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33)
성좌가 된 플레이어-133화(133/250)
제133화
‘살아있다?’
그의 말에 로키는 언데드들을 쳐다봤다.
겉보기에는 뼈뿐인 망자들이다. 그런 이들이 ‘영혼’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저들은 단순 프로그램일 뿐이야.”
「그건 나도, 수르트도 마찬가지지. 하지만 이렇게 대화하고 생각할 수 있네.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지. 보고 경험할 수 있네.」
“…….”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우리는 ‘만들어진’ 게 아닌 ‘태어난 것’이네. 그리고 그걸 자각하고 있지. 로키, 우린 영혼을 지니고 있네. 각자의 성격과 성향은 어떻게 정해져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이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첫 번째 질문의 답이라네. 그럼 두 번째로 넘어가지.」
우르가르트는 책을 펼쳐보았다.
그가 움직이자 언데드들은 쇠사슬을 잡아당기려 했고, 로키는 손을 들어 제지했다.
「사실상 창조주가 설정한 목표가 없어짐에 따라 아까도 말했듯 난 중립이라네. 따지고 보면 수르트도 사실 ‘목적’ 따윈 없지. 라그나뢰크? 수르트에게 물어봤자 ‘그거 뭐야? 태우는 거야?’라는 무식한 소리를 할 게 단순한 답밖에 나오지 않아.」
우르가르트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 어린애와 같지. 우리는 말이야.」
어린애와 같다?
로키는 턱을 쓰다듬었다.
“무슨 소리지?”
「우리가 태어나고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네. 그저 태어났을 때 동굴 속에서 대화만 나눴을 뿐. 그런 우리가 성숙한 자아를 가질 수 있었을까?」
“…….”
「인간의 연령대로 생각한다면… 그래, 아마 10살이나 12살 어린 아이의 자아 수준, 혹은 철없는 사춘기 수준의 아이 수준일지도 모르겠군. 그 정도로 우리는 단순하다네.」
“말에 모순이 있군.”
정신연령이 낮다기엔, 우르가르트의 말투도 행동도, 지식도, 모순된 부분이 많다.
특히 자신들이 단순 설정된 프로그램이었던 것마저 알고 있었다.
이는 마치….
‘현자 같다.’
모든 걸 꿰뚫어 보는 현자 같았다
「무슨 뜻인지 알겠군. 아까도 말했듯, 우린 무슨 이유에서인지 창조된 것을 자각하고 있네. 그 이유는 우리도 몰라. 심지어 나는 이 책을 통해 일정 시간 바깥을 볼 수 있다네.」
“…….”
「세상을 잠시나마 둘러볼 수 있는 셈이지. 아마 그 영향도 있겠지.」
“…….”
「말을 이어가도록 하지. 트림의 경우 ‘목적’을 따르는 거라면 수르트의 경우는 트림이 목적을 부여해준 것이나 다름없네. 트림의 ‘세상을 파멸시킨다’라는 말이 수르트에게는 무료함을 해결해줄 유희로 느껴졌겠지.」
“…세상을 파멸시키는 걸 장난으로 여기는 건가?”
「우리는 우리 외에는 ‘동급’으로서 존중하지 않는다네. 그저 ‘벌레’와 같은 수준으로 보지. 그건… 자네도 마찬가지일 텐데? 로키.」
그 말에 로키는 말을 잃었다.
그 역시 처음 로키의 아바타에서 깨어났을 때 그랬었다. 그들과 다르다면 벌레보단 ‘작은 생명’라는 인식의 차이일 뿐.
그렇기에 지금껏 수많은 이들을 아무런 망설임 없이 제거해왔다.
「가치관의 차이라네. 우리는 우리와 동급인 존재 외에는 그렇게 소중히 여기기 어렵지. 물론… 생각을 달리할 수도 있지만 말이야.」
“…그럼 트림과 수르트에게 다른 목적을 부여하면 어떻게 되지?”
우르가르트는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웃었다. 그건 재밌는 농담을 들은 노인의 웃음소리였다.
「아, 미안하군. 수르트라면 모르겠지만, 트림에게 목적을 부여한다? 불가능하네」
“…….”
「수르트야 단지 지루함 때문에 트림의 목적에 동조할 뿐이야. 하지만… 트림의 경우는 다르지. 트림은 그야말로 목적이 ‘본능’처럼 새겨져 있어.」
우르가르트는 자신의 가슴을 한 번 치고 머리를 손가락으로 쳤다.
