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07)
성좌가 된 플레이어-107화(107/250)
제107화
“저놈들, 꽤 잘 싸우는데?”
노드 병사들은 혁명군을 보며 진심으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무리 악에 받쳤다지만 아무런 훈련을 받지 않은 민병대였다. 그런 이들이 약에 미친 제국 노예군과 비등하게 싸우고 있었다.
혼자서 힘들면 둘이 달려들고, 온몸에 상처를 입어도 물러섬이 없다.
“뭐, 이번 공격도 이걸로 막은 거 같은….”
그때 노드 병사의 시선이 외벽 건너편으로 향했다.
제국군이 커다란 투석기에 기름이 담긴 항아리로 헝겊을 덮고 그 위에 횃불을 이용해 불을 붙였다.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투석기가 흔들리며 외벽 너머 도시로 화염이 쏟아졌다.
거센 폭우가 내리는 날임에도 기름은 활활 불타며 혁명군과 노드 병사, 노예병에게 쉼 없이 날아왔다.
“……!”
아군, 적군을 구별하지 않는 무차별적인 공격.
노드 병사와 혁명군은 그대로 굳어졌다.
“저놈들 미친 거 아니야?!”
“…끄응, 아군 따윈 상관없다는 건가?”
노예병들이 급조해서 만든 충차를 밀며 급히 외문을 향해 달려와 부딪친다.
무너지기 시작한 외문 반대편에는 혁명군이 억지로 몸을 기대며 막아섰다.
조금 전보다 더 거친 공격.
게다가 이번엔 공성 병기와 노예병만 나서는 게 아니다.
웬 낯선 무리가 다가오고 있다.
그 수는 약 일천.
노예병과는 확연히 차이 나는 장비들이다.
그들은 괴로운 듯 울부짖는 표정의 기분 나쁜 가면을 쓴 채 천천히 다가온다.
진군 속도가 점점 빨라지더니 이윽고 전력을 다해 뛰어온다.
그들은 등에 있는 활을 빠르게 빼 들고 활시위를 매긴다. 그리고 노드 병사를 향해 쐈다.
빠르게 날아간 화살은 회전하며 노드 병사의 미간으로 향했다.
“……!”
반사적으로 활을 들어 그것을 쳐냈지만, 활이 부서짐과 동시에 노드 병사는 튕겨 바닥에 엉덩방아를 찍었다.
화살에 스친 뺨에서는 피가 주르륵 흘러나왔다.
“…묵직해.”
게다가 정확도는 어처구니없을 정도다.
“…이거 위험하겠는데?”
말과 달리 노드 병사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크론 제국의 황제가 직접 창설한 조련사 친위대.
[불멸의 군단]이라 불리는 이들의 참전이었다.크론 제국의 조련사 친위대가 빠르게 달려들었다.
사다리에 올라타자, 노예병들이 기다렸다는 듯 사다리를 외벽 쪽으로 들어 올렸다.
그렇게 외벽에 도달한 제국 친위대는 외벽을 지키는 혁명군을 도륙했다.
“뭐, 뭐야! 저놈들은…!”
“막아!”
혁명군 3명이 조련사 친위대 한 명에게 달려들었다.
긴 창날이 날아들었지만, 재빠르게 피한 조련사는 오히려 창대의 좁은 틈으로 파고들어 순식간에 3명의 혁명군을 베어내버린다.
“……!”
대치하고 있던 혁명군은 흠칫 놀라며 물러섰다.
친위대의 가면 속 눈동자가 움직이며 다음 먹이를 찾을 때, 노드 병사가 그에게 달려들었다.
“으럇!”
“…….”
휘두른 검을 막은 친위대는 움찔 놀라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생각보다 묵직한 공격에 놀란 눈을 하고 노드 병사를 쳐다봤다.
“이걸 막아? 아까 노예병들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건가?”
“…….”
“끄응…, 이런 놈들이 떼거리로 몰려오다니….”
노드 병사는 식은땀을 흘렸다.
“…좀 봐달라고.”
***
결국, 외벽은 하루를 채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버렸다.
혁명군들은 도시를 버리고 휴벨 영지의 성채로 들어가 농성을 벌일 준비를 했다.
도시에 있던 일반 시민은 성안에서 보호하도록 조치를 취했다.
휴벨 영지의 도시는 순식간에 불탔고, 하늘은 잿빛으로 물들었다.
한스는 성벽 위에서 불타는 도시를 바라봤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시민들이 노예병들에게 노예로 잡히거나 도륙당하기 시작했다.
아우성치며 살기 위해 성채로 달려오지만, 노예병들은 그런 그들을 사냥해버린다.
“약탈을 즐기고, 이 성채는 공격하지 않는 건가?”
이상한 점은 적들이 성채를 공격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어쩌면 본격적으로 공격할 준비를 하기 위해 기다리는 걸지도 모른다.
카샤르 황제가 휴벨 영지에서 입성할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 하루하고도 반나절, 그때까지라도….’
한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말이야 쉽다.
