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20)
성좌가 된 플레이어-120화(120/250)
제120화
황금처럼 반짝이는 모래 위, 생명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사막의 한 가운데 한 여성이 서 있다.
강렬하게 부딪쳐 오는 모래바람을 맞이하는 얼굴엔 가면과 함께 터번을 쓰고 있었다.
몸에 맞춘 움직이기 편한 가죽옷, 허리춤엔 단검과 등에는 반달 모양의 쌍검을 짊어지고 있었다.
터번과 가면 사이로 보이는 자색 머리카락과 눈동자. 구릿빛 피부를 가진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피요오오오오-!
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녀가 손을 뻗자, 매가 그녀의 손에 내려앉았다.
다리에 묶인 편지를 펼쳐 본다.
“개 같은 오라버니.”
편지의 내용은 자신의 오라버니, 카르마가 하림 영주를 칠 명분을 만들고 있을 테니, 적절한 시기에 군대를 일으켜 도우러 오란 메시지였다.
말이 쉽지, 까딱 잘못하면 배다른 남매들에게 황좌를 물려주게 생겼다.
‘제발 생각 좀 하고 움직이라고!’
오라버니가 죽으면 자신도 죽는다.
그녀는 골치가 아픈 듯 이마를 짚었다.
평소에도 도박과 내기를 좋아하는 오라버니다.
운이 지지리도 없어, 잃는 경우가 다반사.
하지만 그때마다 자신이 오라버니를 도와 그 형세를 역전하곤 했다.
오라버니가 판을 깔고, 자신이 그 판을 지배하는 것이다.
“하아….”
카르마의 여동생, 샤린은 손에 있는 매를 날렸다.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황녀님.”
분명 사막 한가운데 그녀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샤린의 귓가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군입니까? 대기입니까? 아니면 퇴각입니까?”
“이미 판은 엎질러졌어. 진군이야.”
“알겠습니다.”
샤린의 옆으로 모래가 솟구쳐올랐다.
가면을 쓴 황실 조련사 친위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뒤로, 황량한 모래들이 솟구치며, 아무것도 없던 사막 한가운데 군대가 등장했다.
검은색 가죽옷을 입고 터번을 쓴 제국의 황실 정예 부대.
샤린의 선두로, 크론 제국의 최정예 병사들이 뒤로 도열했다.
그들이 목표로 한 곳은 단 한 곳.
하렐 영지.
크론 제국의 군대가 카르마가 있는 영지를 향해 진군을 시작했다.
***
관중석에 침묵이 흘렀다.
관중들은 눈 깜짝할 사이 일어난 일에 할 말을 잊었고, 특등석에서는 귀족과 상인들이 눈을 부릅뜬 채 경기장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들 한가운데 있던 이.
하림 영주는 입을 떡하니 벌린 채 경악에 물들었다.
그가 들고 있는 광란 버섯으로 만든 담뱃대가 바닥에 떨어졌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광란 버섯 때문에 환각을 본 것일까?
하지만 내성이 있는 그가 겨우 파이프 담배를 피운 것으로 환각을 겪었다기엔 어려웠다.
콜로세움의 이방인 참가자.
훈이라는 이름을 가진 인물.
하림 영주가 관심을 보인 자였다.
긍정적인 의미보단 부정적 의미가 강했다.
감히 자신의 이름을 밝히며 연이 있는 상인을 두들겨 패 불구로 만든 마법사니까.
‘그래서 그를 죽이거나 불구로 만들려고 했건만…!’
오히려 매수했던 노예 검투사들이 당했다.
그것도 처참한 시체가 되어서!
단지 이방인 사내가 검을 뽑는 것만 보였건만, 눈 깜짝할 사이 십여 명의 노예 검투사들이 조각나며 죽은 것이다.
저건 어떤 힘을 사용한 것일까?
검을 들고 있었지만, 검으로 저 정도 위력을 내긴 힘들 터.
그럼 역시 마법인 걸까?
그것도 아니면 신기?
아무래도 평범한 마법사는 아닌 모양이다.
“…좋군요!”
하림 영주는 옆을 바라봤다.
“하림 영주님. 올해 대회는 꽤나 기대가 됩니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귀족들과 상인들이 흥분해 있었다.
“저런 놀라운 능력을 갖춘 자가 이번 대회에 참가하다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런 대회는 귀족과 상인에게 있어 실력자와 연을 만들 수 있는 자리니까.
이제 저 귀족과 상인들은 거금을 들여서 저 마법사의 환심을 사려 할 것이다.
“하, 하하! 그대들이 흥미로워하니 이 대회를 개최한 보람이 있군.”
하림 영주는 식은땀을 흘렸다.
이대로 저 마법사와 다른 귀족들이 연을 잇는다면 하림 영주라도 건들기 힘들어진다.
“혹, 영주님은 저자와 연이 있는지요?”
하림 영주는 머리를 굴렸다.
다른 이들이 손을 대기 전, 미리 손을 써두어야 한다.
