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03)
성좌가 된 플레이어-103화(103/250)
제103화
로키는 한스가 무슨 수를 쓸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한 번 적이었던 이들을 아군으로 끌어들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떤 방법을 쓸지에 대해 궁금했던 그가 행한 방법은 직접 관찰하는 것이었다.
그는 얼어붙은 장벽에서 조금 떨어진 포로들을 위한 캠프로 향했다.
그곳에, 로키는 갑옷을 입지도, 그렇다고 까마귀 탈도 아닌, 인간 모습 그대로로 들어섰다.
기척을 죽이고 병사들 한가운데 앉았음에도, 그를 의식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한가로이 장작불을 쳐다보며 멍하니 있을 때, 한 병사가 말했다.
“우리…어떻게 되는 걸까?”
병사는 겁에 잔뜩 질려 있었다.
그 한마디에 로키는 그들의 불안감을 느낄 수 있었다.
포로로 잡혔다.
그럼 답은 정해져 있다.
운이 좋으면 포로들끼리 교환되거나 운이 나쁘면 전장의 방패막이가 된다.
그것도 안 되면? 사형이다.
그것이 포로에 대한 정석적인 대우였다.
“우리…도망칠까?”
‘그건 무리겠지.’
로키는 고개를 저었다.
도망친 포로들을 노드 병사들이 추격하여 척살하고 있다는 보고를 들었다.
이곳에서 도망치는 건 불가능할 터.
그때였다.
“…뭐하러 그런 짓을 합니까?”
갑자기 끼어든 낯선 이에 로키와 병사들은 고개를 돌렸다.
“어이쿠, 잠시만 좀 앉겠습니다. 와! 오늘도 식사 배급을 받으셨죠? 이야…! 이곳은 부유한가 봅니다. 로니아에 강제 징병 되었을 때에 비하면 엄청난 진수성찬이지 않습니까?!”
황금빛 머리카락과 푸른색 눈동자를 가진 사내. 흔히 볼 수 있는 로니아인의 외모다.
하지만 로키는 그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
‘한스.’
그가 직접 나섰다.
설마 이들 사이에서 뭘 하려는 거지?
“넌…뭐야?”
“일단 자기소개부터 하죠. 저는 민병대로 강제 징집된 한스라고 합니다.”
“…….”
병사들은 갑자기 끼어든 사내, 한스를 보며 ‘그래서 뭐?’라는 표정을 지었다.
“보아하니 탈출을 고민하시는 듯한데…, 혹시 들었습니까? 얼마 전에 탈출을 시도한 5명이 모두 죽임을 당한 일 말입니다.”
“……!”
병사들은 흠칫 놀라며 서로를 바라봤다.
로키는 흥미롭게 한스를 응시했다.
‘솔직히 말하는군.’
하지만, 이 이상 불안감을 조성해서 좋을 게 없다.
자칫 잘못하면 폭동이 일어날 테니까.
‘아니면 다른 방법을 생각하고 있는 건가?’
“모두 죽었다고?”
“듣기론 한 2명 정도는 그 자리에서 죽고, 나머지는 모두 알몸이 된 채 밧줄에 매달려 물 한 모금 안 준다고 합니다.”
얼어붙은 대지에서 밧줄에 매달려 추위에 노출된다면 살아 있기 힘들다.
그걸 포로들이 모를 리 없었다.
“그러니 포기하는 게 좋을 겁니다.”
“그, 그런가…?”
분위기가 한층 더 무거워졌다.
“이게 다 애쉬 때문입니다.”
“…….”
로키는 한스를 쳐다봤다.
한스가 화가 난 듯 말했다.
“그 망할 왕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죠! 전대 국왕인 엘론 왕의 실수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때도 10만 대군을 의미 없이 잃더니, 이번엔 저희 같은 농민들을 죽일 셈이라고요!”
병사들은 그 말에 공감하는 듯 한스를 쳐다봤다.
“동서 전쟁이 끝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세율을 올리고 강제 징집이라니…! 농사는 누가 짓습니까? 저희 가족들은 뭘 먹고 살라는 겁니까? 설마 자식들을 팔아서라도 살아야 한단 말입니까?”
병사들은 화를 내는 한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남 일 같지 않은 이야기다.
로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스는 이들에게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역시 사람 심리를 잘 다룰 줄 아는군.’
“놈은 미쳤어요! 전쟁이다 뭐다, 완전히 광기에 물들었습니다!”
한스의 말에 병사들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한탄해봤자…,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어?”
“있습니다!”
“……?”
“듣자 하니 이 아스가르드란 나라에서 병사를 모집한다고 합니다.”
“병, 병사를? 미친 거 아니야? 적이었던 이들을 병사로 들인다니….”
“그래도 그들은 우리를 방패막이로는 쓰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확언할 수 있는 이유가 있는 거냐?”
병사들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스는 그런 이들을 보며 주변을 가리켰다.
잘 지어진 천막과 따뜻한 장작, 그 위에 끓고 있는 수프까지.
