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2)
성좌가 된 플레이어-12화(12/250)
제12화
쿠단 라그나.
세간에서는 그가 형을 죽이고, 조카마저 죽이려 했던 패륜아. 반란을 일으킨 배신자로 전락했지만.
감추어진 진실은 오히려 그 반대였다.
소중한 조카인 칸쿤을 살리고자 칸쿤의 아버지 카란을 죽이고, 장로들을 죽이고자 했다.
“할 말이 없군. 친딸을 죽이려는 아버지. 그런 조카를 살리고자 목숨을 걸고 반역을 일으킨 삼촌이라….”
로키의 말에 아움은 미소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제가 부하들을 주어 도와주었지요. 뭐 사실… 도와주지 않아도 그 혼자서 라그나 부족을 없앨 수 있었지만…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칸쿤을 보호하고자 했었습니다.”
아움은 로키를 쳐다봤다.
‘다만, 그 결과 상상하지 못할 최악의 상황으로 다가올 줄은 몰랐지만요.’
아움은 마지막 말을 삼켰다.
로키는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움의 말에는 거짓이 없어 보였다. 이점에 대해, 라그나 부족의 장로들에게 묻는다면 진실을 얻을 수 있으리라.
“그렇군.”
“이제 제가 다시 질문해도 되겠습니까?”
“묻도록.”
“당신은 성좌가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그럼….”
‘이곳에서는 신을 성좌라 표현하기도 하는 건가?’
로키는 아움의 말에 고민했다.
그렇다면 자신은 ‘성좌’에 속할지도 모른다.
게임 속 ‘로키’라는 ‘신’이 현실이 되었다.
그렇다는 말은 신의 강림이라는 노드인의 말이 그리 틀린 말도 아니라는 의미였다.
“죄악의 성좌가 아니면 당신은 무엇입니까?”
다만 아움이 묻는 건 ‘죄악의 성좌’에 대한 것.
로키는 그에 따른 답만 내놓으면 될 일이었다.
“모른다.”
“……?”
로키는 고개를 살며시 기울이며 말했다.
“나는 나의 존재에 대해 모른다. 나는 다른 세계에 살다, 깨어나 보니 이곳에 있었다. 그것도 300년 이상을 잠든 채로.”
“…….”
“나는 나의 존재 자체에 대해 아는 게 없다.”
거짓의 기색은 아니었다.
‘…기억이라도 잃었다는 건가?’
하지만 300년을 잠들었다니. 거짓말이 분명했다.
놈은 스스로를 죄악의 성좌라고 하지 않았지만, 성전에 있는 악마는 맞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결국은 계속해서 ‘노드인의 지배자’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때, 로키가 다음 질문을 해왔다.
“이제 묻도록 하지.”
로키가 체스판과 떡볶이를 가리켰다.
“이것들은 어디서 구한 것이냐?”
“남쪽 대륙. 한 여인을 만났습니다.”
로키의 눈이 커졌다.
“그 여인과의 인연은?”
“그녀는 제 목숨을 살려주고, 이 보드게임을 가르쳐주었으며, 또한 이 요리를 가르쳐주었습니다.”
“그럼 그녀는….”
“그 이상은 모릅니다.”
“…….”
“그녀와 만난 지 하루 만에 그녀는 사라졌으니까요.”
영양가 없는 대답.
로키는 심기가 불편해졌다.
“다만, 그녀에 대해서 아는 건 저만이 아닙니다.”
“……?”
“쿠단. 그 녀석이 그녀와 만난 적이 있습니다.”
“…….”
“쿠단이 그 여인에게 고용되어, 용병으로서 며칠을 호위했다고 한 적이 있었으니까요.”
쿠단 라그나.
칸쿤의 삼촌이 로키가 바라는 답을 알고 있다.
“저의 다음 질문입니다. 칸쿤은 지금 괜찮은 겁니까? 쿠단이 칸쿤이 무사한지 알고 싶어 합니-.”
아움은 말문이 막혔다. 어깨가 짓눌러지는 느낌을 받으며 로키를 바라봤다.
검은 오라가 피어오르며 로키가 고개를 치켜든다.
붉은 안광이 아움을 직시했다.
아움은 다음 질문을 하던 중 입을 다물었다.
‘위험하다!’
위험해! 진짜로 위험해!
생존 본능이 경종을 울렸다.
상대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그는 칸쿤에 대한 안전을 묻고자 했지만. 지금은 그건 뒷전으로 미뤄야 했다.
그는 질문 내용을 변경했다.
“…다음 질문입니다.”
아움은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저희를 그냥 보내주실 생각이 없으십니까?”
“물론이다.”
아움과 페르의 얼굴이 굳어졌다.
“로키 님, 저희는 이 도심을 여행 온 손님이자 교류자로서….”
“거만 떨지 마라. 네놈들은 허락 없이 내 영역을 침범한 침입자다. 네놈과 대화를 한 건 흥미가 있어서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 그 흥미는 지금 사라졌다.
