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45)
성좌가 된 플레이어-145화(145/250)
제145화
날개가 퍼덕인다.
천사.
그런 이미지가 떠오른다.
새하얀 피부, 새하얀 의복을 입고 있다.
손에는 하얀 창을, 등에는 검고 하얀 날개가 달려 있는 모습은 다른 이들이 본다면 ‘천사’라고 생각할 정도로 아름다운 외형을 가졌다.
하지만 그 단어는 ‘악마’란 단어로 탈바꿈될 것이 분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몸이… 움직이지 않아….’
공포가 칸쿤의 몸을 짓눌렀다.
등골이 오싹하다.
저 존재와 눈이 마주친 순간 ‘죽음’이라는 공포가 저절로 새겨졌다.
‘천사’는 미천한 인간을 보는 듯 오만한 시선을 보내왔다.
「아름답구나. 난 아름다운 것을 먹는 걸 좋아해.」
그는 미소 짓는다.
「나의 제물이 되렴.」
칸쿤은 입을 다문다.
저 천사, 아니 악마가 지금 자신에게 말을 걸어온 거야?
황당함도 잠시, 그것을 바라보던 칸쿤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저 아름다운 천사의 외형에서 지독하리만큼 짙은 피 냄새가 났다.
도대체… 사람을 얼마나 잡아먹은 거지?
「음, 말을 못 하는 걸까? 아, 아니지. 이 몸의 고결함에 굳어져 움직이지 못하는 거구나? 하긴, 평범한 인간들은 나를 보고 움직이지 못하는 게 당연-.」
“움직여.”
「……!!」
천사는 칸쿤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말을 했다?
자신을 보고도 입을 열 수 있는 정신력을 지닌 건가?
평범한 인간은 자신의 모습을 보면 공포에 굳어진다.
인간 중 ‘영웅’이라 칭송받는 자들도 움직임에 제약을 받건만.
“움직여…!”
칸쿤의 이마에 땀이 맺힌다.
이마와 목에 핏줄이 돋아났다.
강제로 몸을 움직인다.
천사는 자신의 몸이 경직되는 걸 느꼈다.
‘내가…?’
등골이 오싹해졌다.
‘공포를 느껴?’
그때였다.
칸쿤의 성검 부르트강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네년, 평범한 인간이 아니구나-!!」
‘번쩍!’하고 섬광이 대기를 갈랐다.
천사의 날개가 섬광에 의해 잘렸다.
***
“수도사님!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병사들이 수도사를 향해 소리쳤다.
수도사는 그 야윈 몸으로 밧줄을 이용해 지하수로로 내려왔다.
“허억… 허억….”
불쾌하다.
가슴까지 차오른 오물을 바라봤고, 끔찍한 악취에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
랑가 남작이 소중히 여기던 영지의 하나뿐인 수도사였다.
그가 큰 봉변을 당하면 그 책임을 물어야 할 터.
결국 병사들도 밧줄을 타고 지하수로로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수도사는 오물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나의 믿음은 배신 받았다.’
성황 팔리스의 타락.
아젤란 교를 이끌던 중심이 가장 먼저 무너지고, 그 색이 검게 변질하였다.
‘이제 나는 무엇을 믿으란 말인가!’
수도사는 떨리는 표정으로 수도사의 편지가 있는 가슴 어림을 쓰다듬었다.
‘이 세상에 신은 없는 것인가?’
성좌라는 존재는 허구일 뿐일지도 모른다.
‘그럼 난 도대체 뭣 때문에 이렇게….’
아젤란 성좌가 있기에, 선이 있고 윤리와 도덕이 있으며, 규율이 생겼고, 법과 원칙이 생길 수 있었다.
하지만 아젤란 성좌가 그저 신성 교단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낸 허구의 존재라면….
‘이 세상은 거짓되었다.’
수도사는 자신의 마음속 깊은 곳이 검게 물들어가는 걸 느꼈다.
‘…사실 아젤란 성좌가 없고 악마만 존재하는 것이라면….’
