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21)
성좌가 된 플레이어-121화(121/250)
제121화
깡-!
강렬한 파공음과 함께 공기가 팽창한다.
깡-!
검붉은 화살이 날아와 대기를 꿰뚫고, 거대한 창은 그런 화살을 튕겨 낸다.
“…….”
관중석에 있던 이들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
노예 검투사들도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지금 펼쳐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판단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크 엘프가 반원을 그리며 경기장을 질주한다.
화살을 장전하고 쏜다.
그럴 때마다 투람이 창을 휘둘러 화살을 무력화시킨다.
그때마다 관중들에게 지금껏 느끼지 못한 타격감을 선사해주었다.
멍하니 경기장을 쳐다보던 이들이 하나둘씩 표정이 변화가 시작했다.
처음엔 당황. 그다음은 흥분과 설렘이었다.
“영웅 투람이 전혀 움직이질 못하고 있어…!”
“다크 엘프 노예가 투람을 밀어붙이고 있다니?!”
블랙 오우거조차 일격에 날려버린 괴물을, 다크 엘프 소녀가 압도적인 무력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강렬한 화살 세례.
그에 따라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화살을 튕겨내는 투람.
그 모습을 경기장과 이어진 대기실 입구에서 구경하던 로키는 고개를 저었다.
“샐럿이 밀리고 있군.”
샐럿이 이를 악물었다.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는 건, 피할 필요가 없다는 뜻.”
로키의 눈엔 샐럿의 초조함이 고스란히 보였다.
당연했다.
그녀는 혼신의 일격을 날리고 있건만, 투람은 그저 제자리에서 창만 휘두를 뿐이다.
카르마 역시 그 모습을 지켜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하하! 대단하군!”
다크 엘프가 이 정도 수준일 줄이야!
‘전혀 공격이 먹히지 않고 있어!’
나름 강해졌다고 생각했건만, 샐럿은 자신의 일격이 모두 무용지물이 되자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투람은 웃고 있을 뿐이었다.
오히려 좀 더 보여달라는 듯 재촉하는 눈빛을 보내고 있다.
자신을 얕잡아보고 있는 거야?!
샐럿의 다리에 핏줄이 돋았다. 이윽고 양팔과 목, 이마에 핏줄이 돋아난다.
[과속]샐럿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진다.
북방에 있을 때부터 로키에게 여러 스킬북을 받아 익혔다.
강해지기 위해 노력한 결과는 샐럿 스스로가 느낄 수 있었다.
이번 기회에 자신의 힘을 저 오만한 인간에게 보여주리라!
샐럿이 경기장 벽을 짓밟는다.
쾅-!
벽에 금이 가며 샐럿이 총알처럼 날아올라 투람의 머리 위로 향했다.
‘더 빨라졌다?’
투람은 신선한 기분을 느꼈다.
신체를 강화하는 마법인가? 하지만 주문을 외우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서서히 빨라지는 게 아닌, 급속도로 빨라졌다.
투람이 알기론 저렇게 즉시 효과가 나타나는 마법은 없었다.
그렇담 알려지지 않은 마법이거나 혹은 [신기]일터.
뛰어오른 샐럿이 투람의 머리 위에서 화살을 겨눈다.
화살에 검붉은 기류가 피어오르며 팽창한다.
그 모습에 투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건… 막지 못하겠군.”
[공중 폭격]화살이 폭발하듯 수십 갈래로 나눠지며 떨어졌다. 투람은 뒤로 물러섰다.
콰콰콰쾅-!
경기장 바닥이 폭발하며 화염이 솟구쳐 오른다.
“…참으로 기묘한 힘이로군.”
연기 속을 빠져나온 투람은 웃음을 터트렸다.
마법이라고 하기엔 상당히 빠른 시전 속도에, 심지어 그 위력도 상당하다.
역시 [신기]인가? 하지만 개인이 신기를 여러 개 사용할 수 있다는 소리는 듣도 보도 못했다.