“뭐… 이런저런 일로 잠깐….”
크론 제국은 연이 있는 귀족이 있다면 그 귀족을 통해 소개를 받아야 하는 관례가 있다.
하림 영주는 그 점을 이용해 애매한 대답을 내놓았다.
“그렇군요! 역시 하림 님이십니다. 혹, 괜찮다면 나중에 소개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오.”
“감사합니다. 훌륭한 경기였습니다!”
귀족 중 하나가 손뼉을 친다.
그 귀족의 시중을 드는 노예가 눈치껏 빠르게 손뼉을 쳤고, 박수 소리는 전염되듯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하림 영주는 아쉬움을 느꼈다.
‘젠장, 바할트, 그놈이 저 마법사를 건들지만 않았어도….’
자신이 저 마법사와 연을 맺는 것이었는데….
‘지금이라도 바할트와의 연을 끊고 저자와 만들어야 할까?’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광란 버섯 유통 체계에 문제가 생긴다.
바할트가 이 영지의 광란 버섯 독점권을 가지고 있으니까.
무엇보다 버섯 단지가 불타버렸다.
다시 광란 버섯을 재배하기 위해선 황실에서 그 포자를 받아와야 하는데, 그 일은 바할트가 제격이었다.
하림 영주는 신음할 때였다.
“하림 영주님.”
노예 하나가 다가와 하림 영주의 귓가에 속삭였다.
“불타버린 광란 버섯 재배지의 조사가 끝났습니다, 그곳에서 이런 걸 발견했습니다만….”
노예가 천으로 덮인 무언가를 내밀었다.
하림은 그걸 받아 천을 펼쳐 보았다.
“화살촉?”
“네, 그게… 단순한 우연일지는 모르겠지만….”
노예는 하림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이번 대회 참가자인 다크 엘프가 그 화살촉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단순 우연인가?”
“…암시장에서 판매되는 화살촉입니다. 이를 가지고 있는 자는 흔치 않습니다.”
흔치 않다는 건 전혀 없다는 소리도 아니었다.
우연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정말일까?
바할트를 불구로 만든 자가 광란 버섯 상인과 연이 있는 마법사다.
그 직후 버섯 지배지가 불탔다.
그리고 그런 범인으로 의심되는 엘프가 광란 버섯 상인과 연이 있다?
우연이 한둘이 아닌 세 번이나 겹쳤다.
이는 우연으로 보기 힘들다.
‘이놈들.’
바할트를 밀어내고, 광란 버섯의 유통과 판매를 독점하고자 한 것인가!
작정하고 자신을 우롱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개 같은 자식들-!’
“…병사를 준비해라.”
“…….”
“감히 나를 가지고 놀려고 한 놈들을.”
하림은 이를 바득 갈았다.
“가만두지 않으리라.”
***
로키는 박수를 받으며 경기장과 연결된 대기실로 향했다.
그러자 거대한 콜로세움의 경기장과 연결된 또 다른 쇠창살들이 열리기 시작했다.
쿵-! 쿵-!
5m에 이르는 검은 피부를 가진 인간형 괴물이 경기장에 들어섰다.
쇠사슬로 움직임이 구속된 블랙 오우거였다.
블랙 오우거가 경기장에 있는 시체들을 보며 침을 흘리곤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그러한 모습이 구경거리가 되었는지 관중석에서는 감탄사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야만스러운 축제…라고 하기에도 뭐하군.’
어떻게 보면 저들에게 있어서 이러한 구경거리가 한 편의 액션 영화나 고어 영화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겠지.
자극적인 구경거리는 인간의 도파민을 끌어 올리는 법이니까.
‘분명 2그룹 대회 참가자가….’
로키는 대기실 입구에 앉아 경기장을 쳐다봤다.
‘샐럿이었지.’
쇠창살 문이 열린다.
대회 참가자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
「쿼오오오오오!」
블랙 오우거의 포효 소리가 상당히 거슬렸다.
저 포효 소리에는 생명이 있는 자들에게 공포를 일으키는 효력이 있다.
때문에 민감한 청각을 가진 엘프들에게는 오우거란 몬스터는 상당히 두려운 존재였다.
샐럿은 심호흡했다.
‘괜찮아.’
자신에겐 로키의 가호가 있다.
그 힘을 이용하면 오우거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문제라면.
‘파멸자 투람.’
대회 참가자는 100여 명.
원래 참가자였던 200여 명 중 절반이 기권한 상태였다.
그들이 경기장 한가운데에 모였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건 파멸자 투람이었다.
우뚝 서 있는 그는 신장만 해도 3m를 훌쩍 넘었으며, 그 키에 걸맞은 장창까지 손에 쥐고 있으니 경기장에 있는 모든 이들을 압도하기엔 충분했다.
“이야, 투람 어르신을 상대하게 될 줄이야!”
카르마는 식은땀을 흘리며 스리슬쩍 샐럿의 옆으로 다가갔다.