「바로 마음속과 머릿속 모두 세상을 파멸시킬 ‘라그나뢰크’를 일으킬 생각밖에 없어. 그게 녀석의 존재하는 의미이자 소망. 이 세상에 그 어떤 것도 그것과 바꿀 수 없지. 그렇게 뼛속 깊숙이 새겨지게 한 것이…」
우르가르트는 로키를 가리켰다.
「…그대이지 않은가?」
우르가르트는 언데드를 돌아봤다.
‘물론, 이 언데드들도 마찬가지겠지.’
“…나의 탓이란 말인가?”
로키의 안광이 가늘어지자 우르가르트는 손을 저었다.
「그렇게 말하면 한도 끝도 없지. 자네가 우리를 창조하고 봉인했으니까. 애초에 우리가 이 알 수 없는 곳에 소환되지 않았다면 그런 일도 없을 것이며, 문의 봉인을 푼 이상한 벌레만 없었어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겠지.」
“…….”
「나와 수르트는 그저 이 세상에 존재할 뿐, 목적은 없다. 난 중립, 수르트는 흥미본위, 그리고 트림은 말할 것도 없이…」
우르가르트가 책을 들어 올렸다.
책에서 빛이 나며 주변의 모든 광경이 바뀌어버렸다.
로키는 놀란 듯 붉은 안광이 휘둥그레졌다.
동굴이 사라지고, 하늘이 보이며 넓은 대지가 보인다.
하늘은 붉은 핏빛으로 물들고 검은 먹구름만 존재했다. 땅은 불타고 바다는 얼어붙었다.
그것은 완전한 무(無).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풀 한 포기 남아 있지 않은,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는 세계.
종말 직후의 세계였다.
로키가 그 세계를 멍하니 쳐다볼 때, 세상이 점차 무너지며 사라지고 다시 동굴로 바뀌었다.
우르가르트의 스킬 ‘환영’이었다.
「…이게 트림의 목적이라네. 물론 조금 전 광경은 나의 상상이 만들어낸 것뿐이지만 말이지.」
우르가르트는 책을 덮고 흥미로운 표정으로 로키를 쳐다봤다.
「…트림은 그 광경을 매우 좋아하더군. ‘신들이 없는 세상’, ‘모든 걸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시발점’이라면서 말이야. 나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네. 적어도 조용하니 말이지.」
“…시시하군. 그런 아무것도 없는 세계를 추구하다니.”
「아무것도 없다는 건 다시 시작할 수도 있다는 말이 되네. 트림은 아무것도 없던 무에서 무언가를 창조하는 신이 되고 싶은 거겠지. 그래서 신들을 증오하는 것이고.」
“그렇군.”
로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닥에 꽂은 궁니르를 뽑아 들고 동굴을 빠져나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를 죽일 생각인가? 로키, 자네가 만든 자식을?」
“난 그런 자식을 둔 적이 없어.”
「그렇지만 자네에겐 큰 힘이 될 걸세. 무엇보다-.」
로키는 뒤를 돌아 우르가르트를 쳐다봤다.
「트림은 자신의 유리한 지형에서 나오려 하지 않겠지. 그런 그를 죽이기란 쉽지 않을 거라네.」
“그놈을 제압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로키는 문 앞에 널브러진 금이 간 쇠사슬을 쳐다봤다.
그 모습에 우르가르트는 놀란 눈빛을 내비쳤다.
「그렇군. 우리를 봉인했던 쇠사슬…. 저거라면 가능하겠군.」
로키가 다시 발걸음을 옮기자 우르가르트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가는 건가?」
“볼일은 끝났다.”
「그렇군. 다음에도 또 오게나.」
“……?”
로키가 뒤를 돌아보자, 우르가르트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무래도 동굴 속은 역시 심심하거든. 트림과 수르트의 경우 너무 시끄러워 싫지만… 자네처럼 말이 통하는 대화 상대는 언제든 환영이네. 아, 물론…」
우르가르트는 언데드들을 쳐다봤다.
「이들도 조용하여 좋긴 하지만… 내 말은 거의 무시해서 말이지.」
로키는 그런 우르가르트를 가늘게 쳐다보며 말했다.
“…밖으로 나가도 좋다.”
「……?」
“단, 허튼 생각 한다면 죽는다는 걸 명심해라. 우르가르트.”
