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99
개전 (4)
“이대로 보고가 되면 풀락 자작만이 아닌 가문 전체가 처벌을 받게 됩니다. 최소한 반역죄의 혐의만은 벗어나야 할 것입니다.”
오렐리어스 백작은 다시 한 번 확인을 했다. 그러면서 적과 내통했을 가능성은 없는지 살폈다. 풀락 자작이 오래전부터 적에게 포섭이 되어 결정적인 순간에 이적행위를 했을 수도 있기에 면밀히 주시를 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한순간 이성을 잃은 상태에서 일을 저질렀고 나중에 후회를 했지만 돌이킬 수가 없었습니다.”
오렐리어스 백작은 풀락 자작만이 아닌 그 일에 가담한 측근 기사와 간부들도 같이 취조를 했다. 그들도 풀락 자작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고 사이먼에게 적지 않은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오렐리어스 백작은 사이먼과 풀락 자작이 파딘 계곡에 온 후에 있었던 모든 일에 대하여 조사를 했다. 그런 조사를 하자 풀락 자작 일당들이 그런 행동을 한 이유를 짐작할 만한 일들이 속속 발견이 되었다.
한마디로 말하면 비리로 착복한 돈을 토해낸 것에 불만이 많았고 이번 전쟁에서 적당히 착복할 금액도 막대했는데 그렇게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되니 사이먼을 시기하는 정도가 아니라 증오하고 있었다. 전투 중에 사이먼에게 공격을 가하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조사를 하는 오렐리어스 백작은 풀락 자작이 어떤 심정으로 일을 저질렀는지 짐작이 되었다. 사이먼이야 그저 잘하려고 한 것이지만 풀락 자작의 입장에서는 큰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전형적인 비리 관료들이 행하는 행동 방식이었다. 스스로 버티지 못하고 자멸한 것 같았다.
“어떻게 했으면 하는가?”
오렐리어스 백작은 당사자인 사이먼의 의중이 가장 중요해 보였기에 그의 의견을 물었다.
“지금의 보직에서 해임하고 군문에서 내보냈으면 합니다. 죄를 따지면 그 이상으로 처리해야 할 것이지만 그 정도로 마무리를 짓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른 부대장들을 본다면 그 정도가 적당할 것 같습니다.”
사이먼은 명확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풀락 자작을 압박하여 본심을 말하게 했지만 그 정도로 심한 말을 할 줄은 예상을 못했다. 질투심에 그저 공을 세우는 것을 막는 정도라고 생각했지 그렇게 강한 적의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일단 총사령관인 하일러 백작과 상의를 하도록 하겠네. 그런 작자 때문에 전쟁을 끝낼 절호의 기회를 놓치다니 아쉽기 짝이 없네. 일단 폐하께는 가감 없이 밝혀진 사실을 보고하여 하회를 기다리겠네. 하지만 워낙 중대한 일이라 간단히 끝나지는 않을 것 같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할 것이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크로이엘 교단의 사제가 로크 왕국군에 포함이 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오렐리어스 백작은 그 사실에 크게 기뻐했다. 이것으로 전쟁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었다. 제국과 로크 왕국을 갈라놓을 방도가 보이는 것 같았다.
오렐리어스 백작은 그렇게 말하고 죄인들과 사로잡은 크로이엘 교단의 사제를 인수하여 떠나갔다. 풀락 자작이 맡던 경비대장은 임시로 2인자인 헤슨 남작이 대행하기로 했다.
물론 사로잡은 포로도 다음날 요새 외부에 설치된 포로수용소로 이송이 되었다. 요새 안에 적군을 놓아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왕도 사비올라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두 가지 일이 발생하여 부산하게 움직였다.
풀락 자작과 동조한 기사들의 이적행위에 대한 처리를 맡은 자들은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은지 결정하기 위해 조사를 하고 논의를 했다. 행위 자체가 워낙 중대한 까닭에 가담자들의 가족과 가까운 혈족들에 대하여도 수배를 하여 체포를 했다.
그들이 행한 범죄는 반역죄로 연좌제가 적용이 되는 범죄이기에 가족들마저 처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처벌을 하기 전에 잡아 놓아야 했다.
