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34)
성좌가 된 플레이어-134화(134/250)
제134화
발할 궁전, 옥좌에 앉아있던 로키는 고개를 들었다.
눈 앞에 펼쳐진 붉은 융단을 쳐다봤다.
“…….”
그곳에는 하나의 종이와 펜이 놓여있다.
아무것도 없던 자리에 빛의 조각들이 모여들며 빠르게 무언가를 형성한다.
뼈가 생기고, 가죽으로 된 의복과 누더기 같은 로브, 경갑이 드러났다.
은신형 언데드의 ‘소생’의 현장이었다.
바로 얼마 전 로키가 신성 교단의 수도, 아젤란리스에 보낸 언데드들이었다.
그들이 기억을 가진 채 이곳으로 다시 되돌아온 것이다.
완벽히 몸이 갖추어진 언데드는 로키를 향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바로 앞에 놓인 종이 위에 펜을 놀리며 무언가를 적어나갔다.
신성 교단에 있었던 일에 대한 보고서.
모든 것을 작성한 언데드는 고개를 숙인 채 로키에게 다가가 그것을 내밀었다.
로키는 그것을 훑어보며 종이를 꾸겼다.
“…역시 그곳에 있었군.”
예상했던 바다.
신성 교단의 검은 심판자가 가지고 있던 전이 스크롤.
그리고 거인들이 사라진 시기에 성황이 궁전에 칩거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그와 더불어 아젤란리스에 난데없는 겨울이 찾아왔다.
그곳에서 트림은 자신에 적합한 지형으로 탈바꿈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로키는 옥좌에서 일어났다.
그가 대전의 문으로 향하자, 노드 병사들이 문을 열어주었다.
문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아움이 로키의 뒤를 따랐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거인 놈들이 신성 교단의 수도에 있다.”
“그럼….”
“이제부터 거인 사냥을 시작한다.”
“…….”
어느 정도 상황을 알고 있던 아움으로선 당혹스러운 결정이었다.
로키나 헬가와 같은 신적인 존재가 있고, 그들이 세상을 멸망을 꾀한다니.
참으로 동화 같은 이야기이지 않은가?
어쩌다 노드족이 그런 멸망을 막아낼 군대가 되어버린 건가.
로키는 힐끔 아움을 쳐다봤다.
“준비는…?”
“모두 되어 있습니다.”
로키가 향한 곳은 도심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발코니였다.
발코니에는 아스가르드에 테러를 저질렀던 검은 심판자와 선교자가 묶여있었고, 수많은 노드인들과 타국의 사절단이 광장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로키가 등장하자 광장은 함성으로 메아리쳤다.
공기가 울릴 정도의 크게 울려 퍼지는 노드인의 함성에 타국의 사절단들은 귀를 막으며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들의 시선이 사지가 묶인 검은 심판자에게로 향했다.
“이, 이거 위험한 거 아닙니까?”
“검은 심판자를 저런 식으로 구속하다니… 물론 그들이 난리를 쳤다 해도 저건…!”
“…신성 모독이지요. 신의 대리자라고 할 수 있는 이단 심문관들을 어찌 저런 식으로…!”
혀를 차는 타국 사절단들의 목소리에 로키는 손을 들어 올렸다.
노드인의 함성이 약속이라도 한 듯 조용해졌고, 갑자기 찾아온 침묵에 타국의 사절단은 입을 다물었다.
발코니에 있던 로키는 타국의 사절단들이 모여있는 곳을 내려다보며 안광을 불태웠다.
로키와 시선이 마주친 사절단들은 급히 입을 가렸다.
혹 자신의 말들이 들렸을까 걱정스러운 것이다.
로키는 옆에 경비를 선 병사의 검을 빼앗아 검은 심판자의 배를 찔러넣었다.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그대로 몸을 절반으로 베어버렸다.
“…무, 무슨!”
“세상에! 저런 야만적인…!”
타국의 사절단들은 흠칫 놀라며 굳어졌다.
공개처형이라도 하려는 것인가? 그렇지만 목을 깔끔하게 베는 게 아닌, 저런 끔찍한 방식으로 진행하다니…!
타국에 반감을 살 수 있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는 로키를 보며 모두가 굳어졌을 때, 로키는 검은 심판자를 쳐다봤다.
“으아아아아악!”
검은 심판자가 비명을 내뱉으며 몸부림친다.
잘린 배에서 장기와 함께 검은 피와 웜 페스트가 흘러나왔다.
그것도 잠시, 몸이 회복되어갔다.
떨어졌던 상체와 하체가 벌레들에 의해 달라붙고 있다.
그 모습에 사절단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멀리 있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갈린 배가 빠르게 붙어가는 것만큼은 확실히 보였기 때문이다.
로키는 타국의 사신단을 보며 말했다.
“우리를 보고 야만인, 사교도라고 했나? 그럼 이들은 무엇인가!”
로키는 손가락으로 회복되어가는 검은 심판자를 가리키며 비웃었다.
