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25)
성좌가 된 플레이어-125화(125/250)
제125화
“방안에… 다과와 차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부디…. 편히 쉬시길….”
시녀가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고 싶어도 이런 분위기로는 목이 메이겠군.”
그에 반해 로키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로키와 샐럿이 안내된 곳은 황궁의 귀빈실.
테이블 위엔 다양한 과자와 얼음이 둥둥 뜬 차가 올려져 있다.
그리고 로키와 샐럿 주변엔 황실 조련사 친위대가 창을 겨눈 상태였다.
로키가 손을 뻗어 다과를 맛보자 그의 눈빛이 살며시 빛났다.
상당히 마음에 든 것이다.
“맛있군. 좋은 다과다.”
“그리 말해주니 준비한 보람이 있군.”
황제, 카르마는 마른침을 삼키며 우뚝 서서 그런 로키와 샐럿을 쳐다봤다.
‘…아무리 막무가내라고 해도 이렇게 대놓고 찾아오다니.’
로키는 다과를 입에 넣어 우물거리며 손가락으로 황실 조련사 친위대를 가리켰다.
“내가 말하기엔 뭐하지만, 저들이 있어봤자 그대를 지켜줄 수 없을 텐데? 황제.”
“…….”
카르마는 침음했다.
내가 황제라는 것에 놀라지 않는 건가?
하긴, 자신에 대한 소문이 퍼졌을 텐데, 눈치채지 못하는 게 이상했다.
“겁먹지 말고 물리도록. 그저 이야기를 나누길 원할 뿐이다.”
로키의 말에 카르마는 손을 들어 병사들을 물렸다.
방안에는 세 명만이 남게 되자, 카르마는 심호흡하며 표정 관리를 시작했다.
그는 분위기를 풀고자 농담조로 말했다.
“이거 기분이 좋군. 그대들이 이 몸을 잊지 않다니!”
“농담할 기분 아니야.”
샐럿의 눈빛이 차갑다. 목소리엔 살기마저 깃들어 있다.
“우릴 함정에 빠트렸잖아.”
카르마는 웃는 얼굴로 식은땀을 흘렸다.
…그건 이 몸이 할 소리인데?
분명 하렐 영지에서 일어난 일의 원인 제공자는 카르마가 맞았고, 눈앞에 있는 이 둘을 미끼로 엮은 건 맞았다.
하지만 그 대가로 아스가르드에게 침략의 명분을 쥐여주게 되었다.
지금쯤이면 크론 제국에 있었던 일을 아스가르드에서도 들었을 터.
어쩌면 이미 군대를 준비하여 크론 제국을 침략할 준비를 마쳤는지도 모른다.
그 때문에 카르마는 요즘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런데 이 북방의 군주는 호위도 없이 이곳에 찾아오는 건 도대체 무슨 배짱인 거야?’
적국의 황궁에서도 살아서 나갈 자신이 있다는 걸까?
‘덕분에 내가 곤란해졌다고.’
크롬 제국 황실에서는 황제 살해자인 로키를 잡기 위해 군대를 파견했다는 소문을 뿌린 상황.
그런데 그 황제 살해자가 한가롭게 황궁을 돌아다닌다는 사실이 귀족들의 귀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카르마와 로키의 관계를 의심하게 될 터였다.
하지만 그 말을 내뱉어봤자 상대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할 터.
무엇보다 다크 엘프의 눈빛이 상당히 매서웠다.
‘이거, 자칫하다간 정말로 죽겠는걸?’
하지만 이대로 물러서면 그 또한 자존심이 상한다.
“하, 하하! 무례를 용서해주길 바라네. 아! 이런, 그대에겐 2번째로 사과하는 거로군.”
카르마는 가벼운 말로 넘어가기로 했다.
샐럿은 콧방귀를 뀌었다.
“마찬가지로 용서는 받아주지 않을 거야.”
“마음이 아프군! 그래, 북방을 다스리는 죄악의 성좌여. 무슨 일로 이 황금의 제국에 온 것이지?”
카르마는 로키를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었지만, 이마와 등골은 축축하게 젖은 지 오래였다.
‘…우리나라가 더운 기후라 다행이야.’
이 땀은 날씨를 핑계 삼으면 될 테니까.
눈앞에 있는 로키와 호위도 없이 대면하는 건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다.
‘제발, 그에게 악의가 없기를….’
