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10)
성좌가 된 플레이어-110화(110/250)
제110화
푸욱-!
에론은 놀란 눈빛을 내비쳤다.
그의 얼굴에 피가 튀겼다.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앞을 바라봤다.
“컥-!”
그를 감싼 건 다름 아닌 팜이었다.
“팜?!”
팜은 무릎 꿇렸다.
배에 검이 그대로 관통당하고 말았다.
팜은 노예병을 노려봤고, 노예병은 그런 팜의 눈빛을 보곤 겁을 집어먹어 도망쳐버렸다.
“쿨럭-!”
역류하듯 입에서 피를 토한다.
‘끝인가….’
“팜! 팜-! 정신 차려-!”
에론이 다가와 그를 부축했다.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메아리쳤다.
‘하하…저에게 그런 표정을 짓는 겁니까?’
친부모를 잃은 듯한 절망어린 표정.
에론의 표정이 그러했다.
“팜…!”
“ㅍ…!”
“……!”
소리가 점차 사라져간다.
시야가 검게 물들었다.
-‘예전부터 궁금했습니다.’
-‘당신은 왜 에론 왕자님을 섬기는 겁니까?’
팜은 얼마 전 한스가 한 말을 떠올랐다.
***
-그대는 노예인가?
희미하게 소리가 들려왔다.
빗줄기가 내리는 바닥에 엎어진 자신이 보였다.
오래된 과거, 극심한 노동으로 몸이 버티지 못해 쓰러졌을 때,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었다.
-노예냐고 물었다.
위엄 있는 목소리.
하지만 앳된 목소리이기도 했다.
기껏해야 5살 정도밖에 되지 않는 어린 소년.
그 양옆에는 기사들이 호위를 서고 있다.
고귀한 신분으로 보이는 이 도련님은 버려진 난민촌에 기웃거리고 있었다.
-소, 송구합니다! 왕자님! 제 노예가 실례를…! 팜! 어서 일어나 인사 올려라! 겨우 다리가 부러진 거 가지고 엄살 피우지마!
팜의 주인인 노예상이 손을 비비며 답했다.
하지만 이제 갓 5살이 된 에론 왕자는 그런 노예상을 무시한 채 팜에게 물었다.
-노예냐고 물었다.
-아…니야. 나는…노예 따위가…도구 따위가…아니야.
팜의 대답이었다.
-그래? 그렇군.
그 대답에 에론 왕자는 손을 내밀었다.
-와, 왕자님! 하찮은 노예의 손을 잡으시면…!
-닥쳐라. 모든 생명은 고귀하다. 그것이 평민이건, 농노건, 노예건 모두 똑같아!
-모두…, 똑같아?
-그래, 모두 고귀하다. 생명은 소중하니까. 너 또한 그렇고.
에론의 상냥한 목소리에 팜은 저도 모르게 손을 내밀었다.
그 차가운 빗줄기 사이에서 에론 왕자는 그의 손을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너는 고귀한 존재다. 팜.
‘에론 왕자님…, 당신은 그때의 저를 기억하지 못하시겠지요. 하지만 저는 당신을 한시라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평생을 노예였을 그는 에론 덕분에 자유인이 되었다.
또한 안전하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평화로운 시골마을의 군부대에 배속시켜주었다.
그때부터, 팜은 돈을 벌고 상인의 길을 걸었다.
재력을 쌓고, 재력으로 기사 작위를 따고, 공로를 쌓고 뇌물을 주며 헤일로 가문의 양자로 들어가 당주가 되었다. 그리고 차츰차츰 올라갔다.
하찮은 신분을 가졌음에도 자신을 방해하는 것들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두 동원해 제거해왔다.
그렇게… 그는 에론 왕자에게 다가갔다.
…내가 왜 그분을 섬기냐고?
그분이 나를 인정해줬기 때문이다.
한스 스팅거.
하지만 그를 섬기는 것도 이것으로 마지막이겠지.
부디…강녕하시길.
“일어나라. 애송이.”
순간, 팜의 몸에 크나큰 충격이 휩싸였다.
온몸에서 뼈가 깎이고, 살이 갈라지는 고통이었다.
하지만 그건 눈 깜짝할 사이, 그 모든 고통이 사라졌다.
흐릿한 시야도 뚜렷이 잡힌다.
그는 아침 햇살을 받으며 눈을 부릅뜬 채 고개를 돌렸다.
바로 옆에 자신을 보며 울음을 터트린 소년, 에론이.
