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02)
성좌가 된 플레이어-102화(102/250)
제102화
로키는 깨달았다.
‘로니아 왕실은 개판이로군.’
나라가 개판으로 되든 말든 집안싸움에 진심인 콩가루 집안이다.
이런 놈들과 연을 맺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로키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로키는 에론을 쳐다봤다.
15살이 넘었을 법한 어린 소년은 굳은 의지를 가진 채 로키를 쳐다보고 있다.
눈동자는 공포심에 물들어 떨리고 있다. 그런데도 절대 물러서지 않으며 로키와 똑바로 마주 보고 있다.
“왜 우리가 너희에게 군대를 줘야 하지?”
“로니아 땅의 2할을 드리겠습니다.”
“……?”
“또한 매년 뛰어난 농사 기술력을 가진 농업자와 농노 3,000명 파견하고, 로니아의 수확에 따라 일정 비율을 조공으로 바치겠습니다.”
에론은 주섬주섬 무릎을 꿇었다.
이마가 바닥에 닿으며 정성을 다해 고개를 조아렸다.
“왕자님!”
팜은 놀란 얼굴로 그를 보며 외쳤고, 한스는 흥미롭다는 듯 에론을 쳐다봤다.
“그러니… 저희 로니아를 멸망시키지 말아 주십시오.”
왕족이라는 존재가 나라를 위해 부끄럼 없이 비굴하게 자세를 낮추고 있다.
로키는 그 점에서 호기심 이외엔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나와 지금 교섭을 하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몰락한 왕자 주제에?”
에론은 움찔거렸지만 이를 악물며 낮게 말했다.
“그렇습니다.”
스스로가 몰락했음을, 가장 위에 있었으나 가장 밑바닥에 떨어진 것을 인정했다.
에론은 소식을 들었다.
로니아의 8만 대군이 로키에 의해 대파되었다고.
그렇기에 더욱 물러설 수 없었다.
상대는 정말로 ‘로니아’ 그 자체를 없애버릴 수 있으니까.
그곳에 있는 인간을 가차 없이 내치고 버릴 존재니까.
그것을 알기에 에론은 용기를 내어 망설임 없이 로키에게 말하고 있었다.
-‘로니아는 멸망할 것입니다.’
에론은 한스와 대면하며, 그의 조언을 들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로키 님의 의지. 그러니 그분을 설득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요.’
‘…한스는 그를 설득해보라고 했다. 그렇담 그가 원하는 것을 주면 된다.’
에론은 한스에게 질문을 했었다.
-‘그는 어떤 존재이지?’
-‘저도 뭐라고 평가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군에는 관대하시고, 적에는 무척이나 잔인한 분이시죠. 그분은 자신의 종자를 한없이 아끼고 사랑하십니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새로운 것을 개척하시기도 하죠. 물론, 업무가 귀찮아 땡땡이를 많이 치시기도 하시지만요.’
이곳에 오기 전 한스와의 대화였다.
단순한 대화였지만, 이 대화 속에 뭔가 힌트가 있을 것이다.
‘새로운 땅….’
로키가 원하는 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따뜻한 땅이었다.
‘기술력….’
이 얼어붙은 대지에서는 농사를 짓기 어려울뿐더러, 농사에 대한 지식과 기술력 또한 없었다.
아스토리아 섬과 교류하곤 있어도 바다가 가로막는 건 변하지 않는다.
‘노동력….’
기본적으로 그들은 약탈자들이자 부족으로 이뤄진 국가. 사람이 적은 만큼 농사를 지을 노동력도 부족할 것이다.
‘식량….’
얼어붙은 대지에서는 매년 겨울날이 되면 식량부족으로 약탈을 일삼는다.
물론 로키의 통치 이후로 사라졌지만, 근본적인 식량부족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그렇담 땅, 기술, 노동력, 식량 등을 건네주면 된다.
그가 사랑하는 종자들을 위한 것이니까.
그것을 대가로 교섭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그렇게 믿었다.
로키의 안광이 가늘어졌다.
“내가… 고작 그따위 조건으로 넘어갈 거 같으냐?”
에론은 흠칫 놀라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냉정하지만 분노로 얼룩진 안광이 에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네 놈의 형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를 생각해보라!”
로키는 옥좌에서 일어나 에론에게 다가갔다.
발걸음이 옮길수록 금속 장화가 붉은 융단을 거칠게 짓밟았다.
진득한 살기에 에론은 식은땀이 흐르며 숨이 막혀왔다.
가까이 다가오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에 금방이라도 심장이 멎을 것만 것 같다.
팜이 에론을 지키기 위해 나서려 했지만, 한스가 그것을 막았다.
“스팅거!”
“…가만히 있으시죠.”
로키의 눈이 무릎을 꿇고 있는 에론의 눈높이에 맞췄다.
