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0)
성좌가 된 플레이어-10화(10/250)
제10화
발할 궁전의 시장 거리.
정체불명의 이방인 둘이 거리를 구경하고 있었다.
그중 미남자, 아움 리니아는 경이롭다는 표정으로 대도시를 바라봤다.
“대단하지 않냐?! 페르! 성전 앞에 이런 거대한 도시가 들어서다니?!”
그런 아움의 뒤를 따르고 있는 덩치가 큰 사내.
동생 페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형의 말에 동의했다.
“네, 형님. 쿠단이 말한 시골 촌구석의 부락과는 거리가 멀군요. 드워프들 때문일까요?”
“아니, 드워프라고 해도 6개월 만에 이 정도로 도시를 번영시킬 순 없어! 다른 무언가가 반드시 존재할 터! ”
“…형님. 흥분 좀 가라앉히세요.”
페르는 흥분을 가라앉히라는 듯 손을 내저었다.
“저희가 이곳에 온 이유가 부탁받은 거 때문이라는 건 잘 알잖아요.”
“알지. 알지. 잘 알고 있다고, 우리가 이곳에 찾아온 이유.”
‘칸쿤을 찾아 그녀의 상태를 확인해 주시오.’
라그나 부족의 반역자, 쿠단 라그나.
그의 부탁을 받아 칸쿤이란 소녀를 찾으러 왔다.
“그런데 우리가 직접 나설 필요가 있습니까?”
“적이 될지도 모르는 이들이야. 아니, 적이 되겠지. 단기간에 이 정도 규모로 성장했어. 언젠간 우리와 함께 마찰이 일어나고 싸우게 될 테니까. 그러니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게 좋아.”
“그래도 위험하지 않습니까?”
“위험한 대신, 보다 확실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지. 보고를 받는 것만으로는 직접 와닿지 않는 것도 있다고.”
페르는 자신의 형이 왜 이토록 직접 나서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노드족에게는 힘이 모든 걸 좌지우지한다. 그런데 그 정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하길래?
‘뭐, 생각이 있으시겠지.’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어떻게 하긴? 일단 ‘정보 수집’이 우선이지~!”
아움은 그렇게 말하곤 등에 있는 가죽 가방을 길바닥에 내려놓았다.
바닥에 자루를 깔고, 대륙에서 구한 물건들을 펼쳤다.
“자, ‘상인’ 노릇 좀 해볼까?!”
“…상인 노릇입니까?”
“정보를 얻으려면 상인이 최고란 말씀!”
아움은 그렇게 말하곤 소리쳤다.
“사세요~! 대륙의 희귀한 물건들이 여기에 다 모여 있습니다!”
아움의 목소리에 시장 거리의 노드인들이 그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 앞에 놓은 여러 물건들.
“또한 대륙에서 맛볼 수 없는 아주 진귀한 음식도 있습니다!”
아움은 돌을 원형으로 두르고, 장작을 준비해 불을 붙였다.
그 위에 숱을 올리고 물을 부었다.
그리고 길쭉하고 말랑말랑한 덩어리와 삼각형의 기묘한 조각들을 넣고, 붉은 가루를 집어넣어 휘저었다.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독특한 냄새가 시장 거리에 확하고 퍼져나갔다.
노드인들이 관심을 보이자 아움은 미소를 지었다.
‘자, 이제 정보 좀 모아볼까?’
아움은 도시에 대한 관찰을 시작했다.
시장 거리의 사람들은 물건을 살 때, 또 다른 물건을 준다.
‘물물교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오, 특이한 음식이로군. 사겠소.”
아움을 찾아온 손님이 동전을 꺼내들었다.
‘화폐로 인한 거래도 이루어지고 있다!’
물물교환만 하던 노드인들에게는 크나큰 변화였다.
아움은 손님이 내민 동전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고개를 끄덕였다.
노드인에게 있어 화폐 거래는 매우 드문 일이다.
하지만 이곳 도시는 발전하며 화폐 유통이 조금씩 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화폐는….
“감사합니다! 제가 만든 최고의 요리입니다. 맛보시고 평가를 해주십시오!”
‘처음 보는 화폐.’
나무 조각, 그리고 암석,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다.
세 가지의 자재가 융합된 참으로 독특하고 정교한 화폐였다.
