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5)
성좌가 된 플레이어-15화(15/250)
제15화
무언가를 기다리는 건 한 없이 길고 느리다.
하지만 무언가를 준비하는 시간은 짧고 빠르게 지나간다.
아움 리니아가 제시한 기한 하루 전.
로키는 팔짱을 낀 채 숲속에서 수련 중인 칸쿤을 바라봤다.
“빛의 참격-!”
그녀의 외침과 함께 단단한 나무와 바위들이 매끄럽게 잘려나갔다.
쿵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주변에 메아리쳤다.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요?”
칸쿤은 환한 미소로 로키를 쳐다봤다.
“…아니.”
로키는 고개를 저었다.
칸쿤은 나름 만족해 보이지만, 로키로선 매우 불만족스러웠다.
“그, 그런가요….”
칸쿤은 리니아 부족, 그리고 쿠단과 전쟁을 벌일 거라는 소식을 들었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그에게 부탁했었다.
-저도 데려가 주세요!
장로들을 통해 이야기를 들었다.
이미 상황은 극에 달했고, 전쟁의 불씨를 끄는 방법은 없었다.
오직 로키, 혹은 아움.
둘 중 한쪽이 쓰러져야만 이 전쟁이 멈추리라.
쿠단은 아움의 밑으로 들어갔으니, 칸쿤은 로키의 밑에서 그를 막아낼 생각이었다.
그리고 직접, 그에게 진실을 들으리라.
“이, 이것도 안 된다고요?”
“한참 부족하다.”
칸쿤은 당혹스러운 듯 주변을 둘러봤다.
나무와 바위였던 잔재들이 주변에 널브러져 있었다.
하루에 스킬을 쓸 수 있을 만큼 베어나가며 훈련을 해왔다.
그만큼 그녀가 열심히 노력했다는 증거.
하지만 로키가 봤을 때 쿠단과 비교하자면 한참 부족했다.
‘그래, 그 사내는 상당히 강했지.’
로키는 쿠단을 일격을 떠올렸다.
갑옷에 작은 흠집이 생겼었다.
그때 느꼈던 위력이라면 칸쿤은 이기기 힘들 터.
‘그러고 보니, 그 쿠단이란 인간. 인간 같지 않은 초인적 힘을 가졌었지.’
“…그래도 약간의 편법 정도는 사용해도 될 터.”
“……?”
로키가 손가락을 튕기자 언데드가 커다란 나무 상자를 들고 와 땅에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로키가 고갯짓하자 고개를 끄덕인 스켈레톤이 뚜껑을 열고 뒤로 물러섰다.
“이건… 뭐예요?”
호기심에 물든 칸쿤이 그 안의 내용물을 바라봤다.
상자 안에는 얼마 전 로키가 르란에게 부탁해 만든 작품이 들어있었다.
“이건… 갑옷?”
“선물이다.”
“네?”
“입어봐라. 크기는 맞을 것이다.”
칸쿤은 놀란 듯 눈을 깜빡거리더니 갑옷을 들어 올려보았다.
그리고 주섬주섬 갈아입으려 하다 로키의 눈치를 보았다.
“저기… 부담스러운데요?”
로키가 손가락을 튕기자, 주변에 검은 기류들이 칸쿤을 감싸 가려주었다.
“되었느냐?”
“…특이한 마법이 많네요.”
“나도 이 정도 능력이 있을 줄은 몰랐다.”
로키는 자신이 게임 속에 설정했던 스킬 말고도 여러 스킬을 응용해 쓸 수 있다는 것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스킬북으로 다른 마법도 익힐 수 있으니. 사실상 마법 수에 제한이 없겠지.’
어둠 속에서 옷을 갈아입은 그녀는 밖으로 걸어 나왔다.
칸쿤은 몸을 움직여보았다.
“…가벼워요! 그리고 무지 따뜻해요!”
“오호, 그 난쟁이 녀석, 꽤 잘 만들었군.”
