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42)
성좌가 된 플레이어-142화(142/250)
제142화
“…도망쳤군요.”
헬가는 숨을 고르며 대검을 땅에 박았다.
그녀와 싸우던 불꽃의 거인 수르트가 겁을 먹고 도망쳐버렸다.
덕분에 대지 위 열기가 모두 사라졌다.
다시 추위가 찾아왔지만 전보다는 참을 수 있을 정도였다.
헬가는 수르트가 떠난 자리를 쳐다봤다.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줄행랑을 친 수르트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따라가고 싶지만, 체력도 마력도 이미 바닥난 상태.
더는 움직일 수 없었다.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헬가는 옆을 쳐다봤다.
그곳엔 불꽃으로 이루어진 작은 정령이 있었다.
「별말씀을… 샐럿의 부탁인데 도와드려야지요. 사실 큰 힘이 되지 못해 죄송합니다.」
불꽃의 왕, 이프리트.
그는 헬가에게 불꽃의 가호를 내렸다.
그것을 통해 불에 대한 저항력을 준 것이다.
헬가는 품에서 꺼낸 포션을 마셨다.
‘일단…, 회복부터 하고 쫓든지 하자. 저기는 끝난 모양이네.’
헬가가 시선을 돌린 곳엔 한때 영웅이었던 자가 땅에 창을 박고 쓰러진 모습이었다.
그 앞에는 쿠단과 칸쿤, 샐럿이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고맙다…. 마왕의 딸이여.」
샐럿이 와이트로 변한 투람의 앞에 우뚝 섰다.
「내 생에 여한이 없는 싸움이었다. 이 사악한 것들에게 육체가 빼앗기지 않기를 원했건만….」
샐럿이 활을 투람의 머리에 겨누었다.
「그래, 그대의 원수를 갚-.」
활시위를 놓았고, 투람의 머리가 터져버렸다.
투람의 몸이 옆으로 고꾸라지며 쓰러졌다.
샐럿은 코웃음을 쳤다.
“너는 말이 너무 많아.”
쿠단과 칸쿤은 숨을 돌리곤 시선을 성국의 수도로 향했다.
와이트는 더는 나오지 않았다.
그곳에 나온 건 단 한 명의 신적인 존재.
쿠단과 칸쿤이 무릎 꿇고 고개를 숙인다.
뒤이어 요새에 있던 이들 모두가 무릎 꿇는다.
로키가 우뚝 멈춰서서 숨을 돌리며 말했다.
“모두 수고 많았다.”
하나둘씩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봤다.
그가 돌아왔다는 건 거인들의 왕이 패배했다는 걸 증명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아직 남아있는 이들이 있다.”
자신들을 미끼 삼아 병력을 분산시켜준 로니아 왕과 크론 제국의 황제가 있다.
“그들을 구하러 간다.”
***
요새가 다시 한번 움직였다.
로니아와 크론 제국, 그리고 다른 왕국 연합은 그 광대한 모습을 지켜봤다.
인류의 존폐를 가를 중요한 전쟁인 만큼, 전장엔 고위 귀족과 실력 있는 기사들, 그리고 마법사들이 대거 포진해있었다.
그런 그들이 직접 두 눈으로 목도했다.
거대한 요새가 움직이며, 마법과 공성 병기를 퍼붓는 모습을.
대규모 와이트 군단은 순식간에 무너졌고, 그런 시체 위를 요새가 짓밟고 다녔다.
대륙을 죽음으로 내면 역병을, 그들은 너무나도 쉽게 제압해버린 것이다.
압도적인 기술과 힘으로 무장한 그들은 더 이상 문명이 뒤처진 야만인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요새의 성문이 열린다.
그 안으로 보이는 산양의 뼈 투구를 쓴, 야만인들의 주인이 보였다.
그를 향해 로니아의 에론 왕, 그리고 로니아 군대가 모두 무릎 꿇고 고개 숙여 그를 맞이했다.
“왔군. 나의 벗이여.”
크론 제국의 황제, 카르마 역시 간단히 묵례하며 도착한 것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아스가르드가 강대국임을, 신성 교단을 무너뜨림으로써 증명했다.