그리고 그의 바로 옆에는 칠흑의 갑주를 입은 악마가 서 있다.
죄악의 성좌?
팜이 그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뻥 뚫려 있어야 할 자신의 배가 메워져 있다.
상처는커녕 흉터조차 남아있지 않다.
“……!”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팜은 놀라 경악했다.
그는 로키가 든 포션을 바라봤다.
‘저 포션….’
그러고 보니 아스가르드에서 효능이 좋은 포션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하, 하지만 죽은 자마저 살려내는 포션이라니?”
“말은 똑바로 해야지. 죽기 직전이었다.”
그 말은 죽은 자를 제외하고 어떤 상황이든 살릴 수 있다는 말이 아닌가!?
팜은 소름이 돋았다.
상대가 상식을 벗어난 건 알고 있었지만.
전장에서 쓸 수 있는 대규모 마법뿐만 아니라 이런 포션을 제작하는 데도 능하단 말인가?
정말로 그가 성좌란 존재가 아닐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 세상의 법칙을 이리도 간단히 일그러뜨리는 기적을 행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정신 차렸으면 재정비하도록.”
로키는 그를 스쳐 지나갔다.
그러면서 안광을 에론에게 향했다.
“우리의 승리다. 에론 로니아.”
에론의 눈이 점차 커져갔다.
그 말대로다.
휴벨 영지를 점령했고, 애쉬의 유일한 지원군인 크론 제국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 말은 이제 곧-.
“이제 수도 로스트를 점령한다.”
이 전쟁이 끝난다는 것.
이제 그 끝에는 애쉬 로니아만이 남아 있었다.
***
“카샤르 황제가…죽어?”
휴벨 영지로 떠난 로니아의 척후병이 가져온 보고는 애쉬에게 있어 너무나도 충격적인 것이었다.
4만의 노예병이 ‘전멸’했다는 것.
더 놀라운 건 상대의 피해는 혁명군 외에는 미약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를 두렵게 만든 것은 황제이자 12인의 영웅인 카샤르의 죽음이었다.
지지 않을 존재라 믿었다.
그렇기에 제아무리 적국이라고 해도 영토와 노예, 조공마저 바치며 그를 방패삼아 왕좌를 지키고자 했건만….
대륙의 인간 중 4번째로 강한 영웅이 변변한 저항도 못 한 채 죽었다는 소식은 애쉬로 하여금 다리에 힘을 풀리게 만들었다.
그에겐 이제 절망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는 이마를 짚고 실성한 듯 웃었다.
“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 농담이지? 농담이라고 말해. 응? 하하하-!”
“…….”
척후병은 아무 말도 못 했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의 목마저 날아갈 것 같았다.
“그래서… 그것뿐? 나에게 전하러 온 게 그것뿐이야? 응?”
“…….”
척후병은 애쉬의 눈치를 보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또한…, 적의 병력을 파악할 수가 없습니다! 전국에서 모여드는 반란군들이 이곳 로스트로 모여들고 있다는 보고가…!”
“아…아아아-!”
애쉬는 절망어린 쉰 목소리를 내뱉고는 왕좌에 주저앉았다.
그는 주변 귀족들을 쳐다봤다.
대전에 모인 귀족들은 직면하는 최악의 상황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있었다.
설마 그렇게 무시하고 깔보던 야만인 따위가 이 정도의 무력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을뿐더러, 심지어 크론 제국의 황제마저 죽였다는 것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항상 자신만만해 하며 목에 힘을 주고 외치던 그들의 모습들은 온데간데없고 패자로서의 나약함만이 남아있었다.
그런 무기력한 모습에 애쉬는 혐오감을 느꼈다.
“경들은 무얼 하는 것이오…?”
“…저, 전하?”
귀족들은 애쉬를 쳐다봤다.
애쉬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지며 머리에 쓴 왕관을 집어 던져버렸다.
왕위 계승자에게 대대로 물려내려 온 가보가 가차 없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경들은 무엇을 하고 있냐고 물었다! 이 버러지들아! 적들이 몰려온다잖아! 그럼 막아! 지키라고! 그 괴물들에게서 나를 지키란 말이다!”
“……!”
경어 따윈 없다.
이성을 잃은 그는 목이 터질 듯 외쳤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막으란 말이다! 네놈들은 나를 지키는 신하들이 아닌가!”
“하, 하지만 방법이….”
“적들이 병력을 모으면 우리도 모아! 전국에 있는 모든 병력을 모으라고!”
“하, 하지만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국경 지역의 방어가….”