“너희가 그렇게 떠받들던 자들이, 이 악마와 같은 힘을 가지고 있는데 말이다!”
로키는 검은 심판자의 구속구를 풀었다.
그리고 그대로 검은 심판자를 발코니 위에서 떨어뜨렸다.
‘퍽!’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몸이 터지고 목뼈가 부러진다.
그런데도 기괴한 소리와 함께 죽어가던 검은 심판자의 몸이 재생되어갔다.
그 기괴한 모습을 가까이서 본 타국의 사절단들은 입을 막고 물러섰다.
꿈틀거리는 웜 페스트가 흘러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끄아아아… 사교도 주제에…!”
웜 페스트에 전염된 게 분명한데도 내뱉는 검은 심판자의 말에 타국의 사절단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자아가…있다?”
“와이트가 아니야?”
웜 페스트에 걸리고도 자아가 있는 이는 처음 보는 그들이었다.
그것이 검은 심판자라는 것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그것이 지금의 신성 교단이다.”
타국의 외교관들이 고개를 들어 올려 로키를 쳐다봤다.
압도적인 위엄을 내뿜으며 내려다보는 시선에 사절단들은 위축되었다.
“너희가 떠받들던 신에게 선택받은 국가의 본 모습이다! 보아라! 배가 갈리고 목이 꺾여도 꿈틀거리며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저 징그러운 벌레들에 의존해 살고자 인간이기를 포기한 존재를!”
“……!”
“이들은 웜 페스트를 뿌려 대륙을 어지럽히고, 치료제라며 성수를 팔아 사리사욕을 채웠다!”
로키의 안광이 가늘어지며 손가락으로 묶여있는 선교자를 가리켰다.
“그리고 자신들을 거역하는 자들에게는 역병을 뿌려댔다!”
“……!”
“목격자들이 있다. 시장 거리에서 이들이 웜 페스트가 든 병을 토해냈다는 걸 말이다.”
신성 교단은 오만했다.
여태껏 그래왔듯 웜 페스트면 아스가르드가 멸망할 것이라 방심했다.
그리고 그 방심은 ‘목격자’를 만들었다.
“그뿐인가? 성수 보급을 이용해 대륙을 지배하려 들었다! 이 얼마나 반인륜적 행위란 말인가!”
로키도 발코니에서 뛰어내렸다.
땅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로키는 꿈틀거리는 검은 심판자에 다가가 품에서 성수를 꺼내 뿌렸다.
“끼아아아악!”
기괴한 음성과 함께 검은 심판자의 몸이 괴로움에 몸부림친다.
꿈틀거리는 웜 페스트가 죽고 재생되어가던 몸도 녹아내렸다.
“…세, 세상에!”
사절단들은 로키가 쥔 포션을 바라봤다.
“신성 교단의 ‘성수’다.”
“……!”
“성직자들에게 깨끗하게 정화된 성스러운 물이지. 이들은 자신들이 만든 성수에도 죽어버리는 끔찍한 악마로 변질하였다.”
로키는 양손을 펼치며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보아라. 누가 아젤란 성좌의 뜻을 거역했는지! 누가 악마와 계약한 사교도인지! 우리 아스가르드인가? 아니면…!”
로키는 온몸이 다 녹아 뼈만 남은 검은 심판자의 시신을 가리켰다.
“…성수에 몸이 녹아 죽어버리는 이 타락한 신성 교단 놈들인가?!”
사절단의 시선이 검은 심판자로 향해있다.
연기와 악취를 뿜어내는 시신을 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인간이라면 성수에 녹을 리 없었다. 오히려 다친 상처가 아물거나 혹은 질병 같은 것이 치료되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눈앞의 검은 심판자는 언데드에게서 보일 법한 반응을 보이며 녹아내리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신성 교단에 내전이 일어난 일.
바로 교황이 ‘역병을 만들어냈다’라는 명목으로 성황에게 반기를 들었다 했다.
어디까지나 소문일 뿐 증거가 없었다.
하지만 보아라.
이 눈앞에 그 증거가 있었다!
굳어있던 사절단 중 하나가 말했다.
“아젤란 성좌를 배반한 사교도는… 신성 교단이었던 거야?”
그 말에 다른 사절단들은 놀란 눈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란스러워졌다.
“신을 모독하다니…!”
“…그 소문이 맞았어! 신성 교단이 웜 페스트를 만들어내 대륙을 지배하려 했던 거야!”
“본국에 알려야 해!”
사절단은 바삐 움직였다.
타국에서 온 시민들은 분노했다.
자신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역병이 사실 자신이 믿은 신성 교단이었다니!
“교활한 악마 놈들…!”
“신의 이름을 더럽혔다!”
“사교도다!”
“악마다!”
“대륙을 어지럽히는 악이다!”
그 모습에 로키는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인간은 압도적인 무력 앞에서 경외를 보내지만, 자신의 생명이 달려있다면 제거하려 든다.
지금껏 대륙의 국가들은 신성 교단의 힘을 두려워해 따랐지만, 지금이라면 그들을 배제하려 들것이다.
