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31)
성좌가 된 플레이어-131화(131/250)
제131화
「무슨 소리인가?」
트림은 흠칫 놀라며 로키를 쳐다봤다.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신음을 흘렸다.
「…농담도 정도껏 해라. 로키! 우리의 창조주를 자칭하다니 그건 말도 안 되는…!」
「그게 사실이다. 트림.」
트림은 로키에게서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마법의 거인 우르가르트를 쳐다봤다.
「…그게 무슨 소리냐? 우르가르트!」
풀이 무성하게 자란 책을 훑어본 우르가르트는 로키를 쳐다보며 눈웃음을 지었다.
그 모습은 마치 인자한 노인의 부드러운 미소와 같았다.
「그는 우리와 같은 육체를 가졌지만, 그 속은 창조주다. 우리의 경우 거짓된 육체가 진실로 만들어지면서 자아와 영혼이 만들어졌지만, 로키는 육체를 제외하곤 그 안의 내용물, 즉, 영혼은 창조주의 것이야. 스킬로 나온 내용이니 확실하겠군.」
“……?”
그 말에 먼저 반응을 보인 건 로키였다.
‘…확실하다고?’
우르가르트의 스킬 중 하나는 ‘관찰’.
보는 자의 정보를 책으로 얻어 그것에 맞게 대응할 수 있게 만들어진 스킬이었다.
‘그건 캐릭의 정보만을 알 수 있게끔 설정한 거야. 하지만 지금 설정한 스킬 범위를 넘어섰어. 어떻게 된 거지…?’
오히려 설정값을 넘어서 지나치도록 좋았다.
‘…정말로 골치 아픈 녀석들이야.’
「진짜… 우리의 창조주?」
트림은 놀란 얼굴로 다시 고개를 틀어 로키를 쳐다봤다.
그의 얼굴은 혼란으로 뒤섞이며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얼음과 눈으로 된 얼굴에서 만들어졌다기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변하는 표정이었다.
로키는 한 걸음 나서며 말했다.
“그래, 내가 너희를 만들었다. 그리고 너희에게 목적을 부여했지.”
「…….」
“트림, 너는 창조주가 정해놓은 ‘라그나뢰크’를 실행하려고 했다. 그 말은 창조주인 나의 말도 따르겠다는 뜻이겠지. 그럼 나의 명령에 따라라. 트림! 너희가 가진 목적, ‘라그나뢰크’의 목적과 의미를 현 시간부로 제거한다.”
「……!」
로키의 말에 트림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신음하며 갈등하듯 로키를 쳐다봤다.
「우리의 목적을 제거한다? 우리의 소망을? 소원을? 존재의 의미를…?」
트림은 혼란스러운 듯 눈빛이 흔들렸다.
「어째서… 왜…?」
의문이 가득 담긴 말에 로키는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트림의 울먹이는 표정이 무너져내리며 일그러졌다.
눈빛에 살의가 담기며 로키를 노려봤다.
「아니, 아니다. 아니야-!」
트림의 얼굴이 와락 구겨지며 얼음의 주먹이 움직였다.
거대한 주먹이 로키를 향해 날아들었다.
로키의 갑옷에서 검은 짐승들이 튀어나왔다.
펜리르와 요르문간드.
세상을 파멸시킨 짐승은 세상을 파멸로 이끄는 거인의 일격을 막기 위해 그 주먹을 물어뜯었다.
하지만-.
「쿼오오오오오오-!」
물어뜯고 있는 펜리르와 요르문간드의 눈이 커지며 트림의 힘에 이기지 못해 소멸했다.
“……!”
로키는 급히 손을 뻗었다.
주신 오딘의 창, 궁니르가 로키의 손에 소환되었다.
로키는 궁니르를 양손에 쥐고 트림의 주먹을 막아냈다.
바닥이 무너지고 동굴의 공기가 팽창하며 휘몰아쳤다.
“…크윽!”
