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28)
성좌가 된 플레이어-128화(128/250)
제128화
살갗이 얼어붙을 것 같은 추위였다.
“역시 악마 숭배자들의 땅이로다.”
작은 배들이 흔들리며 저 멀리 보이는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섬을 바라봤다.
얼어붙은 대지.
그곳에 악마와 악마 숭배자들이 살고 있다고 알려져 왔다.
눈에 띄지 않도록 작은 배로 이곳까지 왔다.
이곳까지 오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었는지….
배가 섬에 도달하고, 선교자들이 내렸다.
그들이 발걸음을 옮긴다.
오랜 항해와 추위에 견디지 못한 몇몇이 바닥에 쓰러졌다.
동료가 쓰러져도 그들은 무시했다.
그들이 도달한 곳은 아스가르드란 섬에 있는 작은 시골 마을이었다.
“응?”
장작을 가지고 온 나무꾼들.
이불을 널고 있는 여인.
장난감 칼로 역할 놀이를 하는 아이들.
그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숲속에 나온 이들을 바라봤다.
“악마 숭배자들에게 정화를-.”
그들이 품에서 병을 꺼내 뚜껑을 열어 입안에 넣었다.
낯선 이들의 외형이 바뀌었다.
피부가 썩어 문드러지고 그 틈으로 벌레들이 꿈틀거린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마을 사람들의 얼굴이 점차 공포에 물들었다.
아이를 데리고 도망치는 여인.
비명을 지르는 노인.
무기를 드는 사내들까지.
“모, 모두 도망…!”
그런 그들을, 죽음의 망자들이 덮쳤다.
“어떻게 된 거지?”
얼어붙은 장벽 위, 순찰하던 노드 병사는 갑자기 시장 거리에서 들려오는 비명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장벽 아래를 내려다보다, 멈칫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얼어붙은 대지 곳곳에서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아스가르드 전체가…!’
무언가에 공격받고 있다?
노드 병사는 마른침을 삼키며 비상 사태를 알리기 위해 종을 울리기 시작했다.
뎅-! 뎅-! 뎅-!
장벽 위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모, 모두 대피소로-!”
노드 병사가 재난 훈련을 받은 대로 고래고래 소리치며 장벽 바깥에 있는 사람들을 안내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아스가르드인 기준이었다.
사전에 고지만 받고 제대로 된 훈련을 받은 적이 없는 사람들로선 패닉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비명이 울려 퍼졌고, 바로 눈앞에서 가족이, 동료가 와이트에게 잡혀 물어뜯기며, 그 가족과 동료가 와이트가 되는 걸 목격했다.
와이트가 곳곳에 퍼져나갔다.
“악마 숭배자들이 역병을 풀었다!”
시장 곳곳에서 누군가가 선동하는 목소리가 메아리친다.
“아젤란 성좌님의 심판이 내려졌다!”
로키는 자신이 잡고 있던 와이트의 머리를 터트렸다.
로키의 곁으로 다가온 샐럿은 죽은 와이트를 보며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똑같아요.”
“……?”
“하네스 제국을 멸망시켰을 때 하고.”
장벽의 검문소 문이 좌우로 열린다.
전신 갑옷과 커다란 방패, 긴 장창과 검, 메이스를 쥔 노드 전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대열을 정비하라!”
“방심하지 마. 상대는 대륙을 죽음으로 내몬 역병이다!”
노드 병사들은 체계적으로 움직였다.
그들은 대륙의 역병에 대한 훈련을 받아왔다.
웜 페스트가 퍼지지 않도록 온몸에 질긴 오크 가죽을 둘렀고, 그 위에는 철판과 비늘갑옷으로 빈틈없이 가렸다.
얼굴은 가죽 복면과 함께 투구까지 뒤집어썼다.
「끼아아아악!」
와이트가 팔과 다리로 지면을 짚고 질주했다.
인간이 낼 수 없는 초월적인 속도로 뛰어올라 노드 병사를 덮쳤다.
쿵-!
“으으윽-!”
몸을 가릴 정도의 큰 방패로 와이트의 공격을 막아냈지만, 그 힘은 노드 병사를 신음케 할 정도로 강력했다.
‘무슨 힘이…!’
노드 병사가 방패로 와이트를 막아내면서도 메이스로 다리를 내려찍었다.
콰직-!
다리가 부러져 와이트가 무릎 꿇려진다.
움직임이 둔해지니, 사방에서 장창이 날아와 와이트를 꿰뚫는다.
움직임이 완전히 봉쇄된 와이트를 향해, 노드 병사 하나가 검으로 머리를 잘라버렸다.
노드 병사들은 고개를 들었다.
사방에서 감염된 자들이 퍼져나가고 있다.
“…젠장!”
노드 병사들이 대열을 맞춰 방패 대형을 이룬다.
수십, 수백 마리가 된, 또한 점차 번져나가는 와이트가 노드 병사들을 발견하고 달려들었다.
