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27)
성좌가 된 플레이어-127화(127/250)
제127화
카르마는 노예들과 복도를 걷고 있었다.
‘기분이 상당히 좋군.’
설마 북방의 지배자 하나로 국면이 이리 접어들 줄이야….
로키가 황궁에 나타났다는 소문이 제국에 퍼졌다.
그러자 회유되지 않던 인물이 움직였다.
파멸자 투람.
그가 카르마의 편에 서기로 한 것이다.
‘그 괴물과 다시 한번 싸울 기회를 준다면, 난 그대를 따르겠네. 카샤르의 아들이여.’
북방의 지배자에, 파멸자 투람.
인간을 초월한 두 존재의 지지를 받는 자신을 그 어느 누가 위협할 수 있겠는가?
‘없던 신앙심도 생겨날 지경이군. 나도 이참에 죄악의 성좌를 믿어볼까?’
그가 상념에 빠져 있을 때, 그의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이가 있다.
카르마는 그녀를 보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오! 나의 소중한 여동생이여! 보았는가? 이 몸의 위용 있는 모습-응?”
샤린은 카르마를 끌어안았다.
“왜 그래? 샤린. 이 오라버니가 아무리 좋아도 그렇지,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이면 불안-.”
카르마의 배에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
단검.
샤린이 카르마의 배에 단검을 겨눈 것이다.
용의주도하게도 카르마의 등 뒤에 있던 노예들이 보지 못하도록 은밀하게 숨긴 상태였다.
그에 카르마는 히죽거렸다.
뭐야, 평소와 같구만.
“샤린, 이 몸을 죽으면 너도 죽어.”
카르마는 샤린의 귓가에 속삭였다.
“…어디까지가 진짜인 거야?”
샤린은 짧은 말투로 물었다.
그녀는 혼란스러웠다.
함께 황족으로 태어나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쳤다.
배다른 남매들이 언제 죽일지 모르고, 미친 아버지 곁에서 그 둘은 서로를 의지했다.
그 둘은 이 나라를 사랑했기에, 서로 맞지 않더라도 힘을 합쳐 살아남아 이 나라를 이끌 것을 다짐했다.
카르마가 죽으면 샤린이, 샤린이 죽으면 카르마가 그 빈 자리를 채우도록 약조했다.
한데, 이 미친 오빠는 자신이 모르는 곳에서 은밀히 모략을 짜고 있었다.
한순간 제국은 분열할 뻔한 위기를 맞이했으나, 압도적인 공포 앞에 그 누구도 황제 카르마를 건들지 못하도록 무력화시켰다.
하지만 위험한 도박임은 분명했다.
만약 실패했다면 두 사람의 목숨은 물론이고, 제국은 수십 갈래로 나뉘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 도박이 성공한 지금, 카르마에겐 더 이상의 ‘망설임’이 사라졌을 터였다.
황궁에 있는 걸리적거리는 혈족들을 처리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것이 의지했던 여동생이라 할지라도.
샤린은 알현실 때의 오빠를 보며 느꼈다.
권력에 미친 모습.
그 모습은 마치 전 황제 카샤르를 연상케 했다.
“글쎄, 모든 게 거짓이지만, 지금은 진실이 된 거지.”
카르마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샤린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두려움이 밀려왔다.
믿었던 오빠마저 적이 된다면 자신에게 의지할 존재는 이 세상에 없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이 제멋대로인 오빠를 그냥 죽여버리고 자신도 콱 죽여버릴까?
그런 충동이 밀려왔다.
‘아, 나도 아빠의 딸이긴 하구나.’
카샤르의 욱하는 성격이 빼닮았다.
카르마는 손을 들어 흔들었다.
그에 눈치 빠른 노예들이 뒤를 돌아보며 귀를 막았다.
“왜 그래? 샤린. 이 몸은 네가 원하는 ‘제국 분열’을 막아줬잖아.”
“…….”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
카르마는 샤린의 귓가에 속삭였다.
“이 몸이 너를 죽일까 걱정인 거지?”
샤린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하하! 걱정하지 마. 샤린. 이 오라비가 사랑스러운 여동생을 내칠리 없지 않느냐! 이 몸이 너를 지켜주마. 지금이라면, 그 누구도 너를 해치지 못해.”
샤린은 카르마의 얼굴을 쳐다봤다.
평소와 같은 얼굴.
카샤르와 같은 탐욕에 찌든 모습이 아닌, 빌어먹을 개 같은 오라버니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샤린은 속으로 안도했다.
그러면서도 단검을 찔러넣었다.
푸욱-!
“으아아아악!”
카르마가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찍고 자신의 복부를 확인했다.
“어?”
“…시중에 파는 장난감 단검이에요. 오라버니.”
샤린은 손가락으로 단검 끝을 누르자, 무딘 단검 날이 쏙 하고 검 손잡이에 들어갔다.