***
전쟁이 막을 내렸다.
이는 곧 대륙의 지배자였던 한 국가의 멸망을 뜻하는 것과 같았다.
대륙 역사에 남을 만한 인상 깊은 전쟁이었다.
그리고 전쟁의 끝은, 평화가 아닌 혼란을 초래했다.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막대한 비용과 희생자, 그리고 왕국 간의 마찰은 그들 서로에게 뿌리 깊은 갈등을 야기시켰다.
이미 웜 페스트라는 역병은 대륙 곳곳에 퍼졌고, 또한 성황 팔리스는 남은 검은 심판자들과 자취를 감춰, 그 행방이 묘연하기만 할 뿐이었다.
대륙의 혼란이 지속되자, 중재에 나선 건 다름 아닌 아스가르드였다.
그들이 전장에서 행한 무력은 다른 왕국들을 압도하였고, 무엇보다 움직이는 요새는 왕국들의 왕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기엔 충분했다.
강자의 중재에, 자연스레 아스가르드의 영향력은 높아져 갔다.
성국은 ‘모양’만 남은 왕국이 되어버렸다.
영토만 있고 자국의 힘을 잃은… 무력한 세력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에, 성국의 남은 귀족과 성직자 가문들은 타국이나 혹은 아스가르드에 망명하였다.
신성 교단이 무너진 지금, 역병을 막을 수 있는 건 치료제가 있는 아스가르드뿐이었다.
그렇게 모든 것이 아스가르드의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글을 배워둔 게 참으로 다행이로군.”
쿠단은 저택의 집무실에 앉아 팬을 내려놓았다.
덥수룩하게 자란 머리카락과 수염, 얼굴에는 주름이 남아있다.
그는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곤 자신이 쓴 서적을 쳐다봤다. 그러다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하지만 역시 글을 배우는 게 아니었어.”
그의 옆에는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들이 널려있었다.
쿠단이 관리하는 발할라 아카데미의 교육을 맡은 생도들의 명단이었다.
“어! 샐럿 언니다!”
“샐럿 누나! 우리 숲에서 술래잡기하자!”
도시의 시장 거리를 걷던 샐럿은 아이들을 쳐다봤다.
꼬마 노드인들이 샐럿 주변을 빙글빙글 돈다.
샐럿은 그런 아이들이 부담스러운지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며칠 전에 한 번 어울려주니, 그때부터 유독 잘 따르기 시작했다.
그런 샐럿의 반응이 재밌는지 아이들이 더욱 빙글빙글 돌 때, 허공에서 불꽃이 튀어나오더니 작은 꼬마 악마가 혀를 내밀고 외쳤다.
「우에에에~!」
“으악!”
아이들은 깜짝 놀라 도망쳤고, 샐럿은 그런 불의 정령을 쳐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럼 못써. 이프리트.”
「재밌잖아?」
이프리트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때, 도심에 큰 울음이 울려 퍼졌다.
쿵-!
샐럿이 고개를 든다.
커다란 미노타우로스가 도시 한복판을 걷고 있다.
그 뒤에는 수많은 짐마차가 끌려가고 있었다.
“카하하-! 가자!”
미노타우로스 머리 위엔 카렌이 뿔을 잡고 웃고 있다.
“죄, 죄송합니다! 수도 확장 공사를 위해 잠시 길을 좀-!”
그 밑에서는 그녀의 오빠인 토르센이 다급히 외치며 시장 거리의 사람들을 물렸다.
샐럿은 그걸 보며 느꼈다.
‘…전쟁이 정말로 끝났구나.’
전쟁이 끝나고, 모든 것이 일상으로 돌아왔다.
아스가르드에서는 전쟁에서 희생한 병사들을 위해 비석을 세워 영웅이라 기림과 동시에 그들의 이름을 역사에 길이 남게 했다.
전장에서 싸우다 죽는 걸 자랑스럽게 여기는 문화가 깃든 만큼, 국가를 위해, 그리고 죄악의 성좌와 함께 한 전장에서 전사하였다는 것에 크나큰 명예가 되었다.
