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48)
성좌가 된 플레이어-148화(148/250)
제148화
로키는 칸쿤에게 천사의 시체를 돌려받았다.
‘네? 박제해서 쿠단 삼촌에게 자랑하려 했는데….’
아쉬워하는 칸쿤을 무시한 채 그 시체를 천으로 둘러 질질 끌고 갔다.
그가 향한 곳은 발할라 아카데미의 뒤편, 깊은 숲속이었다.
그곳은 눈이 내리지 않는, 따뜻하고 온화한 기후가 형성되어 있었다.
경계선을 중심으로 푸른 잎과 나무가 무성했으며, 호숫가에서는 물이 얼지 않고 흐르고 있었다.
여러모로 북방의 땅이라 믿기 힘든 곳이었다.
그 호숫가를 한 거인이 족욕 하듯 발을 담근 채 느긋하게 앉아 있다.
「어서 오게. 나의 제자여.」
마법의 거인, 우르가르트는 양손을 펼쳤다.
「이번엔 무슨 일로 왔는가?」
그는 최근 이곳에 터를 잡고 있었다.
“조언받고자 왔다.”
「조언?」
로키는 자루를 던졌고, 자루가 풀리며 천사의 시체가 바닥에 떨어졌다.
우르가르트는 놀란 눈빛을 내비치곤, 책을 들었다.
‘관찰’ 마법을 사용하자 빛이 새겨졌다.
“이 녀석의 정체가 뭐지?”
「모르겠군.」
“모르겠다?”
「우리처럼 누군가에 의해 창조된 피조물이다. 게다가 우리 거인처럼 ‘종자’를 만들어 다루는 힘을 가지고 있군. 강력한 마력, 아니… 신성력으로 군단을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어.」
“…….”
로키는 지하 하수로에 있던 몬스터 군단을 떠올렸다.
칸쿤 역시 짐승 무리를 상대했다고 했다.
「강하군. 자네가 다루는 언데드들과 동급이야.」
웬만한 기사나 마법사들로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가?”
우르가르트가 들고 있던 책의 페이지를 넘겼다.
룬문자가 새겨진다.
「그림자로 모습을 변형시키거나 혹은 군단을 만들 수 있다. 물론 그런 힘을 사용하는데 상당한 신성력이 필요한 만큼 그걸 채워줄 ‘제물’이 필요하군.」
로키는 지하수로의 빈민가 사람들을 떠올렸다.
천사가 그들을 납치한 건 자신의 힘을 키우기 위해서겠지.
그렇다는 말은 대륙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변들이 그들과 똑같은 존재들의 소행일지도 모른다.
‘골치 아프군.’
검은 심판자들이 대륙을 들쑤시고 있는 와중에 다른 존재들까지 튀어나와 버렸다.
교황 자우스가 말한 것이 진실이라면, 이 현상은 더 활발해질 것이다.
「흥미롭군. 흥미로워!」
우르가르트는 눈을 반짝거렸다.
손을 뻗어 천사의 시신을 들어 올렸다.
「이는 좋은 아이템 재료로군.」
우르가르트는 로키를 쳐다보며 손을 뻗었다.
「로키, 자네의 까마귀 옷을 주겠나?」
“……?”
「시험하고 싶은 게 있다네.」
로키는 까마귀 탈을 인벤토리에서 꺼내 우르가르트의 손에 올렸다.
우르가르트는 까마귀 옷을 호숫가에 내려놓았다.
물 위에 떠 있는 까마귀 옷.
그 위에 우르가르트는 천사를 손아귀에 쥐고 주먹을 움켜쥐었다.
콰직-!
천사의 시체가 뭉개지며, 붉은 액체가 흘러내렸다.
까마귀 옷 위에 뚝뚝 떨어진다.
“뭘 하는 거지?”
「내 제자에게 선물 하나 주도록 하지.」
우르가르트는 미소 지었다.
「3일 후, 옷을 찾으러 오게. 다른 천사 시체를 얻으면 잘 보관해두는 게 좋을 걸세.」
우르가르트의 눈이 초승달처럼 휘어졌다.
