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19)
성좌가 된 플레이어-119화(119/250)
제119화
여관의 1인실 방.
카르마는 매 한 마리를 데리고 들어왔다.
자신과 여동생이 어렸을 때부터 키워온 녀석으로, 자신과 여동생 외에는 그 누구도 따르지 않는 녀석이기도 했다.
짐 썰매 구석에 있어서 그런지 그 매는 투정을 부리듯 카르마를 노려봤다.
“미안하구나. 사과의 의미로 주마.”
카르마는 그 매에게 고기 조각 하나를 먹여주곤 테이블 앞에 앉아 편지를 써 내려갔다.
‘설마 그들이 하림 영주와 연이 있는 상단주를 건들 줄이야.’
오히려 잘 되었다.
하림 영주의 성격상, 가만히 있지 않을 터.
덕분에 일이 더욱 수월해졌다.
카르마는 매의 다리에 편지를 엮었다.
“샤린에게 가거라.”
그리곤 창가에서 날려 보냈다.
이 편지를 받으면 여동생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도와줄 것이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였다.
창가 바깥에 보이는 으리으리한 궁궐과 같은 성채.
하림 영주가 사는 성이었다.
저곳 지하에 광란 버섯이 재배되고 있다.
“불태워주지.”
광란 버섯 재배단지를 불태운다.
‘광란 버섯을 취급한 상인이 찾아오고 때마침 버섯 재배단지가 불탄다.’
게다가 그 상인이 안내하는 대상이 하림 영주와 연이 있는 바할트 상단주와 마찰이 있었다.
기막힌 우연이지 않은가?
있는 사실을 나열한다면 수상쩍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가 움직이기엔 부족하겠지.’
하림 영주가 감정적으로 자신을 건드려야 그를 칠 명분이 생긴다.
그걸 위해선 준비해야 할 재료가 있다.
“어디 보자.”
카르마는 시장 거리에서 거금을 들여 산 활과 화살통을 바라봤다.
‘선물용으로 딱이로군!’
제국 귀족들만이 찾는 최고급품이다.
‘그 다크 엘프가 좋아하면 좋겠는데.’
화살촉 하나를 부러뜨리곤 빙그레 미소 지었다.
‘아직도 하림 영주를 칠 명분이 부족하니. 억지로 만들어야겠지.’
그 다크 엘프 소녀에겐 미안하지만, 자신을 위해 ‘미끼’가 돼주어야겠다.
‘나는 참 운이 좋아.’
하렐 영지에 무사히 도착할 뿐만이 아니라 실력자들과 연이 닿았다.
그뿐인가? 그들이 하림 영주와 연이 있는 상인을 건드려주기까지 했다.
하림 영주도 로키와 샐럿에 대해 인식하고 있을 터.
그때 버섯 재배지가 불탄 현장에서는 화살촉이 발견될 것이다.
‘그리고 그 화살촉이 다크 엘프가 사용하는 화살이라면?’
하림 영주는 다크 엘프가 자신의 버섯 단지를 불태웠다고 생각할 터.
그리고 그 화살은 나에게로 미치겠지.
이렇게 좋은 기회는 없다.
“자, 그럼 성의 지하에 잠입해볼까!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잠입에 관해선 일류라 자부하는 카르마였다.
***
며칠이 지나갔다.
그러면서도 하렐 영지에는 사건·사고가 일어났다.
바로 영주의 성 지하에 있는 대규모 버섯 농지가 불타버린 것이다.
불길은 순식간에 번졌지만, 지하라 검은 연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했다.
덕분에 조사조차 늦어졌다.
하림 영주는 분노했지만, 조사를 못 하니 범인을 색출하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콜로세움의 피의 축제가 시작되는 당일이 되었다.
“오오오오!”
“대회일에 비가 내리다니!”
“성좌님의 축복이 내리는 날이로군!”
대회 첫날.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사막에서의 비는 축복과 같다.
