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53)
성좌가 된 플레이어-153화(153/250)
제153화
죄수들은 눈을 깜빡거렸다.
몸 일부가 사라졌음에도 그걸 깨닫지 못했다.
“뭐야….”
울컥울컥 피가 쏟아져 바닷물을 붉게 물들인다.
바다 깊은 곳에서 피 냄새를 맡은 다른 세이렌들이 올라온다.
이윽고, 죄수들을 감싸며 입맞춤할 때마다 죄수들의 살결이 뜯겨나갔다.
차가운 바닷물에 마비가 되었던 피부도, 몸이 뜯겨나갈수록 고통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세이렌에게 둘러싸인 죄수 하나가 중얼거렸다.
“아파.”
“괜찮아요. 안 아프게 할게요.”
“아파…!”
“아픈 곳을 어루만져 줄게요.”
감미로운 목소리로 속삭이며 죄수의 정신을 몽롱하게 만든다.
하지만 끔찍한 고통은 그들의 세뇌를 깨어나게 하기엔 충분했다.
“으으아아악!”
“아파!”
“살려줘!”
죄수들의 비명이 메아리치며 바닷속에서 허우적거렸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늦었다.
수백의 세이렌들이 죄수를 감싸 파먹고 있다.
수백 마리의 피라냐가 힘없는 새끼 사슴을 덮쳐 물어뜯는 모양새였다.
퍼덕거리며 거친 물거품이 퍼져나갔다.
아름다운 세이렌의 선율은 점차 죄수들의 비명으로 바뀌었다.
이윽고 거친 물장구는 잠잠해지며, 죄수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샤린과 쿠단은 놀란 눈빛을 내비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세이렌 하나가 바다의 갑판 위에 올라와 샤린과 쿠단을 보며 말했다.
“어머, 아름다운 제물이네. 아쉽다… 칼리브 님의 제물이 아니면 우리가 먹어 치웠을 텐데.”
세이렌은 샤린과 쿠단을 보며 탐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고통 속에 일그러진 얼굴과 어떤 아름다운 비명을 지를지 궁금해…. 하지만 우린 듣지 못하겠지. 참으로 아쉬워….”
“…….”
“병사들에게 말해. 제물을 바쳤으니, 이 길을 지나가도록 허락해주겠다고.”
세이렌은 다시 배 난간에서 물속으로 뛰어내렸다.
배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암초가 없는 평평한 바닷가로 진입했다.
바닷바람이 바뀐 걸 감지한 크라티안 병사들이 가렸던 안개와 귀마개를 벗었다.
“후우….”
그들은 긴장을 풀며 안도했다.
샤린은 그 모든 광경을 봤기에 안색이 창백해졌다.
샤린은 아스가르드 계획을 잘 알고 있었다.
분명 이 밀항선 뒤편에서는 몰래 추적 중인 아스가르드의 군함이 있을 터였다.
그들이 이 해역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까?
“아스가르드 군함은 괜찮을까요?”
샤린의 물음에 쿠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확신에 찬 목소리다.
“로키 님이 있기도 하고, 게다가….”
다음 말에 샤린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크라켄도 있으니까요.”
***
세이렌은 피 묻은 입술을 핥았다.
“아아, 역시 인간들은 맛있어.”
이 지역은 세이렌들이 차지한 지 오래된 곳.
죽음의 해역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점을 알기에 뱃사람들이 자주 오지 않아 먹잇감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크라티안 해역으로 향하는 길목이 된 지금, 주기적으로 노예를 실은 밀항선이 오가는 길이 되었다.
그때마다 뱃사람들은 안전한 항해를 위해 노예들을 공양했고, 세이렌들은 먹잇감을 안정적으로 구할 수 있었다.
“언니! 또 배가 와요!”
세이렌은 고개를 돌렸다.
배가 보인다.
세상에, 이게 얼마 만에 포식이란 말인가!
아직도 이 해역이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는 어리석은 자들이 있다니!
하지만 잘된 일이다.
노예들론 성이 차지 않았다.
“…엄청 크…네?”
세이렌들은 고개를 들어 올렸다.
거대한 군함이다.
당황한 것도 잠시, 그녀들은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군함이라니! 비실비실하거나 병든 노예들보다도 신선한 선원들이 타고 있을 터!
이 얼마나 맛 좋은 먹잇감이란 말인가!
이는 수백의 세이렌들이 포식하고 며칠간 군함의 선원들을 잡아다 가지고 놀아도 될 정도로 수많은 인간이 담겨 있을 터였다.
“모두 준비해.”
세이렌들이 오랜만의 포식을 기대했다.
그들의 피를 와인 삼아 갈증을 해소하고, 그들의 육신과 처절한 비명을 안주 삼아 천천히 음미하며 먹을 수 있을 것이다.
군함이 가까이 오자, 세이렌들은 애틋한 연인을 기다리듯 눈을 반짝거렸다.
그들이 하나둘씩 노래한다.
그녀들의 노랫소리는 뱃사람을 홀리고, 그녀들의 미모는 뱃사람들을 유혹한다.
매혹적인 선율이 울려 퍼지고, 그에 따라 배 위에서 그림자들이 보인다.
노랫소리를 듣고 선원들이 자신들을 내려다보는 거겠지.
‘좋아, 먹잇감들이 우리를 봤어!”
미끼를 물었다!
세이렌들이 미소 짓는다.