이 영지에 ‘악마’가 목격되었다.
강력한 힘으로 가축을 죽이고 사람을 납치했다.
그 존재야말로 신적인 존재가 아닐까?
그 존재가 기울어진 신앙을 바로 세울 대상이 될지도 모르는….
“헉-!”
수도사는 깜짝 놀라 성경 구절을 읊었다.
자신의 삿된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절을 반복적으로 읊었음에도 안도감이 들지 않았다.
“아….”
허망함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을 때였다.
지하 하수로의 통로 끝에서 환한 빛이 느껴졌다.
성스러운 기운.
‘신성력?!’
수도사는 소름이 돋았다.
자신이 평생을 살아오며 보았던 그 어떤 신성력보다도 맑고 신성했다.
이건, 그 야만족의 여자가 발휘한 힘인 걸까?
야만족 따위가 이런 신성력이라니!
‘북방은 죄악의 성좌를 섬긴다.’
“…….”
수도사는 예전에 들은 이야기를 떠올렸다.
북방의 노드족은 실존하는 그를 두고 ‘죄악의 성좌’라 일컬으며 칭송했다.
‘죄악의 성좌라면….’
수도사는 옛 고대 문헌을 읽었던 적이 있다.
잊혀진 성좌.
아젤란 성좌가 타락한 성좌들을 심판하기 위해 만들어낸 존재.
하지만 그 사실은 신성 교단에 의해 깊숙이 숨겨져 있었다.
‘그럴 리 없다.’
자신의 신앙을 확인받고자 수도사는 홀린 듯이 지하수로를 걸었다. 그 뒤로는 병사들이 허우적거리며 따라갔다.
그리고 그들은 목격할 수 있었다.
쾅-!!
「이, 이 빌어먹을 여자가-!」
수도사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눈앞에 커다란 날개를 지닌 ‘천사’가 보인다.
수도사의 눈이 날개에 고정되었다.
새하얀 날개와 잘린 검은 색 날개.
‘검은 날개?’
아젤란 교의 문헌에서 검은 날개는 ‘타락한 자’를 뜻했다.
이 세상을 창조한 아버지이자 어머니인 아젤란을 향해 반역을 일으키고, 그 살점을 도려내 피의 만찬을 즐긴 타락한 ‘천사’들의 상징.
그들은.
“아, 악마다!”
악마였다.
그리고 그것을 향해 뛰어오르며 검을 휘두르는 자가 보였다.
북방에서 파견 나온 여기사였다.
날개가 없음에도, 가뿐하게 벽을 타고 뛰어올라 검을 휘두른다.
섬광이 번쩍인다.
빛의 검을 휘두르자, 악마가 창으로 가까스로 막아낸다.
그 모습이 참으로 기묘했다.
마치 설화에서 나올 법한 천사와 악마의 싸움 같았다.
그들의 장엄한 광경을 모두가 숨죽이고 지켜본다.
그녀가 검을 휘두르고 그 검이 창과 부딪칠 때마다 눈과 같은 빛 가루가 사방에 퍼졌다.
어둠에 둘러싸여 있던 지하수로에 빛이 퍼지며 밝아진다.
그동안 행방불명된 빈민촌의 사람들이 그 모습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
그들이 손을 뻗는다.
빛의 가루가 손에 닿자, 다친 상처가 아문다.
질병이 치료되고 몸이 가벼워진다.
“아….”
“천사님…!”
마치 지옥에 있던 이들이 구원을 바라듯, 여기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천사님!”
그들의 외침이 들려오자 수도사는 전율을 느꼈다.
“아아아….”
눈물을 흘리는 자들이 간혹 보인다.
사실 그들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절망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평생을 바쳐 믿어왔던 신앙은 빛이 바랬고 현실은 잔혹했으며 미래는 없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는 여성이 그런 그들 앞에 등장했다.
성황의 타락과 교황의 행방불명.
그리고 이어지는 타국의 침략과 욕심에 매몰되어 타락해지는 신도들.