‘…보통 화폐와는 다르다. 드워프들이 만든 건가?’
아움은 입꼬리를 실룩거렸다.
경이로울 정도의 기술력. 아니, 이건 드워프들이라도 구상해내기엔 쉽지 않을 터.
아니면 기술자가 따로 있고 그걸 드워프에게 제공해 대량 생산에 나선 걸지도 모른다.
아움의 시선이 슬쩍 다른 곳으로 향했다.
조금 거리가 떨어진 가게.
무기 상점이다.
드워프들이 손질해 판매하고 있는 무기들은 모두 처음 보는 재질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세상의 자재가 아닌 거 같군.’
아움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의외로 대륙에서 보던 물건들도 많다. 그 말은 즉….’
다른 부족이 대륙에서 약탈해 온 물건들을 이곳에서 교환, 판매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물량은 적지만, 그래도 발전은 할 수 있겠지.’
그때였다.
“우에에엑! 뭐야! 이거… 혀가 얼얼해!”
아움은 음식을 산 노드인을 쳐다봤다.
노드인은 인상을 와락 구기며 허리춤에 있는 물을 꺼내 벌컥벌컥 마시곤 물로 혀를 씻어냈다.
“이런 걸 어떻게 먹으라는 거야!? 혀가 타들어 갈 거 같다고! 이 무슨 고문도 아니고-!”
“…제가 만든 최고의 음식입니다만.”
음식에 대한 악평에 아움의 이마에 핏줄이 돋아났다.
자신의 요리에 자부심이 있는 그였다.
다만, 그런 그의 요리를 인정하는 이들이 매우 드물다는, 아니. 아예 없다는 게 문제였지만.
“젠장! 이따위 음식을 돈 받고 팔다니!”
노드인이 욱하며 주먹을 들어 올릴 때였다.
철컥-!
아움, 그리고 페르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서늘한 기운을 느낀 건 그 둘만이 아니었다.
조금 전 난동을 부리려던 노드인도 멈칫 놀라며 들어 올렸던 주먹을 풀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린 곳엔-.
‘언데드…!’
칠흑의 갑주를 입은 스켈레톤이 서 있었다.
죄악의 성좌가 거느리는 종복이었다.
“수, 순찰병님!”
순찰병? 저런 위세를 가진 존재가 겨우 순찰병?!
아움은 눈을 부릅떴다.
노드인은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아닙니다! 소란을 일으킬 생각이 없어요!”
「…….」
“그, 그럼 저는 이만….”
노드인이 물러서자, 스켈레톤의 시선이 아움과 페르에게 향했다.
아움은 굳어진 얼굴로 낮게 중얼거렸다.
‘페…. 르. 저거… 데스 나이트인 거냐?’
‘…아닙니다. 그저… 스켈레톤일 뿐입니다.’
‘그런데 이 정도 위압감을 뿜어낸단 말이야? 저런 녀석, 너는 몇이나 상대할 수 있어?’
‘…하나로도 벅찰 겁니다.’
아움은 입을 다물었다.
전투 능력이 출중한 동생이다.
쿠단과 샤먼을 제외하곤 이 얼어붙은 대지에서 3번째로 강한 남자가, 스켈레톤 하나를 상대하기 벅찰 정도라고 하니, 아움으로서는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었다.
스켈레톤이 두 사람이 펼친 물건과 음식을 쳐다봤다.
그리고 이내, 다른 곳으로 향했다.
아움과 페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살벌하구만! 노드족이 이렇게 모였는데도 분쟁이 없는 건 저들 때문인가?”
압도적인 무력 앞에 유지되는 치안이라는 거겠지.
“그래도 한시름 났-.”
“오! 치료사님이다!”
“치료사님!”
시장 거리가 소란스러워졌다.
아움과 페르는 갑작스레 소란스러워진 거리에 시선을 두었다.
기묘하며 기괴한 사내가 시장 거리에 들어선 것이다.
거대한 까마귀 탈을 쓴 사내가 시장 거리를 걷고 있었고, 그가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이 그를 향해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있었다.
아움은 노드인들이 감사를 표하는 인물에 대해 궁금해졌다.
“저기 말입니다.”
행인을 붙잡은 아움이 물었다.