푸른 눈과 붉은 안광이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녀석은 내 종자들의 목을 베고 나를 조롱했다! 그런데 겨우 땅덩어리와 조공을 바친다고 하여 그냥 넘어갈 성싶으냐?”
“……!”
“네 녀석이 그 망할 왕자의 동생임에도 살아 있는 이유가 뭔지 아나? 한스와 폴과의 연이 있기에, 적어도 네 녀석은 쓰레기 같은 애쉬와는 다르다고 생각해서다. 하지만…별로 다를 게 없는 거 같군. 지금 이 조건을 들이미는 것을 보면.”
“……!”
에론은 이를 악물었다.
그가 생각한 조건은 그것뿐이다. 그 이상은 힘들다는 것을 잘 안다. 그 이상을 눈앞의 존재에게 줘버리다간 로니아의 백성들은 살기 힘들 것이다.
에론은 심호흡했다.
로키라는 자는 분노하고 있다.
자신의 형이 저지른 행동에 화를 내고 있다. 자신의 백성들이 목이 베이고 침략을 당했다는 것에 분노하고 있다.
이것으로 그는 확신했다.
이 죄악의 성좌는…!
“그럼….”
에론은 로키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는 마른침을 삼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를…왕으로 만들어주십시오.”
“……?”
로키의 안광이 커지는 것도 잠시 의미심장하게 가늘어졌다.
이야기가 왜 그렇게 되는 것일까?
로키는 호기심에 그다음 말을 기다렸다.
에론은 눈조차 깜박거리지 않고 로키를 바라봤다.
이번엔 떨리던 눈동자도 공포심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왕자로서,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저는 당신의 종자가 되겠습니다.”
“…….”
“당신을 섬기고, 숭배하고 따르겠습니다! 마음을 바치고, 육체를 바치고, 영혼을 바치고 모든 걸 바쳐 충의를 보이겠습니다! 당신의 적이 존재한다면 저와 로니아가 검과 방패가 될 것이며 당신의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대신….”
에론은 조심스레 다시 고개를 조아렸다.
“저와 로니아인들을 당신의 종자로서 사랑해주십시오. 보호해주십시오. 죄악의 신이라는 이름 아래, 저희를 이끌어 주십시오. 저희…로니아는 당신의 것입니다.”
한 나라의 왕자가 종자가 되길 청하고 있다.
예상외의 말이었다.
개종.
나라 자체가 국교이자 오랜 역사를 지닌 아젤란교를 버리고 새로운 신을 맞이하겠다는 말이니까.
그 말은 즉 전대륙을 적으로 돌리는 것도 감수하겠다는 말이기도 했다.
하지만 에론으로서는 이것이 가장 적합한 답이라고 생각했다.
눈앞의 존재라면…그 모든 것으로부터 자신들을 지켜줄 수 있다.
그만큼 눈앞의 신적인 존재는 힘이 있으며, 잔혹하지만 자신의 종자를 사랑하니까.
로키는 그런 에론을 내려다보다 등을 돌렸다.
다시 옥좌에 가 비딱하게 앉아 팔걸이에 팔꿈치를 걸치고 손등으로 머리를 기대었다.
“…예상외의 말이로군. 놀랍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하다.”
에론의 얼굴이 밝아졌다.
상대가 긍정적으로 답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지 말뿐인 것을 믿을 순 없지. 성과를 보여라.”
에론은 흠칫 놀라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성과…라고 하시면?”
넋이 나간 채 고개를 갸웃거리는 에론을 보며 로키가 말했다.
“아스가르드의 정예 병력 2,000을 빌려주지. 그리고 그에 따른 지원을 해주겠다. 그것들을 이용해 로니아의 왕도, 로스트까지 향하는 ‘길목’을 만들어라.”
로키의 말은 로니아의 수도인 로스트까지 향하는 영지를 점령하고 그 전초기지를 마련하라는 이야기였다.
단, 2,000명밖에 되지 않는 병사로 말이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이번에 외친 것은 팜이었다.
팜의 머릿속에서 로니아의 영토가 떠올랐다.
얼어붙은 대지에서 로니아의 수도 로스트까지 그렇게 멀지 않은 거리다.
인접해 있는 영지도 많지 않을뿐더러, 원래부터 국가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기에 요새화된 영지도 극히 드물다.
하지만 요새가 ‘전혀 없다’라는 것은 아니다.
현재 로니아에선 이번 8만 대군이 날아간 사건으로 가장 민감했다. 남은 병력 대부분이 얼어붙은 대지의 방어선이 향해있을 정도였다.
평지에서의 전투도 아닌, 수성전으로 영지 하나하나를 점령해야 한다면 겨우 2,000의 병력으로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또한…2,000의 병력을 잃고 어처구니없는 결과물이 나올시,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에론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 대가라고 하시면?”