“막아-!”
콰콰콰쾅-!
방패에 와이트가 충돌했고, 앞줄의 노드 병사들은 방패로 와이트를 막아냈다. 뒷줄에서는 장창으로 와이트를 밀어낸다.
“쏴-!”
장벽에서는 볼트가 뿜어져 나오고 궁병들은 화살을 쏴댔다.
콰직-! 콰직-!
“젠장, 수가 계속 늘어나잖아?!”
노드 병사들이 식은땀을 흘릴 때였다.
쿵-!
검은 늑대와 뱀의 그림자가 하늘 위로 솟구쳤다.
“저건…?”
이윽고 지상으로 내려꽂히며 와이트를 향해 거대한 입을 벌려 그대로 집어삼켰다.
터벅-.
로키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의 몸에서 뿜어진 요르문간드와 펜리르가 와이트를 잡아먹으며 포식한다.
그 주변에서 샐럿이 화살을 쏘며 와이트들을 꿰뚫어 나아갔다.
“악마 숭배자들에게 아젤란 성좌님이 심판을 내리셨다!”
고래고래 소리치는 선교자의 등 뒤로 검은 그림자가 졌다.
선교자가 뒤를 돌아보자, 우뚝 서 있는 산양의 머리뼈가 보였다.
“아, 악마?”
로키는 손을 뻗어 그를 움켜잡았다.
무슨 짓을 저지르는지, 이자에게서 들어야 했다.
“죄, 죄악의 성좌시여-.”
노드 병사가 다급히 다가와 무릎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
“상황을 보고하라.”
“…아스가르드가 역병에 공격받고 있습니다.”
“…….”
“이 얼어붙은 장벽뿐만 아니라 섬 곳곳에 불길이 솟아올랐습니다. 역병이 동시다발적으로… 퍼진 것으로 보입니다.”
보고를 올리는 병사는 당혹감에 물들었다.
로니아의 침공 때와 달리 아스가르드의 본토가 공격받았고, 그 피해는 지금으로선 알 수가 없었다.
이윽고 그 당혹감은 분노로 물들었다.
자신의 나라가, ‘어떤 세력’에 의해 공격받았다는 것에 분노한 것이다.
“저, 저기….”
로키의 망토 자락을 샐럿이 조심스레 잡아당겼다.
그녀는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신성 교단이 자주 쓰는 방법이에요.”
“…….”
“이건 단지 군사를 돌리기 위한 눈속임이에요. 놈들이 진짜 하려는 짓은 나라의 중심지.”
아스가르드의 중심이자 심장부.
“수도를 공격하는 거예요.”
발할을 공략하는 것이었다.
***
‘무슨 일이…?’
아스가르드의 발할라 아카데미.
그 정원을 가꾸고 있던 헬가는 기묘한 기척을 감지했다.
그녀가 고개를 치켜들자, 그녀의 뒤로 누군가가 걸어와 무릎 꿇고 고개를 숙였다.
헬가가 이끄는 흑백교의 신도였다.
“헬가 님.”
“……?”
“수도에 역병이 퍼진 모양입니다.”
헬가의 눈이 점차 커졌다.
“어떻게 할까요?”
***
수도, 발할에서 노드 병사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수도에 역병이 퍼졌다.
이는 시간을 다투는 일이었다.
초기에 진압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상상하기도 힘들 터.
“…악마 숭배자 놈들, 발이 불이 나도록 뛰는군.”
신성교단의 지배자, 성황의 최측근.
검은 심판자의 단장 유마는 발할 궁전 창밖을 쳐다보며 히죽거렸다.
그는 발할 궁전의 귀빈실에 있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유마는 뒤를 돌아 맞은편을 쳐다봤다.
자신을 이곳에 들어올 수 있도록 만들어준 로니아의 사절단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은 아젤란교를 섬기는 신도들이기도 했다.
그들은 애쉬 왕이 죽고, 에론이 왕위에 올라가는 것에 불만이 없었다.
하지만 반발심을 생길만한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로키’라는 죄악의 성좌를 섬기는 행위였다.
비록 노골적으로 죄악의 성좌를 섬기라 하지 않았지만, 종교의 자유가 허락됨에 따라, 아젤란교를 섬기는 신도들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었다.
유일신을 섬기는 아젤란교다.
어렸을 때부터 다른 신앙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만을 듣고 자라온 그들로선 자신들의 종교가 배척당하는 것에 두려워했다.
그런 그들에게 다가온 이들이 바로 검은 심판자들이었다.
그들이 말했다.
아젤란교의 영향력을 높이고자, 아스가르드에서 선교 활동을 하고 싶다고.
하지만 아스가르드가 그런 그들의 출입을 금하였다.
“이는 곧 아젤란교를 배제하고자 하는 움직임이라 볼 수 있다.”
종교의 자유를 외치지만, 사실상 남몰래 아젤란교를 배척하고자 하는 움직임이라고…그렇게 불신을 심어주었다.