「오랜만이로군. 트림. 잘 지냈는가?」
로키의 허락으로, 자유를 얻은 마법의 거인, 우르가르트는 대륙 어디든 갈 수 있었다.
단, 발할의 언데드들도 감시역으로 동행을 해야 했다.
우르가르트는 오랜만에 트림을 만났다.
얼어붙은 빙산 위에, 황금빛 쇠사슬에 봉인된 트림은 우르가르트를 보며 이를 갈았다.
「배신자 놈.」
하지만 그 말투에 원망이나 증오는 없었다.
그는 패배자.
로키에게 졌고,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르는 중이다.
지하 감옥에서는 다른 거인들이 있어 상관없었지만, 이 빙산 위에서 홀로 있는 외로움은 그의 마음속 공허함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그렇기에, 이렇게 찾아온 우르가르트가 내심 고마웠다.
「수르트는…?」
트림은 수르트에 관해 물었다.
「글쎄, 나도 모르겠군. 아스가르드에서도 수르트의 행방을 찾고 있는 모양이지만… 아직까진 발견하지 못했네. 아마 겁을 먹고 어디 꼭꼭 숨어 있겠지. 로키와 헬가를 두려워하니.」
「어리석은 녀석.」
트림은 수르트를 욕했다.
「오늘은 이 이야기를 들려주지.」
우르가르트는 세상에 관한 이야기를 트림에서 들려주었다.
***
“자! 자! 마력을 이런 식으로 엮으면 되는 것이다! 모르겠다는 사람, 손!”
샤먼은 발할라 아카데미에서 희망하는 아이들에게 마법을 가르치는 일을 했다.
아스가르드에 마법사를 보충하고자, 다음 대의 샤먼을 이어받을 후계자를 찾고자 한 것이다.
물론 육체적인 훈련을 받을 때 아이들이 대거 도망치는 일이 일어났지만, 후계자로 점찍은 아이가 끝까지 버티며 그의 수업을 받은 것이 다행이었다.
“끙…무겁습니다. 형님!”
페르는 형인 아움을 보좌했다.
그는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 더미를 들고 휘청거리며 겨우 균형을 지탱한 채 아움의 뒤를 따랐다.
“조금만 참아.”
“참으라니…얼마나 말입니까?”
“한… 석 달?”
“석 달?! 쉬는 날도 없는 겁니까!”
“아아, 석 달 후, 하루 쉬고 다시 석 달간 고생해야지.”
“……!”
“전쟁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잖아. 다시 재정비하고 다른 왕국들과의 사이를 조율하려면 어쩔 수 없어.”
아움은 아스가르드의 전 지역뿐만 아니라 다른 왕국에서 보내온 수많은 서류를 검토하는 일을 했다.
중요성에 따라 분류하고 그것을 로키에게 보고해 허락 맡는 일을 했다.
“그나저나… 요즘 혼란이 지속되고 있군. 팔리스 지지 세력이 들고일어나고 있으니.”
이번에 아움이 보고할 가장 중요한 안건 중 하나가 바로 이거였다.
바로 성황 팔리스 세력이 들고일어나 각 왕국에 온갖 약탈 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역병을 퍼트리며, 자신들의 지지 세력을 구축하고 있었다.
‘뭐, 그래봤자 ‘사교도’ 따위가 뭘 하겠어.’
하지만 성황 팔리스의 세력은 아젤란교에서 ‘파면’ 된 존재가 되었다.
대륙에선 아직도 ‘아젤란교’는 존재하지만 ‘검은 심판자’는 존재는 사교도로 분류되어 수배가 떨어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건…?’
마음에 걸리는 보고.
무너져 내린 신성 교단의 소도시에서 발생한 불가사의한 일.
-‘천사가 목격되었습니다.’
-‘악마가 목격되었다고 합니다.’
“…….”
천사나 악마라고? 무슨 동화도 아니고.
하지만 이 보고는 대륙 곳곳에서 올려졌고, 또한, 처음 보고인 ‘천사’가 ‘악마’로 바뀌어 보고되었다.