좌절과 절망만이 가득한 이 영지에서의 제대로 된 삶 또한 보장받지 못했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절망의 절벽 끝에서 거짓말처럼 그녀가 등장한 것이다.
여인이 내뿜는 숭고한 기적을 목도했다.
그녀는 마치 자신들을 구하러 온 구원자.
성서 속 성녀 같았다.
***
「빌어먹을!」
천사는 이를 악물었다.
눈앞에 있는 여자의 공격은 거침이 없었다.
벽을 타고 자신에게 질주해 왔을 때는 기함하기까지 했다.
맙소사, 저게 인간이 낼 수 있는 신체 능력이란 말인가!
게다가, 저 신성력, 점차 짙어지고 있다!
천사는 몸을 휘청거렸다.
처음 눈앞의 여자가 검으로 날개를 베는 바람에 제대로 날기 힘들었다.
‘치료도 되지 않아. 도대체… 저 검은 뭐야?!’
천사는 이를 악물었다.
인간 따위에게 이토록 밀리다니. 굴욕이다.
다른 ‘천사’들이 본다면 자신을 얼마나 비웃을까?
그때였다.
칸쿤의 눈이 번뜩인다.
푸른 눈빛이 발광하자, 그녀의 검에서 휘황찬란한 빛이 뿜어진다.
「위험해…!」
끔찍할 정도로 강력한 신성력이 검에 담기고 있었다.
저게 휘둘러진다면 이 지하수로 전체가, 자신이 그림자로 만든 이 공간이 무너지고 말 것이다.
「잠깐, 네년, 저 인간들을 구하러 온 거 아니었나!?」
칸쿤이 멈칫했다.
「나를 죽이려고 그 큰 기술을 쓰게 되면 저기에 있는 인간들이 다 죽는다.」
그에 따라 빛의 검에서 그 흉측한 신성력이 점차 사라져갔다.
돼, 됐다….
천사는 안도했다.
지금 도망쳐야-!
천사가 몸을 돌려 지하수로의 또 다른 통로로 향했다.
“앗?!”
칸쿤이 따라가려는 순간, 천사가 손가락을 튕겨냈다.
넓은 홀 천장에서 걸쭉한 검은 액체를 토해내며 무언가 만들어냈다.
박쥐 날개와 뱀의 머리를 가진 작은 용.
와이번이었다.
와이번이 칸쿤의 움직임을 막기 위해 날아들었지만, 성검에 의해 양단 나버렸다.
칸쿤은 동굴 통로를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천사님!”
양손을 뻗으며 아우성치는 사람들.
그들을 보며 그녀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일단, 저들을 구하는 게 먼저일 거 같았다.
***
지하수로를 날아가던 천사는 바닥에 착지했다.
더러운 오물이 그의 몸에 묻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으윽….」
천사는 다친 날개를 쳐다봤다.
천천히 지만 아물고 있었다.
치료되려면 3일은 걸릴 듯 보인다.
‘젠장, 그 여자. 도대체 뭐지?’
평범한 인간이 아니다.
그렇담-.
“[신기]를 가진 건가.”
빛의 신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그 괴물 같은 신체 능력이 설명되지 않는다.
어쩌면-.
‘어떤 성좌에게 선택받은….’
걸음을 옮기던 천사는 우뚝 멈췄다.
「어?」
자신이 지하수로에 배치했던 몬스터들이 모두 죽어 있다.
흔적으로 봤을 때 일격에 당한 것 같았다.
천사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짙은 어둠 속 붉은 안광이 불타오르며 걸어오는 사내를.
천사의 몸이 굳어졌다.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이러한 경우는 하나.
자신보다 훨씬 격이 높은 존재를 마주한 때였다.
터벅, 터벅.
마침내 보이는 까마귀 탈을 쓴 사내.
손에는 거대한 대검을 쥐고 있다.
그가 고개를 들어 갸웃거린다.
“기묘하군.”
멈칫-!
“음, 뭔가 발할의 언데드와 비슷한 느낌이야.”
천사는 뒷걸음질 치려다 마음을 다잡았다.
