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15)
성좌가 된 플레이어-115화(115/250)
제115화
아침 해가 뜨며 로스트를 밝혀주었다.
부서진 건축물.
다친 사람들.
전쟁이 끝났지만, 전쟁의 흔적은 아직도 남아 있다.
아직 남아 있는 노드군이 복구 작업을 도왔다.
로니아인들은 그들에게 갖가지 시선을 보냈다.
두려움과 불쾌감. 그리고 존경 어린 시선이었다.
누구는 그들이 로니아를 침략한 침략자로.
누구는 그들이 로니아를 구한 영웅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이 전쟁의 끝으로 차별받던 노드인의 대우가 달라질 것은 자명했다.
“왜 그러지?”
로키의 질문에 샐럿은 눈을 깜빡거렸다.
로니아의 왕도.
전쟁의 참상에 넋이 나간 표정을 짓는 로니아인.
그런 그들 사이에 아직도 희망을 끈을 놓지 않고 무너진 여관을 운영하는 이들도 있었다.
로키는 그런 여관에 자리 잡아 한가로이 로니아의 왕도를 구경했다.
그런 그의 앞에 나타난 다크 엘프 소녀는 로키를 멍하니 쳐다봤다.
아마도… 까마귀 탈도, 칠흑의 갑옷을 입은 것도 아닌 로키의 ‘인간’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일 터였다.
“아!”
로키의 말에 그제야 제정신을 차린 샐럿이 우물쭈물하다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뭐가?”
“행동… 함부로 한 거요.”
로키로서도 설마 샐럿이 왕궁에 있을 줄은 몰랐다.
그리고 애쉬를 활로 쏠 줄이야….
“뭐, 너도 그 녀석과의 악연을 끊고자 했던 거니 내가 참견할 게 아니다.”
애쉬는 샐럿을 원했고, 신성 교단과도 연이 있다.
로키는 대륙의 역사는 몰랐지만, 그녀와 신성 교단의 악연은 알고 있었다.
그녀로선 전쟁에 참전할 이유는 충분했다.
게다가 애쉬의 눈을 꿰뚫었던 화살.
그녀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그 머리통을 관통할 수 있음에도, 눈만을 꿰뚫고 살아 있는 상태로 그를 제압했다.
즉, 의도적으로 죽이지 않은 것이다.
‘우리를 생각해서겠지.’
애쉬 왕을 죽이면 외교적 문제가 될 거라는 것까지 고려했던 것이다.
“다만, 다음엔 미리 말하거라.”
“저를 전장에서 배제할 줄 알고….”
“말했다시피 네가 어떻게 하든 자유다.”
로키는 그렇게 말하곤 고개를 돌렸다.
“와아아아아-!”
“에론 전하 만세-!”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길거리에서 시민들이 모여들었고, 그들이 왕으로 추대한 에론 왕이 병사들과 함께 행진하는 모습이 보였다.
모두가 환영하는 건 아니었다.
-…빌어먹을 로니아 왕가.
-저놈들이 죽었어야 했는데….
당연히 왕족들의 지긋지긋한 왕위싸움에 가족이 희생되었고, 자신들마저 피폐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에 분통을 터트리는 이들도 있다.
그들의 원망과 증오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터.
모든 불행의 원인은 왕가 탓인 만큼, 그들의 마음을 다시 돌리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걸 에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저… 이제 어떻게 할 건가요?”
샐럿의 물음에 로키가 그녀를 보았다.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신성 교단이요.”
“그들에게 복수하고 싶으냐?”
샐럿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저었다.
“맞아요. 아! 아니기도 하고요.”
“……?”
“신성 교단을 무너뜨리고 싶어요. 하지만… 로키 님은 어떠세요?”
샐럿도 르란에게 어느 정도 이야기를 들었다.
아직 공표된 건 아닌 것 같지만 신성 교단이 역병 웜 페스트를 만들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이용해 하네스 제국을 멸망시켰다는 것.