투람의 육중한 몸이 바닥에 내려꽂힌다.
‘움직였어!’
샐럿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투람이 고개를 들어 샐럿을 쳐다봤다.
그녀가 미소 짓고 있다는 것에 투람은 아쉬움을 느꼈다.
힘에 비해 전투 경험이 부족한 건가?
쉽게 방심하고 자만에 빠져버린다.
강함을 추구하는 자들에게 있어선 안 될 마음가짐이기도 했다.
“공중에 있으면 표적이 되기 쉽단다. 아가야.”
투람이 창을 허공에서 휘둘렀다.
쾅-!
공기가 터져나가며 풍압이 샐럿에게 날아든다.
콰직-!
샐럿의 몸이 튕겨 나가 경기장 벽에 박혀버렸다.
“……!”
샐럿이 피를 토해냈다.
숨쉬기가 힘들다. 부러진 갈비뼈가 폐를 찌른 거 같다.
투람이 다시 몸을 움직인다.
창이 샐럿의 머리를 향해 날아들었고, 강렬한 불꽃이 일어나 투람의 창을 폭발시켰다.
“응?!”
투람은 자신의 창을 튕겨낸 존재를 쳐다봤다.
불타오르는 화염 덩어리.
겨우 손바닥만 한 존재가 자신의 창을 받아낸 것이다.
‘정령?’
정령왕 이프리트가 투람을 노려봤다.
“허허!”
투람은 턱수염을 만지작거렸다.
어째선지 낯이 익다.
예전, 그 위엄은 보이지 않지만, 저 작은 불꽃은 분명 마왕 칼리브가 다루던 정령이었다.
“오랜만이로군. 불의 정령이여.”
「…….」
“그대가 나왔다는 건 본격적으로 싸움에 임할 수 있다는 거겠지.”
투람이 한걸음 걸어 나온다.
이프리트는 곤혹스러웠다.
눈앞에 있는 자는 인간을 초월한 괴물이다.
이 자를 막을 방법이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였다.
이프리트의 바로 밑으로 무언가가 달려나갔다.
이프리트에게 시선이 쏠려 있던 투람은 뒤늦게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샐럿이 앞으로 미끄러지듯 투람의 커다란 다리 사이를 파고들었다.
화살이 투람의 몸을 향해 겨냥한다.
“……!”
투람은 섬뜩함을 느꼈다.
위험하다!
“역소환.”
이프리트의 몸이 분자 단위로 쪼개지며 소멸한다.
“이프리트!”
샐럿의 화살에 불꽃이 피어올라 이프리트가 깃든다.
[꿰뚫는 그림자]더불어 마력이 담기며 관통 스킬이 이중으로 덮어씌워진다.
샐럿은 투람의 심장을 향해 화살을 쏘았다.
쾅!
“…….”
대기를 꿰뚫고 하늘로 솟구친 화살은 먹구름을 꿰뚫고 지나갔다.
경기장에 침묵이 감돌았다.
투람은 식은땀을 흘리며, 자신의 튕겨 나간 몸을 허공에서 가누었다.
샐럿의 눈동자가 동요하듯 흔들렸다.
간발의 차.
투람이 화살을 피했다.
하지만 피했다고 하나, 충격을 완전히 해소한 건 아니어서 갑옷이 으스러졌다.
투람은 자신의 흉갑을 바라봤다.
이 갑옷마저 없었다면 자신이 어떤 꼴이 되었을지 상상하기 힘들다.
아슬아슬한 긴장감에 잠시나마 공포를 느꼈던 투람은 흥분했다.
창을 들어 올린다.
“훌륭하다!!”
창을 휘둘러 창대가 샐럿의 몸을 후려갈겼다.
콰직-!
폭발하듯 샐럿의 몸이 지면에 부딪혀 몇 번이나 바닥을 굴러 벽에 부딪힌다.