우르가르트는 미소를 지었다.
「자비를 베풀어 주어 고맙네. 로키.」
로키는 동굴 속을 나왔다.
이제… 거인들과의 전쟁을 준비할 때였다.
***
로키는 신성 교단의 수도에 대한 정보를 캐기 위해, 은신 스킬을 가진 스켈레톤들을 보냈다.
은신 스킬을 가진 언데드는 신성 교단의 수도 아젤란리스를 쳐다보며 안광을 가늘게 떴다.
여름이 시작되었건만, 그곳은 눈이 내리고 있다.
산맥의 끝자락은 얼어붙어 있고, 그 아래의 도심은 사람이 살지 못할 정도로 냉기에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언데드들은 기척을 죽이며 도심의 어두운 골목길을 걸었다.
사람들이 바닥에 쓰러져 얼어 죽어 있다.
어떻게든 불을 피울 목재를 구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인다.
“추워….”
어린아이가 몸을 부르르 떨 때, 그런 아이의 몸을 감싸 주는 무언가가 있었다.
따뜻한 넝마에 아이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을 때, 반투명한 해골이 보인다.
이윽고 사라져버렸다.
“……?”
언데드는 다시 몸을 틀어 발걸음을 옮겼다.
눈보라와 안개 속을 걷던 언데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무언가가 앞에 있는 것을 눈치챘다.
흠칫 놀란 언데드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거대한 빙산과도 같이 얼음으로 이루어진 몸, 거대한 얼음 주먹을 가진 존재.
얼음의 거인, 트림이었다.
분명 은신하고 있음에도, 트림은 그런 언데드를 마주 보고 있다.
「…로키의 하수인이로군.」
트림은 얼음 주먹을 들어 올려 언데드를 향해 내려찍었다.
단 일격에 언데드의 몸이 산산이 부서지며 소멸되어버렸다.
「쳇, 어떻게 이렇게 빨리 찾은 거지?」
트림은 고개를 까닥거리며 거대한 몸을 돌렸다.
그가 뒤를 돌아보자, 그곳엔 온몸의 절반이 얼어붙은 성황 팔리스가 추위에 괴로워하며 벌벌 떨고 있었다.
‘추, 춥다… 추워…!’
성황 팔리스는 팔다리가 얼어붙은 채, 몰아치는 눈보라에 몸을 떨었다.
어깨와 머리 위에는 눈이 쌓여있다.
숨마저 쉬어지지 않았다.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동사하거나 제정신을 유지하지 못할 정도의 극한의 추위였다.
“…괴로워! 차라리 죽여라! 차라리 나를 죽여-!”
팔리스는 입을 벌리며 외쳤다.
말을 할 때마다 혀와 입천장이 갈라져 피가 흘렀지만, 그마저 얼어버린다.
신성 교단의 성황은 대륙의 지배자이자, 제국의 황제도 꺼리는 절대적인 신앙적 대상으로 군림했다.
모든 이들이 떠받들었고 힘든 일이라고는 직접 하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있어서 이와 같은 고통은 처음이었다.
피눈물을 흘리며 괴로워하는 모습에 트림은 그를 내려다보며 감탄한 얼굴을 했다.
「…죽지 않는군. 벌레 주제에 추위 속에서도 살아있다니. 그래서 더욱 재미있어.」
똑똑히 들려오는 말에 팔리스는 경악했다.
저런 존재가 도대체 어디서 나왔단 말인가!
‘분명 전이 마법이 가진 스크롤의 빛이었어!’
그것을 통해 팔리스로서는 눈앞의 존재가 어처구니없는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
전이 스크롤은 한정된 크기를 넘어섰을 경우, 폭주하여 전이시킨 생물이나 물건을 갈기갈기 찢어버린다.
그런 ‘차원의 찢김’을 온몸으로 견뎌내고도 살아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금은 완전히 몸을 회복한 상태.
「트림, 나 저거 가지고 놀고 싶어.」
수르트가 손가락으로 팔리스를 가리키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섬뜩하게 느껴지는 팔리스였다.
「…마음대로 해. 어차피 벌레다.」
「히히히히! 신난다~!」
수르트는 불꽃의 검으로 팔리스의 머리에 가까이 가져갔다.
닿지도 않았는데도 열기에 의해 얼굴의 피부가 검게 타들어 간다. 얼굴 피부가 녹아내리며 끓는 물처럼 보글거린다.