이미 내전으로 인해 신성 교단은 붕괴 직전의 상황.
그런 상황에서 수도에 있던 성황마저 궁에서 폐관한 채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힘의 균열이 무너졌다.
이에 공통된 ‘적’을 알아냈으니, 힘을 모아 그들을 몰아내려 할 것이다.
사절단들은 급히 본국으로 떠날 준비를 했다.
발코니 위에서 상황을 지켜본 아움은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로키 님은 신성 교단을 치는데 대륙 국가를 이용할 셈이신가.’
신성 교단이 타락했으니, 성국에 대해서 의구심을 품을 것이며, 그 의구심은 대륙에 크나큰 혼란을 야기할 것이다.
수많은 왕국이 무너지고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당할 것이다.
‘분명 로키 님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의 행동에 망설임이 없었다.
그에게 있어서 다른 이들은 그저 체스 말에 불과했다.
“지금 부로 우리 아스가르드는 신성 교단에 선전포고한다. 그들을 심판하여 그들의 오만함을 비웃을 것이다!”
말을 한 로키의 안광에 즐거움이 깃들었다.
‘…물론, 우리는 구경만 하다 마지막에 나선다.’
로키는 타국이 빠르게 움직여주길 원했다.
신성 교단을 압박하고 주변을 점령하여 수도까지의 길을 닦아놓으면 그때서야 아스가르드가 나서서 트림과 수르트를 잡을 것이다.
모든 공적을 가로챌 겸 말이다.
각국의 사절단은 모두 본국으로 귀환했다.
그들은 아스가르드에서 본 것을 왕들에게 보고를 올렸다.
그들 중에는 오히려 과장된 말을 내뱉는 이까지 있을 정도였다.
기억이 덧칠해지며. 자신이 본 것이 끝없이 부풀려졌다.
마치 자신들이 생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것처럼 말이다.
“그들은 악마였습니다! 박쥐 날개를 달고 입에서 웜 페스트가 담긴 검은 피를 뿜어냈습니다! 그것을 본 아스가르드의 왕이 성수를 뿌려 정화하였지요!”
“저희도 싸웠지요! 격렬했습니다! 하지만 물리쳤습니다! 악마들은 결국 저희의 손에 격퇴되었습니다!”
“저희도 할 수 있습니다! 신성 교단을 이길 수 있을 겁니다!”
“왕이시여! 현명한 선택을 내리시길…!”
물론 본 것을 그대로 보고하고 의심하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이들도 있었다.
“신성 교단이 꼭 악마의 역병, 웜 페스트를 이용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시기가 너무 적절합니다. 웜 페스트를 연구해 대륙을 지배하려 든다는 소문이 퍼지자마자 아스가르드에서 그런 일이 발생했습니다.”
“짜고 치는 연극처럼 그런 일이 발생했습니다. 마치 모든 책임을 신성 교단에 돌리는 거처럼요.”
“맞습니다. 그들은 아마 대륙의 국가들을 이용해 신성 교단을 압박하려는 거겠지요.”
“선택은 왕께서 하시는 겁니다.”
각국의 왕들은 자신들이 파견한 사절단들의 보고에 제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그, 그런 악마들이…! 신성 모독이다! 감히 사교도가 지배자처럼 떵떵거리다니…! 출격이다! 전쟁이야!”
어리석게도 보고를 의심하지 않고 달려드는 왕이 있는가 하면….
“…일단 지켜보지. 다른 나라와의 연합도 생각해야 한다. 혼란할수록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
현명하게 생각하는 자나….
“하긴, 그들은 너무 오랫동안 세계를 지배했어. 좋다. 그들이 가진 영토, 재력, 그 모든 것들을 손에 넣을 기회다. 이번 계기로 짐의 이름을 역사에 남기겠다.”
야망을 품은 자도 있었다.
그들에겐 진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얻을 수 있는 국가의 ‘이익’이 최우선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했다.
빠르게 나서 공을 세울수록 ‘혜택’은 그만큼 커질 거라는 것.
늦을수록 도태되리라는 것.
과거 하네스 제국 사태도 이와 비슷한 양상이었다.
결국, 국가 대부분이 눈치를 보며 참전 의사를 밝힐 수밖에 없었다.
아스가르드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신성 교단은 아무런 해명도 없이 침묵을 유지했다.
성황은 여전히 궁전에서 나오지 않았다.
간혹 신성 교단의 성직자들이 아스가르드의 일에 대해 해명하고자 나섰지만, 그들의 말은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후, 하나의 소문이 퍼졌다.
아스가르드와 그의 종속국인 로니아, 그리고 동맹국인 크론 제국이 병력을 모아 신성 교단을 진격할 준비를 마쳤다는 것.
그 소문을 들은 다른 국가들은 조급함을 느꼈다.
이대로 가다간 야만인 따위에게 공적을 빼앗겨 이익이 줄어들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결국 아스가르드에서 벌어진 사건으로부터 3개월 후….
“…야만인들에게 공을 뺏길 순 없다!”
“출전이다!”
성국과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