「크으윽-!」
그런 샐럿의 충격을 막아준 듯, 이프리트가 샐럿의 등 뒤를 바쳐주고 있었다.
“훌륭해!! 이토록 긴장하게 된 건 마왕 칼리브 이후론 처음이다!”
투람은 흥분해 있었다.
거대한 몸을 빠르게 움직인다.
쿵-! 쿵-!
마지막 일격을 날리기 위해 창을 들어 올렸다.
이윽고 창을 샐럿에게 내려찍으려다 도중에 멈춰버렸다.
“으응?”
투람은 살며시 창을 다시 들어 상대방을 쳐다봤다.
상대가 고개를 숙인 채 미동이 없다.
“어…? 어?”
투람은 당황한 듯 이마를 짚었다.
“이런! 서, 설마 벌써 끝난 것인가? 아니, 이제 막 시작이 아니었단 말인가!? 아인이여, 깨어나라!”
버럭버럭, 투람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하지만 샐럿의 몸은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명백한 전투 불능 상태.
“서, 설마 죽은 건 아니겠지?!”
이 특별한 힘을 가진 엘프가 죽으면 곤란하다. 좀 더 성장하여야 자신과 동등하게 싸울 수 있지 않겠는가?
다행히 호흡하는 것이 보인다.
기절한 것이다.
투람은 안도했다.
“…역시, 아버지 세대의 사람들은 괴물이잖아?”
카르마는 혀를 내둘렀다.
그러면서도 관중석에서 해설하던 노예 진행자에게 소리쳤다.
“이봐!”
“…네?”
“이 몸과 저 다크 엘프는 항복하겠다!”
“아, 알겠습니다.”
노예 진행자가 손짓하자, 경기장에는 밧줄이 떨어져 내렸다.
카르마는 샐럿을 업고는 밧줄을 붙잡았다.
노예들이 밧줄을 끌어 올리며, 두 사람을 경기장 밖으로 끄집어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투람은 시선을 돌려 다른 노예 검투사들을 쳐다봤다.
“이거 미안하군.”
“…….”
“다음 경기에 참여하기 위해선 1인만이 남아야 한다네.”
노예 검투사들이 굳어졌다.
“내, 최대한 살살 다뤄줄 테니….”
투람은 창을 어깨에 걸쳤다.
“가만히 있게나.”
***
온몸이 부러질 듯 통증이 느껴졌다.
‘아파-!’
몸에 열이 남에도 한기가 스며들며 추위를 느꼈다.
오한에 덜덜 떨던 그녀에게 따뜻한 모피 망토가 덮이며 온기를 나눠줬다.
그녀의 이마에 손길이 닿았다.
차갑다.
하지만 기분 좋은 시원함이다.
몸의 열기를 한층 내려주는 듯하다.
그리고 그녀의 입가에 어떤 액체가 흘러들어왔다.
갈증을 느끼던 그녀는 그걸 받아마셨다.
이내 통증이 서서히 사라져갔다.
샐럿이 살며시 눈을 떴다.
“괜찮나?”
눈앞에 익숙한 사내의 실루엣이 보였다.
“…로키.”
존칭을 칭하는 것도 잊고 중얼거렸다.
“훌륭한 경기였다.”
“…….”
하지만 졌어요… 라고 그녀는 말하고 싶었다.
울분이 터져 나왔다.
눈앞에 원수가 있었건만, 단 한 번도 몰아세우지 못했다.
자신의 나약함에 아랫입술을 깨물자, 핏물이 배어 나와 입안을 비릿하게 젖혔다.
로키는 그 어떤 위로의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곁에 있어 줄 뿐이다.
그것이 샐럿에게는 위로가 되었다.
소리죽여 흐느끼기를 잠시, 그녀는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리고 피부가 붉게 달아올랐다.
“이제 곧 다시 경기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진행자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로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마지막 경기가 남았다.
생존한 2인.
로키와 투람. 그리고 그 경기장에 몬스터들이 풀어질 예정이며, 재미를 위해 노예 검투사 100여 명도 경기장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잠시 자리를 비우마.”