군부에서는 풀락 자작에 대한 처벌 문제로 시끄러웠다. 워낙 문제가 중대해서 아일라 2세도 쉽게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설마 전쟁 중에 그런 일을 벌이는 자가 발생할 줄은 몰랐기에 어떤 결정을 내리기가 애매했다.
비리 행위를 저지르고 그런 행위를 시정한 것에 앙심을 품은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면서 군부 인사들은 풀락 자작에 대한 구명을 위한 목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 그런 사실마저 밝혀진 상황에서 구명운동을 하다가는 자신들마저 같은 사람으로 취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용서하기에는 너무나 중대한 사안이라 가담자 전원에 대한 참수형이 내려졌고 직계 가족들은 노예로 신분이 바뀌어 노예상들에게 판매가 되고 말았다. 가까운 혈족들은 농노가 되어 직할영지 중에서도 오지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이런 움직임과는 반대로 암중에서 부산하게 움직이는 자들이 있으니 왕의 안식처의 사람들과 신전의 이단심판관들이었다. 그들은 로크 왕국의 크로이엘 교단의 사제가 참전한 것에 대하여 조치를 취하고 있었다.
“그대는 누구인가?”
알 리시온 추기경은 직접 사비올라에 거동하여 포로가 된 로크 왕국의 크로이엘 교단의 사제를 인수하였다. 그 질문에 사제는 말을 하지 않고 침묵을 유지했다.
“제롤드랑 사제라고 들었다. 일반 병사의 복장으로 그대가 전쟁터에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 설명을 해야 할 것이다.”
알 리시온 추기경은 그 사제의 출현으로 기분이 아주 좋았지만 한편으로 그런 일이 발생한 것 자체가 창피하기도 했다. 다른 나라의 교단, 특히 로시튼 추기경이 대주교로 있는 로크 왕국을 궁지로 몰 수 있게 된 것은 기분이 좋았지만 크로이엘 교단이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것으로 인해 체면이 손상된 것은 그리 기분이 좋지 못했다.
에카테리나 왕국의 크로이엘 교단은 로크 왕국의 로시튼 추기경이 사제의 중립의무를 저버리고 사제를 병사로 위장시켜 전쟁터에 내보낸 것에 대하여 교황청에 보고했다.
한편 로크 왕국의 로시튼 추기경은 교황청에서 긴급으로 전해진 소식을 듣고 역시 당황하여 사실을 확인했고 그 결과 일부 사제가 전쟁터에 신분을 속이고 나간 것을 알게 되었다.
에카테리나 왕국의 크로이엘 교단이 왕실과 극한 대립을 하는 것이 문제라면 로크 왕국은 오히려 왕실과 너무나 밀착이 되어 있는 것이 문제였다.
그렇기에 로크 왕국에서는 신전의 일이 왕국의 일이고 왕국의 일이 신전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제나 신도들도 많았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제의 일부가 신분을 속이고 뭔가 도움을 준다는 명목으로 전쟁터에 합류를 한 상황이었다.
“상황이 심각합니다.”
로시튼 추기경은 교황청의 총무대신인 크리스틴에게 연락을 하여 교황청의 분위기에 대해 들었다. 흑마법사에 대한 문제만큼 전쟁에서 중립을 어긴 것은 크게 문제가 되었다.
자칫 잘못 처리할 경우 전쟁터에 나가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고 교단이 각국별로 분열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니 원칙에 의거하여 처리할 필요가 있었다.
“일부 사제가 참여를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사태가 벌어지다니 난감합니다.”
로시튼 추기경은 이번 일을 수습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그 상대가 자신과 사사건건 대립하는 에카테리나 왕국의 알 리시온 추기경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보지 않더라도 이번 일을 크로이엘 교단의 모든 추기경들에게 다 알렸을 것이니 여론이 극도로 악화되었을 것이 분명했다. 이런 상황이라 크리스틴 총무대신도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수습이 되겠습니까? 교황 성하께서도 알고 계시는 것입니까?”