새하얀 비늘로 덮인 가죽옷이다. 칸쿤의 몸에 딱 맞게 재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하의에 길게 벗은 치마는 세 갈래로 갈라져 움직이기 편하게 제작되었다. 부츠가 청록색의 은은한 빛내는 판금으로 감싸져 있었다.
“괜, 괜찮은가요?”
부끄러운 듯 로키의 눈치를 보던 칸쿤이다.
로키는 솔직한 감상을 내뱉었다.
“잘 어울리는군.”
“그런가요?”
칸쿤은 밝게 웃었다.
로키는 갑옷의 기능을 살폈다.
‘니드호그의 가죽이 물리 공격과 마법 공격에 대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으니, 일단 웬만한 무기는 모두 튕겨 낼 테고… 적어도 전설급 아이템보다는 아니겠지만 그와 필적한 능력치를 보유하겠군.’
그래도 쿠단을 맞서기엔 아직 성장기인 칸쿤의 수준이 너무 낮다.
‘없는 것보다 낫겠지. 그리고…’
로키는 체력 회복 포션과 마나 회복 포션을 꺼내 들었다.
“아이템빨이라면… 제아무리 괴물이라도 먹힐 테고 말이지.”
캐릭터 육성 게임을 하는 것 같은 느낌에 즐거움을 느끼는 그였다.
***
“모두 옮겨!”
“으라챠챠챠챠!”
수백에 이르는 노드인이 나무를 잘라버린다.
거대한 나무들을 묶어 만든 기둥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 자재들의 크기와 무게는 노드인을 힘들게 만들기에 적합했다.
방책으로 만들 용도였다.
페르는 이제 곧 전쟁이 시작되기 전 온 힘을 다해 방책을 옮기는 노드인을 보며 당혹스러운 눈빛으로 아움을 쳐다봤다.
“저것들을 왜 옮기시는 겁니까?”
“성벽을 쌓아야지.”
“…수성전을 염두에 두신 겁니까?”
“응, 그러려고 준비한 것들이야.”
아움은 별거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쳤다.
수성전이라니… 이제 곧 전쟁이 시작되기 하루 전, 아니 몇 시간 전이다.
그 시간 동안 얼어붙은 호수에 집결해 있는 노드 일족은 온종일 냉기 속에 노출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제대로 휴식을 취해 체력을 보전해야 하건만….
대규모 방책을 옮기다니?
페르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거지? 게다가….’
“저희 진형이 호수 위였습니까?”
“그래.”
“…호수 위에서 수성전이라니, 아무리 호수가 단단해도 조금 불안합니다.”
“그러려고 준비한 거라니까.”
같은 말만 반복하고 설명이 없다 보니 페르로서는 답답할 뿐이다.
아움은 그저 특유의 미소를 지은 채 멀리 떨어진 쿠단을 바라봤다.
“쿠단 녀석, 기합이 단단히 들어갔군!”
쿠단은 앞으로 찾아올 악마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어붙은 호수와 연결된 대지를 가만히 주시하며….
거대한 해머를 땅에 꽂은 채 무겁게 서 있었다.
노드 장인 수십 명이 오직 쿠단을 위해 제작한 워해머였다.
‘저 무기가 사기꾼을 물리쳐주기를-!’
노드인들은 아움의 명령에 따라 얼어붙은 호수 위에 방책을 세워 건설하기 시작했다.
그들로서도 왜 이런 짓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다만…
“너무 부실한 거 아닙니까?”
힘으로 넘어뜨리면 쉽게 넘어질 정도로 부실하게 만들어졌다.
툭 쳐서 넘어갈 정도는 아니지만, 노드 일족이 밧줄을 잡고 넘어뜨리면 단 몇 초 만에 넘어질 만큼 너무나도 허술했다.
“응, 그러려고 만든 거야.”
“…형님, 아까부터 대답이 성의 없으신 거 아십니까?”
