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00)
성좌가 된 플레이어-100화(100/250)
제100화
밤이 되자, 언덕 위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로키는 불타오르는 안광으로 언덕 아래의 멀리 떨어진 얼어붙은 장벽을 바라보았다.
불빛이 보인다.
밤임에도 시끌벅적한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왔다.
“너무나도 안일하구나.”
저 거대한 장벽을 손쉽게 손에 넣은 기쁨이 여기까지 느껴졌다.
“그렇기에 불안하겠지.”
그의 원래 목적은 며칠 동안 두고 보면서 로니아군이 풀어질 때를 기다릴 뿐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들뜬 마음에 경계심이 풀어져 있었다.
‘할룸, 의외로 쓸만하군.’
저곳에 풀어놓았던 독사가 독을 잘 풀고 있다.
로키는 손아귀에서 마력을 모았다.
작은 불꽃이 이질적으로 불타오른다.
붉은색도, 칠흑의 색도 아니다.
황금빛의 불덩어리.
맑고 투명하며, 심지어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했다.
‘이걸로…로니아 군의 전력은 사라진다.’
이번 전투가 끝나면 로니아는 패닉에 빠질 것이고, 형식상으로나마 로니아를 지원하던 타국의 군대도 자신들의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로키 님. 명령하신 대로, 군을 준비했습니다.”
로키의 뒤, 수풀 사이로 칸쿤이 걸어 나와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로키의 손아귀에 있는 불꽃을 바라보며 눈을 반짝였다.
“그건…?”
“나도 처음 써보는 거다. 이걸 쓰기 위해선 대량의 마력이 필요하지. 준비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이 스킬은 게임상에 없던 스킬.
이 세계에 오고 나서 로키는 온갖 실험을 했다.
그리고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이 세계에서 게임 속에 없던 ‘스킬’을 제작할 수 있다.
수년의 시간과 수많은 시도 끝에 완성한 것이 바로 지금 로키의 손아귀에 있었다.
로키의 시선이 로니아가 있는 얼어붙은 장벽으로 향했다.
수만 명이 한데 모여, 휴식을 취하고 있다.
스킬을 실험하기엔 안성맞춤이었다.
“나는 이곳이 나의 고향이자 집이라 생각한다.”
“……”
예전이면 모를까, 이곳, 얼어붙은 대지에 있는 모든 생명체에 로키는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전부 그의 백성이오, 그의 종자들이다.
그런 이들을 노리고 이곳을 침범한 침략자들에게 자비를 베풀 생각이 없었다.
“이번 한 번의 승리로, 적은 공황 상태가 된다.”
이제 방어전은 끝났다.
“침략이다.”
로키의 안광이 불타올랐다.
“이제는 우리들의 시간이다!”
손에 들고 있던 황금빛 불덩이를 있는 힘껏 하늘로 던졌다.
뒤에 있던 칸쿤은 그 불꽃이 너무나도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불꽃이 로니아 진형에 떨어졌다.
***
“카발 후작님.”
잠을 청하기 위해 지휘관 막사로 돌아온 카발 후작은 고개를 돌렸다.
자신을 보좌하던 기사가 고개를 숙이며 보고를 올렸다.
“할룸 자작이 보이지 않습니다.”
“뭐?”
“병사들 말로는 부상자들을 데리고 본국으로 귀환하기 위해 장벽을 넘었다고 합니다.”
카발 후작은 인상을 와락 구겼다.
“누구 마음대로?”
아무리 옛 아카데미 동기였다지만, 지금은 엄밀히 상하 관계.
그런데 자신의 명령 없이 마음대로 전선을 이탈하다니? 이건 군법에 회부될 행위였다.
“어떻게 할까요?”
“어떻게 하긴!? 젠장, 그놈의 성격이 바뀔 리 없지. 당장 그놈을 잡아- 어?”
카발 후작은 몸이 휘청거려 중심을 잃고 근처 지휘용 탁자에 몸을 기댔다.
“어…?”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힘든지 결국 바닥에 주저앉았다.
