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35)
성좌가 된 플레이어-135화(135/250)
제135화
비명이 울린다.
잿빛 하늘 아래로 수많은 집이 불타올랐다.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농기구를 들어 저항하고자 한 이들은, 문이 열리며 들어온 수십 명의 병사에 의해 살해당했다.
“네, 네놈들…! 우리가 누군지 아느냐?! 우리는 신성 교단의…!”
“시끄러워!”
검을 뽑은 병사들이 수도사의 목을 베어버린다.
“살려주세요. 아젤란 성죄시여…! 제발 저 사교도들을 물리쳐주세요!”
“여기에 숨어 있었잖아? …기도하는데?”
몰래 숨어 기도를 올리던 이들조차 찾아낸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 어김없이 검을 휘둘렀다.
“꺄아아악!”
“가만히 있어!”
수도원에 들어가서도 그들의 약탈은 멈추지 않았다.
광기에 얼룩진 그들은 왕의 명령에 충실했다.
집을 불태우고, 사람을 죽이고, 돈 될만한 귀중품들은 모두 챙겼다.
“너, 너희는 지금 아젤란 성좌님의 뜻을 거역한 것이다! 지금 당장 무의미한 살생은 그만둬라…! 신께서 가르친 것은 자비와 생명에 대한…!”
“악마는 너희잖아!”
병사들은 늙은 수도사의 머리카락을 움켜잡고 밖으로 끌고 나왔다.
수도사는 불타는 마을과 병사들에게 참혹하게 학살당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봤다.
“이럴… 수가…!”
수도사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비통함에 병사의 바짓가랑이를 움켜잡고 애원했다.
“그, 그만…! 이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이러는 것이냐!”
“이 노인… 진짜 끈질기네.”
수도사는 병사의 눈을 바라봤다.
수많은 살생과 약탈로 인해 무정해진 눈빛.
그리고 그 눈빛은 어째선지 낯이 익기도 했다.
“왜, 왜 그러는 거야! 우리가 뭘 했다고…!”
“아인들이여. 신의 뜻에 따라… 죽음으로 정화되어라!”
바로 50년 전, 하네스 제국 토벌에 참여한 수도사와 같은 눈빛이었다.
“아…아아아….!”
후회가 밀려왔다.
왜 그때 그들이 그러한 행동을 했는지, 어떤 심정이었는지 이제야 알 거 같았다.
“왜…. 왜… 어째서…?”
수도사는 병사가 어떤 대답을 돌려줄 것인지 알면서도 이런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 질문에 병사는 50년 전, 수도사가 그러했던 것처럼 비릿한 미소를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너희가… 사교도이기 때문이야.”
어쩌면…. 이것이 아젤란 성좌님이 내린 진정한 심판이 아닐까?
병사는 검을 휘둘렀다.
성국의 영토가 불탔다.
신성 교단의 영토는 하나둘씩 점령되어 나갔다.
신성 교단에서도 저항했지만, 구심점이 없어 너무나도 쉽게 무너져 내렸다.
수 세기 동안 대륙을 지배했던 그들치고는 빠른 몰락이었다.
“…이곳은 우리가 점령한 곳이다!”
“하, 무슨 소리! 우리가 먼저 왔다고…!”
50년 전, 신성 교단이 이끈 것과 달리, 현재는 참전국들을 이끌 수장이 없는 상황.
자연적으로 성국의 영토를 침식해나갈수록 참전 국가 간의 마찰은 늘어만 갔다.
그들은 이번 참전으로 인해 얻을 영토와 노예들, 자신들 위에 군림했던 신성 교단을 무너뜨릴 기회를 누구에게도 양보하고 싶지 않아 했다.
“물러서라! 너희도 사교도와 같이 토벌되고 싶은…!”
군대를 이끌던 장군이 말을 하던 도중 목이 베여 떨어졌다.
목을 벤 것은 타국의 장군이었다.
“헛소리. 너희가 사교도겠지!”
결국 참전국 간의 전쟁이 발발하기도 했다.
서로가 서로를 죽이고, 이익을 위해, 욕망을 위해 움직이던 이들의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생명이 사라지고 사라져도 전쟁은 멈추지 않았다.
한 번 시작된 광기는 멈출 줄 모르고 폭발적으로 퍼져나갔다.
급기야 신성 교단이 아닌 타국을 없애는 데 목적을 둔 왕국도 생겨났다.
신성 교단의 영토를 중심으로 지옥도가 펼쳐졌다.
그것을 아스가르드는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프란타스 왕국과 베름 왕국이 서로 선전포고하며 전쟁을 일으킨 모양입니다. 그 밖에도 카헤탄 왕국과 미니론 왕국, 프람 왕국과 베샤르 왕국에도 전쟁이….”
발할 궁전 옆에 있는 온실.
그 앞 정자에 휴식을 취하고 있던 로키는 아움의 보고를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아움은 보고를 올리면서도 식은땀을 흘렀다.
설마 이런 식의 혼란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이건 50년 전 하네스 제국의 대륙전쟁 때도 없을 사상 최악의 전쟁이었다.