“우리를 놈들의 황궁에 데려다주기만 하면 된다. 그곳에서 진심으로 아젤란 교리를 전파고자 하는 우리의 마음을 그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그들도 이해해주고 받아줄 것이다.”
그 말을 믿고 그들을 시중을 드는 하인으로 받아들였다.
그들은 정말로 마찰을 일으킬 생각이 없었는지 아무런 무장도 하지 않았다.
검문소에서 그들의 몸수색마저 했고, 무기나 이렇다 할 위협 요소가 발견되지 않아 아스가르드도 그들을 로니아 사절단의 시중을 드는 하인들로 받아들인 것이다.
로니아 사절단의 말에 끼어드는 이가 있었다.
“그건 우리도 모르지.”
한 노인이 걸어 나와 말했다.
뼈가 보일 만큼 앙상하고 힘없어 보이는 노인이었다.
집사 차림을 하고 있었는데, 하인들의 책임자로 온 이였다.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난 건 분명하네.”
노인은 그렇게 말하며 히죽거렸다.
그의 눈빛은 재밌다는 듯 창밖을 쳐다봤다.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벌컥 열렸다.
“실례합니다.”
하녀들과 노드 병사들이 로니아 사절단의 귀빈실에 방문했다.
“도심에서 사건이 터진 듯합니다.”
“사, 사건이라니요?”
로니아 사절단은 당황한 듯 말했다.
하녀들은 서로 눈치를 보곤 고개를 숙였다.
“자세한 건 현재로선 알 수가 없습니다. 혹시 모르니 대피 장소를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그, 그래, 얼른 가지.”
겁이 많은 로니아 사절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녀들과 노드 병사들이 안내를 시작했다.
그 뒤를 하인 노릇을 하는 유마와 집사가 따라간다.
“기묘한 기척이 느껴지는군.”
유마는 걸음을 옮기다 노인을 쳐다봤다.
노인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황궁의 복도 끝을 쳐다봤다.
그 끝은 그저 막다른 길이었다.
하지만 왠지 섬뜩한 기분이 드는 곳이었다.
저곳만 왜곡된 분위기다.
“이봐. 유마.”
“네, 헬리우스 님.”
헬라우스.
마왕을 죽인 12인의 영웅 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히죽거리며 말했다.
“난 이 나라의 지배자인 성좌를 죽이러 왔다네. 맞나?”
“네, 맞습니다.”
“그 대가로 나는 ‘불멸의 힘’을 계속 받을 수 있는 거고.”
“맞습니다.”
유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헬라우스를 쳐다봤다.
그는 늙어갔지만, 약해지기보단 오히려 명성을 날리던 전성기 때를 훨씬 뛰어넘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라도 인간으로서의 ‘수명’은 어찌하지 못한다.
그 점에 대해, 신성 교단은 ‘불멸’을 약속했다.
헬라우스는 그들의 불멸을 직접 목격했고, 자신의 몸에도 그 불멸의 성과가 심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 자칭 성좌라는 놈이 없으니…, 내 마음대로 하고자 하는 데 괜찮겠나?”
유마는 헬라우스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하는 건 성좌를 칭하는 자의 암살.
그를 죽인 후, 준비한 워프 스크롤로 내뺄 예정이었다.
“그러십시오.”
하지만 성좌를 자칭하는 악마가 없으니, 그것의 숭배자를 제거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순간 헬라우스는 자신의 뒤에서 호위하던 노드 병사의 검을 빼앗아 휘둘렀다.
“…어?”
노드 병사는 노인을 쳐다봤다.
언제 빼앗았는지 모를 검.
그리고 휘두른 자세.
그 모습을 보고 있을 때, 상체가 기울어져 바닥에 떨어졌고, 자신의 하체가 복도에 우뚝 서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자신뿐만 아니라, 호위하던 노드 병사들 모두가 상체와 하체가 반으로 깔끔하게 분리되어 있었다.
“무-.”
말을 하고자 할 때 피가 터져 나오며 노드 병사가 즉사했다.
그 모습에 하녀들이 비명을 지른다.
“무, 무슨 짓입니까!?”
로니아 사절단이 당황해 소리쳤다.
“궁금한 게 생겨서 말이지. 나이가 들면 이 호기심을 이기기 힘들더군.”
헬라우스는 그런 로니아 사절단의 목덜미를 잡아 바닥에 눕혔다.
다른 검은 심판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저 구석에서 기묘한 기척이 느껴지더군. 등골이 오싹오싹할 정도로 서늘한 기운이야. 증오와 분노가 집약되어 있다. 마치 세상을 증오하는 망자가 잠들어 있는 느낌이야.”
헬라우스는 입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유리병 하나를 꺼냈다.
그 안에서 웜 페스트가 꿈틀거린다.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싶다.”
헬라우스는 병을 열어, 로니아 사절단의 입속에 박아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