“원래 계획대로 로니아를 멸망시킨다. 또한 네놈과 그 귀족의 목숨 역시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로키는 갈고리 같은 손으로 팜을 가리켰다.
“…….”
“천천히 기다리도록 하지. 내가 로스트에 편히 갈 수 있도록 길목을 잘 닦아주길 바란다. 에론 로니아.”
거절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말투다.
에론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로키는 그런 에론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수많은 생각을 고심하던 에론은 눈을 가늘게 떴다.
‘…꼭 불가능한 것은 아닐 거야.’
가능했기에, 로키가 자신이 아끼는 종자 2천을 빌려주면서 이런 말을 했을 것이다.
에론은 힐끔 팜을 쳐다봤다.
한때 로니아의 왕위 계승권 서열 1위인 애쉬를 너무나도 쉽게 몰아낸 남자.
이 자라면 분명 자신의 힘이 될 것이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은….
에론은 로키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부탁하나만 더 들어주십시오.”
“……?”
에론은 고개를 돌려 한스를 쳐다봤다.
“이 자, 스팅거 가문의 당주, 한스를 제게 빌려주십시오.”
“좋다.”
“……!”
팜은 당황한 채 로키를 쳐다봤다.
하지만 한스는 예상했다는 눈치였다.
로키는 한스를 보며 턱을 쓰다듬었다.
“한스, 네가 지휘를 맡는다면 노드 병사들도 이방인들보다 더 믿고 따르겠지. 또한 함부로 병력을 잃게 할 판단도 하지 않을 터.”
“…….”
“다른 것에 대한 지원은 아끼지 않도록 하지. 네가 원하는 것을 최대한 들어주겠다. 어떻게 하겠느냐?”
한스는 미소지었다.
참으로…곤란한 상황이다.
조용히 아스가르드에 살고 싶었는데….
“그렇다면….”
이어지는 한스의 말에 로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
에론과 팜, 한스가 나가고 대전에는 로키와 아움만이 남았다.
아움은 옥좌에 앉아 있던 로키를 가만히 쳐다봤다.
“용케 그 조건을 허락하셨군요.”
“이용하기 좋은 말이다. 버리기 아깝지.”
“…라기보단 그냥 귀찮으신 거 아닙니까?”
“…약간 그런 감도 있지.”
다만, 에론이라면 이용가치가 충분하다.
그가 아스가르드를 끌어들였으니, 로니아 귀족들도 어느 쪽에 붙을지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로니아가 여러 타국과 인접해있는 지리적 요건을 생각해보면, 아스가르드가 침략하는 건 여러모로 리스크가 컸다.
만약 로니아가 아스가르드의 방패가 된다면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다.
그 밖에 일일이 고쳐나가야 하는 것들만 해도 시간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정말로 귀찮은 짓이었다.
그에 비해 에론이 왕위에 오른다면 로니아 세력은 반발이 없을 것이다.
온화한 성향의 왕을 싫어할 백성은 없을 테니 말이다. 외교적 문제야 그들이 잘 처리할 것이다.
로키는 에론을 꼭두각시로서 적당히 다스리게 하게끔 할 생각이었다.
“그래도 좋지 않은가? 따뜻한 대지를 손에 넣는다. 그리고 식량과 노동력, 기술까지 제공해준다는데…거절할 필요가 있나?”
“…하긴 노드인의 수와 비교하면 로니아 영토는 넓은 편에 속하죠.”
너무 넓은 땅은 오히려 통제하기 어려운 법이다.
얼어붙은 대지를 통일하고 제대로 통제할 수 있었던 이유도 노드인의 인구가 적을뿐더러, 땅 또한 넓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확실히 할 수 있을까요?”
“뭐가 말인가?”
로키가 아움을 힐끔 쳐다봤다.
아움은 곤란하다는 듯 볼을 긁적거렸다.
“아무리 저희 노드인이 강력한 전사 집단이라고 해도 2,000명으로 수도인 로스트까지는 무리입니다.”
“그렇지. 그래서 한스를 붙인 거다. 분위기로 봐선 한스 또한 예상한 모양이더군.”
하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리라.
한스가 로키에게 부탁한 것이 있었으니까,
-‘붙잡힌 포로들을 배불리 먹여 살릴 보급품과 모든 포로에 대한 처분 권한을 제게 주십시오.’
그것만으로도 로키는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로키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디 가십니까?”
“한스에게 갈 생각이다.”
그가 무엇을 할 생각인지 로키는 알고 있었다.
‘한스는 패잔병들을 이용할 생각이겠지.’
옛 조국의 병사들을 방패막이로 쓸 것인가?
아니면 그들을 군대로 영입할 것인가?
전자는 한스에게 맞지 않았고, 후자는 아스가르드에 두려움을 가진만큼 어려울 터.
그러니.
‘그가 어떻게 그들을 이용할지, 지켜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