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36)
성좌가 된 플레이어-136화(136/250)
제136화
발할의 대장간에 망치질 소리가 울려 퍼졌다.
깡-!
장엄할 정도로 넓은 작업장에 드워프 수십 명이 피땀 흘리며 작업에 몰입하고 있었다.
불꽃이 사방으로 튄다.
불을 지피거나 혹은 금속을 내려찍으며 쉴 틈 없이 움직인다.
깡-!
며칠이 지났는지 모른다.
그들은 단 한 가지 작업에 몰입하고 있었다.
“르란, 네가 만들어줘야 할 게 있다.”
로키가 부탁했던 업무.
깡-!
“하나의 아이템을 제작해줬으면 한다.”
그것은 발할의 지하 던전을 봉인했던 쇠사슬이자, 거인 셋을 가두었던 무구.
-‘할 수 있겠느냐?’
신화 속 세계를 파멸시킬 짐승을 봉인했다던 무구.
깡-!
그걸 이용해 무기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
로키는 지하 던전을 다시 한번 찾았다.
곧 그의 두 눈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그에게 자유를 줬지만, 우르가르트는 일주일에 한 번 바깥을 나와 하늘을 구경하곤 다시 지하 던전에 들어가기를 반복했다.
그에게 있어 이 지하 던전이 집인 거겠지.
그러는 사이 지하 던전은 어느새 ‘숲’이 되어 있었다.
던전의 길게 뻗어 있던 암벽 곳곳엔 푸른 잎과 나무줄기가 무성했다.
넓은 홀은 호숫가와 함께 나무들이 자라나 있다.
‘햇빛이 들지 않는 곳에 식물이 이렇게 자라나다니.’
참으로 신비한 마법이 아닐 수가 없다.
눈앞에 선 로키를 바라본 우르가르트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어서오게, 로키! 이번엔 무슨 일로 왔나?」
“우르가르트. 네가 말했었지? 언제든지 조언을 구하러 오라고.”
「그렇네만.」
“그 밖의 부탁도 가능한가?
「트림, 수르트와의 전쟁 참전이라면 사양하겠네.」
“나에게 마법을 가르쳐줬으면 한다.”
「…….」
우르가르트는 놀란 눈빛을 내비쳤다.
마법의 거인이다. 그의 능력은 환상과 신비로움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
체력과 무력에 있어서는 트림과 수르트에게는 못 미치지만, 그의 마법은 그 둘을 월등히 능가한다.
그 두 거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그에게서 스킬을 얻을 수만 있다면.
“가능하겠나?”
「물론이라네.」
그 둘을 압도할 수 있다.
우르가르트는 미소 지으며 양손을 펼쳤다.
「나의 제자가 된 것을 환영하네. 로키.」
***
신성 교단을 침략한 지 석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신성 교단이 무너지기보단, 왕국들이 먼저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퍼져나가는 하나의 소문.
‘궁지에 몰린 신성 교단이 악마를 소환하였다!’
바로 악마 소환이었다.
토벌대들 앞으로 대규모의 와이트들과 정체불명의 ‘거인’들이 나타나 압도적인 힘으로 분쇄해나갔다고 한다.
그와 동시에 침략했던 왕국들의 본토에서 웜 페스트가 퍼지기 시작했다.
아직 지켜만 보고 있던 다른 국가들도 신성 교단의 타락에 분노하기 시작했다.
신앙적 믿음이 배신당한 탓에 분노와 증오심이 끓어오른 국가들은 신성 교단 타도를 외쳤지만, 그들의 힘으로는 불사의 역병과 압도적인 힘을 가진 거인들을 막아내는 건 역부족이었다.
그로부터 한 달.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세력이 있었다.
“지금 당장 모든 대륙에 전해라. 신성 교단의 침략을 멈추라고.”
아스가르드였다.
로키 일행은 토벌을 위해 로니아의 수도, 로스트에 와 있었다.
궁전 복도를 걷던 로키의 발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만약 그러고도 침략을 꾀한다면 그자들은 우리와 로니아를 척지게 된다는 걸 전하라.”
로키의 말에 그의 뒤를 보좌하던 샤먼과 아움은 잔뜩 긴장했다.
‘…이제야 움직이시는군.’
‘또 다른 전쟁의 시작인가.’
“…….”
로키의 뒤에는 헬가가 조용히 따르고 있었다.
로키는 걸음을 옮기면서도 전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떠올려보았다.
‘신성 교단이 거인들과 손을 잡았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와이트와 거인들의 협공.
그로 인해 크론 제국의 황제와 영웅 투람이 행방불명되었다.
절대적인 힘을 가진 거인과 죽지 않는 와이트의 조합이라니?
참으로 골치 아픈 조합이 아닐 수가 없다.
덕분에 신성 교단을 침략하던 왕국들은 신성 교단을 약화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그들의 힘을 늘려주는 꼴이 되어버렸다.