“이미 보고가 되었습니다. 이는 교단의 중립성을 침해한 중대한 일이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로시튼 추기경은 뭔가 결단을 해야 왕국과 교단이 피해를 입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물쩍 덮고 가려고 하다가는 오히려 더 큰 곤경에 처할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이렇게 알 리시온에게 당하고 말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하야하는 것 외에 달리 방도가 없어 보였다. 그렇게 하는 것이 그나마 교단의 중립성을 의심받지 않고 로크 왕국이나 교단이나 타격을 입지 않을 것 같았다.
“일단 진상을 조사하고 보고를 하겠습니다. 아울러 이 모든 일에 대하여 제가 책임을 지도록 할 것입니다. 그간 총무대신께서 많은 도움을 주셨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불미스러운 일을 초래하여 심히 송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로시튼이 조사를 하자 총 12명의 사제가 혹시라도 긴급한 일이 벌어질지 몰라 전쟁터로 간 것을 확인했다. 그런 사실을 교황청에 보고하였고 그 보고와 함께 로시튼이 로크 왕국 대교구의 대주교의 직책과 추기경의 직책에서 물러난다는 내용도 공표하였다.
차기 교황으로 유력시 되던 로크 왕국의 로시튼 추기경이 낙마하게 되면서 알 리시온 추기경은 다시 한 번 기회를 부여받게 되었다.
한편 로크 왕국군은 파딘 계곡 요새에서 패배를 당하자 난리가 나고 말았다. 거기에 전쟁터에 따라온 사제마저 적의 포로가 된 사실이 알려지자 더욱 곤란한 입장에 처하고 말았다.
“레버스 강을 건너서 철수를 해야 합니까?”
파멜 백작은 원정군 총사령관인 레스턴 공작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 지휘관에게 지급이 된 마법물품을 이용하여 통신을 하고 있었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습니까?”
이틀 전에 전투가 끝나고 파멜 백작이 작성하여 보낸 보고서를 보았지만 레스턴 공작은 재차 확인을 했다.
“현재 적의 정예 1만 정도가 요새를 나와서 이곳으로 몰려오고 있습니다. 그 선두에 적의 수장인 사이먼이 서 있다고 합니다. 저번 전투로 기사도 절반 정도로 줄은 상황이라 대적이 쉽지 않습니다.”
“마스터를 분산시켜 공격하게 하면 어떨까 싶은데 그러면 그 혼자서 다 막지는 못할 것 아닙니까?”
레스턴 공작도 마스터이기에 마스터가 가진 파괴력을 잘 알고 있었다. 사이먼을 피해서 적진으로 돌진하면 혼자 다섯을 막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사이먼은 그랜드 마스터인 것 같습니다. 블링크 마법을 전개한 것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피한다고 해도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파멜 백작은 이미 보고한 내용인데 레스턴 공작이 딴 소리를 하는 것 같아 답답했다. 흩어져서 공격을 하다가는 십분 안에 모조리 다 죽을 가능성이 높았다. 혼자 상대를 하면 1분을 버티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게 모든 마스터들의 한결같은 의견이었다.
“그랜드 마스터가 확실한 것입니까?”
레스턴 공작은 그런 보고를 받았지만 그저 상대의 무위가 높아서 부풀린 것으로 판단한 것 같은 반응을 보였다. 파멜 백작이 보고한 내용을 여태 믿지 않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그랜드 마스터라면 같은 그랜드 마스터나 8서클 마법사가 아니면 상대가 불가능한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전투 자체가 성립이 되지 않는 것 아닙니까?”
레스턴 공작은 그때에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것 같았다. 파멜 백작의 보고를 받고도 패배자의 변명으로 생각하였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사실이라니 막상 어떻게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거기가 무너지면 이곳이 고립이 되어 버릴 것인데 우리도 위험한 상황이 아닙니까?”
레스턴 공작은 그냥 철수를 하라고 할 수도 없었다. 고약한 처지에 처한 것을 깨달았다. 사전에 적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전쟁을 시작했어야 하는데 성급하게 결정한 것을 알았다.