로키가 자리를 떴고, 고요한 적막이 흘렀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 속에 불꽃이 피어올랐다.
오랜만에 이 세상에 나타난 이프리트는 샐럿을 쳐다봤다.
「야, 우냐?」
샐럿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울었구만!」
샐럿은 덮고 있던 모피 망토를 이프리트에게 던져버렸다.
아무래도 울분에 못 이겨 훌쩍거린 게 부끄러웠는데, 그것을 살살 긁는 이프리트가 짜증이 난 것이다.
“누가 울어.”
샐럿은 어느새 무표정한 얼굴로 헛기침했다.
다만, 눈가에 퉁퉁 부어 있는 건 속일 수 없었다.
샐럿은 옷매무시를 정리하곤 치료실로 보이는 곳에서 나왔다.
「어디 가냐?」
“관중석.”
「…그분의 싸움을 볼 생각인가 보군.」
샐럿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있지만, 다른 목적도 있었다.
그녀는 관중석에서 노예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본 적이 있다.
“자, 누가 이길지 맞혀보십시오!!”
“이번 결승전의 생존자 2명! 투람과 훈의 대결! 과연 누가 이길 것인가!?”
관중석에 있던 사람들이 노예들에게 돈을 내며 소리쳤다.
“당연히 투람이지!”
“12인의 영웅을 어떻게 이겨?”
“투람에게 모든 걸 걸겠어!!”
샐럿은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대회,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이젠 알 거 같다.
그녀는 노예에게 다가가 자신이 가진 전 재산이 담긴 주머니를 내밀었다.
“훈에게 몰표.”
노예는 샐럿을 보며 화들짝 놀랬다.
전 경기에서 활약했던 다크 엘프를 눈앞에서 보니 놀란 것이다.
노예는 표를 샐럿에게 내밀었다.
“오오! 샐럿, 움직일 수 있게 된 건가?”
그때, 샐럿의 귀에 거슬리는 음성이 들려왔다.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고, 이내 벙찐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왕 움직일 수 있는 거, 이 몸 좀 구해주지 않겠나?”
샐럿의 시선이 향한 곳은 관중석.
그 사이에 카르마가 있었고, 그를 향해 수십 개의 창이 겨눈 노예 전사들이 보였다.
그들 중 일부가 긴장한 듯 조심스레 샐럿에게 창을 겨누며 다가왔다.
“너, 너희를 크론 제국의 반역자로 체포하겠다!”
이건 또 뭔 소리래?
샐럿의 미간이 절로 찌푸려질 수밖에 없었다.
***
로키는 경기장에 들어서며, 경기장 중앙에 존재하는 몬스터를 바라봤다.
머리와 상체는 사자, 하체는 양의 발굽.
꼬리는 전갈의 독침이 있으며, 양어깨에는 2개의 뱀의 머리가 있었다.
5m에 이르는 몸은 전체적으로 근육질에 우락부락했으며 검은 피부를 가진 합성 생물 몬스터.
키메라였다.
“오호, 이 영지. 상당한 힘을 가졌군. 저런 것도 잡은 건가?”
경기장의 또 다른 문이 열린다.
경기 진행을 위해 키메라의 쇠사슬을 풀 노예 검투사 100여 명이 들어섰다.
또 다른 한 명, 투람도 들어선다.
키메라가 눈앞에 있었지만, 투람의 시선은 로키만을 향해 있었다.
“네놈은 어떤 힘을 보여줄 것이냐.”
로키는 싸구려 장검을 든 채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럼 경기를 시작-.”
노예 검투사들이 키메라의 쇠사슬을 풀었다.
“합니다!”
동시에 키메라의 몸이 터져버리고, 그 핏물 사이로 투람이 튀어나왔다.
이내 로키의 바로 코앞까지 도달했다.
거대한 창날이 로키의 앞을 향해 휘둘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