 전부 다 공격하면 상대의 수준이 다르기에 한쪽은 압도하고 한쪽은 열세에 처했다. 하지만 넷을 적당한 힘으로 상대를 하고 어느 한 곳에 집중을 할 경우 그 하나를 압도적인 차이로 몰아붙일 수가 있었다.
사이먼의 강한 공격을 당한 자는 너무나 강한 공격에 강한 충격을 받고 튕겨졌고 전열에서 이탈하기도 했다. 계속 한 사람을 공격하거나 상대를 바꿔서 그런 공격을 하니 대상이 된 앨런과 마그린, 가르시아스의 상태가 악화되어 결국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한곳으로 모여.”
프라우스가 소리를 치자 로크 왕국군 방향으로 다섯이 모여들었다. 그들이 한곳에 모이자 사이먼도 선뜻 공격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이 한곳으로 모였다고 해서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더 유리한 면도 있었다. 배후를 공격당할 위험이 사라진 것이니 공격에 집중할 수가 있었다. 그냥 전처럼 다섯 방향으로 생각하고 공격하면 되었다.
사이먼이 순간 사라지면서 그들을 공격하자 신경을 곤두세운 그들이 검을 들어 막았지만 이번에 목표로 삼은 자는 프라우스였다. 사이먼은 싸울수록 숙달이 되자 공간의 검의 수준이 상승을 했고 그러자 공격력이 조금 더 강화가 되었다.
단 한 번의 공격에 프라우스는 뒤로 튕겨져 나갔다. 사이먼은 세 번 연속 프라우스를 공격했고 공격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 프라우스의 상태는 점점 엉망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사이먼은 스탄튼 백작마저 재차 공격을 하였다. 그러나 그마저 무너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다른 자들이 죽기를 각오하고 동귀어진의 수법을 사용하기에 사이먼도 마음대로 공격하기가 쉽지 않았다.
다섯 곳에 사이먼이 존재하지만 어느 한곳에 있는 사이먼이라도 상처를 입으면 사이먼이 당하는 것이기에 결국은 조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전투가 30분 정도 이어지자 다섯 명의 마스터들은 이대로 싸우면 결국 당하는 것은 자신들이라는 것을 아는지 결국 로크 왕국군 진영으로 퇴각을 했다.
사이먼은 이번에는 그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끝까지 공격을 해갔다. 그렇게 공격을 할 때마다 뒷걸음질을 치는 그들은 점차 엉망이 되어갔고 언제 사이먼의 공격에 쓰러질지 모르는 상황이 벌어졌다.
“공격하라.”
사이먼이 다섯 명의 마스터를 몰고 가자 파멜 백작은 기사단을 진격시켜서 사이먼을 공격하게 했다. 기사단이 사이먼을 막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마스터가 숨을 돌릴 여유는 가질 것이기에 진격을 명령한 것이다.
사이먼은 그들이 진격한 통에 결국 다섯 명의 마스터를 놓칠 수밖에 없었고 기사들을 상대로 일방적인 살육을 몇 번 전개하다가 힘이 빠져서 결국 물러나고 말았다.
“공격하라.”
사이먼은 뒤로 물러나면서 총공격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 요새에서 총공격 신호가 오르지 않았다.
결국 사이먼은 자신의 수신호를 기다리는 용병대를 불렀고 그들이 방벽 아래로 내려오자 그들과 같이 진격을 했다. 로크 왕국의 기사단을 향해 재차 공격을 가하자 더 이상 버티지 못한 기사단이 뒤로 물러났다.
사이먼은 어느 정도 추격을 하다가 적당히 피해를 입힌 것 같아 멈추었다. 더 전진할 경우 더 많은 적의 기사를 제거할 수 있지만 자칫 적진에 포위를 당할 수가 있었다. 굳이 그런 위험을 자초하여 희생을 늘릴 필요는 없었다.
물러나는 사이먼은 고작 반쪽짜리 마스터 하나만 제거하고 다섯을 전부 놓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섯 명의 마스터는 죽다가 살아난 기분이었다. 포션을 들이켜서 응급으로 몸을 회복시켰다. 마나 포션을 적당히 흡입한 덕분에 마나고갈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들은 녹초가 되어서 자신들에게 배정된 막사에서 정비를 했다. 몸을 씻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지만 워낙 내상이 커서 제대로 회복이 되지 않고 있었다.
