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4)
성좌가 된 플레이어-14화(14/250)
제14화
쿠단의 이마에 핏대가 솟아올랐다.
그는 진작에 아움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
로키란 이름 있는 자와 만났고, 아움은 저주를, 페르는 오른손이 잘린 채 돌아왔다.
덕분에 리니아 부족에선 발할을 단죄해야 한다는 말이 오가고 있었다.
아움이 쿠단에게 말했었다.
“…로키, 그가 말하더군. 칸쿤을 자신이 길들이고 있다고.”
그 말을 듣고 쿠단은 이성을 잃을 뻔했다.
아움이 진정하라고 말린 덕분에 그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칸쿤을 보호하고 있다고 했다. 쿠단.”
“보호라고요? 방금 길들이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건 너를 자극하기 위한 놈의 계략이다. 쿠단 냉정해져.”
“아움, 당신이 방금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는 신 행세를 하는 사기꾼입니다! 또한 당신에게 저주를 걸었다면서요? 그 오만함이 깃든 괴물이 칸쿤을 그냥 둘리 없습니다. 새장에 가두고 앵무새처럼 기르는 것이겠지요.”
“…….”
그것도 보호라면 보호다.
자유를 억압해 노예처럼 부려 먹히더라도 말이다.
샤먼의 예언이 있었던 만큼, 그 사기꾼은 칸쿤을 최대한 이용하려 할 터.
아움은 칸쿤의 안전을 확인하지 못했다.
다만, 돌아다니는 소문으로는 칸쿤은 비교적 평화롭게 지내고 있는 것 같다 전했다.
‘하지만 그것이 가짜 성좌에게 현혹되어 그렇게 보이는 걸지도 모른다.’
그러한 의구심이 들었을 때, 그를 찾아온 것이 라그나 부족의 장로 로덴이었다.
그는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쿠단을 올려다봤다.
“쿠단, 그 악마 놈을 없애거나 봉인해야 한다!”
“……”
“그래야 칸쿤을 지킬 수 있어!”
로덴은 쿠단을 보며 생각했다.
‘쿠단이 그 악마의 발목을 잡아줘야 한다!’
이 얼어붙은 대지를 나갈 동안, 혹은 나간 후로도 그 존재가 자신을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 죄악의 성좌가 다른 곳에 시선을 돌릴 때, 최대한 멀리 도망쳐야 했다.
그리고 그 미끼가 리니아 부족과 쿠단 라그나였다.
쿠단은 한 번 로키와의 전투를 치르고도 살아남았다.
그렇담 시간 끌기 정도는 될 것이다.
“…로덴. 당신 덕분에 나의 망설임이 사라졌소.”
장로, 로덴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럼…!”
“그 악마를 죽이고, 칸쿤을 되찾을 것이오.”
“쿠단! 네 녀석은 정말로 명예로운 노드의 전사다! 그 강인함을 모든 이들에게 보여주어라!”
“하지만 당신의 죄가 사라지는 건 아니오.”
“……!”
“칸쿤을 죽이고자 했던 장로들은-.”
쿠단이 도끼를 들고 로덴을 노려봤다.
“모두 죽일 것이오.”
“으…으아아악!”
로덴이 뒤를 돌아 도망칠 때, 쿠단이 그를 향해 도끼를 던졌다.
콰직-!
뒤통수가 터진 로덴이 쓰러졌고, 쿠단은 그에게 다가가 도끼를 뽑아냈다.
“쿠단 라그나.”
쿠단은 고개를 옆으로 돌렸고, 리니아 부족의 전사 한 명과 마주할 수 있었다.
“대족장 아움이 부르십니다.”
“…….”
“군대를 이끌어 주십시오.”
쿠단은 도끼를 잡은 채 걸음을 옮겼다.
북방의 섬, 얼어붙은 대지에 거대한 세력을 일군 부족 간 전쟁이 시작되었다.
