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16)
성좌가 된 플레이어-116화(116/250)
제116화
“너란 녀석은 매번 그렇게 빠져나가려고 하는 거냐? 게다가 이 궁전의 지하로 가는 길은 또 어떻게 알았고?”
아스토리아 섬에서 나와 아스가르드에 온 왕자.
토르센은 자신의 여동생인 카렌의 뒷덜미를 잡고는 질질 끌고 가고 있었다.
카렌은 두 다리를 축 늘어뜨린 채 불평불만을 토해냈다.
“그치만~, 공부하기 싫은걸?”
“글공부를 해야 해. 최소한 아는 게 있어야 이곳에 적응할 거 아니냐? 게다가 글을 알아야 로키 님의 권능인 스킬북인지 뭔지를 익힐 수 있다잖아.”
“심심해… 훈은 언제 오는 거야? 나도 로니아 전쟁에 참전할걸….”
카렌은 오빠의 손에 끌려가며 투덜거렸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잡힌, 발할 궁전의 막다른 길을 쳐다봤다.
궁전의 지하에 있는 거대한 문.
돌로 이루어진 문엔 온갖 문양이 그려져 있었는데, 그 문양이 참으로 흥미로워 구경하느라 도망치는 것조차 잊고 말았다.
“오빠, 저건 뭘까?”
카렌이 석판을 가리켰다.
석판 문은 마치 봉인된 것처럼 쇠사슬로 꽁꽁 얽매여있었다.
그 말을 들은 토르센은 카렌을 끌고 가는 것도 잊고 고개를 돌렸다.
넓은 공간의 복도.
그 공간에도 문에 있는 문양과 흡사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다.
불길하면서도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그림이었다.
거대하고 장엄한 거인이 그려져 있다.
그 존재에 비하면 너무나도 작은 인간들이 그 존재들을 올려다보며 두려워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그림에는 그 존재가 손을 뻗자, 세상이 얼어붙고, 세상이 불타고.
또한 새로운 대지가 형성되며 기존의 세상을 파괴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러게. 무슨 존재일까?”
토르센은 그렇게 말하곤 문을 쳐다봤다.
참으로 섬뜩한 기운이 느껴지는 문이다.
“오빠, 저 안 구경해보지 않을래?”
“그건 무리라네.”
카렌과 토르센은 고개를 돌렸다.
노인 하나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발할 궁전을 관리하는 존재이자, 오래전부터 로키를 섬겨왔던 이.
샤먼이었다.
“…샤먼 님.”
토르센이 여동생의 뒷덜미를 놓고는 샤먼을 향해 정중히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이곳은 웬만해서는 들어 오지 말게나.”
샤먼의 말에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곤 고개를 갸웃거렸다.
로키가 이 발할 궁전 어디든 가도 된다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사실은 이 궁전에 자신도 모르는 금지 구역이 있었던 걸까?
저 안에 무엇이 있길래 이곳에 오지 말라고 하는 걸까?
두 사람이 보이는 의문에 샤먼은 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이곳엔 로키 님의 피조물들도 접근하지 못한다네.”
토르센과 카렌은 발할 궁전의 언데드들을 떠올렸다.
“거대한 힘을 막아내는 ‘안전 구역’이라고 하더군.”
“안전 구역이요?”
“그래, 그리고 이 문을 열어, 넘어가게 되면-.”
샤먼은 로키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세상을 파멸시킬 존재.”
“…….”
“로키 님 말로는 잠들어 있는 ‘미완성된 괴물’이 깨어난다고 하더군.”
***
마차를 타고 가던 로키는 책을 훑어보고 있었다.
“딴 데 보고 있으면 사고가 날지도 몰라요.”
샐럿 또한 책을 읽고 있었는데, 로키가 준 [궁술] 스킬북이었다.
그녀는 책에서 시선을 떼고 조금 불안한 듯 로키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로키가 마차를 몰고 있음에도 책에서 눈을 떼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래로 가득한 이곳에선 상당히 위험해 보였다.
“괜찮다. 자동 운행 스킬이 있으니.”
“…….”
그 스킬이라는 게 도대체 뭘까?
참으로 신기한 힘이 아닐 수 없다.
저번에도 자신이 가르쳐준 약 제조법을 단숨에 배워버리고 그걸 책으로 써서 다른 이에게 전파하지 않았던가.
다만 ‘스킬북’을 만드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모양이었다.
샐럿은 로키가 읽고 있는 책을 쳐다봤다.
[아젤란 성좌의 자식들]‘성좌….’
그렇게 보면 로키는 정말로-.
“…정말로 성좌 같아요. 여러 권능을 행사하고, 그 능력을 인간에게 나눠줄 수 있으니까요.”
“나를 말하는 건가?”
“네.”
로키도 샐럿의 말을 들으며 책을 쳐다봤다.
그 책은 로니아 왕궁의 서재에 있던 것이었는데, 상당히 낡은 고서였다.