카르마는 속으로 기도했다.
“카르마 황제, 나의 이름을 팔았더군.”
카르마가 움찔했다.
“왜 그랬는지도 대충 알고 있고.”
“…알고 있다고?”
크론 제국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건가?
“제국은 정보를 모으기 참 좋은 곳이야. 돈만 있으면 현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알 수 있고.”
“…….”
“하렐 영지의 영주와 황실의 관계에 대해 웬만한 상인들도 잘 알더군. 독립하고자 하는 귀족과 그걸 저지하고자 하는 황족.”
“…….”
“그래서 그대의 행동이 짐작이 가더군. 카샤르 황제가 죽으니, 통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귀족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자 본보기를 보인 것이겠지. 하지만 나도 긴가민가했다. 설마 황제가 직접 미끼를 자처할 줄은.”
로키가 차를 마시곤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만큼 효과적인 건 부정할 수 없군. 다만, 그 과정 중 우리가 엮일지 몰랐다만.”
“어… 그게….”
“참으로 재밌지 않은가? 영주 하나 잡겠다고 적국의 지배자를 미끼로 던져 쓰다니. 과연.”
로키가 카르마를 쳐다봤다.
검붉은 눈동자를 본 카르마는 마른침을 삼켰다.
“이 나라의 황제는 배짱이 두둑하군.”
‘…아, 한계야.’
카르마는 다리에 힘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카르마는 자신의 아버지, 카샤르에게 항상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비단 위업뿐만 아니라, 자신의 자식 역시 망설임 없이 찢어 죽일 정도로 잔혹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권력과 위엄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면 혈육이라 해도 상관없었다.
그런 아버지를 죽인 자가 바로 눈앞에 있는 성좌다.
‘그냥 죽인 것도 아니고 그 효수를 애쉬 왕에게 보냈다지?’
그 말뜻은 자신 또한 지금 목이 댕강 잘려도 이상하지 않다는 말과 같다.
다리에 힘이 풀리며 평정심이 무너지려는 찰나.
“…그 점에 대해 사과하지. 그래서 원하는 게 뭐지?”
그가 크론 제국까지 찾아온 것에 대해 원하는 게 있을 터.
로키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크론 제국과 동맹. 그리고 교역이다.”
뜻밖의 말에 카르마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
“동맹? 교역?”
뜻밖의 말이었다.
카르마는 슬쩍 등 뒤에 있는 문 입구의 문고리를 잡아 몸을 겨우 지탱했다.
아니었다면 진작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을 것이다.
그걸 눈치챈 것일까?
로키가 손으로 맞은편 소파를 가리켰다.
앉으란 신호에 카르마는 발을 움직였다.
맞은편에 앉아, 다과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
로키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이제 곧 신성 교단의 내전이 끝난다.”
현재 신성 교단의 내전이 끝을 달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영향력을 떨치던 성황이 교황의 세력을 집어삼키고 있다.
만약 성황의 승리로 전쟁이 끝난다면, 신성 교단은 헬가나 샐럿을 잡기 위해, 앞잡이라고 할 수 있는 애쉬 왕을 죽였다는 명분으로 전쟁을 꾀할 것이다.
그것이 빠르든 늦든 간에 마찰은 불가피할 터.
해서 로키는 그 점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신성 교단의 내전이 끝난 시점에 아스가르드가 움직이는 게 가장 좋았다.
신성 교단이 그 힘을 회복하기 전 후환이 남지 않도록 짓눌러야 할 테니까.
그래야 대륙의 다른 국가들도 감히 아스가르드를 얕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신성 교단뿐만 아니라 크론 제국마저 나서서 아스가르드를 공격한다면?
아스가르드는 몰라도 적어도 그 길목에 있는 로니아가 멸망할 것이다.
나름 로키를 섬기기로 했던 그들을 내버려 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로키는 크론 제국과 동맹을 맺고 교역을 시작하기를 원했다.
‘이곳엔 풍부한 광물이 존재한다.’
로키는 이 크론 제국에 놀고만 있던 게 아니었다.
상인들에게 이 나라에서 채집할 수 있는 자원에 관한 정보도 수집했다.
대부분 황금이었지만, 그 막대한 경제력으로부터 못 구하는 광물도 없을 정도.
‘또한 노동력도 마찬가지.’
노예 중엔 상당한 기술자들도 수두룩하다.