산양의 머리뼈에서는 신음이 흐르고 안광이 가늘어졌다.
궁니르를 쥔 로키의 양손이 떨리며 점차 뒤로 밀려 나갔다.
「아니다! 아니야! 우리가 수백 년간 이 안에서 어떤 심정으로 라그나뢰크를 기다린 줄 너는 알고 있나!? 네놈이 창조주라도 이제는 상관없다! 우리는 우리의 뜻대로…!」
트림은 로키를 향해 고개를 내밀고 눈보라와 같은 입김을 뿜어냈다.
「…세상을 멸한다-!」
얼음 주먹이 그대로 로키를 쳐내 튕겨냈다.
로키는 중심을 잡고 궁니르를 바닥에 꽂아 몸을 고정했다.
흙먼지가 동굴을 가득 메웠다.
로키는 온몸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이를 악물었다.
‘아프다?’
고통을 느꼈다.
추위까지 느껴진다.
로키는 붉은 안광을 움직여 트림을 쳐다봤다.
‘…너무 강해.’
사실상 수르트, 우르가르트와 달리 트림의 경우 압도적인 물리 공격, 주변을 얼리는 패시브 스킬, 끝없는 체력은 밸런스 파괴 아니냐는 생각에 수정을 거듭하고 있던 녀석이었다.
그가 현실에 나타나니, 그 힘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젠장, 그때 수정했어야 했는데.’
로키는 고개를 저으며 궁니르를 쥔 채 트림과 대치했다.
트림은 가슴을 쳤다. 분노하듯 울분을 토해냈다.
「로키, 네놈이 우리의 목적을 저버린다 해도 상관없다! 귀찮다면 가만히 보고만 있어라! 난 세상을 멸한다! 나의 목적에 따라…! 본능에 따라…! 나의 뜻을 이행한다! 만약 그것을 방해한다면 아무리 네놈이라도… 나의 창조주라도 죽여버리겠다-!」
“…….”
…이제 더는 통제가 불가능했다.
할 수 없다. 상대는 분노에 이성을 잃었고 자신마저 위협하며 죽이려 든다.
‘…그럼 당하고만 있을 순 없지.’
그때, 헬가가 로키에게 다가왔다.
“…이길 수 있나요?”
“그래.”
히든 보스일 뿐이다.
이 세계에 살며, 그동안 경험을 쌓고 스킬들을 익힌 로키와 헬가다.
또한, 이곳은 발할 궁전.
그의 영역이자 그의 땅이며 그의 ‘군단’이 있는 곳이었다.
철컥… 철컥….
로키의 뒤로 데스 나이트, 리치, 스켈레톤들이 늘어섰다.
로키는 궁니르를 움켜쥐고 트림과 수르트, 우르가르트를 향해 겨누었다.
그에 따라 뒤에는 죽음의 군단이 진영을 이루고 안광을 뿜어내며 전투 준비를 한다.
“경고한다. 거인들이여. 투항하고 다시 문 안으로 들어가라. 그렇지 않으면 네놈들을 강제로 구속해 처박아주거나 혹은… 죽여주지.”
트림은 고개를 틀어 수르트와 우르가르트를 쳐다봤다.
불꽃의 거인, 수르트가 말했다.
「저놈 열받아!? 우리랑 같이 세상을 파멸시킬 게 아니면 봐 줄 필요 없잖아? 저놈을 죽여버리겠어!」
수르트가 불꽃의 검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난동을 피웠다.
어린애가 떼를 쓰는 모습 같다.
「…난 투항하도록 하지. 싸움은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 난 중립으로 가겠네. 단, 나를 죽이려 든다면 난 트림 쪽에 붙겠어.」
마법의 거인, 우르가르트는 흥미롭다는 듯 자리에 앉아 조용히 책과 언데드 군단을 번갈아 보며 관찰했다.
트림은 양손을 부딪쳤다.
「결정 났군. 로키! 네놈은 나의… 적이다!」
로키의 안광이 가늘어졌다.