‘참으로 흥미로운 책이다.’
책에는 아젤란 성좌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창조주 아젤란이 세계를 창조하고, 피조물로 인간들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인간들을 다스리도록 아젤란 성좌는 별을 따서 생명을 불어넣고, 또 다른 성좌들을 만들어 인간을 지배토록 했다.
하지만 대륙은 아젤란 성좌만을 섬겼다.
다른 성좌들을 배제한 것이다.
이유는 하나였다.
‘…타락한 성좌들.’
바로 신이라 불리는 이들이 타락해져 자신을 만들어낸 아버지이자 어머니라 할 수 있는 아젤란에게 반기를 든 것이다.
그로 인해 다른 성좌들은 악마로 불렸다.
그리고 그런 성좌들을 없애고자 아젤란 성좌가 만들어낸 존재가-.
‘죄악의 성좌.’
죄악의 성좌는 다른 성좌들의 죄를 벌하고 그들의 세계에 봉인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상하군.’
책의 내용대로라면 아젤란뿐만 아니라 죄악의 성좌 역시 신성시되며 섬겨져야 했다.
하지만 노드족만 죄악의 성좌를 섬길 뿐이었다.
아니, 애초에 대륙민이 ‘죄악의 성좌’라는 존재를 모르는 듯했다.
‘신성 교단에 대해 알아보고자 여러 책을 읽어보았지만, 고서가 아닌 이상 죄악의 성좌에 대한 기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심지어 이런 고서에조차 어떤 존재인지만 간단하게 남아 있을 뿐.
그 존재에 대한 ‘정확하고 상세한’ 정보가 없었다.
로키는 다시 책에 시선을 돌렸다.
[죄악의 성좌가 모든 힘을 소진하여, 인간과 똑같아졌을 때, 봉인된 이들이 깨어나리니.]로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타락한 성좌들이 깨어났을 때, 아젤란 성좌가 그들을 벌하고자 하는 또 다른 존재가-.]로키는 다음 페이지를 넘겼지만, 그다음부터는 백지였다.
“흥미로운 책이지만, 내용은 빈약하군.”
로키가 책을 덮으며 중얼거렸다.
“샐럿.”
짐마차에서 화초를 가꾸고 있는 샐럿이, 로키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
“엎드려라.”
그 순간이었다.
쾅-!
강렬한 충격.
고막이 울릴 정도의 굉음!
‘습격?’
샐럿이 크게 당황하였지만, 그녀가 생각한 것과는 달랐다.
쿠오오오오오오-!
강렬한 모래바람이 마차를 옆에서 강타한 것이다.
로키가 손을 휘젓자, 투명한 보호막이 생겨 바람을 막아냈다.
마차가 뒤집히는 것을 막았다고 생각했지만, 바람에 의해 지면에 있던 모래가 서서히 파이기 시작하면서 마차의 바퀴가 빨려 들어갔다.
“……!”
마치 물속에 빠진 듯, 모래가 짐마차 속에 솟구쳐 올라왔다.
“네 말이 맞다.”
로키는 짐마차에서 나와 손을 뻗었다.
샐럿이 그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왔다.
“한눈을 판 덕분에 사고가 일어났어.”
로키도 지면이 꺼질 줄은 생각지 못했다.
게다가.
깡-!
매서운 속도로 날아온 무언가가 로키가 쳐놓은 결계에 부딪혀 튕겨 나갔다.
샐럿의 귀가 움찔거렸다.
「쿼어어어어어!」
모래 폭풍의 굉음마저 꿰뚫고 들려오는 포효 소리.
샐럿은 피부가 따끔거리며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이 소리는… 오크?
하지만 일반적인 오크 소리가 아니다.
마차에서 나온 샐럿이 본 건 모래 폭풍에도 밀림이 없이 두 다리로 걸어 나오는 존재들이었다.
2m에 이르는 몸집.
툭 튀어나온 송곳니와 검은 피부.
근육질 몸에 각가지 무기로 무장한 이종족.
오크.
그것도 성질이 매우 포악하다는 블랙 오크였다.
“…블랙 오크네요.”
“강한가?”
“로키 님이 손가락만 튕겨도 죽겠지만, 보통의 모험가들은 상대하기 힘들어요.”
“그렇군.”
로키는 샐럿을 보며 말했다.
“활로 저지해보겠나?”
“제가요?”
“무리인가?”
로키의 말이 샐럿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나름 자존심이 센 그녀였던 만큼 고개를 저으며 활을 쥐고 화살통을 허리춤에 맸다.
“아니요.”
“내가 준 스킬을 써봐라.”
로키는 샐럿이 발할라 아카데미에서 농사뿐만 아니라 궁병 육성에도 힘을 실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근접 전투에는 능하나, 원거리 공격이 서툰 노드족도 있기 때문이다.
로키가 일일이 스킬북을 제작해 줄 수 없으니, 스킬을 익힌 샐럿이 남들을 가르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발할 궁전의 가공 자재로 만든 아카데미다.’