“그자를 상대할 방도가 있습니까?”
파멜 백작은 다섯 명의 마스터를 모은 다음에 물었다. 사실 다섯 명의 마스터가 상대를 했지만 일방적으로 몰리다가 도주한 상황이었다. 끝까지 갔다면 당하는 것은 다섯일 것이 분명했다.
파멜 백작의 질문에 그 자리에 모인 다섯의 마스터들은 말을 하지 않고 서로 얼굴만 보고 있었다. 단 한 번의 격돌이었지만 그들은 자신감을 잃고 말았다. 다시 상대하기가 겁이 났다. 더구나 처음에는 대등한, 오히려 유리했지만 마지막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했으니 달리 방도가 없었다.
“사실 그자를 감당할 자신이 없소이다. 초반에 전력으로 공격하여 그자를 제거했어야 하는데 이런 대전에 적응을 하게 만든 것이 우리의 실책입니다.”
스탄튼 백작이 나머지 넷을 보면서 한탄을 했다. 사이먼이 합공에 적응하기 전에 먼저 처리를 했어야 하는데 그 기회를 놓친 것이 원통했다. 다들 그 사실을 알기에 말은 하지 않아도 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특히 다른 네 명의 마스터의 표정은 세상이 무너진 것 같이 절박해 보였다. 그들이 이역만리 타국으로 도망칠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이 사이먼이었기에 그들로서는 어떻게든 설욕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으니 다시 그런 기회가 올지 몰랐다. 최상급 포션과 마나 포션을 사용한 덕분에 마나고갈 상태에 빠지지는 않았지만 바로 다시 싸우러 나서기에는 내상이 심각했다.
“그자가 선봉에 서서 공격을 해오면 상대할 방도가 없습니다. 이대로 물러나야 합니까?”
파멜 백작도 답답한 생각이 들었다. 사이먼이 그냥 물러나서 그 정도 희생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더 많은 희생을 당했을 것이다. 마스터가 도주하는 순간 적이 요새에서 나와 총공격을 했다면 대패를 하거나 심하면 전멸을 당할 수도 있었다.
사실 마스터 대전에서 패배한 상황이라 군사들의 사기가 너무나 떨어진 로크 왕국군이었다.
“일단 요새에서 20km 정도 후퇴를 합시다. 이대로 있다가는 재차 공격을 당하면 막을 방도가 없습니다.”
그들은 더 이상 버티지를 못하고 뒤로 후퇴를 했다. 혹시라도 추격을 해올지 몰라서 잔뜩 경계를 했지만 쫓아오지 않아 그나마 다행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들이 살아서 돌아가는 것은 이카테리나 왕국군 진영에서 자중지란이 벌어져 그 일을 수습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전멸을 당했을 것이 분명했다.
“풀락 자작, 무슨 생각을 한 것인가?”
사이먼은 너무나도 화가 나서 풀락 자작에게 경어를 사용하지도 않고 으르렁거리듯이 기세를 한껏 끌어올려 다그쳤다. 모처럼 승기를 잡았는데 말을 듣지 않아, 아니 풀락 자작의 방해로 마스터들도 다 놓치고 적도 그냥 놓치고 말았다. 마음 같아서는 묻지도 않고 그냥 목을 치고 싶은 사이먼이었다.
“제 생각에는 너무 성급하게 전투를 치르는 것 같아서 말린 것뿐입니다. 총공격은 너무나 서두른 감이 있습니다.”
풀락 자작은 뭔가 켕기는 것이 있으면서도 뻔뻔하게 변명을 하고 있었다. 그것을 사이먼은 분명하게 느끼고 있었다.
“총 대장은 나다. 내가 판단하기에 총공격의 시기였다. 그렇기에 진격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그것을 막아 대승을 할 기회를 놓치다니 네놈은 무슨 생각을 한 것이냐? 더구나 네놈의 부대도 아닌 내가 지휘하는 부대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