“…그, 그럼 저희를 어떻게 해야 그냥 보내주실 수 있는지요?”
“질문은 끝난 게 아닌가?”
“…….”
“나의 질문이다. 질문하겠다. 아니, 요구하겠다. 네놈들은 쿠단 라그나를 내 앞으로 데려오도록.”
질문이 아니다. 이는 명령이자 협박이다.
“그를 나에게 데려온다고 약속을 한다면 그냥 보내줄 수도 있다.”
“…저보고 쿠단을 내놓으란 말씀이십니까?”
쿠단을 제물로 너희의 목숨을 연맹하라.
로키는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과 같았다.
갑자기 화제가 왜 쿠단에게 갔단 말인가?
‘쿠단에게 관심을 보이는 이유가 뭐지? 그 여인 때문인가?’
로키가 관심을 가진 물건과 연관된 여인. 그 여인의 행방에 대해 궁금한 것이리라.
눈앞의 상대는 이제 자신에게 흥미가 떨어진 상태로 보였다. 더는 자신에게 볼일이 없다는 뜻.
그렇기에 침입자로 배제하거나, 혹은 쿠단을 데려오도록 만들 미끼로 쓰겠다는 거겠지.
“쿠단을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
“그에게 묻고자 하는 게 있다.”
“…쿠단과 대화하는 건 어려울 겁니다. 그는 당신을 원수로 생각하니, 보자마자 당신을 죽이려 할 겁니다.”
“그건 만나보면 알겠지.”
젠장, 말이 통하지 않는군!
아움은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든 상대의 적의를 사지 않기 위해 설득하고자 입을 열었다.
“차라리 저를 중립 삼아 두 분이 이야기를… 아니면 당신이 칸쿤을 넘겨준다면 쿠단도 마음을 열 것입니다.”
“네가 말한 게 진실인지 아닌지 아직 확정할 수 없다. 쿠단이 정말로 칸쿤의 위협이 되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니, 칸쿤의 안전은 내가 확보하겠다.”
마치 칸쿤을 보호하고 있다는 말투로 들린다.
“안전이라고 하셨습니까?”
아움은 헛웃음이 나왔다.
성좌 흉내를 내는 사기꾼일 뿐이다. 그런 그에게 홀린 채 자신이 재앙을 불러들인 게 아닐까 생각하는 소녀가 있다.
그런 마음 여린 소녀가 저런 사악한 존재와 함께 있는 데 멀쩡할 리 없었다.
“믿지 않는군.”
“…….”
“역시 너희와는 말이 통하지 않아.”
당연하다. 믿을 수 있을 리가.
갑자기 아무런 징조 없이 나타난 괴물이 신 행세를 하며 노드인을 다루고 있는데 믿을 수 있을 리가 없다.
“만약 쿠단을 넘기지 않는다면 어떻게 됩니까?”
“네놈들을 발할 궁전의 지하 감옥에 투옥시킬 것이다. 또한 내가 직접 쿠단을 찾아 리니아 부족으로 향하겠다.”
“…….”
아움이 구속되면 리니아 부족은 중심을 잃게 된다.
그리고 대족장이 붙잡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들 중 탐욕스러운 자들은 권좌를 노릴 터.
아움이 오랫동안 구축해 놓은 세력이 순식간에 무너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발할이란 도시에 리니아 부족이 침공하러 오겠지.’
아움을 되찾고자 하는 전사들도 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눈앞의 있는 사기꾼은 그런 군대를 순식간에 도륙할 것이다.
리니아 부족마저 먹힌다면 이 정체불명의 존재를 막을 노드인은 더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담….’
“쿠단을… 내드리겠습니다.”
“형님!”
잘린 팔을 부여잡은 페르가 고통 어린 목소리로 외쳤다. 아움은 식은땀을 흘리며 속으로 조소를 남겼다.
지금은 어쩔 수 없다. 궁지에 몰린 척하며 상대의 의견을 수락했다고 생각하게끔 만들 수밖에.
“그래, 그럼… 가도 좋다.”
로키가 자리에서 일어나 뒤로 물러서자, 스켈레톤들 또한 자리를 비키며 길을 열었다.
아움과 페르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상대가 너무 쉽게 길을 열어준 것이다.
적어도 아움, 혹은 페르 둘 중 하나를 인질로 잡고 단 한 명만을 보내줄 줄 알았더니. 그건 아닌 모양이다.
‘…뭐지?’
아움은 로키를 쳐다봤다.
‘도대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냐?’
혹시 풀어주는 척하며 뒤를 쫓아와 사냥을 즐기려 하는 걸까?
그것도 아니면 쿠단을 데려오지 않는다는 구실로 침략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것일까?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냥 보내주시는 겁니까?’란 질문이 목구멍에서 메아리쳤다.
하지만 그 질문을 하게 되면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럼… 저희는 이만….”
“쿠단을 데려오도록.”