「아주 좋은 아이템 재료이니.」
“성좌님!”
수풀 사이로 샤먼이 헐레벌떡 다가왔다.
“또 목격되었답니다!”
로키는 고개를 돌려 샤먼을 쳐다봤다.
“천사! 그 존재가 아스가르드의 땅에 나타난 모양입니다-!”
처음으로 아스가르드 땅에 ‘천사’가 목격되었다.
“…크론 제국 역시 땅 일부가 천사들에게 점령당했는데, 그곳의 천사들이 아스가르드에게 요구한 것이 있다고 합니다.”
크론 제국의 땅 일부가 점령당해?
“그들의 요구는 두 가지. 하나는 크론 제국의 황녀, 그리고….”
샤먼은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신녀, 칸쿤을 달라고 합니다.”
***
크론 제국의 1황녀, 샤린은 이마를 짚었다.
마차를 타고 긴 여행을 하며 마음 한구석이 복잡했다.
‘…빌어먹을 오라버니. 나를 볼모로 보내?’
정확히는 자신뿐만이 아니라 크론 황가 혈족 대부분이 ‘볼모’로 보내졌지만.
물론 카르마는 부정했다.
‘아니다. 샤린, 지금 크론 제국에 이변이 일어났어. 천사라는 것들이 나타났다. 아무리 아스가르드에서 병력을 보내주었다고 하더라도, 크라티안은 반란이 일어난 영지야. 황족이 나선다면 공격할 게 분명하다. 아스가르드에 간다면 네가 이 몸의 벗에게 잘 설명해줬으면 해. 지금, 제국에 큰 위기가 닥쳤다고.’
샤린은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다.
덜컹거리는 마차 안, 고급스럽게 장식된 그곳에는 자신보다 나이가 적은 배다른 남매들이 타고 있었다.
그들은 불안한 듯 손톱을 깨물거나 다리를 떨고 있다.
마치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사형수들 같다.
그녀는 자신과 동생들이 입은 의복을 쳐다봤다.
‘이건 아카데미 제복인가?’
마차에 타기 전 아스가르드가 보낸 제복을 입긴 했다.
어색하긴 했어도 움직이기는 편했다.
“왜 우리가 야만인들의 국가에…!”
“…아버지보다 더 미친 군주가 있는 곳에 우리가 제물로 바쳐진 거잖아. 빌어먹을…! 우릴 타지에서 죽게 할 속셈이야!”
“…….”
‘동감이야.’
동생들의 말에 샤린은 전적으로 동의했다.
북방에 대한 이미지는 샤린도 잘 알고 있다.
노드족.
얼음의 빙판을 밟고 육지로 상륙해 약탈하는 약탈자들.
싸움에 미친 광전사들.
많은 사건이 일어났지만, 그 이미지는 좀처럼 변하지 않았다.
특히 로니아 전쟁 이후 신성 교단마저 싸워 이겼으니 그 이미지는 더욱 강해지기만 할뿐이었다.
‘…한편으론 뛰어난 문명을 가진 나라라 하던데…’
글쎄, 크론 제국에서 본 노예로 잡힌 노드 전사들은 모두 무식하기 짝이 없었다.
대부분 문맹이었으며, 글을 알아도 지식인이라 불리는 이나 전문 기술자도 거의 없었다.
샤린은 마치 이동식 감옥에 있는 듯한 느낌에 답답함을 이기지 못했다.
그녀는 창문을 열어 밖을 쳐다봤다.
그에 따라 남매들도 창밖을 본다.
“……!”
작은 소도시가 보인다.
그 너머로는 검문소로 보이는 문과 거대한 성벽.
그 위에 배치된 공성 병기와 투기가 느껴지는 병사들.
크론 제국 역시 나름대로 강대국이지만, 이들과 비교하면 햇병아리 수준일 것이다.
“…어쩌면 오라버니가 현명했을지도.”
샤린은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혹시나 탈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가졌지만, 저런 병력 수준이라면 무리겠지.
크론 제국의 황족들이 모두 기가 죽어버렸다.
마차의 속도는 매우 빨랐다. 아스가르드까지의 도달할 수 있는 길을 포장했기 때문이다.