‘용병 네 명이 도망 온 것이 에카테리나 왕국의 탄압을 피해서 온 것이 아니라 사이먼이란 자에게 패해 도주한 것을 알았어야 했다. 그 자리에 왕실의 아르고스 백작이 있어서 도주한 것이라 생각한 것이 잘못이다.’
레스턴 공작은 사이먼의 실력을 정확히 모른 것이 천추의 한이 되었다.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알았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면 철저하게 대비를 하거나 아예 시작을 하지 않았을 것인데 돌이키기에는 너무나 늦었다.
‘이가레스 후작을 불러야 하나?’
이가레스 후작은 로크 왕국 최고의 마법사로 8서클에 이르러 있었다. 그러나 그런 고위마법사가 전쟁에 나서면 역시 에카테리나 왕국의 고위 마법사도 나설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제국에 있는 그랜드 마스터를 부르는 것도 시간상 도저히 불가능했다.
설사 그렇게 해서 균형을 맞추더라도 로크 왕국이 감당해야 할 빚이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여러 가지 방법을 다 강구해서 위기를 극복해야 했다.
“일단 뒤로 물러나도록 하십시오. 그러나 시간을 끌어야 본진이 퇴각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국경은 사수하도록 합니다.”
레스턴 공작은 결국 파멜 백작에게 국경까지 물러나도록 허락하고 말았다.
“마스터들은 어떻게 합니까? 내보내서 재격돌을 하도록 합니까? 다시 재격돌을 하면 죽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단 지휘부와 같이 철수를 하도록 합니다. 그들이 사라지면 그나마 그랜드 마스터라는 사이먼이란 자를 제약하는 것이 완전히 사라져 좋지 못합니다.”
레스턴 공작은 지휘부가 도주하지 못할 상황이 아니라면 절대로 마스터를 전투에 내보내지 않도록 당부했다. 마스터를 헛되이 소모할 수는 없었다.
사이먼은 용병대와 자신의 휘하에 있는 군사들을 이끌고 물러난 자들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사실 너무 늦은 것이 아닌지 했지만 그래도 국경 안에 적을 둘 수는 없기에 몰아내야 했다.
플랜 B를 발동하여 기사들을 모으고 강한 용병을 선두에 세우고 그 뒤를 일반 용병과 특무대를 세웠다. 그 뒤로 자신의 휘하에 있는 일반 병사가 자리했다.
무기와 단 두 끼의 식량만 휴대하고 이동하는 군사의 진격 속도는 빨랐고 정오가 되기 전에 로크 왕국의 주둔지에 이를 수가 있었다.
사이먼은 단 30분 정도의 휴식만 취하게 한 후에 적진을 향해 돌격을 했다. 사실 사이먼은 이미 적진의 상황을 파악한 상태이기에 전투를 시작하면 이길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사이먼이 가장 먼저 앞장을 서서 적진으로 돌격을 했고 그 뒤를 기사단과 고위 용병들이 뒤따랐다. 그들이 몰려가자 파멜 백작도 기사들을 내세워서 돌진을 저지했지만 사이먼의 활약에 그냥 무너지고 말았다.
사이먼은 지휘부가 있는 곳에 마스터가 모여 있는 것을 알기에 지휘부를 향해 전진했다. 그런 사이먼의 뒤를 따르던 기사들과 용병들은 사이먼으로 인해 진형이 무너진 로크 왕국의 기사들과 정예 병사들을 착실하게 제거하고 있었다.
기사들이 돌파를 당하고 그 뒤를 엑스퍼트 초급인 B급 용병이 덮치자 로크 왕국군은 버티지 못하고 후퇴를 했고 로크 왕국의 기사들이 일반 병사들 사이로 도망치자 삽시간에 로크 왕국군의 전열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사이먼은 무조건 앞으로 돌진하는 것 같았지만 뒤를 따르는 아군의 속도를 보면서 나아가는 속도를 조절했고 적의 기사 중에 엑스퍼트 상급 이상의 기사는 하나도 놓치지 않고 착실하게 제거하고 있었다. 그들이 그대로 남으면 아군의 희생이 커질 것이기에 보이는 족족 제거를 했다. 그렇기에 속도가 그리 빠르지가 못했다.