“어린애들이 사용하는 장난감 검인데. 이걸로 그리 당황하시다니.”
샤린은 입꼬리를 히죽거렸고, 반대로 카르마는 입꼬리를 실룩거렸다.
“그렇게 겁이 많으면서 어떻게 영주들 앞에서 그렇게 당당할 수 있었던 거예요?”
“……”
그 모습에 카르마는 한 방 먹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이미 한 방 먹인 상태였다.
본인은 모르는 거 같지만.
***
“볼모인가?”
로키는 마차를 타고 다시 로니아로, 그리고 아스가르드로 향해 가고 있었다.
그는 동맹 조건을 떠올렸다.
아스가르드에서는 발할에서 가공되는 자재와 노드 병사를 용병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그 대신 막대한 양의 황금과 희귀 금속을 받기로 했다.
‘음, 황권을 공고히 하는 것에도 소홀히 하지 않는군.’
카르마는 동맹에 대한 증거로 황족들과 귀족의 자제를 볼모로 보냈다.
혹시 있을 반란의 위협을 없애고자 하는 거겠지.
‘뭐, 우리로선 나쁠 게 없지.’
발할라 아카데미는 타국의 귀족 자제들을 끌어모음으로써, 타국과의 외교에 대한 이점을 차지할 수도 있게 되었다.
‘생각 외로 제국에선 반발심이 없군.’
카르마의 공표에 처음엔 귀족들이 반발하는 듯했지만, 그것도 서서히 사그라들어갔다.
실질적으로 로니아까지 지배하는 절대적 존재를 등에 업은 황제를 감당할 자신이 없는 것이다.
의외로 백성들의 반응은 무미건조했다.
‘그런데 설마 아스가르드에 광란 포션이 유통될 줄은 몰랐군.’
마부석에 앉아 마차를 몰던 로키는 아스가르드에서 온 서신을 떠올렸다.
크론 제국의 황궁에 머물면서 아스가르드와의 서신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긴 했어도, 아스가르드에 일어난 일 정도는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일은-.
‘걱정하지 말도록. 나의 벗이여! 이 몸은 광란 포션을 없앨 생각이라네. 그 약은 백성들을 병들게 하는 악질적인 독과도 같으니 말일세.’
카르마가 자신만만한 어투로 없애겠다 약조했다.
무엇보다 절대권력을 손에 넣은 그였다.
하림 영주가 섣불렀다곤 하나, 카르마에게 검을 들이 내민 사건은 ‘광란 포션에 취해 벌인 일’로 꾸며, 없앨 명분조차 만들어냈다.
‘오길 잘했군.’
또 한 가지의 소식은 신성 교단의 내전 종결이었다.
성황이 교황을 제압했다고 한다.
‘이제 신성 교단과의 전쟁이 남았군.’
“무슨 생각하세요.”
로키는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샐럿이 마부석 옆에 앉았다.
“그냥 멍 때리기.”
“…….”
샐럿은 힐끗 로키를 쳐다봤다.
“감사해요.”
“……?”
“아버지의 유품을 찾게 해줘서.”
시신이 없어 장례조차 치러주지 못했다.
샐럿으로서는 유품이라고 할 수 있는 물건을 50년 만에 겨우 얻은 셈이었다.
몇 번이나 구해주고, 신세를 졌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감조차 잡을 수 없었다.
“…마차 제가 몰까요?”
그건 차근차근 생각하면 되겠지.
자신은 다크 엘프이고, 로키는 인간이 아닌 존재다.
둘은 수명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도 길기에, 함께 있을 시간도 많을 것이다.
“그래.”
그러니 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면 될 것이다.
***
“오!”
아움 리니아는 집무실에 앉아 감탄사를 내뱉었다.
광란 포션 건이 해결되었다.
다름 아닌 황제로 즉위한 카르마가 직접 아스가르드 본국에 서신을 보내왔다.
생각지도 못한 동맹 조약.
또한 그 증거로 황족들을 대거 보내온단다.
“신성 교단의 내전이 끝나서 그런가?”
아움은 또 다른 보고서들을 훑어봤다.
‘대륙 곳곳에 역병이 들끓기 시작했다.’
한참을 잠잠하던 죽음의 역병, 웜 페스트.
그것이 다시 창궐하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미미했던 신성 교단의 영향력도 다시 급속도로 올라갔다.
‘역병의 발생지 다수가 로니아라….’
너무나도 노골적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로니아와 아스가르드의 국경 지역에도 번번이 역병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웜 페스트로 생긴 와이트를 처리하기 위해 쿠단과 베르세르크 전사대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아스가르드는 와이트를 없애 여력이 되지만, 로니아는 아니었기에, 그들을 파견한 것이다.