팔다리에 힘이 없어진다.
이건…?!
‘독?!’
카발 후작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크으윽-!”
그때, 카발 후작에게 보고를 올리던 기사 또한 바닥에 주저앉았다.
“뭐야…?”
“다들 왜 그래?”
“어…? 왜 이리…어지럽지?”
막사 밖에서도 소란스러워졌다.
카발 후작은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쓰러진 자신의 기사를 뒤로하고 막사 밖을 나갔다.
그의 시야에는 쓰러져 있는 로니아 군 병사들이 보였다.
‘무슨…?’
죽은 게 아니다. 정예나 기사를 제외한 나머지 병사들이 몸을 못 가누는 듯 쓰러져 있었다.
전염병이라도 퍼진 것인가?
그럴 리가!
전염병이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퍼질 리가 없다!
그렇다는 건….
‘수면제다!’
하지만 어떻게…!?
분명 보급품은 자신의 감독하에, 오염을 확인하여 배분했다. 며칠간 나눠 먹은 음식으로도 병사들은 멀쩡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저것 좀 봐!”
병사 중 하나가 하늘을 가리켰다.
주변 병사들도 하나둘 하늘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뭐…야. 저게…?”
“…예쁘다.”
반짝이는 달빛과 별들이 뜬 밤하늘에 황금빛 태양과도 같은 구체가 천천히 내려왔다.
그것은 진지에 조금 떨어진 언덕에서 날아왔고, 천천히 로니아 진형의 한가운데에서 멈췄다.
너무나도 장엄하고 신비한 광경에 로니아군은 넋 놓고 쳐다보기 시작했다.
황금빛으로 뭉쳐진 화염이 소용돌이쳤다.
빠르게 회전한 구가 강렬한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빨라져…결국 중심을 잃고 터져버렸다.
펑-!
황금의 빛이 사방으로 쏟아져 내린다.
“저건…유성…?”
“…아름다워!”
그것은 아름답고 화려했다.
마치 천사들이 축복을 내려주는 것 같았다.
카발 후작 역시, 그 빛에 매료되어 멍하니 있을 때.
황금빛 불꽃은 그들에게 떨어졌다.
…………
……
…
“…으아아아아아악-!”
하늘에서 떨어진 불빛들.
그것이 병사들의 몸에 닿자, 황금빛 불꽃에 휩싸였다.
“으악-!”
병사들은 자신의 머리, 팔과 다리, 몸에 들러붙은 점액질의 불꽃을 쳐다봤다.
느낌이 없다. 전혀 아프지 않다.
뜨겁다는 감각이 없다.
하지만…점차 육체가 으스러지며 썩어들어가는 듯 사라져가는 것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였다.
“뭐…야-!?”
“으아악-! 살려줘!”
비명이 터지며 온몸에 불이 붙은 병사들은 급히 불을 끄기 위해 달려갔다.
“무, 물…!”
몸에 물을 뿌린다.
하지만 물은 불꽃을 없애기보단 오히려 더욱 번지게 만들었다.
몸을 구른다.
구른 몸 전체에 불이 달라붙었다.
불을 끌 수가 없다.
이성을 잃어 살려달라며 동료에게 손을 댄 순간 동료마저 불꽃에 먹혀들었다.
“사, 살려…!”
“으아아악…!”
카발은 그 모습을 넋 놓고 쳐다봤다.
그것도 잠시, 카발 후작의 입에서 피가 치밀어 올랐다.
“뭐냐…?”
그는 폐 속으로 들어오는 독성이 가득한 연기에 입을 틀어막았다.
저 황금빛 불꽃 속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는 인간의 폐를 망가뜨릴 정도로 치명적이었다.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그가 다리에 힘이 풀리며 주저앉았다.
“우에에에엑-!”
먹었던 음식물과 함께 질퍽한 피가 섞여 나왔다.
폐가 타들어 가는 듯한 고통에 카발 후작은 몸을 떨고 따끔거리는 눈을 겨우 돌려 진지를 확인했다.
“…이게…뭐야?”