“이미 눈앞에 있지 않습니까? 로니아 병사일 때 이 정도 대우를 받은 적 있습니까?”
“…….”
병사들은 흠칫 놀라며 서로를 바라보며 웅성거렸다.
생각해보니 ‘포로’ 따위에게 너무나도 과분한 대우였다.
“게다가 며칠 전부터 매일 100명씩 한꺼번에 포로를 해방해 주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
“그, 그게 정말인가?”
그 말에 한스는 기회다 싶어 말했다.
“그게…사실 제가 그 100명 중 하나였습니다.”
“……!”
보통 소문이라면 사람들은 그 소문을 의심한다.
하지만 당사자가 나서게 되면 그 소문에 신뢰도가 붙게 되는 법.
특히 이렇게 절박한 상황에서는 약간의 희망에 기대는 심리가 있다.
병사들은 한스의 말에 귀를 더욱 기울였다.
“잠깐, 이상하잖아? 너를 풀어줬는데 왜 네가 여기 있는 건데…?”
“제가 본국으로 귀국하는 걸 거절했기 때문입니다.”
“……!”
“생각해보십시오. 지금 로니아의 상태가 어떻습니까?”
생각할 것도 없다.
최악의 나라, 지옥 같은 나라, 살기 위해선 무슨 짓이든 해야 하는 나라로 변모하고 있었다.
“분명 귀국하게 되면 다시 징병 되겠죠. 그리고 또 이 얼어붙은 대지로 진격해야 할 게 뻔합니다.”
병사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이곳에 있으면 밥도 주고, 재워줍니다. 게다가 다친 곳을 치료까지 해주고요. 혹시 포션을 마셔보셨습니까? 대단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좋은 효력을 가진 건지 몰랐습니다! 저 같은 일개의 농부에게 그런 귀한 치료제를 아낌없이 나눠줄 줄은…!”
한스의 흥분된 말에 병사들은 동요하는 눈빛을 비췄다.
맞는 말이다.
얼어붙은 장벽 사건 이후로 몸이 불구가 된 자들은 포션을 받아 기적같이 멀쩡해졌다.
“포로임에도 이렇게 대우해주는 곳이 이 대륙에 어딨겠습니까?”
“그, 그렇기는 하지.”
“응, 맞아…로니아에 가봤자 다시 위험해질 거야.”
“하지만… 가족이.”
병사들의 마지막 말에 한스는 눈을 빛냈다.
“게다가 저희가 살 수 있었던 이유가 모두… ‘에론’ 왕자님 덕분이라고 하더군요.”
한스는 은근히 에론의 이름을 강조했다.
“에론…?”
“로니아의 이왕자? 아직 살아 있는 건가?”
“사실 이와 같은 대우도 모두 에론 왕자님께서 손쓰신 것이라고 하더군요. 로니아의 백성이니… 잘 보살펴달라고 직접 청했다고 합니다.”
“그런….”
“우리 같은 녀석들을 신경 써줬단 말이야?”
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들을 보며 더욱 작게 속삭였다.
“사실…, 왕자님이 이곳에서 로니아를 재건하실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
병사들은 기겁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무슨….”
“조용히…! 듣기론 애쉬의 횡포를 더는 참지 못해 군대를 일으킬 생각이라고 하더군요.”
병사들은 마른 침을 삼켰다.
그 말은 또다시 내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말이 된다.
병사들은 이를 갈았다.
“그 망할 왕자들은…!”
“이제 지긋지긋해!”
한스는 그런 병사들의 불평을 잠재웠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잘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
“애쉬가 통치하는 한 그건 저희의 고향이 아닌 지옥입니다. 차라리 에론 왕자님이라면 로니아는 더없이 평화로울 겁니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냐?”
“그러면요? 그 지옥에서 가족들이 안전하게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보십니까?”
“…….”
“로니아는 이미 끝났습니다. 멸망의 길을 걷고 있죠. 이참에 갈아엎어야 합니다.”
“…….”
맞는 말이다.
“…….”
병사들이 아무 말이 없자, 한스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그래서 말이죠.”
“…뭐지?”
“저는 에론 왕자님 밑으로 들어갈 겁니다.”
그 말에 병사들은 굳어졌다.
몇몇은 동요하는 듯 주변을 눈치를 살폈다.
얼마 전까지 애쉬의 병사들이었다.
반역자 에론을 지지하는 발언은 상당히 위험하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 뭐라고 하는 이들은 없다.
오히려 눈치를 보는 이들만 있을 뿐이다.
“에론 왕자님은 북방의 노드족과 함께 로니아를 탈환할 생각이십니다. 또한 지원한 병사와 그 가족에게 세금 혜택을 준다고 하더군요.”
“……!”
지금 로니아는 오른 세금에 힘겨워하는 농민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걸로 병사들을 설득하기엔 부족한 감이 있다.
이에 가만히 듣고 있던 로키가 나섰다.
“나도 들었다.”