이 얼어붙은 대지가 어지간히 컸는지,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 해가 지기 시작했다.
저녁 노을이 질 때쯤, 중간 역참에 도착한 마차가 멈췄다.
역참은 노드 병사들이 지키며 경비를 서고 있었다.
꽤 고급스러운 게 여행자를 위한 숙소인가 보다.
“황녀님. 쉬시다가 내일 다시 출발하시지요.”
호위를 맡은 제국 병사가 문을 열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래.”
샤린은 가볍게 뛰어 마차에서 내렸다.
고개를 돌려 보니 역참에는 수많은 마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처럼 이제 막 도착해 내리는 사람들이 보인다.
귀족이나, 혹은 그 자제들이었다.
“모두 표정이 좋아 보이지는 않네.”
…그러고 보니 소문이 있었다.
대륙에 일어나기 시작한 이변 현상.
기이한 사건들의 중심에 검은 심판자의 약탈 행위뿐 아니라, ‘천사’나 ‘악마’ 같은 기이한 존재의 습격이 있다고 했다.
평범한 병사들로는 그들을 상대하지 못하니, 대부분 왕실에서 보낸 기사와 마법사들로 이루어진 토벌대가 파견되어야 했지만,
각국의 왕가에서도 전 지역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을 감당하지 못해 파병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귀족들이 생각한 것이 ‘용병 고용’이었다.
아스가르드에서는 실력이 증명된 노드 전사들을 상황에 맞게 파견해주었다.
그에 따라 수많은 영지가 구원받았지만,
문제는 ‘비용’이었다.
검은 심판자를 토벌하는 데도 상당한 비용이 드는데, 천사의 토벌은 귀족들도 감당하지 못할 비용이 발생했다.
이에 아스가르드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렇다면 귀족 자제나 여러 가지 방면에 재능 있는 자들을 우리에게 보내라. 아스가르드에 3년간 소속되어, 군 복무를 지내게 될 것이다.’
비용을 지불하든지, 아니면 군 복무라는 명목하에 인질이 되어 언제 죽을지 모를 최전방 군역에 처하든지 선택은 그들의 몫이었다.
“…우리랑 똑같네.”
결국 왕실이나 가문의 사정으로 팔려온 몸이나 마찬가지였다.
“가자.”
샤린의 말에 황족들은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숙소는 고급스러운 여관이었다.
1층과 2층은 식사를 할 수 있는 넓게 개방된 식당이었다.
3층부터 방에서 지낼 수 있는 객실이 있었다.
딸랑-.
문이 열리자 방울 소리가 울려 퍼졌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크론 제국민?”
“아니… 모습을 보아하니….”
“황족들이로군.”
“허… 저놈들도 팔려 온 건가?”
귀족 자제들의 코웃음 소리가 들려온다.
샤린은 눈살을 찌푸렸다.
동정과 연민의 마음이 사라져버렸다.
“크론의 황제가 숙청을 위해 팔아넘긴 황족들이잖아. 평생을 군역에 처하겠군.”
자신들은 빚만 갚으면 된다.
2, 3년 군역을 지내면 다시 가문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한 이들이 크론 황족들을 비웃고 있었다.
황족에 대한 예우?
그런 건 없다.
그저 크론 황제의 눈 밖에 났으니, 이곳에 보내진 것으로 여겼다.
그들로선 대우해줄 만한 황족들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샤린의 동생들도 그런 현실을 알고 있기에 수치심을 느끼면서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괜히 이곳에서 말썽을 일으키다간, 자신들이 목숨줄을 아스가르드에 쥐여주는 셈이다.
이 북방의 죄악의 성좌는 크론 황제의 벗으로 여겨지고 있으니까.
명분만 있다면 언제든지 자신들은 죽은 목숨-.
쿵-!
크론 황족들이 멈칫했다.
고개를 들자 샤린이 발로 바닥을 내려찍고 팔짱을 낀 채 고개를 치켜들었다.
“잡소리가 많네요.”
샤린의 눈빛이 날카롭게 주변을 훑어본다.