로키는 그 사실을 이용해 신성 교단에 내전을 일으킨 것까지.
듣기론 아스가르드와 신성 교단과의 마찰은 불가피하다고 한다.
만약 전쟁이 발발하게 된다면, 로키를 어떻게든 돕고 싶었다.
“글쎄….”
사실, 신성 교단뿐만 아니라 크론 제국 건도 남아 있다.
크론 제국의 황제가 살해당했으니, 그들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가 없다.
신성 교단이야 내전으로 인해 정신이 없다지만, 크론 제국은 어떨까?
다음 대의 황제가 자신의 아버지 복수를 위해 침공을 해온다면?
‘음, 뭐….’
로키는 고개를 돌려 에론을 쳐다봤다.
‘로니아가 고생하겠군.’
크론 제국에서 아스가르드로 향하는 가장 빠른 길목은 로니아다.
그만큼 전쟁의 불씨가 로니아에 다시 덮치게 되겠지.
그때라면 정말로 로니아는 멸망하게 될지도 모른다.
“크론 제국도, 신성 교단도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군.”
“…….”
곰곰이 생각하던 로키는 힐끗 샐럿을 쳐다봤다.
“혹, 크론 제국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있나?”
“…조금요.”
옛 하네스 제국이 가장 증오했던 나라가 신성 교단과 하네스 제국이었다.
신성 교단은 이종족을 사교도로 지목해 탄압했고.
하네스 제국은 대대적으로 이종족을 노예로 사냥했으니 말이다.
“그래? 그럼….”
로키는 샐럿을 보며 눈웃음을 지었다.
“나와 함께 가지 않겠나?”
“……?”
어디를?
샐럿이 물음 대신 고개를 갸웃거리자, 로키가 말을 이었다.
“크론 제국.”
마침, 그곳에 볼일이 있다.
***
“…오! 그래도 장로들과 영주들이 일을 잘하고 있는 모양이네.”
로스트 왕궁의 귀빈실, 아움은 아스가르드에서 온 보고서를 살펴보고 있었다.
‘영주들도 자신의 몫만큼 일할 줄 알게 되었으니, 이제 교류도 문제없겠군.’
로니아와 전쟁으로 아스가르드의 능력을 전 대륙에 선보였고, 신성 교단이 내전으로 정신이 없으니, 이 틈을 타 교류하고자 접촉하려 하는 타국의 사절단도 많을 터.
그들과 교역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이것으로 경제와 외교 문제는 순조롭게 흘러갈 거 같고… 응?’
아움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손에 들린 서류에는 의외의 보고가 담겨 있었다.
‘약물 중독?’
바로 아스가르드에 알 수 없는 약물이 유통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시기에? 어떻게 된 거지?”
아움은 보고서를 자세히 살폈다.
원래 통증 완화를 위한 치료용으로 쓰이는 포션이다.
다만, 그 포션에 약간의 첨가물을 배합하면, 위험한 약물로 변모한다.
‘…광란 버섯.’
바로 크론 제국의 전략 물품이었다.
아움은 이곳 로니아에서 보고 받은 자료들도 훑어봤다.
먹으면 환각과 환영에 취하고, 고통에 미미해지며, 폭주한 대가로 강인한 힘을 가지게 된다.
그 광란 포션이 크론 제국의 군대가 들어옴에 따라 로니아에 퍼졌다는 보고서였다.
그리고 이번엔 북방의 땅까지 도달했다.
‘암상인들 짓인가?’
아마 돈독 오른 상인들이 아스가르드에 유통한 모양이다.
“허… 미치겠군. 이놈들, 어떻게 밀반입한 거야?”
얼어붙은 장벽 쪽은 검문이 철저하다.
노드군 중 부패한 자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로키의 분노를 생각한다면 그럴 노드인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럼 바다 쪽으로 우회한 건가?’