모두의 시선이 로키에게 향했다.
한스는 멈칫 놀라며 당황했다.
설마 로키가 이곳에 있을 줄이야…!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면 눈치채지 못했을 터였다.
로키는 병사들에게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군에 지원하면 이곳 아스가르드에 이주해 살 수 있는 우선권과 더불어 공을 세울 경우 땅과 집도 준다더군.”
“……!”
로키의 말에 병사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소문으로 들었다.
이곳으로 도망친 로니아인들은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로니아와 비교해 낙원이라 부른다고.
누군가가 용기를 내어 말했다.
“그럼…, 에론 왕자님 밑으로는… 어떻게 들어가는지 알고 있어?”
로키는 미소를 지었다.
“곧 알게 될 것이다.”
그때, 노드 병사들이 포로들이 있던 캠프에 찾아왔다.
“지금부터 포로 해방이 있을 것이다!”
“……!”
“필요한 물과 식량, 따뜻한 의복을 지원해주지. 혹, 이곳에 나가고 싶은 자들이 있나?”
그 발언에 포로들이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포로들은 한스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진짜였네?”
“풀어준…다는 거지?”
그들은 기뻐했지만, 한편으론 불안해했다.
로니아에 돌아간다면 자신의 미래가 훤히 그려졌기 때문이었다.
“푸, 풀어준다고 했지! 그럼 난 귀국할 거야!”
“그래! 돌아가겠어!”
병사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한스 곁에 있던 이가 결국 말했다.
“여, 역시 난 가겠어! 가족이 로니아에 있어. 돌아가면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
“…나도 간다. 여기에 있으면 불안해!”
로키는 그들을 보며 조언 삼아 말했다.
“가는 건 좋지만, 이것 하나만은 명심해라.”
“……?”
“만약 전쟁이 시작되면 저항하지 말고 항복해라. 저항하게 되면 무조건 죽게 될 테니.”
로키의 날카로운 말에 병사들의 얼굴이 창백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스는 로키를 보며 입으로 달싹였다.
-고맙습니다!
아스가르드의 거주는 상당히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그렇게 한스는 포로들에게 ‘소문’을 퍼트렸다.
“대단하지 않습니까? 따뜻한 휴식처!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음식까지…! 이렇게 마음 놓고 두 다리 뻗고 자본 적은 처음입니다!”
달콤한 말을 속삭이고….
“대재앙을 보지 않았습니까? 이들을 적으로 돌리는 건 무척이나 위험한 일입니다!!”
협박하며….
“보십시오! 이처럼 우리를 사람답게 대해주는 곳이 어딨습니까? 지금 로니아에서 우리는 사람도 아닌 노예 취급입니다!!”
불만을 토로하고….
“이게 다 애쉬 그놈 때문입니다! 그놈만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겠지요! 그놈만 없다면 로니아는 행복한 나라로 되돌아갈 것입니다!”
선동까지 한다.
한스와 이야기를 나눈 자들은 다른 이와 이야기를 하며 그 내용이 고스란히 퍼져나갔다.
아니, 오히려 살이 붙고 과장되기까지 했다.
하루에 한 번 로니아 포로들의 해방이 이루어졌지만, 정작 그 수는 급격히 줄어 들어갔다.
“어이…! 진짜로 남을 셈이야?”
“…돌아가봤자 위험해질 뿐이야.”
“가족은…?”
“…차라리 에론 왕자 쪽에 붙는 게 훨씬 나은 선택일 거야. 애쉬를 몰아내지 못하면 내 아들이 나와 같은 꼴이 되겠지. 그리고 자원하면 거주권을 준다잖아. 당장 편지를 써서 북방으로 망명하라고 할 거야.”
그중에는 미리 한스가 심어놓은 사람들도 다수가 존재했다.
그렇게 한 달하고도 이주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고, 또다시 포로 해방의 기회를 주었을 때, 만원이었던 지원자 수는 50명 안팎으로 줄어들었다.
로키는 그 모습에 감탄했다.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들의 허망함을 메워 줄 분노의 대상을 만들고, 아스가르드를 만나면 절대 싸우지 못하도록 공포심마저 새겨두었다.
또한, 그들에게 작은 희망과 소속감을 줌으로써, 그들을 무사히 회유했다.
그뿐만 아니었다.
백색의 갑옷과 번쩍이는 검을 착용한 한스가 포로들 앞에 등장했다.
등에 멘 배낭에서 꺼낸 고급 음식들을 그들의 앞에 내려놓았다.
“한, 한스! 그 차림은 뭔가?! 그 음식들은 뭐고?!”
한스는 웃으며 말했다.
“군에 지원하니 장비와 식량을 주더군요.”
“……!”
“그럼, 이제부터 아스가르드 군에 입대하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참고로 장비는 선착순입니다. 그러니….”
한스는 눈웃음을 지었다.
“빨리 자원입대하는 게 좋을 겁니다!”
한스의 책략은 훌륭히 먹혀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