설마 이렇게 순식간에 무너질 줄 몰랐다.
무엇보다 그 악랄한 카샤르 황제의 친위대가 움직일 줄은…!
그들이 나서니 이미 지친 노드 병사들도 상대하기 버거워했다.
게다가 이런 작은 성벽과 성문은 공성병기를 이용하면 단 몇 시간 만에 함락시키는 건 문제도 아닐 것이다.
하루라도 버틴다면 그것이 기적에 가까운 일이겠지.
“지금쯤 로키 님은 어디까지 도달했으려나?”
크론 제국의 노예병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시까지 공성병기를 끌고 오고, 황제의 친위대는 또다시 최전선에 서서 싸울 준비를 하고 있다.
노드 병사들은 그런 이들을 보며 신음을 내뱉었다.
“끄응…저 가면 쓴 놈들만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데 말이야.”
“끝까지 버텨보자고.”
“아아, 죽어도 한 놈이라도 더 죽이고 죽자고.”
노드 병사들은 그나마 여유로워 보였지만, 혁명군들은 꽤 지친 얼굴들이다.
이곳저곳에 상처투성이며, 서 있을 기력조차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그들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듯 손에서 무기를 놓지 않고 있었다.
“몰려오는구먼! 누가 가장 오래 살지… 내기 하자고…!”
병사들은 무기를 뽑아 들고 성벽 위에서 굳건히 버텼다.
***
빗줄기가 점차 줄어들고 바람조차 선선하게 불기 시작했다.
점차 하늘이 개기 시작하며 주변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그럼에도 휴벨 영지에 있는 병사들은 아침 해가 뜨고 있다는 걸 자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곳을 찾은 이들은 잘 알고 있었다.
휴벨 영지에서 멀리 떨어진 언덕 위로 6,000명에 이르는 백색의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저마다 다양한 무기를 든 채 도열해 있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대지를 밟은 8개의 말발굽.
괴물마 슬레이프니르를 탄 로키가 휴벨 영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주변의 모든 노드 병사가 명령을 기다리는 듯 그를 쳐다봤다.
그가 무슨 말을 하느냐에 따라 그들의 하는 행동이 달라진다.
“이틀째 되는 아침이다.”
모두가 조용히 로키의 말에 귀 기울였다.
“모두 쉬지 않고 달려오느라 지쳤겠지.”
주인을 쳐다본 노드 병사들은 거친 숨을 들이켜고 흘린 땀을 닦았다.
“하지만 저곳에 있는 자들은 우리보다 더 지쳐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살고자 발버둥 치며 적을 향해 검을 휘두르고 있을 터.”
노드 병사들은 숨을 가다듬었다.
자신의 주군이 연설을 하는 동안, 아주 짧은 휴식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렇담 우리는 그들의 생명을 지켜주는 방패가 되어야 할 것이다.”
로키는 궁니르를 들어 휴벨 영지에 겨누었다.
휴벨 영지 근처에 움직이는 노예병들이 보인다.
그 모습을 보며 로키는 안광을 가늘게 떴다.
“저들이다. 우리에게 송곳니를 들이밀며 우리를 우습게 본 어리석은 자들이다.”
로키는 슬레이프니르의 말고삐를 쥐었다.
슬레이프니르의 괴성이 대지에 울리고 앞발을 허공을 휘둘렀다.
“진격하라! 저 어리석은 자들을 도륙하고 자신들이 저지른 죄가 무엇인지 머릿속에 똑똑히 각인시켜라!”
“……!”
“아스가르드의 힘을 보여주어라! 사냥을…!”
로키의 안광이 커졌다.
“…시작하라-!”
아스가르드의 최정예 부대 6,000명.
휴벨 영지의 전장에 참전.
***
“끝났군.”
카샤르는 만족스러웠다.
외벽이 무너졌다.
게다가 안쪽 성채마저 함락당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도시에 숨어있는 시민들도 노예로 끌고 왔고, 이제 곧 자신의 업적에 흠을 낸 스팅거 가문의 당주는 사라질 것이다.
안에는 에론 왕자도 있겠지만, 애쉬 왕이 생사 구분할 필요 없다고 했으니 상관없다.
아니면 그 왕족 소년을 노예로 쓰는 것도 재밌겠지.
‘…그러고 보니 스팅거 당주의 얼굴을 보지 못했군. 뭐 상관없나?’
죽으면 다 거기서 거기니까.
카샤르 황제는 휴벨 영지로 향하는 가마를 탔다.
50명의 노예가 들어 올린 가마의 위용은 화려하고 웅장했지만, 문제는 그들로도 들기 힘들 만큼 거대한 가마라는 데 있다.
노예들은 허리가 부서질 듯 온몸에 힘을 주었다.
떨리는 다리로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발을 옮긴다.
너무 느린 움직임에, 황제의 친위대가 채찍을 휘둘러 그들을 압박했다.
점차 휴벨 영지로 향하던 카샤르는 갑자기 느낀 오한에 고개를 틀었다.
카샤르 뿐만 아니라 진지를 버리고 휴벨 영지로 향하던 노예병마저 고개를 틀었다.