“으아아아아악!”
「하하하하! 괴로워해. 괴로워한다고~! 재밌어~!」
웃는다. 미소 짓는다.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한 표정이다.
생명에 대한 무지가 가득한 잔혹한 장난이었다.
수르트는 키득키득 웃었고 팔리스는 발버둥 쳤다. 그런데도 팔다리가 얼어붙어 저항조차 하지 못했다.
“그, 그만…! 이, 이 고통을 제발 끝내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그만해주십시오…!”
「싫~어! 재밌는걸?」
말이 통하지만, 대화는 통하지 않는다.
팔리스는 눈앞의 불꽃의 존재가 자신의 고통을 없애주지 않을 거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무관심하게 멀리 떨어져 있는 트림을 바라보며 외쳤다.
“부, 부탁드립니다! 제발… 제발 이 고통을 끝내주십시오…!”
트림은 발걸음을 멈추고 힐끔 뒤를 돌아봤다.
「…벌레의 고통은 내 알 바 아니다.」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하라는 대로 하겠습니다! 저는 신성 교단의 성황…! 세계의 중심이자 지배하는 존재입니다! 무엇이든 따르겠나이다!”
트림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깜박거렸다.
「세계를 지배하는 존재? 그대는 나라를 지배하는 왕인가?」
“나, 나라뿐만이 아닙니다! 이 대륙의 지배자이기도 합니다! 바라는 모든 것을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
트림은 발걸음을 옮기며 팔리스에게 걸어갔다.
쿵쿵거리는 소리와 함께 대지가 진동했다.
「수르트, 그만해라.」
「싫어, 재밌는걸!」
어린아이처럼 떼를 쓰는 수르트를 트림이 힐끔 노려본다.
차가운 시선에 수르트는 흠칫 놀라며 움츠러들었다. 불의 검을 거두었다.
덩치가 크고 힘센 친구에게 기가 죽은 아이처럼 뒤로 물러섰다.
「인간의 지배자라는 건가?」
팔리스는 흠칫 놀라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가까이서 보니 터무니없이 거대했다.
멍하니 있던 팔리스는 이때를 놓치면 또다시 고통을 찾아온다는 걸 깨닫고 급히 답했다.
“그, 그렇습니다! 저, 저는 세상을 다스리는 신적인 존재…!”
「신? 신이라고-?!」
트림의 얼굴에 분노가 서리자 팔리스는 입을 꾹 다물었다.
「다시 한번 그 단어를 내뱉으면 수르트의 장난감으로 써주지!」
“……!”
트림은 거인의 종족, 신화 속에서는 아스가르드의 신들을 적대하는 존재였다.
그러나 팔리스가 그것을 알 리 없었다.
“죄, 죄송합니다.”
팔리스는 몸을 떨며 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럼 묻지. 네 놈은…」
트림은 고개를 숙여 팔리스의 얼굴에 가까이 가져갔다.
차가운 기운에 팔리스의 얼굴이 서리가 끼고 얼어붙었다.
괴로웠지만 시선을 떼면 더한 고통이 찾아올 거라는 걸 알기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
「…벌레를 사냥할 수 있나?」
“그…게 무슨?”
「너의 군대로 인간이라는 벌레들을 사냥할 수 있냐 말이다.」
“……!”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하지 못한 팔리스는 당황했다.
트림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난 세상에 파멸을 가져오기를 원한다. 세상을 얼음과 불바다로 만들고 모든 생명체가 없는 종말이 찾아오기를 바란다. 그것을 시행하는 데 네놈이 도와줄 수 있느냐 말이다.」
세상의 종말.
팔리스는 그 단어에 입을 다물었다.
「왜 대답이 없지?」
트림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팔리스는 급히 외쳤다.
“그, 그렇게 하겠습니다!”
트림은 손가락을 튕겼다.
팔리스의 구속하고 있던 팔다리의 얼음이 깨지며 소멸한다.
자유로워진 팔리스는 급히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
트림은 그런 팔리스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나에게 충성을 맹세해라. 나를 따른다면 네놈은 살려주지.」
‘…당분간은 말이다.’
“아, 알겠사옵니다. 따르겠습니다. 당신의 종으로서… 절대적으로 복종하겠사옵니다.”
‘지, 지금으로선 이 괴물을 따를 수밖에 없다.’
팔리스는 공포에 떨었다.
살기 위해선, 이 괴물들의 말을 따라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