“무, 물론입니다.”
아움은 가짜 미소를 지으며 페르와 함께 걸어갈 때였다.
“아참, 네놈이 묻고자 했던 질문.”
아움이 걸음을 멈췄다.
그러면서도 뒤를 돌아본 순간-.
아움의 이마에 갈고리 같은 손가락이 닿아 있었다.
“그에 대한 답변을 해주지.”
로키는 아움의 이마에 손가락을 된 채 고개를 기울였다.
“칸쿤이 어떠한지에 대해서 물었지?”
아움이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로키의 손가락 끝에서 기묘한 기류가 흘러나왔다.
검은 기류는 로키의 손가락을 타고 아움의 이마에 파고들어 흘러 들어갔다.
“어?”
몸속 깊숙이 알 수 없는 기운이 침투해 요동치더니….
“으아아아아아아아악-!”
뒤늦게 끔찍한 고통이 찾아왔다.
아움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아니, 온몸을 몸부림치며 비명을 질렀다.
“혀, 형님!?”
옆에서 동생 페르가 그를 불렀지만, 그는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아프다! 아파! 그만… 그만…! 차라리… 죽여!’
모든 장기가 불에 타는 것처럼 고통스럽다. 머리가 녹아내릴 거 같은 두통이 밀려왔다.
로키는 그런 아움을 내려다봤다.
“[추적의 증표]를 네 영혼에 새겼다.”
“으아아아악-!”
로키가 손가락을 튕기자, 아움은 거짓말처럼 고통이 사라졌다.
“으아아…으…으윽….”
하지만 고통에 대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움은 침을 흘려대며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이렇게 만든 장본인을 올려다봤다.
“네가 가는 곳이 어딘지 나는 알 수 있으며-.”
로키. 그는 발버둥 치는 벌레를 내려다보듯, 아움을 보며 비웃었다.
“3일 주기로 네놈에게 지옥의 불꽃 속에 허우적거리는 고통을 느끼게 해줄 수 있다.”
“……!”
“한 달 내로 내가 해주해주지 않으면 네놈은 영혼조차 불타 소멸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명령이다.”
“…으…아…악-!”
“쿠단을 나에게 데려와라. 만약 그가 거부한다면 말하라.”
로키는 등을 보이며 말했다.
“칸쿤은 내가 잘 길들이고 있다고.”
“…으윽.”
“만약 오지 않는다면.”
로키가 웃음을 흘렸다.
“그때는 내가 직접 네놈들의 부족을 침략하러 가겠다.”
침략.
상대는 군대를 이끌고 공격해오겠다고 선언했다.
그 시점에서… 아움은 도망칠 곳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위치를 알 수 있다고 하였으니.
“그럼… 기다리지.”
로키가 자리를 떴다.
그 뒤로 스켈레톤들이 뒤를 따랐다.
고요한 시장 거리에 어느새 사람들이 발길이 오가기 시작했다.
조금 전 소란이 거짓말 같다.
“…혀, 형님…!”
페르는 급히 아움을 부축했다. 잘린 한쪽 팔은 자신의 입으로 물었다.
“페, 페르….”
“쿠단, 그를… 어찌하실… 생각이신지요?”
입에 물고 있는 팔 때문인지 페르의 말투가 억눌러져 있었다.
아움은 다리에 힘이 빠져 페르의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걸어갔다
그 두 사람의 몰골에 시장 주변의 사람들은 길을 터주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쿠단을… 넘길 생각입니까? 저 악마에게?”
“…….”
“우리가 상대할 수 없는 악마입니다. 놈은 정말로….”
페르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죄악의 성좌일지도 모릅니다.”
“…알아. 하지만… 그는 스스로가 성좌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인간일 것이다.
그러니-.
“죽일 방법도 있을 터.”
“…! 그에게 대항하려고 하는 겁니까? 상대를 보지 않았습니까? 너무 강대합니다. 이, 일단 협상을 통해-!”
“저 괴물은 쿠단을 노리고, 쿠단도 저 괴물을 노리겠지. 둘이 대화를 할 거 같지는 않아. 무엇보다-.”
“…….”
“놈이 어떤 놈인지 알 수 없다. 저런 인간이 아무런 징조 없이 나왔다는 것부터가 괴이한 일이야. 있을 수 없어.”
아움은 이를 악물었다.
‘대륙의 제3의 세력이 뒤를 봐주고 있는 걸지도 몰라.’
대륙의 제국 중, 저런 괴물을 키워낸 존재가 있을지도 모른다.
북방, 이 얼어붙은 대지를 지배해, 노드인을 노예로 부리고자 하는 세력.
그 세력이 존재한다면….
“…놈을 내버려 두는 건 위험해.”
놈이 북방에 성좌로 군림한다면, 샤먼의 예언대로 크나큰 재앙이 찾아오리라!
“그럼….”
“전쟁.”
페르는 입을 다물었다.
“전쟁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