“수도가 함락당하고 왕인 내가 죽게 생겼는데 그따위 국경이 문제인가…!”
“…….”
“지금 당장 로스트에 있는 모든 백성을 강제 징병한다! 노인, 여자, 어린아이 할 거 없이 모두…!”
귀족들은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못 했다.
인간이기를 포기하며 미쳐가는 폭군을 쳐다볼 의지마저 잃어 고개를 숙일 뿐이다.
살기 위해서는 그의 말을 듣는 척이라도 해야 했다.
“왜 대답이 없는가?”
“…명대로 하겠사옵니다. 왕이시여.”
다만, 그 중 고개를 숙이며 말한 귀족이 얼굴을 들었다.
…귀족?
다르다.
그는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뼈밖에 없는 ‘망자’였다.
그는 왕의 앞에서, 귀족들 사이에서 우뚝 서 있었지만, 그가 내뿜는 살기가 담긴 감정도, 냉혈한 목소리도, 그의 존재 자체도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가 귀족의 일부인 양, 원래 있던 사람인 양 자연스러워 보였다.
증오와 분노, 원망이라는 감정이 얼룩진 안광을 불태운 마법사, ‘폴’은 애쉬를 노려보고 있었다.
***
로스트에서는 애쉬를 위한 병력이 모여들었다.
그 수는 점차 많아져 수도를 빼곡히 가득 채울 정도였으며, 그곳에 생활하던 백성들마저 강제 징병되었다.
노인, 여자, 어린 아이와 병자의 구분이 없었다.
그 수는 헤아릴 수가 없다.
왕의 마지막 발악이었기에 수도의 수비는 그 어떤 나라보다도 단단했으며 또한…‘허술해’ 졌다.
수도가 곧 전쟁터가 된다는 걸 알게 된 영지민들은 그곳을 떠나려 했지만, 이미 모든 걸 봉쇄당한 직후였다.
몰래 빠져나가려 한다면 그 즉시 이유 불문하고 모두 사형이라는 형별이 내려졌다.
에론의 반란, 백성들의 봉기, 외세의 침입, 추가적인 강제 징병. 이 모든 건 로스트의 혼란을 야기했다.
귀족들은 애쉬의 강제 징병에 내심 안심하고 있었다.
애쉬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이기는 했어도 생각했던 것 이상의 병력이 소집된 것이다.
이 정도면 적도 상상 이상의 저항에 포기하고 어느 정도 물러설지 몰랐다.
그때, 그들은 ‘빠져나가면’ 된다.
그들에게는 선택권이 많다.
타국으로 망명가거나, 혹은 에론에게 가거나…살 방법은 다양하다.
다만, 애쉬만은 살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을 본인이 알기에 저리 행동하는 거겠지만 말이다.
***
“…생각보다 크군.”
로키는 슬레이프니르 위에 올라탄 채 말고삐를 쥐었다.
그에게서 멀리 떨어져 보이는 로니아의 수도, 로스트라는 거대 도시의 외벽에 달린 국기와 병력이 빼곡히 채워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정보에 의하면 로니아의 병력을 모을 수 있을 만큼 모두 모았다고 한다.
또한, 그만큼 불안정하기도 했다.
그중에는 애쉬를 따르는 자도 있겠지만, 반대로 애쉬를 노리는 자 또한 존재할 것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애쉬는 불안에 못 이겨 병력을 불러들이고 있다.
저 감옥의 쇠철창과도 같은 벽에 숨어서 말이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움이 물어왔다.
로키의 뒤에는 보급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집결시킨 1만의 정예 아스가르드 병사. 그리고 11만의 에론의 혁명군 병력이 모여 있었다.
총 12만.
이 정도면 로스트를 함락시키기엔 충분했다.
다만, 문제가 되는 건 희생이 클 것이다.
상대는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
그러니 마지막 저항은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담….
“대기.”
“…대기입니까? 얼마나…?”
“아아, 한…, 3개월쯤? 아무래도 상대가 너무 많아서 말이지.”
“…….”
“3개월. 대략 그 정도가 적합하겠어. 그때까지 기다린다. 단….”
로키의 안광이 눈웃음 짓는 것처럼 휘어졌다.
장난을 치기 좋아하는 악동과 같았다.
“외부와의 연결이 없도록 단절시켜라. 로스트로 향하는 게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끊어버려라.”
뒤에 있던 에론은 의아해했지만, 아움은 로키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고 있었다.
로키는 그들을 말려 죽일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