섬 전체를 둘러볼 수도 없는 노릇. 빈틈을 비집고 들어온 것이겠지,
‘그렇다고 크론 제국에 협조를 구할 수 없는 노릇.’
카샤르 황제를 죽인 만큼, 제국 측에서 협력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들이 의도적으로 아스가르드에 광란 포션을 풀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로키 님에게 물어봐야겠군.’
아움은 자리에서 일어나 로키가 머무는 방에 도착했다.
노크한다.
반응이 없자, 의아한 듯 아움은 방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갔다.
텅 비어 있는 방안.
그리고 테이블 위에 놓인 쪽지 하나.
아움은 의아해하며 그 쪽지를 보는 순간 관자놀이에 핏줄이 돋았다.
[처리할 건이 있어, 잠시 자리를 비우겠다. 아스가르드를 부탁하마.…선물도 잊지 않으마.
-로키]
***
“…괜찮아요?”
마차가 덜컹거린다.
굴러가던 마차의 바퀴가 어느새 초록빛 풀잎을 지나, 모래가 가득한 황무지로 들어섰다.
샐럿은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지, 로키의 맨얼굴을 뻔히 쳐다봤다.
로키는 마부석에서 말고삐를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움은 유능한 놈이다. 아스가르드를 잘 맡아주겠지.”
“그걸 말하는 게 아닌데….”
샐럿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말하는 건 한 나라의 지배자가 이토록 계속 바깥을 돌아다녀도 되냐는 거였다.
노드의 왕이라 불리고, 또한 성좌라고 불리는 로키인 만큼, 그의 빈자리를 분명 클 터.
“자주 있는 일이다.”
“…….”
“그리고 놀러 가는 것이 아니지 않으냐?”
“나온 이유가 있어요?”
“외교적 문제도 있고… 발할라 아카데미에 교육 담당이나 인재들을 데려와야지.”
그것과 크론 제국에 가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듣자 하니 크론 제국은 돈만 있다면 능력 있는 인재들을 구매할 수 있다고 하더군.”
샐럿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때 노예였던 그녀는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검의 달인이나, 지략가, 혹은 장인이나 예술가.
몰락한 귀족이나 왕족 등도 노예로 팔리는 경우가 있었다.
물론, 그들을 구매하는 데는 천문학적 자금이 들겠지만….
이윽고 샐럿은 로키의 궁전을 떠올리며 그것이 전혀 쓸모없는 걱정임을 깨달았다.
“인재들도 구하고, 또한 크론 제국과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겠지. 황제 살해 건에 대해서.”
“그걸 직접 가요?”
한 나라의 지배자가 적국에 직접 방문하다니?
다른 왕족들이 듣는다면 기겁할 것이다.
“뭐 어떤가? 바람도 쐴 겸, 크론 제국이 어떤 곳인지 보고 교역을 할 수도 있는 것인데.”
‘…결국 놀고 싶은 거잖아.’
샐럿은 로키의 성향을 어느 정도 파악해냈다.
-‘로키 님이 어떤 분이시냐고?’
예전 샐럿은 칸쿤에게 물었다.
그리고 그녀가 답하길….
-‘…개구쟁이 같은 분이셔.’
처음엔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이제는 알 것 같은 샐럿이었다.
“지배자가 이처럼 직접 나서는 경우는… 없어요.”
“글쎄, 혹시 모르지. 나와 똑같이 앉아서 업무 보기를 싫어하는 놈이 있을지.”
샐럿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자는 적어도 인간 중에는 찾기 힘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
-‘오라버니, 미쳤어요?’
낙타 한 마리가 짐마차를 끌며 사막의 모래 폭풍을 뚫고 지나가고 있었다.
짐마차의 바퀴 부분은 마치 썰매를 연상케 하는 날로 되어 있었다.
-‘미친 게 분명해. 한 나라의 황제라는 인물이, 나라 운영은 하지는 못할망정 나가 놀 생각뿐이라니!’