“…이거… 너무 심한 거 같습니다. 중재해야 하는 건 아닌지…?”
아움은 로키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말했다.
“중재? 어째서? 지들이 좋다고 한 전쟁이 아닌가?”
“…….”
로키는 그런 아움의 의견에 의문만을 품을 뿐이었다.
그때, 하우스에서 과일을 채집한 샐럿이 바구니를 들고나왔다.
그녀의 어깨에는 이프리트가 앉아 길게 하품하고 있었다.
수확한 과일을 건네주자, 로키는 그런 샐럿을 보며 고맙다는 한마디와 함께 과일 하나를 들어 올렸다.
“싱싱하군. 갈수록 좋아지는구나. 아주 잘했다.”
로키의 칭찬에 샐럿은 놀란 눈을 하다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중얼거렸다.
“…노력했으니까요.”
아움은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고는 말했다.
“…지금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닙니다. 로키 님의 힘이라면 그들을 통제할 방법이 있지 않습니까. 무력을 이용하여….”
“학살하란 말인가?”
“…아니요. 통제하여 신성 교단에만 집중하자는 겁니다.”
아움은 고개를 급히 저으며 외쳤다.
“지금 참전국들은 신앙에 금이 가면서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이렇게 된 건 아스가르드 탓이라는 핑계로 전면전을 걸어온다면….”
“…역시 학살이 답이로군. 무력을 보여줘야 겁대가리 없이 덤비지 않지. 나라 하나둘쯤 압도적으로 밟아버리면 되겠지.”
아움은 할 말을 잃었다.
“…농담이다.”
로키가 작게 웃을 때였다.
“훈! 이거 봐!”
쿵!
땅이 진동했다.
로키와 샐럿, 아움이 고개를 들었다.
활기차게 손을 흔드는 수인과 그 아래에 있는 대형 몬스터가 보인다.
미노타우로스.
아스토리아 섬의 수익 품목 중 하나로, 카렌이 조련하는 데 성공한 모양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그녀의 오빠 토르센이 급히 달려와 고개를 반복해서 숙였다.
기운이 넘치는 여동생을 보살피는데 진이 다 빠지는 토르센이었다.
“…저걸로 웬만한 노동력을 해결할 수 있겠군.”
보통의 소와 말의 가축보다도 그 효율이 압도적으로 높을 것이다.
샐럿은 로키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고개를 갸웃거렸다.
로키는 그런 샐럿을 힐끔 쳐다보다 말했다.
“그러고 보니 50년 전 하네스 제국.”
흠칫!
자신의 고향 이야기가 나오자, 샐럿은 놀란 눈을 했다.
“…신성 교단과 참전국들이 누구 하나 자비 없이 학살을 일삼았다지?”
“…그 이야기를 왜?”
결코 좋은 이야기는 아니다.
로키는 눈웃음이 지어졌다.
“참으로 재밌지 않나? 예전 아인종들을 사교도라며 힘을 모아 싸우던 녀석들이 지금은 서로를 죽이겠다며 야단법석을 떠는 꼴이란…. 참으로 어리석고 한심한 모습이지 않은가? 자신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다니.”
“…설마 하네스 제국의 복수…인 겁니까?”
아움은 마른침을 삼키며 보고서를 다시 들여다봤다.
대부분 하네스 제국의 침략 때 선두로 선 국가들이었다. 이득과 욕망에 눈이 먼 자들.
그들은 50년 전과 같이 학살하고 있었다. 다만 칼끝은 서로를 향했지만.
설마 이것 또한 예상하신 거란 말인가?!
아움의 말에 샐럿은 놀란 눈으로 로키를 쳐다봤다.
“…보, 복수?”
“…현재 대륙은 대전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신성 교단을 치기 위해 각국이 침략하고, 더 나아가 서로 적으로 간주하여 싸우고 있지요.”
“…….”
“물론 참가하지 않은 국가들도 있지만, 대부분 하네스 제국을 멸망에 이끈 국가들입니다.”
아움과 샐럿은 로키를 쳐다봤다.
로키는 두 사람의 시선에 침묵을 유지하다 어깨를 으쓱거렸다.
“…솔직히 말해 의도한 건 아니다. 내 목표는 어디까지나 신성 교단이었으니까. 그들이 참전할 건 예상했어도 서로 싸울지 누가 알았겠어? 하지만….”
로키는 과일을 던졌다.
갑옷에서 검은 짐승이 흘러나와 과일을 깨물며 야금야금 먹어 치웠다.
“…이렇게 된 거, 좋은 게 좋은 거 아닌가?”
로키는 샐럿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샐럿은 멍하니 로키를 쳐다봤다.
“…….”
“과거 그들의 죄의 대가가 지금 온 것뿐이다. 그러고 보니 이건 마치 믿음을 멋대로 정의한 신의 심판 같군.”
아움과 샐럿은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 보면 신화 속 라그나뢰크의 광경과 같을지도 모르겠군. 그곳에 서술된 종말은 인간이 서로를 죽이며 타락한 모습이니까. 이거, 트림이 말한 라그나뢰크 일부를 내가 일으켜 버린 건가? 하하!”