“형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방문이 열리며, 집무실에 페르가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얼어붙은 장벽에 아젤란교의 선교자들이 몰려왔습니다.”
“뭐?”
“그들 말로는 얼어붙은 대지에서 선교 활동할 것을 허가받고 싶다고 합니다.”
“…신성 교단 놈들이 보낸 건가?”
“그들 말로는 소속이 없는 순례자들이라고 합니다. 몸을 수색해도 위협될만한 물건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맨몸으로 간곡히 부탁하고 있습니다만, 어떻게 할까요?”
“…….”
아무래도 수상쩍다.
현재 이곳 아스가르드엔 수많은 국가에서 온 사절단이 있다.
발할 궁전 곳곳에 중요 인사들이 돌아다니는 만큼, 조금이라도 위협이 될만한 이들을 들여보낼 순 없다.
‘그 선교자들이 사절단과 접촉하고 아스가르드와의 외교를 끊도록 유도하면 곤란하지.’
이제 곧 신성 교단과의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지금 같은 시기에 선교자들을 받아들일 필요는 없었다.
그럼 답은 정해져 있다.
“그들을 설득해 돌려보내도록. 민간인이라면 문제가 될 것이 없지만, 그들이 신성 교단 사람이면 무슨 수를 쓸지 모르니까.”
***
로키는 로니아의 땅을 밟고, 북쪽으로 향했다.
장벽이 있는 얼어붙은 호수에 발을 디뎠을 때, 그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을이 생겼네요?”
“…….”
정말로 마을이 생겨나 있었다.
수많은 천막, 혹은 판자로 만든 집들이 있다.
아스가르드의 땅에 이주하고자 온 이들. 혹은 검문소를 통과해 땅을 밟고자 하는 여행자.
그밖에 타국의 사절단 등이 모이다 보니, 자연스레 마을이 생겨나며 시장 또한 생겨났다.
로키는 발을 내딛자, 얼어붙은 호수 일부가 나무판으로 덧댄 것을 확인했다.
혹시 있을 위험성을 대비해 드워프들이 지면을 다듬은 것이리라.
“표정이 밝군.”
로키의 말에 샐럿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엔 대부분 고향을 잃은 난민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난민보다는 신생 국가인 아스가르드에 대한 호기심으로 찾아온 여행자들이 많았다.
시장 거리를 바라보던 로키는 기묘한 기척을 감지했다.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가운데, 홀로 우뚝 서 있는 자가 보인다.
백색 수도복을 입은 사내다.
그가 뭐라고 중얼거린다.
“…신성한 선교 활동을 금지하다니.”
샐럿이 움찔했다.
살의가 담긴 목소리에 그녀 또한 사내를 쳐다봤다.
사내가 입을 벌려 손을 입안에 넣었다.
그가 무언가를 토해낸다.
“우엑!”
그 모습에 시장 거리를 걷던 이들이 화들짝 놀라 사내와 거리를 벌렸다.
“악마 숭배자들에겐 정화의 심판을!!”
사내가 토사물 속에서 병 하나를 꺼냈다.
병을 열어, 그 안에 있던 ‘벌레’를 집어삼켰다.
그 모습을 보며 샐럿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윔 페스트?”
그제야 그녀는 화살을 꺼내 사내를 겨누었다.
하지만 사람이 오가는 시장 거리다.
행인들로 인해 시야는 금방 사라졌다.
“이런!”
그녀가 당혹스러운 목소리를 내뱉을 때, 로키가 신형을 날렸다.
사람들 사이를 파고들어 순식간에 이동한다.
사내의 몸이 요동치며 피를 토해냈다.
온몸이 바짝 말라비틀어지며, 피부가 썩어들어갔고, 피부 사이로 꿈틀거리는 벌레들이 튀어나왔다.
그 순간, 로키는 손을 뻗어 사내의 머리를 잡고 바닥에 내려찍었다.
로키의 시선이 사내의 머리로 향했다.
움켜잡은 손에 꿈틀거리는 벌레들이 로키의 손을 파고들고자 발악하는 모습이 보인다.
와이트.
역병이 만들어낸 망자.
“무슨 일이야?”
“싸움?”
시장 거리의 사람들이 모여 로키를 쳐다봤다.
그때, 로키는 기묘한 기척을 또다시 느꼈다.
한두 곳이 아니다.
수십이 넘는다.
동시에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우에엑!”
“잠깐, 여기 사람이 쓰러졌어!”
“우엑!”
“괘, 괜찮은가? 몸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데….”
“우에에엑!”
곳곳에서 토사물을 내뱉는 이들이 발생했다.
모두 포교 활동하고자 하는 ‘선교자’들.
그들이 모두 토사물 속에서 병을 꺼냈고 그곳에 있던 벌레들을 삼켰다.
아스가르드에 ‘역병’이 퍼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