***
역사상 얼어붙은 대지에 자잘한 전투는 있었어도 큰 규모의 ‘전쟁’이 있던 기록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다만, 10년 전 브리튼 대륙의 강력한 왕국 중 하나인 로니아 왕국을 다스리던 강철의 군주, 철혈의 왕이라 불리는 엘론 폰 로니아가 얼어붙은 대지에 10만이라는 대군을 이끌고 정벌에 나섰던 역사적 기록이 남아 있다.
이유는 아무도 정벌하지 못한 신비한 땅을 갖고자 했던 것. 그리고 수많은 광물 자원과 후세에 이름을 널리 알리는 업적이었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하지만 그 10만이라는 대군은 얼어붙은 대지의 노드 일족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해 전멸하고 말았다.
첫 번째는 극한의 냉대기후.
동식물마저 살기 힘든 극한의 기후에 익숙하지 못한 로니아 왕국군은 단 하루 만에 단지 ‘잠’을 잤다는 이유로 수천이 넘는 동사자가 나오게 되었다.
두 번째는 보급.
얼어붙은 대지에서 식량은 물론, 물과 장작을 구하기도 어려웠다.
널려있는 나무는 불에 붙지 않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그것을 장작으로 사용할 수 없었을뿐더러 휘몰아치는 냉기 바람에 체온이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동물의 모피를 구하려 해도 그곳에 동물은 모두 민첩하고 날렵했다. 게다가 머리까지 좋아 잡기란 힘들었을뿐더러 원래부터 개체 수가 적다 보니 10만에 이르는 병력의 배고픔과 추위를 이겨내기에는 매우 부족했다.
그로 인해 수천의 아사자가 발생했다.
세 번째는 몬스터.
극한의 지역일수록 생명이 살기 어렵다. 하지만 거기서 적응해 살아남은 생명체는 더욱 강해지고 민첩해졌다.
특히 냉기에 적응한 몬스터들은 모두 피부가 두껍고 덩치가 컸다.
문제는 척박한 땅이다 보니 몬스터들은 항상 굶주려있었고, 그에 비해 인간은 연약하기 그지없었다는 점이다.
몬스터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군대를 습격했고, 그로 인해 왕국군은 밤낮으로 잠을 자지 못해 지쳐갔다.
배고픔, 추위, 그리고 몬스터에게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로 인해 왕국군은 얼어붙은 대지에 들어온 지 단 두 달 만에 철수, 10만의 군대는 제대로 된 전쟁도 치르지 못한 채 절반 정도가 희생되어 귀환하고 말았다.
그 이후로 얼어붙은 대지는 ‘극한의 지옥’ 혹은 ‘생존할 수 없는 지역’이라고 불렸다.
하지만 그런 얼어붙은 대지에도 생계를 유지하는 인간들이 존재했으니….
몬스터를 사냥하는 와중에도 서로를 약탈하며 살아가는 야만적인 일족들.
그 하나하나가 초인적인 힘을 가진 노드족이었다.
대륙인들은 노드족을 두려워했고 인간 중 가장 강인한 존재라고 여겼다.
그리고 그런 이들이 수천이 모이면 제국조차 무시 못 할 저력을 가지게 될 터였다.
“키리티아 부족, 최정예 전사 150명. 당도했습니다!”
“헤라르 부족, 최정예 전사 200명. 당도했습니다!”
“베르니 부족, 최정예 전사 125명. 당도했습니다!”
…
그런 노드족이 무려 5000에 가까운 수가 리니아 부족에 모여들고 있었다.
연합 부족의 족장들이 차출한 병사에 대해 보고를 올리고 있다.
그들의 병과도 다양했다.
각 부족의 특성에 맞게 발달한 무기를 든 노드족이 단 한 명의 명령에 의해 모여들고 있었다.
아움 리니아.
리니아의 대족장.