또한 ‘토벌’을 위한 토벌대로 노드 전사들을 파견해달라는 요청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처음 보고를 받았을 때는 어처구니없어 무시했지만, 이어지는 보고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로니아 왕가에서 보내온 보고.
‘가축들이 살해당했습니다.’
대량의 가축이 죽어 나가거나.
‘밭의 작물들이 썩어 문드러지며, 이상한 문양이 새겨졌습니다.’
옥수수밭이 허물어지고 기이한 문양이 새겨졌다.
이때부터 로키에게 보고가 올라갔고, 그가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에 올라온 보고.
‘날개 달린 괴물이 사람을 납치해갔습니다.’
이때부터 심상치 않음을 감지했다.
‘…검은 심판자 잔당들이 약탈한 건 아닐까?’
무엇보다 사건이 일어난 곳은 몰락한 신성 교단의 영토 주변.
검은 심판자의 잔당이 가장 많은 곳일 터.
그렇담 웜 페스트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 사건은 베르세르크 전사대를 파견해야 할 것 같았다.
대전의 문이 열린다.
그리고 아름다운 신의 대전에, 옥좌에 앉은 존재가 보였다.
로키가 옥좌에 비딱하게 앉아 손등으로 산양의 투구를 괴고 있었다.
“성좌님,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아움 리니아가 절도 있게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손에 들린 보고서를 살며시 들어 올린다.
그에 따라, 주변에 있던 노드 병사들이 다가와 보고서를 받고 로키에게 전해준다.
로키가 보고서를 읽었다. 그리고 시선을 돌린다.
붉은 안광이 아움 리니아를 똑바로 직시하며 입을 열었다.
“저번에 봤던 보고서로군.”
위엄이 넘치는 목소리에 아움은 멈칫 놀라더니 넋이 나간 채 로키를 올려다봤다.
“그럼 준비해 이곳에 병사를 보내….”
“…뭐 하시는 겁니까? 한스 님.”
“…무슨 소리를.”
“로키 님은 어디에 계시는 겁니까?”
“…….”
산양의 뼈 투구를 벗자, 보이는 건 한스 스팅거의 모습.
‘또 이런 짓을…!’
그에 따라 아움의 눈 근육이 실룩거렸다.
아움은 최근 불안해했다.
로키가 자신을 ‘노드의 왕’으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왕좌에 앉고, 성좌님은 그사이에 도망칠 것 같았다.
“로키 님은 지금… 어디에 계시는 겁니까?”
아움의 물음에 한스는 시선을 피했다.
“그게…로키 님은….”
***
몰락한 성국 변방의 작은 소도시.
2천 명 정도가 사는 이 작은 영지에 까마귀 탈을 쓴 사내와 푸른 머리카락을 가진 여기사가 터벅터벅 걸음을 옮겼다.
“……”
그에 따라 집집마다 문을 걸어 잠근다.
골목길에 있던 빈민촌의 사람들이 멈칫 놀라며 어둠에 숨어들었다.
‘짐승의 탈! 푸른 머리! 노드족이야!’
‘사교도 놈들!’
‘우리나라를 몰락시킨 야만족이 다시 여기로 왔어!’
모두가 숨죽여 그들을 경계했다.
그때-.
철컥… 철컥…
쇳소리와 함께 수십 명의 병사와 말을 탄 통통한 귀족이 다가왔다.
병사들이 경계심 어린 표정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야, 야만족이 왜 이곳에 온 것이냐!?”
그에 따라, 푸른 머리카락을 가진 여기사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신성 교단의 영토다.
당연, 자신들의 나라를 파괴한 아스가르드를 좋게 볼 리가 없겠지.
노골적인 적대심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만큼 두려워해 손을 함부로 대려고도 하지 않았다.
까마귀 탈을 쓴 사내가 양피지를 들어 올렸다.
그곳에 찍혀 있는 건 뱀과 늑대가 그려진 문양.
아스가르드의 문양이었다.
“사교도 토벌.”
로키가 고개를 들어 올리며 붉은 안광을 번뜩였다.
“요청대로 토벌대로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