“…뭐야?”
“같이 팀을 맺어보지 않겠나?”
“팀?”
“대회는 1인만 남아야 하지만, 그 방식은 자유라네.”
“…….”
“암묵적으로 강해 보이는 놈이 있으면-.”
대회 참가자 인원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투람을 힐끗 쳐다봤다.
“그놈을 먼저 죽이는 법이지.”
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동시에 블랙 오우거의 쇠사슬이 풀려났다.
대회 참가자들, 그리고 블랙 오우거가 가장 눈에 띄는 투람을 노려본다.
「쿼와아아아아아!」
블랙 오우거가 투람을 향해 달려든다.
대회 참가자들은 그런 오우거를 피하곤 그 뒤를 빠짝 추격했다.
“오우거를 방패 삼아!”
“투람을 죽여라!”
12인의 영웅을 죽인다면 그 명성은 하늘을 찌를 터!
‘아무리 영웅이라 칭송받는 자라도 상대는 노인이야!’
‘오우거가 방패막이가 되어줄 터!’
“오! 기대를 안 했건만, 이 늙은이와 놀아주려는 젊은이들이 있구먼.”
투람이 창을 들어 올렸다.
“아주 마음에 들어.”
한 손으로 든 창을 휘둘렀다.
콰직-!
창대가 블랙 오우거의 몸통을 후려갈기자, 오우거의 몸통이 으깨지며 상체와 하체로 분리되었다.
“어?”
오우거를 방패 삼아 뛰어들려던 대회 참가자들은 눈을 부릅떴다.
핏방울이 떠오르는 가운데, 투람이 귀가 닿을 듯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광기 어린 미소를 짓고 있다.
“모두 덤벼보게나!”
창대를 휘둘렀다.
콰직-!
창에 부딪힌 자들이 터져나가며 사라져갔다.
마치 인간이 작은 벌레를 손으로 눌러 터트려 죽이듯, 가차 없다.
그 모습이 재밌는지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
“뭐, 뭐가 그리 재밌다는 거야!?”
노예 검투사들은 사색이 되었다.
다른 이들은 몰라도 노예 검투사들은 경기 포기 선언을 하지 못할뿐더러, 불구가 되어 산다고 해도 노예 가치로써도 떨어지니, 죽는 것과 마찬가지의 최후가 기다릴 뿐이었다.
자유를 위해 참가했건만.
맞닥트린 건 불합리한 존재였다.
투람의 창대가 절망 어린 노예를 향해 내려칠 때, 화살 하나가 투람에게 날아왔다.
[꿰뚫는 그림자]검붉은 마력이 화살을 휘감는다.
투람은 본능적으로 창을 회수하며 그 화살을 쳐냈다.
깡-!
화살이 튕겨 나간다. 동시에 파공음이 터져나가며 창대를 쥔 투람의 손도 함께 튕겨 나갔다.
투람은 놀란 듯 눈을 부릅뜨며 자신의 팔을, 그리고 날아온 화살 방향을 주시했다.
자신을 보고 겁을 먹었던 다크 엘프.
그녀가 지금, 자신을 노려보며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솔직히, 이 경기는 맛보기에 불과했다.
그저 ‘훈’이라는 참가자와의 경기를 고대하고 있을 뿐이었다.
자신이 한눈을 팔았다지만, 그의 검격을 보지 못한 건 사실이었으니까.
그와 붙으면 자신이 원하던 ‘싸움’에 대한 갈증을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경기도 충분히.
후우-!
눈앞에 심호흡하는 다크 엘프.
“하하!!”
재밌다!
재미를 느끼게 해줄 존재가 바로 눈앞에 있다!
투람은 수년 만에 상대방의 이름을 물었다.
“작은 아인이여. 그대의 이름이 뭐지?”
이는 투람이 상대방에게 해주는 최고의 예우였다.
얕잡아 보는 먹잇감이 아닌,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대상으로 보겠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물론 저 엘프가 그걸 받아들이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투람의 물음에 샐럿이 살기가 깃든 눈으로 투람을 노려봤다.
“샐럿.”
그리고 예상치 못한 이름이 흘러나왔다
“하네스.”
샐럿 하네스.
투람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엘프가 거짓을 말하는 걸까?
아니, 이 상황에서 거짓말할 리 없다.
그 이름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겠지.
‘…마왕 칼리브의 딸?’
“하하하하하하!”
투람이 광소를 터트렸다.
재밌다! 역시 인생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그녀는 방심하지 않겠지.
오히려 자신을 증오하며 죽이려 달려들 것이다.
당연하다.
자신은 아버지의 원수.
12인의 영웅이다.
“그래, 작은 아인이여.”
투람이 허리를 곧게 폈다.
그의 몸에서 푸른 마나가 뿜어져 나왔다.
경기장에 있는 모두가 그의 위엄에 마비된 듯 몸이 굳어졌다.
“나를 재밌게 해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