페르의 한숨이 섞인 말투에 아움은 흡족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좋네, 부실하게 잘 만들어졌어! 훅하고 잘 넘어가겠어!”
“형님…”
“나를 믿으라고, 페르!”
그런 말을 한 아움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럼… 사기꾼의 군대를 기다려보자.”
***
늦은 새벽이다.
이미 시야를 가릴 정도로 어두워진 빙판 위에는 극심한 냉기가 흘렀다.
그런 냉기에 익숙한 노드인들은 각자 휴식을 취하며 배고픔을 달래고 있었다.
5,000에 이르는 사람 수.
게다가 방책과 각종 병장기가 굳건히 빙판길 위에 있음에도 단단하게 얼어붙은 호수는 조금의 무너짐조차 없었다.
그 위에 불을 붙여도 녹지 않는 것이 그곳의 추위가 얼마나 대단한지 증명하고 있었다.
“으음…? 이 정도로 단단할 줄은 예상치 못했네! 하긴, 10년 전 로니아 왕국군 침공 때 10만에 이르는 병사들이 무사히 행진할 정도였으니 말 다 한 건가?”
아움은 바닥을 툭툭 건드려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해가 저물고 선전포고한 날짜가 찾아왔다.
하지만 정해진 날짜는 있어도, 정해진 시간은 말해주지 않았으니 상대는 금일 내로 찾아올 터였다.
‘도발까지 했으니 그 오만한 성격에 미끼를 물지 않을 리 없지.’
“식사 좀 하지?”
몇 시간째 굳건히 서 있던 쿠단에게 페르가 다가왔다.
그의 손에는 따뜻한 수프가 들려 있었고, 그것을 내려다본 쿠단은 씁쓸한 미소로 고개를 저었다.
“괜찮소.”
“먹어야 힘이 나는 법이야. 온종일 그렇게 있으면 몸이 굳어서 중요한 순간을 놓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고맙소.”
쿠단은 그것을 받아들고 입가에 가져다 댔다.
잊었던 허기가 고소한 냄새에 그의 식욕을 자극했다.
그가 수프를 마시려고 할 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야영지에 울려 퍼졌다.
“…왔…다!”
“-놈들이 왔다!”
경비를 서던 전사 한 명이 외쳤고, 그 여파가 야영지에 울렸다.
모두 긴장한 채 허겁지겁 일어섰고 무기를 챙겨 들었다.
멀리 떨어진… 어둠 속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육지에서는 검붉은 안광들이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후… 이런 밤에 공격하러 온 건가? 그러고 보니 언데드는 밤눈이 밝다고 하던데… 그 점에서는 매우 불리한가?”
다른 이들과 달리 아움은 여유로운 모습을 비췄다.
저 멀리서 언데드 행렬이 계속되었다.
수는 대략 300.
대열은 훈련된 듯 잘 짜져 있었다.
선봉에는 해골마와 길게 뻗은 랜스를 든 스켈레톤 기병 50기.
좌익과 우익에는 장창과 거대한 방패를 가진 스켈레톤 방패병. 각각 50구.
중앙에는 대검을 든 스켈레톤 전사 50구.
본진에는 로브와 단검, 쇠사슬을 장비한 스켈레톤 암살자 18구.
악기를 든 스켈레톤 악단 2구.
후방에는 장궁을 든 스켈레톤 장궁병 80구가 배치되어 있다.
그중 본진에는 스켈레톤 암살자들이 화려하게 장식된 횃대를 들고 있었으며, 남는 손과 어깨로 가마를 받치고 있었다.
가마 위, 화려하게 준비된 옥좌에는 거만한 자세로 앉아 있는 로키의 모습이 보였다.
아움은 그 모습을 보며 어이가 없어 중얼거렸다.
“300구? 5000을 상대로? …우릴 너무 얕보는 거 아니야?”
완전히 무시당한 기분이다.
당당하게 등장했을 뿐 아니라 이번 무대의 주인공은 자신이라는 듯 ‘나 잡아주쇼!’라고 잘 보이는 가마 위에 거만하게 앉아 있는 상황.