“…처단해라.”
로키의 말에 불사의 군단이 일제히 무기를 고쳐잡고 달려들었다.
빠르게 달려가던 그들은 안광을 불태우며 주인의 명령에 따라 검을, 창을, 활을, 단검을, 마법을 이용하여 공격했다.
대륙의 그 누구도, 감히 12인의 영웅조차 이기지 못할 언데드 군단이 거인들을 향해 달려갔다.
그에 트림의 눈은 날카롭게 빛났다.
「로키….」
“……?”
「종자가 있는 건 네놈뿐만이 아니다!」
트림은 크게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땅을 향해 양손을 내려찍었다.
동굴이 울리며 땅이 갈라진다.
그 속에서 무언가가 기어 나왔다.
트림과 수르트, 우르가르트보다는 작지만 거대한 존재들.
그 크기만 해도 10m에 달하는 불꽃과 얼음의 거인들.
“……!”
언데드들은 놀란 듯 안광을 휘둥그레 뜬다. 하지만 그럼에도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달려들어 무기를 휘두른다.
「쿠아아아아-!」
거인들은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며 괴성을 지른다. 불사의 군단에게 달려들었다.
거인들은 무기 없이 주먹을 휘두른다.
불꽃의 거인, 얼음의 거인들은 그들의 몸 자체가 무기요, 방패요, 갑옷이었다.
거인의 주먹에 불사의 군단은 튕겨 나가지만, 언데드들은 다시 몸을 일으켜 거인에게 달려가 무기를 휘두른다.
넓고 거대했던 동굴은 순식간에 전장이 되었고 곧이라도 무너져내릴 듯 진동했다.
병장기 소리와 괴성이 메아리치며 폭음처럼 울려 퍼졌다.
“요르문간드. 펜리르.”
로키는 양손에 궁니르를 쥔 채 다시 한번 검은 짐승들을 소환했고, 헬가는 대검을 휘둘러 망령들을 소환했다.
트림과 수르트는 그런 신과 여신을 향해 얼음 주먹과 불꽃의 검을 겨누었다.
세상을 파멸시킬 수 있는 4명의 존재는 서로를 향해 달려갔다.
***
샤먼의 하얀 백발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지팡이를 땅에 내려찍어 고정한 채 방어 마법을 치고 몸을 최대한 수그렸다.
그 순간 정면에서 몰아치는 폭발에 날아가지 않게 몸을 겨우 지탱했다.
“……!”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오며 무형의 결계가 폭발을 겨우 막아냈다.
백발의 머리카락이 휘날리고 눈마저 뜨기 힘들 정도의 풍압이 그를 덮쳐왔다.
뿌연 흙먼지가 얼굴을 때리자 샤먼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것은 혼돈, 혼란, 그리고… 파멸이었다.
-끼아아아아악!
거인들과 언데드들이 괴성을 지르며 뒤섞인다.
거인의 주먹과 언데드의 검이 부딪히면 불꽃이 튀겼다.
그 압박감이 멀리에 있던 샤먼에게서도 느껴질 정도였다.
한 번 충돌 할 때마다 대륙 어디에서도 그 일격을 막기 힘들 만큼 묵직한 힘이 담겨 있다.
하지만 그것뿐이라면 샤먼도 이처럼 당황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가 되는 건 바로 눈앞의 거대한 4명의 존재였다.
“…물어뜯어라!”
로키의 몸에서 만들어낸 검은 짐승이 얼음의 거인, 트림의 몸을 사방에서 물어뜯는다.
「어림없다!」
트림은 그런 검은 짐승들의 압박을 무시한 채 달려가 계속해서 로키를 향해 거대한 주먹을 휘두른다.
「끼하하하하! 불타라! 불타라!」
불꽃의 거인, 수르트는 불의 검을 휘둘러 화염의 폭풍을 내뿜었지만, 그 폭풍우는 헬가의 대검에 베이며, 소멸했다.