그의 앞에 보이는 건 ‘지옥’이었다.
황금빛 불꽃이 퍼져나가 생명체를 죽여나갔고, 살아있는 자들의 비명과 통곡이 메아리쳤다.
온몸의 불꽃에 의해 타들어 가며 발버둥 치는 병사들, 그런 황금빛 불꽃에 의해 뿜어지는 연기에 피를 토하는 병사들.
카발 후작은 눈이 터질 듯 부풀어 올라 그 광경을 되새기며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하늘에는 또 다른 황금빛 불덩이가 아름다운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것이 두 번째로 터지며 다시 쏟아져 내려온다.
그것에 닿는 자들은 어김없이 용암에 맞은 듯 녹아내리고 독성 가득한 연기에 중독되었다.
‘마법…폭격?’
“이게… 이게 어떻게 된 것인가!? 이런 마법은 듣도 보도 못했다! 설마…, 이게 그놈 야만인들이 한 짓이란 말인가…?”
그 야만인들이 여기를 버린 이유가… 이것을 위해?
분명 눈앞에 있는 건 현실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이건 야만인들이나 마법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와도 같은 재앙은….
“우린… 신이나 악마를 적으로 둔 것인가…?”
오직 신과 악마만이 이와 같은 재앙을 부릴 것이다.
카발 후작이 하늘의 황금빛을 멍하니 바라볼 때, 세 번째 불덩이가 터지며 군영에 떨어졌다.
…하늘에서 내린 아름다운 죽음의 빛, 그것이 로니아 진형을 지옥으로 만들어버렸다.
화르르륵-!
불꽃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병사들.
카발 후작은 점차 희미해지는 시야 속에서-.
쿵-!
어떠한 존재를 마주했다.
활활 불타오르는 로니아의 군영.
불타는 병사들이 뛰어다니며 비명을 지르는 가운데, 연기 속에서 칠흑의 갑주를 입은 존재가 걸어 나왔다.
“효과가 만점이로군. 하긴, 내가 살던 곳에서 있는 걸 연상하며 만들어낸 스킬이니.”
산양의 뼈 투구 사이에서 하얀 입김이 흘러나왔다.
“지옥이 따로 없군.”
아비규환 속에서 여유롭게 발을 옮기는 이가 마치 악마가 강림한 듯한 위엄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
카발 후작은 고개를 들어 북방의 지배자, 로키를 올려다봤다.
저건…무엇인가?!
로키에게서 풍기는 압박감에 카발 후작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알 수 없는 공포가 그의 몸 상태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이성을 붙드는 듯했다.
“그대가 군의 지휘관인가?”
목소리가 굵직하며, 날카롭다.
영혼을 쥐어뜯는 듯 귀에서 들리는 게 아닌, 머릿속에서 울리는 듯한 음성이다.
“다, 당신은…누구 십니까?”
“나?”
로키의 불타오르는 안광이 초승달처럼 휘어지며 눈웃음을 짓는다.
“이 땅의 지배자.”
‘죄악의 성좌!’
이 북방의 야만인들이 섬긴다는 신이 눈앞에 있었다!
카발 후작의 입꼬리가 실룩거렸다.
‘우리가 누구를 상대하고 있던 거지…!?’
죄악의 성좌.
단지 상징적 의미일 줄 알았다.
하지만 보아라.
이자의 농간으로 선봉군과 중앙군이 괴멸 직전이 되었으며, 본대마저 이 땅에 발을 딛고 있는 것만으로도 산채로 불타오르는 경험을 하고 있다.
‘그래, 이 단 한 명에 의해…!’
로니아의 군대가 죽어가고 있다.
절망.
머릿속에 그 단어가 떠오르는 카발이었다.
“할룸이 일을 아주 잘해준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카발 후작.”
카발 후작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왜 할룸의 이름이 언급된 걸까? 그리고 자신의 이름조차 알고 있다고?
그제야, 카발 후작은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있었다.
‘할룸, 이 배신자 새끼-!’
야만인들에게 잡혀 고문을 이기지 못해, 이들의 편에 편승하였구나!