그에 따라 공기가 무거워졌다.
모두가 숨을 죽였다.
그녀의 카리스마에 눈이 마주친 자는 고개를 숙이거나 시선을 돌렸다.
“흥!”
오히려 샤린은 그들을 비웃었다.
버러지들.
정면에서 맞설 용기도 없으면서, 뒤에서만 재잘재잘 시끄럽다.
샤린이 걸음을 옮길 때였다.
“…뭐가 그리 당당한 거지.”
샤린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하얀 성복을 입은 사내, 그 뒤로는 호위로 보이는 성기사들이 샤린을 노려봤다.
신성 교단 소속의 사내였다.
‘그러고 보니 요즘 일어나는 이상 현상들이 신성 교단 영역에서 가장 많이 일어난다고 했지….’
이미 몰락한 신성 교단이다.
아스가르드에 용병을 고용할 돈이 없어 볼모로 끌려온 인물일지도 몰랐다.
“팔려 온 주제에, 아직도 자신이 황족이라 생각하나?”
눈빛에 적의가 가득했다.
하긴, 신성 교단과의 전쟁에서 가장 이득을 취한 국가는 다름 아닌 크론 제국이다.
카르마 황제의 지휘 아래, 드넓은 영토를 강탈했고, 수많은 전리품과 노예를 약탈했다.
신성 교단이 샤린에게 대놓고 적의를 보내는 것도 이해가 갔다.
“그럼 당신은 다른가요?”
“뭐?”
“사교도라 칭하며 노드족을 멸시하더니, 결국 돈이 없어 볼모로 팔려 온 주제에…. 잘난 척은.”
“……!”
샤린은 턱을 괴며 그를 비웃었다.
“왜요. 황금 좀 빌려드릴까?”
성직자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아니, 난… 물론 그렇긴 하지만…. 그, 그저 순례를 위해 온 것이다!”
“순례?”
“그래! 교황 성하와 성녀님께서 아스가르드의 왕도에 계신다! 그분들을 찾아뵙고자-!”
“…….”
이건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
교황이 살아 있다? 게다가 성녀라니?
긴 여정 동안 놓친 정보가 있는 것 같았다.
“그분들께서 신성 교단으로 돌아오신다면, 우린 예전의 영광을 되찾게 될 것이다!”
“……”
글쎄, 그럴 거 같진 않은데?
수많은 왕국에 의해 성국은 영토 대부분을 잃었다.
신성 교단의 남은 세력마저 ‘이단’이 아니냐는 인식이 대륙 전체에 팽배해졌다.
실종되었던 교황의 등장과 성녀가 나타났다 한들, 팔리스 무리가 역병을 뿌리고 약탈 행위를 지속하는 한, 그 길은 요원할 것이 분명했다.
“그분들께서 다시 신성 교단을 일으키실….”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던 샤린의 시선이 돌아갔다.
그건 단순히 우연이었다.
이 귀찮은 성직자를 무시한 채 올라가고자 계단의 창가를 봤을 때, 샤린의 얼굴이 굳어졌다.
3층으로 향하는 계단.
2층 창가에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
2층인데, 사람이… 떠 있어?
아니, 떠 있는 게 아니다.
‘날고’ 있었다.
샤린의 머릿속에서 대륙에서 일어나는 소문을 떠올렸다.
‘천사가 나타나 사람을 납치하고 사냥한다고 합니다.’
‘저희 크라티안 영지 역시 그 괴물들 손에 들어갔습니다!’
그걸 떠올렸을 때, 샤린이 급히 뒤를 돌아 동생들에게 외쳤다.
“도망쳐-!”
쾅-!
2층 벽이 부서졌다.
창가의 유리 파편과 나무 파편이 사방에 흩뿌려졌다.
성직자의 조잘거리던 말이 비명으로 바뀐다.
샤린은 반사적으로 성직자의 목덜미를 잡고 잡아당겼다.
그리고 튀어나온 ‘천사’.
펼쳐진 검은 날개와 하얀 날개.
근육질의 우람한 체구.
커다란 손아귀.
그 존재가 샤린의 바로 눈앞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