물론 그만큼 자신감이 넘친다는 이야기겠지.
“…저거 무시무시하잖아?”
“듣던 것과 보는 것은 역시 달라….”
노드인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지금 본 언데드 군대는 보는 것만으로도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눈에서 증오와 분노로 이글거리는 붉은 안광과 그들이 착용한 무기들은 지금껏 보지 못한 거대하면서도 위협적인 모습이었다.
덩치 또한 보통 스켈레톤보다 얼굴 하나는 더 커 보이는 듯하니, 모두 전설에서 나오는 죽음의 기사단과도 같아 보였다.
“저 악마 놈!!”
가장 큰 소리로 반응한 건 쿠단이었다.
그는 자신이 든 워해머를 움켜잡고 거칠게 들어 올리며 어깨에 짊어졌다.
그가 선뜻 발걸음을 옮기려는 것을 페르가 막아섰다.
“페르, 비키시오!”
“…쿠단. 네 놈은 참으로 충동적이로군! 나도 참을성 없지만 넌 더 그래.”
“알았으면 비키시오.”
“아니, 네 놈이 움직이면 형님이 애써 준비한 전략이 모두 망쳐진다.”
“전략?”
“나도 자세히는 몰라. 하지만 형님께서는 네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했다. 형님은 저 악마를 네 일격으로 물리쳐주기를 원하고 계셔. 확실히 이기고 싶다면….”
페르는 쿠단의 어깨를 짓눌렀다.
“형님의 명령을 따라.”
“…….”
언데드들을 보고 노드인이 동요하자 아움은 미리 제작해 놓은 단상 위에 올라갔다.
그리고 멀리 있는 로키에게 보라는 듯 미소를 보내고는 노드인에게 외쳤다.
“모두 정숙!”
“…….”
그 순간 모두의 움직임이 멈췄다.
입을 꾹 다물고 아움을 향해 서며 장비를 굳건히 잡았다.
조금 전까지 들리던 혼잡한 소리는 사라지고, 고요함만이 가득했다.
“좋군! 말 한마디에 이렇게 조용해질 수 있다니. 저 멀리 있는 벙어리들도 깜짝 놀라겠어!”
아움은 농담 삼아 내뱉은 말이었다. 노드인들은 웃거나 장단을 맞추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한 마디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집중했다.
“이양이면 웃어주지. 이래서 노드인이 재미없다는 소리를 듣는다니까! 하지만… 그만큼 지금이 중요하다는 거겠지.”
아움은 진하게 미소를 짓고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단상에 내리꽂았다.
“상대의 수는 300! 우리는 5,000! 우리가 압도적인 수를 가졌다. 하지만 과연 그것을 보고 우리가 비겁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아니, 난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 상대는 지치지 않는 망령들이자 모두 하나 같이 데스 나이트와 비견될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
아움의 말에 노드인들은 잠시 움찔 몸을 떨었다.
하지만 그뿐이다. 그들도 지금의 싸움이 자신들에게 전혀 유리하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상대야말로 비겁하기 짝이 없지 않은가? 상대는 수가 적어도 압도적인 ‘무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힘없는 약자다! 하지만…”
아움은 검의 손잡이를 내려쳤다.
빠직 소리와 함께 단상 위에 있던 검이 깊숙이 파고들었다.
“우리는 노드 일족이다. 두려움을 모르며 긍지를 가진 전사다! 그런 우리가 겨우 망령 따위가 무서워 도망치겠느냐-?!”
“……!”
“우리는 약탈자다! 놈들을 매장시켜, 그들이 가진 것들을 약탈하라! 묻겠다. 우리가 누구인가!”
“노드! 노드! 노드!”
“그래, 우린 약탈자인 노드족이다!”
“오오오오오오-!”
“싸우자. 절망을 이겨내라!”
아움이 목청껏 소리쳤다.
“우리는 노드. 북방의 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