그 중엔 날고 긴 천재들도 끼어 있겠지.
그들을 사들이고 자유를 주는 대신, 아스가르드에 정착하여 터전을 꾸리도록 하는 게 여러모로 이득이다.
‘아스가르드는 불안전하다.’
이는 로키가 내리는 평가였다.
한 나라가 몰락하고 그다음 나라가 번영하기까지 수십 년이 걸린다.
그러니 문화가 전혀 다르고 서로를 적으로 여기던 사람들이 한데 모여 나라를 세운다면 그 시간은 배는 걸릴 터.
현재 아스가르드는 문화, 경제, 군사면에서 완벽해 보이지만, 그 틈을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언제 균열이 발생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릴지 알 수 없는 불안정한 상태였다.
이를 보강하기 위해선 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로키가 고안해낸 것이 바로 ‘인재 발굴’이었다.
“우리 아스가르드는 신성 교단을 칠 예정이다.”
“…….”
카르마는 망설임 없이 말하는 로키를 보며 목이 메는 느낌을 받았다.
대륙의 지배자라고 불리는 신성 교단을 상대로 전쟁을 생각한다니?
신성 교단을 친다는 건 단순히 그들만을 상대한다는 뜻이 아니다.
대륙 곳곳에 있는 신도들도 적으로 돌린다는 뜻이 된다.
“하지만 신성 교단을 치는 데 커다란 문제가 있다.”
“우리가 걸리는 거로군?”
카르마는 로키의 생각을 어느 정도 이해했다.
신성 교단과 전쟁하면서도 크론 제국까지 싸우게 되면 그들도 상당히 힘들 터였다.
그게 절대적 무력을 가진 존재가 있다고 해도.
“하지만 동맹이라니? 단지 불가침 조약만 맺어도 되지 않는가?”
카르마가 의문을 표하는 부분이었다.
왜 이 북방의 지배자는 불가침 조약 대신 동맹을 내건 것일까?
“단지 불가침 조약만을 맺는다고 너희가 우리를 믿어줄 리 없다고 판단해서다.”
“…….”
맞는 말이다.
야만인들의 국가다.
로니아 전쟁이 이제 막 끝난 시점이고, 이제 곧바로 신성 교단과 전쟁을 벌인다고 한다.
크론 제국의 귀족들은 그런 아스가르드를 보며 ‘전쟁에 미친 국가’로 인식할 것이다.
‘특히 아버지… 조국의 황제마저 살해당했으니, 아스가르드의 침략을 우려할 수밖에 없겠지.’
그리고 그 불안은 조약에 금이 가게 만들 것이다.
하지만 동맹이라면 다를 것이다.
대륙의 지배자인 신성 교단을 몰아내는 것에 동의한다는 말과 같으니까.
‘하지만….’
그 말은 크론 제국이 신성 교단과 전쟁을 한다는 것과 같다.
‘…그 점에 대해서 귀족들의 반발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군.’
크론 제국 역시 신성 교단과 마찰이 일어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아젤란교를 숭배하는 귀족들이 있긴 했어도, 그것과 별개로 온갖 압박을 해오는 신성 교단을 좋아할 귀족은 그리 많지 않았다.
오히려 이 메마른 영토에서 벗어나 푸른 땅을 가지고 싶어 하는 영주들로선 환영할 만 한 일이었다.
‘그 부분까지 고려해서 ‘동맹’을 제의한 건가.’
카르마는 로키가 영주들의 ‘탐욕’을 이용할 생각이라는 걸 간파했다.
“하지만… 우린 전 황제, 카샤르의 죽음으로 불안정한 상태야. 귀족들이 독립을 외치고 있어. 이 상황에서 아스가르드와 동맹을 맺는다면 귀족들이 납득하기 힘들 거다. 만에 하나, 전쟁 중 반란이 일어나면 돌이킬 수 없게 돼.”
“내 이름을 팔아먹어라.”
“무슨 소리지?”
이미 로키의 이름을 한 번 팔아먹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이름을 팔란 말인가?
“카샤르 황제가 한 공포 정치.”
로키는 카르마의 불안한 눈빛을 마주하며 미소 지었다.
카르마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저 진득한 웃음은 악마의 미소였으며.
“네가 하면 되지 않느냐?”
저 말은 거부할 수 없는 악마의 달콤한 유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