“재밌군.”
“…뭐가 그리 재밌으신지요?”
그때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로키는 고개를 틀며 목소리의 주인을 쳐다봤다.
“오랜만입니다. 주인이시여….”
복도 끝에 우뚝 서 있는 소년.
금발과 파란 눈을 가진 호화스러운 의복을 입은 그는 로키를 향해 무릎 꿇고 고개를 숙였다.
로니아의 왕, 에론 로니아가 미소 짓고 있었다.
“말씀하신 회의를 준비하였습니다.”
***
로니아 왕궁에서 열린 신성 교단 토벌 연합 회의.
회의장에 있는 원형 탁자에 로키, 아움, 샤먼과 헬가가 앉아 있고 맞은편에는 에론과 한스, 팜이 앉아 있었다.
그곳에 있던 로키는 시선을 앞으로 향했다.
로키의 맞은편에 앉은 에론은 싱글벙글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왜 그리 웃고 있는 거지?”
“오랜만에 뵙잖습니까? 왕위 계승식 외엔 방문조차 하지 않으셔서 섭섭했습니다.”
로키는 모르는 듯하지만, 에론은 그를 생명의 은인이자 로니아의 구원자로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그를 섬기는 종교까지 만들 정도였으니, 저리 기뻐하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리라.
옆에 있던 팜이 심기가 불편한지 헛기침했다.
“흠! 우선 이번 전쟁에 대해서입니다. 신성 교단에 참전하는 건 저희 로니아에서도 긍정적입니다. 신성 교단은 애쉬를 이용해 로니아를 몰락시키려 했던 주체니까요.”
로키는 주변을 훑어봤다.
테이블이 꽤 넓은 데 비해 사람 수가 너무 적다.
로니아의 왕과 그의 측근 한 명, 로키와 그의 측근 넷밖에 없다.
내심 다른 왕국의 정상들도 만났으면 하던 로키였다.
‘하지만 왕들이 움직이기엔 거부감이 있는 거겠지.’
아직까지 로니아와 아스가르드에 불신이 뿌리 깊이 박혀 있었다.
“단, 웜 페스트 때문에 저희는 이번 파병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바입니다.”
“반대?”
로키가 팜을 바라보았다.
로키의 안광을 마주친 팜이 흠칫 놀라며 한순간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물러설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용기를 내어 말을 이어갔다.
“와이트는 저희가 상대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무엇보다… 12인의 영웅 중 하나인 투람조차 그 거인들을 상대하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그런 존재가 있는 이상 저희로서도 파병은 힘듭니다.”
팜의 말에 로키는 눈을 가늘게 떴다.
에론은 팜을 불만스럽게 노려보다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팜, 너는 말을 해도 그렇게… 주인이시여. 전쟁에 참전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저희는 언제든지 성좌님의 말씀에 따를 의향이 있습니다. 다만,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을 따로 마련해주셨으면 합니다.”
왕국의 역량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달라 부탁하는 것이리라.
“그래, 너희가 할 수 있는 한에서만 요구할 생각이다. 그러면 문제없겠지?”
“물론입니다.”
에론은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해 웜 페스트에 대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두렵지도 않군요.”
“……?”
“저희에게 단순히 역병과 그 거인인지 뭔지 하는 악마를 상대하라고 할 거 같지는 않아 보여서요. 오히려 그것에 대해 아스가르드에서 보호해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에론은 미소를 지었다.
“한스가 말한 적이 있습니다. 로키 님은 종자들을 사랑한다고.”
“…….”
“함부로 내치지 않을 분이시라는 것 믿고 있습니다.”
“나를 너무 신뢰하는군.”
“그렇게 만드신 분이 로키 님입니다. 몰락한 저를 이 자리에 올려놓으셨으니까요.”
“이용 가치 때문이다.”
“그보다 더 쉬운 방법이 있었잖습니까. 예를 들어….”
에론은 한스를 가리켰다.
“한스를 왕으로 올릴 수도 있었을 테니까요.”
“…….”
“그가 왕이 되었다면 로니아는 그 형태마저 잃어버린 채 아스가르드의 종속국이 되었겠죠.”
로키는 조용히 있었다.
다만, 아움의 귀로 아주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 방법도 있었군. 스팅거 가문은 로니아의 영웅이니 반란도 거의 없을 거고. 아쉽군.”
“…….”
다행히 에론에게는 들리지 않았던 모양이지만.
“저희가 참전할 경우, 어떤 역할을 맡게 되는지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로키는 에론을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우리 아스가르드는 정예병 3만 정도를 동원할 것이다. 너희에겐 10만 정도의 병력을 파견했으면 한다.”
10만이라는 숫자에 에론은 흠칫 놀라고 말았다.
현재 로니아는 불안정한 상태였다.