길거리의 사람들이 비를 맞으며 좋아하면서도 저마다 입구가 넓은 그릇에 비를 받는 걸 잊지 않았다.
“…….”
샐럿은 창을 열어 내리는 빗줄기에 손을 뻗어보았다.
손끝에 빗물이 닿는다.
그녀 역시 이런 비가 싫지는 않았다.
아니, 어쩌면 엘프들 모두 비를 좋아할지도 모른다.
비는 나무의 생장을 돕는 생명수였으니까.
무엇보다 빗줄기가 내는 고요한 소리는 마음의 안식을 전해준다.
조용히 빗줄기를 느끼며 마음을 안정시켜나갔다.
“이제 가도록 하지.”
샐럿은 뒤에서 들려오는 음성에 뒤를 돌아봤다.
로키가 서 있었고, 그의 허리춤엔 롱소드가 걸려 있었다.
샐럿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무기는…?”
“이거 말인가? 근처 무기 상점에서 구매한 거다.”
그것도 그냥 눈에 띄어 산 것으로, 날이 다 빠진 녹슨 검이었다.
하지만 그걸 왜 그가 들고 있는 것일까?
그녀가 질문 대신 고개를 갸웃거리자, 로키가 말했다.
“말하지 않았던가?”
“……?”
“나도 대회에 참가한다.”
“……!”
***
콜로세움 대회 당일.
로키는 콜로세움의 경기장과 연결된 넓은 홀에 도착했다.
수많은 대회 참가자들이 모여 있었다.
로키는 그런 이들을 훑어보다 비어 있는 벽돌 의자에 앉아 스킬북을 꺼내 집필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를 보며 대기실에 모여 있던 이들의 시선이 한데 모였다.
– ‘훈이라는 사내를 죽여라.’
– ‘항복할 틈을 만들지 마라. 감히 이 하림의 이름을 듣고도 나와 연이 있는 바할트를 상처 입힌 그놈을 처단하라!’
– ‘놈은 마법사인 듯하니, 마법을 쓰기 전 죽여버려!’
– ‘그놈만 제압하면 노예로서의 신분을 벗어나게 만들어주지.’
하림 영주가 이 대기실에 있는 노예 검투사 대부분을 매수했다.
자유를 꿈꾸는 그들로선 로키를 죽일 듯 노려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로키는 스킬북 제작에 집중할 뿐이었다.
***
…망했어.
샐럿은 머리를 부여잡고 끙끙거렸다.
로키가 대회에 참가하다니?
그를 이길 수 있을 리 없지 않은가?
무엇 때문에 그가 참가한 것일까?
재미로?
‘충분히 그럴만해.’
그는 심심하면 일단 움직이고 보는 성격 같았으니까.
어떻게 보면 노드족과 비슷했다.
‘아니면… 나를 위해서?’
…그건 좀 기쁠지도?
어쨌든,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샐럿이었다.
“뭘 그리 긴장하는가! 다크 엘프여!”
…이놈은 왜 이리 생생할까?
샐럿은 콜로세움 대기실에서 자신을 향해 말을 걸어온 이를 쳐다봤다.
가면을 쓴 사내, 카르마가 허리에 손을 올리며 목에 힘을 주고 있다.
그런데 꼴이 말이 아니다.
머리에는 붕대를, 팔과 다리에도 붕대가 감겨 있다.
어딘가에서 다치고 온 상처 같다.
“긴장한 것인가? 하긴, 강해 보이는 인물들이 수두룩하니. 당연하겠지.”
강해 보여?
샐럿은 주변을 훑어봤다.
덩치가 큰 전사부터, 날렵해 보이는 도적, 마법사와 노예 검투사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그리 강해 보이지 않는다.
칸쿤이나 쿠단이 싸우는 걸 봐왔고, 그 묘족의 수인의 몸놀림이나 베르세르크 전사대의 대련만 떠올려도, 이들은 그들의 발톱의 때도 따라오지 못할 수준이다.