그러면서 적진에 틀어박혀 있는 마스터의 동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적이 사용할 수 있는 전술 중에 하나가 마스터가 나서서 자신을 피해 기사들을 공격하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은 혼자이기에 마스터를 제거하는 사이에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사이먼은 그것도 크게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마스터가 흩어진다면 하나를 제거하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지 않았다. 뭉쳐서 대응해서 제거하지 못한 것이지 하나씩 상대를 하면 어렵지 않게 빠른 시간 안에 제거할 수가 있었다.
‘하나당 1분, 5분이면 모두 정리할 수 있다. 그 사이에 많은 피해를 입겠지만 불가피한 희생이다.’
사이먼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적의 지휘부가 뒤로 물러나면서 도주하는 것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적의 지휘부는 사이먼이 접근하는 속도만큼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아마도 사이먼과 부딪치면 죽거나 포로가 될 것을 알기에 결사적으로 피하는 것 같았다.
마스터들은 한곳에 뭉쳐서 지휘부와 같이 움직였다. 상황이 어려워지면 그들이 나설 것으로 생각했는데 같이 후퇴하고 있었다. 사이먼은 적진 사에로 뛰어들어 그들을 제거할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자칫 포위가 되어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어 성급하게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도주를 해라. 부하를 다 버리고 도주한다면 여기서는 도주해도 자기 나라에 가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군인이 죽어야 할 자리에서 죽지 않으면 더 비참하게 죽을 것이다.’
적진의 마스터들은 나설 법도 한데 끝까지 나서지 않고 있었다. 사이먼을 만나면 죽을 것을 알기에 나서지 않는 것 같았다. 사이먼은 마스터들이나 지휘부를 반드시 죽일 생각은 없었다. 죽일 수 있다면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적당히 전공을 세우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
‘굳이 내가 모든 것을 다 할 필요는 없다. 마스터들에게 지지 않을 실력을 갖는 것이 중요하지 그들을 반드시 죽이는 것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이미 이번 전쟁에서 충분할 정도로 공을 세웠고 더 많은 공을 세우는 것도 사실 부담스럽다. 너무나 공을 세우면 제 2의 풀락 자작이 또 나올 수가 있다.’
사이먼은 전날 전투를 돌이켜 보면서 했던 생각을 상기시키면서 착실하게 앞으로 전진을 해나갔다. 사이먼이 노리는 것은 지휘부만이 아니라 또 다른 자들도 있었고 그들도 그의 감지 범위에 있었다.
‘뒤를 보이고 도망가는 적을 처리하는 것이 가장 쉬운 전투라더니 역시 그렇게 되었군. 이러다가 전멸을 시키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군.’
대략 2만5천 명 가까이 되던 적이 전열이 무너지자 뿔뿔이 흩어져서 도주를 하고 있었다. 많은 병사들이 앞으로 도망을 치지 못하겠으니 숲속으로 도주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도주해서는 당장 목숨을 구할지 몰라도 나중에 살아난다는 보장이 없었다.
숲속에는 모스키가 많았다. 일반 병사는 모스키 10여 마리만 출몰해도 버티기 어려웠다. 그런 모스키 말고도 각종 독충이나 몬스터가 많아 역시 위험했다.
처음에 격돌할 때에 적의 기사가 대략 500명가량 되었는데 그들이 전멸을 당한 것 같았다. 그들이 사라지니 기사와 고위용병을 막을 자들이 없었고 그들이 날뛰니 로크 왕국군은 그냥 죽어나가고 있었다.
물론 결사적으로 저항을 하는 자들도 있지만 실력이 되지 않으니 의미 없는 발버둥에 그치고 있었다. 그 뒤를 일반 용병과 특무대의 마나유저들이 따라가면서 역시 적을 베어 넘기고 있었다.
그때 사이먼의 눈에 잊지 못할 사람이 하나 들어 왔다. 그들을 염두에 두고 사이먼이 진격을 했기에 만나는 것은 당연했다. 그들은 사이먼이 다가오자 도주하려고 했지만 사이먼이 진격이 더 빨랐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