그 4명이 한 번 격돌하면 동굴의 천장이 무너지고 땅이 울렸다.
그들이 말한 ‘종말’이 현현한 듯 거대한 파동이 동굴 여기저기에 퍼져나갔다.
단지 멀리서 결계를 치고 그 파동을 막고 있음에도 몸속의 모든 마나가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끼어들지 못하겠다!’
샤먼은 입을 다물고 말았다.
거대한 존재들의 싸움.
그 싸움에 끼어드는 순간 단 몇 분도 못 버틴 채 죽어 나갈 거 같았다.
인간 따위는 나서는 안 될 자리였다.
***
「끼아아악! 더는 못 참아! 모두 태워버리겠어!」
불꽃의 거인, 수르트는 자신의 공격이 맥없이 계속 막히자, 비명과도 같은 외침을 내질렀다.
불의 검을 땅에 내려찍었고, 갈라진 땅의 틈으로 엄청난 양의 화염이 파도처럼 퍼져나갔다.
헬가는 흠칫 놀라며 피하지 못할 때, 그녀의 앞에 로키가 급히 펜리르와 요르문간드를 이용해 방패처럼 감쌌다.
「잠깐, 수르트! 그 광역 스킬을 쓰면 나 또한…!」
얼음의 거인, 트림은 놀란 눈으로 얼음의 주먹으로 자신의 몸을 가렸지만, 화염에 휩싸여 신음을 토했다.
수르트는 힘 조절을 하지 않은 채 닥치는 대로 모두 불태우려 하고 있었다.
「수르트! 진정해라!」
「죽어! 죽어라! 하하하!」
트림의 외침에도 수르트는 화염을 계속해서 뿜어냈다.
불꽃은 수르트와 트림이 소환한 거인들까지 덮쳤고, 언데드들은 방패로 그것을 막아냈다.
“자, 잠깐, 저건 못 막는다!”
샤먼이 당황해 뒷걸음질 치며 동굴 입구 쪽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로키는 자신과 헬가를 감싼 요르문간드와 펜리르를 바라봤다.
검은 불꽃으로 만들어진 짐승들은 화염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고 있었다.
“…화염에 대한 내성이 있어서 그런지 난 별로 피해가 없군.”
로키는 화염이 몸에 닿았음에도 뜨겁다는 느낌만 있을 뿐, 상당한 데미지는 주지 못했다.
‘불꽃의 신이기 때문인가?’
다만, 그의 뒤에서 웅크리고 있던 헬가는 뜨거운 열기에 땀을 닦아내고 불만스러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거 좋겠네요. 저는 무척이나 더운데… 이런 건 정말로 싫어요.”
“사우나라고 생각해라.”
“…이런 사우나는 사양이에요.”
화염이 멈추자, 트림은 녹아내리는 자신의 몸을 바라보다 주변을 돌아보았다.
수르트가 소환한 불의 거인들은 무사했지만, 트림이 소환한 얼음 거인들은 모두 녹아내려 몸이 부서지고 있었다.
언데드들은 훈련받은 듯 잘 대처하며 방패로 막아 피해를 줄인 듯싶었다.
트림은 눈 근육을 꿈틀거리며 수르트를 노려봤다.
「왜?」
수르트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때였다.
-끼아아악!
화염이 사라지자 언데드들이 일제히 방패를 치우고 달려든다.
얼음 거인들은 부서진 몸을 겨우 일으켜 세웠지만, 수르트의 광범위 공격에 타격을 입은 탓인지 금방 쓰러져 나갔다.
궁니르를 움켜쥔 로키의 신형이 빛이 되며 사라지고 트림의 머리 위에서 빛이 모이며 소환되었다.
궁니르의 스킬 중 하나인 ‘전이’.
창과 사용자의 몸을 이동시키는 스킬이었다.
「……!」
“꿰뚫어라. 궁니르.”
로키의 창에 칠흑의 불꽃이 휘감겨, 트림을 향해 내리꽂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