눈앞에 있는 존재에게 등을 보인다면 그대로 참살당할 것임을 직감한 탓이었다.
차라리…. 조금이라도 생존 가능성이 있도록.
“날개 달린 인간이라. 그런 몬스터는 없는 걸로 아는데. 네놈.”
「끼아아아악!」
천사가 그에게 달려들었다.
창에 모든 힘을 담아 찔렀다.
“외계인인가?”
로키가 살짝 움직이며 창을 가볍게 피한다.
그리고 대검을 아래에서 위로 휘둘러 천사의 목을 베었다.
텀벙!
천사의 몸이 허무하게 오물 위로 천천히 잠겨 들었다.
머리통 역시 오물 위로 떨어져 내린다.
「괴, 괴물… 같은…」
잘린 머리가 말을 한다.
“아…, 단순한 먹물이 아니군? 머리가 잘리고도 살아 있다니. 역시 이 세계의 생물이 아닌 건가?”
로키는 아차 싶어 머리를 짚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사지만 자를 것을.
로키는 천사의 머리통을 잡고 들어 올렸다.
천사의 눈이 뒤집히며, 결국 눈을 감았다.
죽은 것이다.
“…이놈 정체가 뭐지?”
뭐, 약해빠진 걸 보니, 별거 아닌 거겠지.
로키는 머리통을 들고 천사가 날아온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기묘한 광경을 목격했다.
당황해하는 칸쿤.
그리고 그녀를 향해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
그 중엔, 소금을 뿌렸던 수도사도 있었다.
***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진짜 악마가 있을 줄이야!”
랑가 남작은 칸쿤을 향해 몇 번이고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며 의뢰금을 전달했다.
칸쿤은 돈주머니를 받으며 옆을 쳐다봤다.
비어 있는 옆자리.
로키는 랑가 남작가의 대면을 칸쿤에게 맡기고, 자리를 비웠다.
“…이 악마를 알고 있습니다.”
수도사의 말에 흥미가 생긴 로키가 그를 따라간 것이다.
당연한 일이었다.
칸쿤도 그 존재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인간의 말을 할 줄 알고, 강제로 기도를 올리게 할뿐더러, 제물로 잡아먹는 행동을 하는 몬스터는 온 대륙을 찾아봐도 없을 것이다.
‘…새로운 변종이었을까? 아니면 미친 흑마법사가 자신을 키메라로 만든 걸지도?’
천사나 악마보단 그게 더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고맙습니다. 다음에 의뢰할 일이 있다면, 언제든 아스가르드에 서신을 넣어주십시오.”
“네? 아, 네. 물론입니다. 다른 곳보다 먼저 요청하겠습니다!”
랑가 남작이 미소 지었다.
그 모습에 칸쿤은 묘한 느낌을 받았다.
지금 랑가 남작의 행동이 처음 대면했을 때보다 부드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극도로 경계하던 분위기는 사라졌고, 오히려 환대하는 분위기다.
이번 사건이 꽤 큰 영향을 준 모양이었다.
사실 랑가 남작의 변화한 태도는 수도사 때문이었다.
‘악마였습니다.’
지하수로에 정말로 악마가 있었다.
병사들이 지하수로에 있는 그 시체를 끌고 나왔고, 랑가 남작도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다.
인간의 모습, 하지만 날개를 달고 있었다.
또한, 검은색의 알 수 없는 먹물로 이루어진 빚어진 짐승과 몬스터를 다뤘다고 한다.
평생 듣지도 본적도 없는 존재였다.
수도사가 말했다.
‘성경에서 나온 타락한 악마들이 부리는 주술이었습니다!’
성황의 타락은 신실했던 랑가 남작마저도 흔들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성경에 나오는 악마가 존재했고,
무엇보다-.
‘성녀님이 나타났습니다.’
그 악마를 사냥하는 성녀가 나타났으니, 아젤란 성좌의 존재에 대한 믿음이 조금이나마 일어났다.
랑가 남작은 마른침을 삼키며 눈앞에 있는 칸쿤을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