그가 언덕 위에서 모여드는 전사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공터에 배치된 리니아 부족의 ‘최종병기’에 시선을 옮겼다.
‘저걸 구하기 위해 대륙을 여행했었지.’
저 ‘병기’는 리니아 부족의 최강의 무기가 되었고, 이제는 그 악마를 대항하는데 결정적인 한 수가 되어주리라!
“진짜 그놈과 싸울 생각이십니까?”
옆에 서 있던 페르의 물음에 아움이 말했다.
“그래,”
지금쯤 이쪽의 움직임을 발할에 있는 로키란 자도 분명 파악하고 있겠지.
그리고 직접 나서려고 할 것이다.
실제로 발할이란 도시에서 언데드 군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와 쿠단을 치기 위해 찾아오겠지. 그렇다면 우리에게 유리한 지형으로 놈을 끌어들여야 한다.’
전쟁이다.
최대한 환경적 이점을 이용해야 했다.
그리고 그 장소는 얼어붙은 호수 위.
단단하게 얼어붙은 호수는 평지와도 같았다. 무엇보다 눈으로 덮여 있으니 미끄럽지도 않을뿐더러, 그곳에 적응하도록 훈련할 예정이었다.
압도적인 수, 다양한 병과, 지형을 이용한 훈련.
승리를 위한 모든 조건을 준비했는데도 아움은 이유 모를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많은 전사들. 그리고 적절한 전략을 이용한다면 아무리 강인한 적이라도 압도적으로 짓누를 수 있는 것이 전쟁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하지만… 그런 상식조차 깨부술 수 있는 적이라면?
‘아니, 놈은 자신이 성좌가 아니라고 했다. 두려워하지 마.’
“…샤먼의 예언이 생각나는군.”
예전, 아움에게 샤먼이 예언한 적이 있었다.
“너는 죽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세상에 재앙이 닥쳐올 것이고 리니아 부족은 사라질 것이다!”
알아듣기 쉬운 간단한 말이었지만, 내용만큼은 어이가 없을 정도다. 그때의 아움은 겨우 15살의 어린 나이였다.
아움이 작게 중얼거리자 옆에 있던 페르가 다가왔다.
“…그건 아주 옛날의 일 아닙니까?”
“그렇지. 하지만 그 예언이 지금을 뜻하는 거라면… 난 죽을 것이고 나의 어리석은 선택에 이 많은 전사가 세상을 떠나겠지.”
“…예전에 형님이 말씀하셨죠. 종교는 믿음으로 만들어진 인간의 의지, 그것을 강요한다면 더는 종교가 아닌 미신이라고.”
“…….”
“저는 샤먼의 예언이 미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형님을 믿고 따를 겁니다.”
아움은 페르의 말에 쓰게 웃고는 시선을 옆으로 옮겼다.
거대한 망치를 짊어진 사내가 서 있었다.
“그래도 저자가 있기에 안심할 수 있겠어.”
아움은 쓰게 웃으며 예전 남쪽, 브리튼 대륙에 있었던 하나의 동화책 내용을 떠올렸다.
그것은 50년 전 강림했던 마왕을 죽이고 왕이 된 용사의 이야기였다.
“쿠단은 마치 동화 속에서 나오는 용사 같군.”
“그래야지요. 그가 악마를 죽이는 용사여야지만 저희가 살아남을 수 있을 테니….”
“그래.”
아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슬슬… 서신을 보내 그 악마를 불러내야겠지?”
준비는 끝나가고 있었다.
이제 그 악마를 불러내기만 하면 되리라.
***
화려하게 꾸며진 발할 궁전, 그리고 그 끝에 있는 왕의 알현실.
옥좌에 앉은 로키는 하나의 서신을 펼쳐봤다.
그것은 선전포고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쿠단을 그냥 넘길 수 없습니다. 전면전을 치르겠습니다. 얼어붙은 호수로 오십시오. 기간은 일주일. 쿠단은 오천의 병사와 함께 만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훑어보고는 눈을 가늘게 떴다.