-‘…아니란다. 샤린. 이 몸은 말이다. 눌러가는 게 아니야. 게다가 말은 똑바로 해야지. 이 몸은 지금 황제가 아닌 황태자다.’
그 말을 여동생에게 전했지만.
-‘병신, 황제가 죽었으니 황태자가 황제가 되는 게 맞잖아요? 지금 오라버니가 자리를 비우면 다른 남매들이 ‘어이쿠! 형님이, 오라버니가 자리를 비웠구나!’라며 내전을 일으킬 게 뻔하잖아요! 특히 영주들은 다들 독립해 자기 나라를 세우겠다고 지랄을 떨고 있는데…. 정말로 로니아 꼴이 나고 싶어서 이래요??’
참으로 말도 찰지게 하는 여동생이다.
그에 황태자, 카르마는 황궁에 나온 이유, 그리고 그가 왜 크론 제국의 국경 지역에 갈 것인지에 설명했다.
-‘하지만 황제가 되기 전, 손봐야 할 게 있어.’
-‘그게 뭔데요? 병신 같은 오라버니!’
-‘역시, 넌 내 친남매가 맞아.’
진심이 우러나오는 여동생의 말에 감동한 카르마는 말했었다.
-‘광란 포션. 그 유통을 끊는 거야.’
황태자 카르마는 오래전부터 크론 제국을 부패시키는 악의 근원을 끊고자 했다.
아버지, 황제 카샤르가 죽었으니, 지금이 기회였다.
-‘그게 오라버니의 유희랑 뭔 상관인데?’
-‘샤린, 너 자연스럽게 말을 놓는구나.’
-‘…요?’
그는 나무를 조각해 만든 조잡한 가면을 쓰고 있었는데, 얼마 전 여동생이 만들어준 가면이었다.
-‘조사를 시켰더니, 왜곡되거나 누락된 정보들로 가득하더군. 그 약을 끊는 걸 못마땅해하는 이들이 이는 모양이야.’
-‘…….’
-‘이건 기회야. 잘하면 나에게 적대적인 무리를 단숨에 치울 수도 있어. 그러니, 내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네가 이 제국을-.’
-‘아주 지랄한다.’
카르마는 그녀의 말을 떠올리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홀로 외로이 여행할 때마다 소중한 여동생을 떠올리곤 한다.
나중에 침실을 물침대로 바꿔서 그녀가 잠들려고 누울 때 물에 빠지도록 해야지.
물에 빠진 생쥐 꼴이 참으로 그녀를 우스꽝스럽게 만들어줄 것이다.
‘침대 밑에 함정이 있다는 경각심을 심어주는 오빠라. 암살자에 대비하라는 혈육의 조언. 아주 멋진 오빠가 아닌가?’
어린애 같은 장난을 상상하며 카르마는 쿡쿡거릴 때였다.
“응?”
그의 건너편.
모래 폭풍 속에서 부서진 마차가 보인다.
“저런 바퀴로는 이런 사막을 지나가기 힘들 텐데…, 타국의 여행자인가? 게다가-.”
주변엔 검은 인영들이 있었는데, 큰 덩치와 들고 있는 무기.
검은 피부를 가진 이종족, 오크였다.
그것도 그 성질이 포악하다는 블랙 오크다.
‘습격당한 모양이로군.’
카르마는 손을 짐마차 쪽으로 향했다.
기다란 창을 움켜잡는다.
마차에서 사내 하나가 손을 뻗어 소녀 한 명을 꺼내는 모습이 보였다.
“…크론 제국민?”
아니, 아니다.
사내의 피부색이 다르다.
하얀 피부다.
소녀는 크론 제국민인가 싶었지만, 긴 귀를 보아하니 다크 엘프로 보였다.
‘노예인가?’
어쨌든 이것도 인연이다.
구해주는 게 좋겠지.
크론의 황태자 카르마는 이방인들, 로키와 샐럿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