“글쎄, 별로 강해 보이지는 않는데?”
샐럿의 말에 카르마가 고개를 치켜들며 말했다.
“그 늠름한 모습, 보기 좋군. 반할 거 같아.”
“…사실 무서워.”
“그 연약한 모습, 보호해주고 싶군. 너 내 것이 되거라!”
…이 벌레는 그냥 되는대로 지껄이는 걸까?
차라리 이놈 말고 로키와 같은 대기실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니, 그럼 승산이 없을지도….
샐럿은 벽에 붙어 있는 대회 안내판을 바라봤다.
대회는 두 그룹으로 나뉘어 있고, 그룹당 최대 300명이 참가 가능했다.
경기장에서 풀어놓은 몬스터와 경쟁자들끼리 싸워 최후의 1인 만이 다음 경기에 출전하는 방식이다.
대회 참가자는 전투 불능 상태가 되거나 혹은 내킬 때 항복을 선언할 수 있다.
다만, 노예의 경우는 불구가 되거나 죽기 직전까지 항복 선언은 받아들여지지 않는 규칙이었다.
어쨌든 로키와는 그룹이 다르니 그와 싸우게 되는 건 나중 일이 될 것이다.
샐럿이 그렇게 푸념할 때였다.
카르마는 샐럿에게 활과 화살통을 내밀었다.
“…뭐야?”
“경기용 활과 화살이라네. 콜로세움 대회엔 지정된 무기를 사용해야 하지.”
“그런 규칙이 있다는 건 못 들었어.”
“그러니 이 몸이 알려주는 거라네.”
사실상 사제 무기도 사용할 수 있지만, 카르마는 거짓말로 대충 둘러댔다.
샐럿은 카르마의 활과 화살통을 받아들었다.
그때, 진행자로 보이는 노예가 쭈뼛거리며 대기실에 들어왔다.
그는 눈치를 보며 팻말 하나를 벽에 걸어놓았다.
“모, 모두 이번에 콜로세움에 들어올 몬스터들을 확인해주십시오!”
콜로세움에 풀어놓은 몬스터 무리에 대한 정보와 참가자 명단이 적힌 팻말이었다.
샐럿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팻말을 보았다.
그때였다.
“잠깐… 뭐야…?”
대기실이 소란스러워졌다.
“마, 맙소사!”
쿵-!
샐럿의 귀가 움찔거릴 정도의 거친 발걸음이 들려왔다.
쿵-!
샐럿은 고개를 돌렸고, 거인과 같은 노인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저 얼굴, 어디서 봤지?
어째서인지 낯이 익다.
그렇기에 참을 수 없는 불쾌감이 치솟아 올랐다.
알 수 없는 현기증.
위가 뒤집힐 거 같은 매스꺼움이 밀려왔다.
– ‘꺄아아아악!’
– ‘저, 저놈을 막아!’
– ‘괴물 놈!’
– ‘거인이다!’
샐럿은 입을 틀어막고 무릎을 꿇었다.
“샐럿?”
카르마 역시 그 노인을 보며 당황했지만, 샐럿이 무릎 꿇고 오들오들 떠는 모습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식은땀을 흘릴 정도로 공포를 느꼈다.
거구의 노인은 그런 샐럿을 내려다봤다.
“허억… 허억…!”
숨을 쉬기 힘들어하는 그녀를 무심히 내려다본 노인은 시선을 돌려 대회에 참가하는 이들을 쳐다봤다.
그는 그녀를 그저 ‘무시’했다.
샐럿은 그를 노려봤다. 그녀는 깨달았다.
눈앞의 인간이 누구인지를.
역병으로 붕괴한 하네스 제국의 왕도.
그곳에 공격해온 존재들.
아버지, 마왕 칼리브를 공격한 사람 중 한 사람.
‘…파멸자 투람!’
아버지를 죽인 12인의 영웅 중 한 사람이 지금.
그녀의 눈앞에 있었다.