다시 군대를 징집하는 데 상당히 시간이 필요할뿐더러 10만이라는 군대를 모으게 된다면 겨우 안정을 되찾고 있는 로니아의 백성들은 반발할 것이다.
“…매우 힘든 명령입니다. 팜, 한스.”
그러자 팜과 한스가 나서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대부분 용병으로 고용한다면 어찌저찌 수는 맞추겠지만, 문제는 비용입니다. 경제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라 자금이 매우 부족합니다.”
“또한 다른 귀족들도 반대할 겁니다.”
에론은 로키를 쳐다봤다.
“일단…, 계속 말씀하시지요.”
“너희 역할은 미끼다.”
“미끼라고 하시면…?”
“신성 교단에 있는 거인의 군대를 잡아끌 미끼. 즉, 시간 벌이다.”
어찌 보면 버리는 패와도 같았다.
“만약 그 역할을 하게 된다면 그 후에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습니까?”
“세상의 종말을 막을 수 있겠지. 지금 당장은 말이다.”
설마 세상의 종말이라는 단어가 나올 줄 몰랐던 에론은 놀란 얼굴을 했다.
“…스케일이 너무 크군요.”
“하지만 진실이다. 그들의 목적은 ‘종말’이니까.”
“그들에 대해 아십니까?”
로키는 손깍지를 끼며 턱을 기대었다.
“아아, 너무나도 잘 알지. 나와 같은 존재니까.”
“…….”
그 사실을 처음 듣는 에론과 한스, 팜은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에론과 팜으로서는 로키가 행한 위업을 직접 봤기에 그가 인간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그런 존재가 적이라고 한다면… 정말로 종말이 가능할지도 몰랐다.
“그렇군요…, 웜 페스트만으로도 버거운데 그런 존재까지…?”
“지원해주겠나?”
“물론입니다. 그래도… 여러 가지 문제가 많으니 시간을 좀 주셨으면 합니다.”
에론의 유순하나 합리적인 요청에 로키로서도 억지로 답을 요구할 수 없었다.
“그렇군. 덤으로 사절단을 파견해 더는 신성 교단에 침략하지 못하도록 압박을 넣어라.”
이것도 힘든 조건이었다.
아무리 아스가르드의 후광을 등에 업는다고 해도 수십 개가 넘는 왕국 모두를 통제할 수 없지 않은가?
자칫 잘못하면 반발심만 키우게 되리라.
에론은 어색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들을 설득할 방법이….”
현재 웜 페스트 때문에 소강상태이지만, 이익에 눈이 먼 왕들은 이른 시일 내로 신성 교단을 재침략을 꾀할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 병사는 그저 왕의 업적을 이루어주고, 승리의 기쁨과 제물을 주는 체스 말에 불과할 테니.
“무력으로 제압한다. 거역하면 그 나라를 며칠 안에 부숴주지. 그땐 내가 직접 선봉에 선다.”
“…….”
참으로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나라를 부술 필요도 없이 수도 하나를 함락시킨다면 다른 왕국들은 겁을 먹을 게 뻔하다.
다만, 단점도 있다.
아스가르드의 이미지는 더욱 악화될 것이며 대륙은 다른 의미로 다시 혼란에 빠질 것이다.
“될 수 있으면 온건한 방법으로 부탁드립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력을 보여주는 거다.”
“무력이라… 차라리 협력자를 구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협력자?”
“다른 국가와 연합을 맺는 건 어떠십니까?”
로키는 안광을 가늘게 떴다.
과연 그게 쉽게 될까?
현재 대륙의 국가들은 여전히 아스가르드를 경계하고 있다. 로니아와는 달리 그들에게 있어 아직도 ‘사교도’, ‘야만인’이라는 인상이 뿌리 깊게 새겨져 있다.
그들로서는 아스가르드를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을 뿐이지, 친해지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영향력 있는 연합을 만들려면 다른 국가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국가가 껴야 할 것이다.
“그럴 존재가 있나? 우리가 신뢰할만한 국가가?”
에론이 미소를 짓고 팜을 쳐다보자, 팜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일어서 회의실 문을 열었다. 그리고 한 사내가 들어왔다.
고급스러운 의복을 입고 있다.
옷 사이사이에 보이는 몸에는 붕대가 칭칭 감겨 있었으며, 얼굴에는 새하얀 가면을 쓰고 있었다.
가면 사이로 보이는 피부는 끔찍한 화상 자국이 남아 있다.
그것을 본 로키는 기묘한 기분을 느낌을 받았다.
저 가면, 어디서 봤기 때문이다.
바로 크론 제국에서 봤던 가면.
에론은 자리에 일어서며 정중하게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
“크론 대제국의 황제 카르마 크론께, 로니아의 왕, 에론 로니아가 인사 올립니다.”
황제, 카르마.
그가 로키를 보며 양손을 펼쳐 외쳤다.
“오랜만이오! 나의 친우여!”
행방불명이라고 전해지던 카르마가 로키를 향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