휴벨 영지와는 정반대 방향, 숲으로 우거진 곳이었다.
그곳에서…, 대지가 울리는 굉음이 들려왔다.
잠시 후 수천에 이르는 병사들이 파도처럼 밀려 쏟아져나왔다.
“……!”
카샤르는 그것을 본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 수는 약 6,000.
대부분 기병으로 이루어진 부대가 전력을 다해 뛰어오고 있다.
지원군인가?
참으로 어이가 없다.
겨우 6,000으로 3만의 군대에게?
아무런 전략도 작전도 없이, 그저 돌진만 한다고…?
카샤르는 당혹스러운 듯 한마디했다.
“…저건 또 무슨 정신 나간 집단이야?”
‘혹시 약에 취한 병사들인가…?’라는 의문마저 가질 정도였다.
그런 카샤르의 눈에 걸리는 게 있었다.
바로 저들이 가진 정체불명의 깃발.
뱀과 늑대가 뒤엉킨 처음 보는 깃발이다.
‘처음…보는 깃발이군.’
설마 말로만 듣던 북방의 아스가르드인가?
저 무식한 진군에서 느끼는 ‘위화감’이 상당히 불쾌했다.
겨우 6,000일 뿐인데, 식은땀이 흐르고 피부가 따끔거린다.
그것이 ‘불안’이라는 걸 인지했을 때, 카샤르는 눈이 휘둥그레 뜨며 다급히 외쳤다.
“…저들을 막아!”
왠지 모를 초조한 목소리에 친위대는 흠칫 놀라며 채찍을 휘둘렀다.
노예병들이 다급히 기다란 창대를 이용해 파이크 진형을 만들었다.
수천 명의 노예창병이 기다란 창대를 세웠고, 그 뒤를 궁병대가 진을 이룬다.
“…….”
크론 제국의 자랑하는 조련사 친위대가 기병을 앞세웠다.
그 수는 1,000.
랜서를 쥔 친위대가 돌격했다.
말발굽이 대지를 밟는다.
일천에 이르는 엘리트 기병들이 쐐기 대형을 형성해 6,000에 이르는 적병을 향해 달려갔다.
크론 제국 황제의 친위대, 아스가르드의 최정예 기병대.
그 두 세력이 적을 죽이기 위해 달려들었다.
서로의 거리가 점차 좁혀진다.
일천이 넘는 말발굽이 대지를 때리자 땅이 울리고 굉음이 퍼진다.
크론 제국의 친위대들이 눈을 빛내며 거친 숨을 내쉬며 황제의 적을 향해 찌를 준비를 했다.
하지만 그들이 선두에 선 이질적인 존재를 바라본 순간, 놀란 눈을 할 수밖에 없었다.
8개의 다리와 소름이 돋을 정도로 흉측한 마갑의 괴물마를 타고 선두로 달리는 ‘악마’를 보며 오싹한 느낌을 받았다.
“……!”
친위대들은 흠칫 놀라는 순간, 로키의 안광이 빛내며 섬뜩한 한 마디를 내뱉었다.
“…먹어치워라. 요르문간드. 펜리르.”
로키의 몸에서 불길한 그림자가 뿜어져 나왔다.
맑게 갠 하늘 아래로 거대한 짐승의 그림자가 휘몰아쳤다.
하늘을 뒤덮을 듯 높게 승천한 그것이 다시 땅으로 떨어진다.
수십 개의 뱀과 늑대의 그림자는 붉은 눈을 빛내며 아가리를 벌려 그대로 친위대에게 날아들었다.
‘…환영?’
약에 취해 확대된 동공 사이로 허공에서 날아오는 짐승의 그림자들이 비쳤다.
그 크기에서 느껴지는 위엄과 흉악함은 감정의 동요가 없는 친위대마저 공포심에 물들게 했다.
‘저것은…환영! 환영! 환영이다!’
약에 취해서 헛것이 보이는 것일 테다. 적들의 수작이다. 실제로 존재하는 마법 중 저런 대규모 마법이 존재할 리 없다!
친위대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본능적인 두려움에 몸이 굳어졌다.
그들은 이를 악물고 랜서를 치켜들었다.
엄청난 기세로 날아오는 짐승들을 보며 감정을 애써 가라앉히려 한다.
‘가짜. 가짜다. 가짜일…것이다. 진짜로…가짜 일까?’
고삐를 쥔 손이 떨려왔다.
거대한 뱀의 아가리가 벌어지며 자신들을 먹어치우려는 기색에 그들은 순간적인 공포심에 급히 말고삐를 틀었다.
속도가 줄어들고 서로가 서로를 부딪친다.
그들의 말조차 공포에 얼룩져 투레질하며 앞발을 들어 허공에 휘저었다.
“도…망…!”
말문이 닫혀 있던 친위대의 첫 한 마디였지만, 그 말이 끝나기도 전 검은 그림자가 그들을 덮쳤다.
1,000에 이르는 쐐기 대형의 중심부가 무너져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