***
대회 참가자를 훑어본 투람은 이내 곧 실망한 눈빛을 내비쳤다.
나름 이름을 떨친 자들이 모인 듯했지만, 투람의 기준으로는 거기서 거기다.
나름의 무력을 두고 싸우는 대회인데, 이토록 수준이 낮다니.
‘마왕이 있던 시절은 그나마 혈기 왕성한 놈들이 많았건만.’
“나, 난 기권하겠어!”
“12인의 영웅이 참가한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고!”
“파멸자 투람이야! 전장에서도 아군마저 모두 죽여버리는 사람이라고! 저놈과 싸워 살아남을 리 없잖아!”
‘요즘은 겁쟁이들뿐이로군.’
…말이 심하군. 아군을 해친 적은 없다만.
투람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다만,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그는 힘 조절이 서툴렀기에, 휘두르는 종종 아군을 죽이곤 했다.
살아 있다고 해도 반신불수였다.
그를 상대하고 멀쩡한 존재라면 12인의 영웅 정도밖에 없으리라.
투람은 고개를 돌려 조금 전 보았던 다크 엘프를 쳐다봤다.
숨을 거칠게 쉬며 자신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다.
증오와 분노가 담긴 눈빛이다.
‘나를 아는 눈빛이군.’
혹 하네스 제국의 아인인 걸까?
그 전쟁에 참전한 아인이라면 자신에게 저런 눈빛을 보낼만했다.
‘겁쟁이들보다 저 아인이 훨씬 낫군. 나에게 투기를 보내다니.’
다만, 그 실력이 얼마나 될까?
하네스 제국의 마왕 토벌 전쟁에 참전했을 때, 재미를 느끼게 해준 아인은 없었다.
“처, 첫 번째 경기, 1그룹의 경기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그때, 노예 진행자가 대기실에 있는 이들에게 말했다.
“구경하실 분들은 입구 쪽으로 모여주십시오!”
그 말에 투람은 자리를 옮겼다.
그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괜히 이 콜로세움에 참가한 게 아닌가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차라리 로니아로 가 그 카샤르를 죽인 놈을 만나는 것이 더 좋지 않겠냐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때, 북소리와 함께 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회가 시작되었다는 신호였다.
대회장에는 수십 마리의 블랙 오크들이 풀려났다.
대회에 참가했던 노예 검투사와 여러 전사가 블랙 오크들을 상대했고, 관중석에서는 치열한 그들의 사투에 환호성을 보냈다.
샐럿도 시선을 투람에게서 경기장으로 옮겼다.
쇠창살 너머로, 로키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런 로키를 에워싼 노예 검투사들.
사방에 블랙 오크가 있음에도, 몬스터들을 무시한 채 로키에게 달려들었다.
“저런, 저 사내. 죽겠군.”
투람의 말에 샐럿은 혀를 찼다.
“멍청이.”
투람은 놀란 눈빛으로 샐럿을 힐끗 쳐다봤다.
“그대, 나에게 한 말인가?”
“힘만 세지 보는 눈이 없어.”
“…나에게 한 말이로군.”
투람은 기분 나쁘기보단 오히려 인자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발악하여 나에게 송곳니를 들이밀어 보거라. 엘프여.
조금이라도 여흥을 즐길 수 있게 해 다오.
그런 생각이 들 때였다.
정적이 찾아왔다.
관중석에서도. 대기실에서도.
투람이 역시 눈을 부릅뜬 채 입을 다물었다.
경기장은….
핏물로 가득했다.
사방에 온통 사지가 조각조각 난 이들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 중앙에 우뚝 서 있는 존재는 흑발과 백발이 뒤섞인, 장신의 사내가 홀로 서 있을 뿐이다.
“당신.”
투람은 고개를 돌려 샐럿을 쳐다봤다.
“조금 전 봤어?”
목에 힘을 주며 자랑스럽게 말하는 샐럿.
그 말에 투람은 답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경기장에 있는 사내, 로키가 휘두른 검을 그는 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