그래서 이와 같은 대재앙이 덮칠 걸 알고 미리 내뺀 것이다.
군에 문제가 생긴 것도 그 때문일 터…!
‘감히 나라를 팔아먹다니…!’
카발 후작은 분노했다.
병사들이 그를 영웅으로 칭송했건만, 그들의 믿음을 할룸은 배신한 것이다.
“패배했다. 카발 후작. 무장을 풀고 항복하라. 그럼 네놈은 살려주지.”
웃기는 소리.
할룸은 자신의 몸 상태는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연기로 인해 자신의 장기는 이미 죽어가고 있었다.
죽음이 시시각각 찾아오고 있다.
지금 상태론 그 어떤 치료사가 와도 자신은 살아남지 못한다.
‘이대로 죽을까 보냐!’
카발 후작은 비틀거리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이를 악물며 손에 힘을 준다.
“오오오오오오!”
기합을 내지르고, 목에 핏대를 세우며 로키를 노려봤다.
‘내가 막지 못해 이런 존재가 로니아를 침공하게 둔다면-!’
로니아는 멸망한다!
왕조는 무너지고 로니아의 백성들은 야만인의 말발굽 아래 짓밟힐 것이다.
조상 대대로 로니아를 수호해왔던 카발로선 그런 꼴을 두고 볼 순 없었다.
‘적 지휘관이 눈앞에 있다!’
멍청하게도, 적국의 군주는 적진 한가운데에 있다.
그것도 갑옷만 입은 채, 무기도 없이 무방비한 상태다.
‘우리를 완전히 얕잡아 보고 있구나!’
이 얼마나 오만한 자란 말인가?
하지만 그 오만함이 자신의 발목을 붙잡는다는 걸, 이 군주는 모를 것이다.
이자를 죽인다면, 이 전쟁은 로니아의 승리로 끝이 나고, 노드족은 다시 뿔뿔이 흩어져 버릴 것이다.
상대는 마법사.
그리고 이 정도 대규모 마법을 펼쳤다면, 그 또한 매우 지쳐 있을 것이 분명했다.
“벼, 병사들이여-!”
카발 후작이 피를 토해내며 검을 로키에게 겨누었다.
“적국의 군주가 눈앞에 있다!”
운 좋게 황금빛 불꽃의 화를 피한 병사 중 일부가 고개를 돌려 로키와 카발 후작을 쳐다봤다.
기사들도 놀란 듯 로키를 바라보곤 굳어졌다.
패닉에 빠져, 저 위압감이 느껴지는 존재가 이 군영에 들어서는 것조차 눈치채지 못했다.
“적의 군주를 죽여라! 아니면 우리의 조국이, 우리의 로니아가 이놈의 손에 짓밟힐 것이다!”
“……!”
“소중한 모든 이들을 위해-!”
카발 후작은 이를 악물며 로키에게 달려들었다.
“로니아를 위해!!!!!”
“그대는.”
로키는 양손을 펼쳤다.
“이 자의 목을 베어-!!!”
짝-.
콰직-!
손뼉을 쳤고, 카발 후작의 몸이 좌우로 보이지 않는 벽이 충돌한 듯 짓눌러 터져버렸다.
“…….”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로니아군은 손에 힘이 풀린 나머지, 들고 있던 무기를 놓쳐버렸다.
“시끄럽군.”
로키는 고개를 돌려 로니아군을 향해 말했다.
“이제, 그대들은 어떻게 할 거지?”
어둠 속, 숲속에서 수많은 불빛이 피어올랐다.
횃불을 든 노드군이 무기를 뽑아 들고 푸른 안광을 번뜩였다.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그들의 눈은 마치 악귀의 눈빛처럼 섬뜩하게 보인다.
로니아 병사들은 몸을 떨었다.
아스가르드에는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병사들과 그 병사들을 통솔하는 괴물이 살고 있었다.
“항복이냐? 아니면….”
로키가 양손을 펼치며 손뼉을 칠 제스처를 취했다.
“뭉개져 죽을 테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