“저분은 누구십니까?”
“응? 아, 당신 이방인이오? 저분을 모르다니?”
“…오늘 막 왔습니다. 대륙에서 상인 노릇을 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여기에 도시가 생겼다 하여….”
“오! 그렇소? 마침 잘 왔구려. 이곳이 더욱 발전하길 원하는 우리로선 소문이 대륙까지 퍼진다면야 좋은 일이오!”
“그보단 저 사내는….”
“아, 치료사님이시지. 이름은 ‘훈’ 님이라고 하더군.”
“훈? 특이한 이름이로군요.”
“그래, 특이하지? 성좌님의 오른팔이라고 불리는 종복이라고 하네.”
성좌의 오른팔?
그의 최측근은 샤먼이 아니었나?
아움의 표정을 읽은 것인지, 사내가 웃으며 말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샤먼조차 저분 앞에 고개를 숙인다고 하더군. 그렇게 보면 저분이 서열 2위인 셈이지.”
“강합니까? 그리 강해 보이지는 않은데….”
“허, 겉모습으로 사람 판단하지 말게나. 특히 노드인이라면 그걸 더욱 잘 알지 않나? 저분이 얼마나 강하신데.”
“강합니까?”
“그래, 정말로 무섭도록 강해. 처음 저분이 나타났을 때 침략자인 줄 알고 마을 청년들이 모두 저분에게 달려들었다가….”
사내는 그때의 일을 떠올리곤 몸을 부르르 떨었다.
“모두 목숨만 겨우 붙을 정도의 다진 고기가 되었어.”
“…….”
“혼자서 수백 명을 맨손으로 상대했는데… 얼마나 잔혹하게 두들겨 패던지, 남은 이들은 달려들 생각조차 하지 못 했어.”
아움은 사내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 까마귀 탈의 사내를 쳐다봤다.
“뭐, 그래도 다 끝나고, 한스인지 뭔지 하는 사내가 설득한 끝에 겨우 사람들이 진정했지. 포션의 효능을 테스트한다고 뭐라나…? 이런저런 핑계를 대셨지만… 저분이 모두 치료해주셨어.”
말투와 눈빛에서 신뢰와 믿음이 느껴졌다.
‘음…. 노드인들은 모두 사기꾼에게 놀아나고 있군.’
죄악의 성좌가 강림했다는 소문이 이 섬에 널리 펴졌다.
하지만 그걸 믿는 이는 드물다.
다만, 점차 믿음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기꾼 놈이 죄악의 성좌를 사칭해 샤먼과 노드인을 속이고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
어쩌면 대륙의 어떠한 세력이 노드인을 조종하고자 손을 뻗은 걸지도 모른다.
그 증거로 이렇게 발전해 있지 않은가?
‘제국이나, 왕국 중 하나가 뒤에서 조종하는 걸까?’
이렇게 대대적으로 움직이는 만큼, 분명 흑막이 따로 있을 터.
‘우선 이곳을 장악한 놈들은….’
죄악의 성좌를 사칭한 사기꾼. 다음으로 저 사내, 그리고 샤먼.
‘이렇게 서열이 나뉜다는 건가?’
아움은 눈을 가늘게 뜨며 시선을 치료사인지 뭔지에게 보냈다.
그 치료사는 아움과 페르의 바로 맞은편, 맨바닥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 환자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오! 오늘은 이곳에서 진료를 보시나 보군! 나도 요즘 어깨가 뻐근했는데 잘 됐어! 이만 가보겠네!”
사내는 까마귀 탈을 쓴 치료사에게 다가갔다.
아움은 그 치료사를 쳐다봤다.
치료사는 환자들을 돌보는 듯하면서도 아움을 쳐다보고 있었다.
“…페르, 저 까마귀 녀석, 우리를 쳐다보는 거 같은데?”
“…그, 그러게 말입니다.”
두 사람은 작게 속삭였다.
‘우리를 수상하게 여기는 걸까? 샤먼마저 속인 그 사기꾼의 측근이니, 감이 좋을지도 몰라.’
‘그럴 리가요.’
‘…물러서자.’
‘네? 이렇게 빨리요?’
‘저놈, 뭔가 불길한 느낌이야.’