로키의 시스템적 권능이 첨가되어, 그 교육 시설 구역 안에서는 성장 속도가 남다르다.
샐럿이 화살을 오크에게 겨누었다.
‘…바람 때문에 맞추기 힘들어.’
모래 폭풍 속이다.
아무리 엘프라지만 이 상황에서 목표물을 맞추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샐럿은 로키를 쳐다봤다.
그가 흥미롭게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
그가 보고 있는데, 꼴사납게 목표물을 빗맞힐 수는 없다.
샐럿이 블랙 오크의 좌측으로 활시위를 틀어 쐈다.
날아간 화살에 마력이 머금는다.
하나의 화살은 수십 갈래로 나뉘더니 모래바람에 의해 우측으로 틀어지며 오크의 옆을 향해 매섭게 날아들었다.
「쿼어?」
블랙 오크들이 고개를 틀었을 때, 칠흑의 화살이 바로 눈앞에 보였다.
콰직-!
머리, 목, 팔과 다리, 온몸이 산탄총에 맞은 듯 벌집이 된다.
한 오크뿐만이 아니라 그 일대에 있는 오크들이 그런 식으로 죽어 나갔다.
“……!”
“오! 스킬이 재능에 따라 그 위력과 숙련도가 달라지긴 해도, 가히 압도적인 위력이로군.”
샐럿은 생각지도 못한 위력에 눈을 부릅떴고, 로키는 만족스러운 듯 샐럿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훌륭하다.”
“…….”
훌륭하다는 말로 끝날 일일까?
이게 그에겐 보통의 일인 걸까?
이 정도 위력인데?!
군대가 모여 있는 곳에 이와 같은 ‘신기’를 날린다면.
그 중심은 순식간에 초토화될 것이다.
블랙 오크들이 주춤거린다.
두려움에 가득한 눈으로 샐럿을 쳐다본다.
「괴, 괴물!」
“…누가 괴물이라는 거야?”
괴물은 자신들이면서 샐럿을 괴물 보듯이 쳐다본다.
모래 폭풍 때문인지, 블랙 오크의 시신이 모래에 잠겨 들어갔다.
샐럿은 자신의 힘에 자신감이 생겼다.
예전엔 그리 큰 힘이 없어, 신기인 [매혹]만을 사용해 위기를 극복했지만.
지금은 궁술이 생겼다.
이 능력이라면 스스로를 지키는 것은 물론, 다른 이들도 구해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로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샐럿이 자신 있게 활을 움켜쥘 때였다.
“그만.”
로키가 샐럿의 머리를 꾹 눌렀다.
“네? 왜요?”
조금만 더 있으면 자신의 힘으로 저 오크들을 모두 날려버릴 수 있는데-!
“누군가가 온다.”
그때, 모래 폭풍을 꿰뚫고 창 하나가 날아와 블랙 오크의 명치를 꿰뚫었다.
푸욱-!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 그런 창을 움켜쥔 사내가 보인다.
“……!”
가면을 쓴 사내는 창을 뽑고 휘둘렀다.
서걱-!
블랙 오크들이 단숨에 두 동강이 나며 죽어 나갔다.
상당히 깔끔한 솜씨다.
무엇보다 움직임이 날렵하고 기교가 있다.
로키는 그런 사내의 움직임이 묘하게 익숙했다.
‘…저 움직임, 그 황제인가 뭔가 하는 놈이 움직였던 친위대와 비슷하군.’
카샤르의 조련사 친위대. 그 소속인 걸까?
그럼 왜 그런 놈이 이런 곳에 있는 걸까?
로키가 그런 의문을 가질 때, 사내는 창을 휘저어 창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후우-. 그대들. 괜찮은가? 뭐, 이 몸의 도움이 없이도 무사했을 거 같긴 하다만.”
사내는 뒤를 돌아 로키와 샐럿을 쳐다봤다.
둘을 번갈아 보던 사내는 샐럿을 보며 눈을 반짝거렸다.
“아름다운 노예로군.”
사내는 샐럿에게 관심을 보였다.
아름다운 외모에 눈길이 가고, 아인인 것에 호기심이 생긴다.
무엇보다 독특한 활 실력.
분명 화살 하나를 쐈는데, 마력이 담기고 그림자 화살들을 만들어내 적들을 꿰뚫었다.
그것은 마법인 걸까?
아니면 선택받은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신기]인 걸까?
어쨌든 참으로 탐이 나는 능력이었다.
사내는 눈을 반짝거렸고, 로키를 보며 물었다.
“그 노예, 나에게 팔지 않겠나?”
그 말에 샐럿의 인상이 와락 구겨졌다.
로키는 그런 샐럿을 쳐다봤다.
“…너는 상당히 사랑받는 타입인가 보군.”
“별로 좋은 기분은 아니에요.”
샐럿의 기분을 대변하듯, 벌레 씹은 표정이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