재밌다는 듯 웃는 로키였다.
***
카르마 크론.
그 또한 이번 전쟁에 참전했다.
노예군 10만, 정예병 5만, 황제 친위대 1,000명과 함께 신성 교단의 영토를 짓밟았다.
그 어떤 국가보다 빠르게 신성 교단을 침식해갈수록 크론 제국의 영토는 늘어갔다.
전대 황제가 이루지 못한 위업을 성국을 점령하면서 달성했다.
덕분에 그의 영향력 또한 올라갔다.
‘아버지조차 꺼리던 신성 교단을 내가 짓밟고 있다! 아버지의 무력이 아닌, 나만의 군대로 말이다!’
또한 자부심을 느꼈다.
‘하하! 확실히 없던 신앙이 생겨나는군. 로키. 그대는 나의 행운의 신인가?’
이제는 죄악의 성좌에게 기대는 무능한 황제라는 오명마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자신의 후예들도 자신을 영광스러운 황제로 기억할 것이다.
그렇게 믿었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끼며 한두 방울씩 빗줄기가 떨어졌다.
전장에서 크론 제국과 전투를 벌이던 신성 교단 병사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투, 투람?!”
그들은 당황해하며 그를 향해 활시위를 겨누었다.
함성과 비명이 섞인 전장에서 크론 제국의 선봉장으로 파멸자 투람이 나섰다.
그가 창을 휘두르자, 신성 교단의 성기사 수십 명이 도륙당했다.
“후퇴! 후퇴하라!”
결국 신성 교단의 군대가 후퇴했다.
카르마는 만족스럽게 투람을 바라봤다.
“수고하셨습니다. 투람 어르신. 이제 쉬시지요.”
“정말 네놈과 함께하면 북방의 성좌와 싸우게 해준다는 말은 잊지 않았겠지?”
“최대한 그렇게 하도록 요청해보겠습니다.”
투람이 카르마를 따르는 이유.
로키와의 날 것 그대로의 전투를 원했다.
그때만큼 즐거웠던 적이 없었다.
다시 한 번 그때처럼 싸울 수만 있다면 그는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 생각이었다.
“자네만 믿고 있겠네. 응…?”
투람은 흠칫 놀라며 인상을 찌푸렸다.
오싹한 느낌이 등골을 스쳐 지나갔다.
그가 고개를 돌려 먼 곳을 바라봤다.
“……? 왜 그러십니까?”
카르마가 의아해하자, 투람의 눈이 점차 커졌다.
“…내가 세상 물정을 몰라서 그러는데 말이지. 소문에 의하면 신성 교단이 ‘웜 페스트’를 이용해 대륙을 차지하려 한다고 하던데. 맞나?”
“……? 네, 그렇습니다만…?”
“그렇군. 그럼 정말 헛소문이 아니었던 모양이야.”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카르마는 투람이 바라본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비가 떨어지며 생겨난 뿌연 안개로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투람이 보고 있는 곳은 아무것도 없는 평지였다.
“한 가지만 더 묻지.”
“……?”
“신성 교단은… 골렘과도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건가?”
“골렘…? 혹 고대 마법 병기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글쎄요. 그걸 가지고 있을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가지고 있다고 해도 단순히 흙으로 만들어진 인형일 뿐입니다. 저희를 막을 순….”
말을 하던 카르마는 흠칫 놀라며 땅을 쳐다봤다.
비로 인해 젖어 있던 흙이 살며시 떨려왔다. 그리고 그것이 점차 심해지며 대지가 울렸다.
“지, 지진?!”
카르마는 화들짝 놀라 검집으로 땅에 꽂아 고정했다.
“아니, 지진 따위가 아니다.”
“……?”
“카샤르의 아들이여…! 지금 당장….”
투람은 차가운 눈빛으로 정면을 주시했다.
“…도망쳐라.”
쿵! 쿵! 쿵!
대지를 울리며 엄청난 속도로 무엇인가 달려왔다.
인간의 형상을 했지만, 회색 가죽, 입과 코, 눈에는 검은 피를 흘리며 꿈틀거리는 벌레가 보였다.
와이트.
대륙을 공포로 내몰게 한 죽음의 역병, 웜 페스트가 만들어낸 망자들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들 사이로 달려오는 이들이 있었다.
거센 빗줄기에도 꺼지지 않는 불꽃을 전신에 두른 거인이 거친 화염의 숨결을 내뱉으며 달려왔다.
웜 페스트 500여 마리와 불타는 거인 30기.
성황 팔리스의 와이트 부대와 불꽃의 거인, 수르트의 거인 부대였다.
카르마는 그들을 보는 순간 굳어져 버렸다.
그날 이후, 대륙엔 한 소문이 퍼져나갔다.
크론 제국의 카르마 황제와 12인의 영웅이 행방불명이 되었으며, 10만에 이르는 군대가 증발했다고.
그리고… 신성 교단이 악마와 계약했다는 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