‘…알겠습니다. 형님의 감은 틀린 적이 없죠. 하지만 쿠단이 부탁한 칸쿤이란 소녀는 어떻게 합니까?’
‘나중에 다시 알아보면 되겠지.’
그때, 치료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두 형제는 멈칫 놀라고 말았다.
‘설마… 우리의 대화를 들은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요. 이렇게 소란스러운 시장 거리에, 이 거리에서 저희의 대화를 들을 수 있을 리 없습니다.’
만약 듣는 이가 있다면 인간을 초월한 존재이리라.
‘어쨌든 물건들을 치우자. 지금 물러나는 게-.’
치료사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아움과 페르에게 다가왔다.
페르는 당황했지만, 아움은 능숙하게 상인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서 오세요~! 손님! 무엇을 드릴까요?”
“…이건 뭐지?”
치료사는 자루에 있는 기묘한 물건을 가리켰다.
알록달록한 무늬의 판, 그리고 둥근 모형과 말, 성벽, 왕관 모형의 아담한 조각들이 있는 게임 보드였다.
“아! 이건 대륙에서 유행하는 보드게임입니다!”
“…보드게임? 한판 해봐도 되겠나?”
“하하! 물론이죠. 규칙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아움은 말하면서도 식은땀을 흘렸다.
설마 상대가 접근해 올 줄이야! 이래선 물러설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치료사는 바닥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 아움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규칙을 이해했다.”
“그렇습니까?”
“그러니 한판 해보지 않겠나?”
치료사가 말을 집어 들고 말했다.
“아… 저랑 하시겠습니까?”
“그래.”
“손님, 저는 이래 봬도 이 게임의 장인입니다. 그 누구에게도 진 적이 없습니다.”
“상관없다. 내가 이길 테니.”
이놈 보소?
아움은 치료사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게임으로 도발을 해? 그래 본때를 보여주지!
어쩌면 그와 게임을 하면서 정보를 캐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저 음식도 좀 나눠주고.”
치료사는 부글부글 끓는 붉은 음식을 가리켰다.
흰색 덩어리와 삼각형의 건더기들이 있는 독특한 음식.
“페르, 좀 드려라.”
페르가 음식을 나무 그릇에 담아 내밀었다.
둘은 보드게임을 시작했다.
처음 말을 옮겼을 때만 해도 아움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하지만 잠시 후….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내가… 밀리고 있다?’
그리고 몇 차례 말을 옮기고.
‘밀린다!’
아움은 눈을 부릅떴다.
이윽고.
“체크 메이트.”
왕이 벗어날 공간이 사라진 상태가 되었다.
아움은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들었다.
까마귀 탈을 쓴 치료사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는 이번엔 음식이 담긴 그릇을 들었다.
아움은 그 모습에 씁쓸함을 느꼈다.
설마 이 게임을 처음 접한 자에게 지다니. 그래도 저 음식을 먹고는 비명을 지르겠지!
적어도 진 것에 대해 분함은 풀 수 있-.
“맛있군! 맛있어!”
“……?!”
“아아… 이 매콤하고 달콤한 맛! 미미하게 틀리기는 하지만… 아주 맛있다! 내가 바라던 맛이야! 이곳에 존재하는 느끼하기 짝이 없는 음식과는 격이 다르다!”
맙소사! 설마 자신의 요리를 인정해주는 이가 있을 줄이야!
아움은 난생처음으로 자신의 요리가 인정받았다는 것에 크나큰 기쁨을 느꼈다.
“페, 페르… 어쩌면 눈앞에 있는 이 사내, 수상한 자가 아닐지도…!
”형님, 요리의 극찬에 감동하신 건 알겠지만, 너무 귀가 얇아지신 거 아닙니까!?“
“맛있군. 이 혀끝을 맴도는 매운맛! 정말로 그리운 맛이야!”
“그렇습니까? 만족하셨다니 다행입니…다?”
‘그리운 맛?’
아움은 치료사를 쳐다봤다.
“[떡볶이]를 먹어보는 건 오랜만이다. 이 [체스 게임]도.”
치료사는 고개를 살며시 기울이며 아움과 페르를 노려봤다.
순간, 두 사람은 몸이 경직되어 움직일 수 없었다.
그의 몸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없을 것들을 가진 너희 정체가 무엇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