“…기한은 일주일, 장소는 얼어붙은 호수?”
로키는 서신을 움켜쥐었다. 서신에 불이 붙으며 재를 남기고 사라졌다.
다음으로 로키가 본 것은 노드인들이 조사해온 지도였다.
그중 아움이 말했던 얼어붙은 대지와 남쪽의 대륙과 연결되는 호숫가의 위치를 살펴봤다.
로키는 전장의 위치를 확인하고는 의미를 알 수 없다는 듯 손가락을 팔걸이에 툭툭 때렸다.
‘왜 놈들은 전쟁 장소를 이곳으로 정했을까? 보아하니 이곳은 아무런 장애물도 없는 평지야. 그런 곳에 왜?’
설마 수만 믿고 그런 것일까?
그렇다면 너무나도 어리석은 선택이었다.
로키가 다스리는 언데드 몬스터는 500여 구.
그들 하나하나가 노드인 수십 명을 도륙할 정도로 강인했다.
만약 리니아 부족이 수로 밀어붙인다면 승산이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기가 떨어지지 않고 도망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가능한 이야기다.
인간은 감정에 치우치며 분위기에 취하는 동물이다. 전쟁터라면 그 영향이 극심한 곳. 실시간으로 다가오는 죽음이란 압박에 못 이겨 도망치기 십상이다.
특히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망자들이 상대라면 더더욱 그러겠지.
말이 수백 대 오천이지… 사실상 로키의 군대가 압도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었다.
“…뭐, 상관없지. 나도 준비를 단단히 하면 되는 거니까. 마침 테스트할 것도 있고.”
로키는 눈앞의 드워프를 바라봤다.
작은 키에 근육질의 난쟁이는 고개를 숙인 채 로키의 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도시 건설은 잘 되어 가느냐?”
“물론입니다!”
“힘들지는 않고?”
“이런 기회를 주셔서 저희는 감사할 따름이지요!”
“그렇군. 그럼… 두 가지만 부탁하도록 하지.”
“부탁이라고 하시면…?”
“갑옷을 만들어주었으면 한다.”
“……?”
“한 소녀의 갑옷이다.”
로키는 손을 허공에 휘저었다. 그러자 그의 손에는 성인 얼굴만 한 쇳덩이가 쥐어졌고, 또 다른 손에는 커다란 비늘 가죽이 잡혀 나왔다.
그 덩어리들은 청록빛으로 은은한 광택을 뽐내고 있었다.
“그, 그것은…?”
“엘테라 금속. 니드호그의 용 가죽이다.”
“…!”
처음 듣는 금속의 이름. 그리고 용의 가죽이라니? 르란은 눈을 빛냈다.
저것처럼 은은한 광택을 빛내는 금속은 지금껏 본 적이 없었다.
로키는 그것을 가차 없이 던졌다.
르란은 기겁하며 온몸을 날려 그것을 받아 챘다.
르란은 물건을 들고 있음에도 깃털처럼 가벼운 무게에 한 번 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로키가 르란을 보며 입을 열었다.
“만들어라.”
단 한 마디.
그 뜻에 담긴 내용을 르란은 이해하고도 남았지만, 지금으로서는 난생처음 보는 광석에 혼이 빼앗긴 듯 대답도 없이 광물과 가죽만을 쳐다봤다.
“…만들고 남으면 네가 가져도 좋다.”
“저, 정말입니까?”
그때서야 르란의 얼굴이 획하고 로키를 쳐다봤다.
“원한다면.”
“그, 그럼 최선을 다해 만들겠습니다…!”
“당연하지. 대충 만들면 추방하겠다.”
“…….”
르란은 입을 꾹 다물고 말았다.
“그리고 또 하나.”
로키는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싸구려 고철로 내가 부탁한 것을 만들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