양손을 펼쳐 말한다.
사랑스러운 먹잇감들을 불러들였다.
“외로워요.”
“일로 와주세-”
쾅-!
콰직-!
하지만 그녀들의 부름에 답을 해준 건 다름 아닌 발리스타였다.
폭발음과 함께 옆에 있던 세이렌의 몸이 볼트에 꿰뚫렸다.
세이렌은 옆 동료가 죽은 것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맞췄냐?!”
“하하! 제대로 맞춘 모양인데!?”
“세이렌이라… 꽤 비싸게 팔리는 몬스터지 않나?”
“아니지, 저건 아인종이야.”
“아, 그래? 그럼 더 비싸겠구만!”
“철제 그물 있지? 던져! 잡는다. 바닷길을 아는 데도 도움이 될 테니. 머리 좋은 놈 빼곤 다 잡아 팔아버려!”
세이렌들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자신의 노랫소리를, 그리고 미모를 보고도 현혹되지 않았다.
오히려 어부들이 물고기 떼를 만난 것처럼 기뻐하며 웃음을 터트린다.
그들이 약탈자 일족인 노드인이라는 걸 모르는 그녀들의 얼굴이 흉측하게 일그러졌다.
“끼아아아악!”
그녀들이 포효하며 군함을 노려볼 때,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던 세이렌 중 몇몇이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세이렌이 자신의 동료들을 쳐다본다.
단순히 잠수하여 배를 공격하는 게 아닌, 무언가에 의해 끌려간 듯했다.
“어? 까아악-!?”
짧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
세이렌들은 이상을 눈치챘다.
세이렌이 시선을 돌렸을 때, 파다 위에서 보이는 것이 있었다.
흑백의 머리를 가진 자가 대검을 어깨에 짊어진 채 ‘바다에 앉아’ 있다.
‘…바다에 앉아 있어?’
그런 게 가능해?
“생선들이 한 가득이로군.”
“…….”
“먹으면 배탈 날 수도 있다. 그냥 죽여라.”
그 말을 끝으로 사내의 밑에서 무언가가 솟구쳤다.
파도가 잠잠해졌다. 바람이 불지 않고 있다.
이 불길한 징후는 세이렌들은 무엇인지 알고 있다.
세이렌이 어둠의 밤사이에서 보이는 검붉은 눈동자를 올려다보며 몸이 경직되었다.
그 주변 하나둘씩 솟구쳐오르는 촉수들.
‘크…라켄?’
바다의 지배자이자 최상위 포식자!
뷔페거리는 뱃사람들이 아니었다.
바로 자신들이었다.
***
세이렌의 해역을 나올 때쯤이었다.
“사, 살려줘!”
쿠단은 눈살을 찌푸렸다.
샤린은 놀란 눈빛을 내비쳤다.
“사, 살려줘! 제발-!”
세이렌.
세이렌 하나가 피를 흘리며 선박의 난간을 잡으며 애원하고 있었다.
그런 세이렌을 보며 크라티안 선원들은 화들짝 놀라 귀를 막고 눈을 가렸다.
그녀의 목소리를 거부하기 위해, 그녀의 얼굴을 보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세이렌은 안색이 창백해져 빽하고 소리 질렀다.
“이 멍청이들아! 내 말 들으라고! 너희 뒤에 괴물이 붙었어! 그 괴물들이 지금 크라티안으로 향하고 있다고!”
하지만 귀와 눈을 막은 선원들과 병사들이다.
그녀의 말이 들릴 리 없다.
선박의 갑판 위에 있던 쿠단의 시선이 세이렌에게 향했다.
“잡아먹는 게 아니야! 눈과 귀를 열라고! 이 멍청이-.”
쿠단이 손에 찬 족쇄에 힘을 주어 부숴버린다.
이윽고 기둥에 묶인 쇠사슬 끊어버렸다.
“……!!!”
자유로워진 샤린은 놀라 입을 다물며 물러섰다.
쇠사슬을 강제로 끊은 충격 때문일까?
칸쿤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양팔은 곰 같은 털이 수북한 손들이 튀어나와 있었다.
쿠단이 쇠사슬을 허공에 획획 돌린다.
“…어!?”
세이렌이 그런 쿠단을 보며 넋이 나가 있었다. 이윽고 불길한 예감을 느꼈는지 소리쳤다.
“잠깐! 모두 눈을 뜨고 똑바로 보라고! 저기 봐! 저기에도 괴물이-!”
그동안의 업보 때문일까?
모두가 세이렌을 보려고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보라고 이 멍청이들아-!”
절규하듯 소리쳤지만, 그것이 마지막 유언이 되고 말았다.
쿠단이 쇠사슬을 휘둘렀고, 쇠사슬 끝이 세이렌의 몸을 터트려버렸다.
이윽고, 세이렌이 바다에 떨어졌고, 지나가는 범선의 밑바닥에 다져져 물속으로 사라져버렸다.
“가, 갔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선원들은 안대를 풀기 시작했다.
크라티안 선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빌어먹을 물고기 놈들! 노예를 쳐 받아 가놓고 왜 또 찾아온 거야?”
“먹잇감을 더 달라는 거겠지.”
“누구 끌려간 녀석 있어!?”
선원들과 크라티안 병사들은 주변을 둘러봤고, 갑판 위에 희생자가 없다는 것에 안도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나무 기둥에 쿠단과 샤린을 발견하곤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이런 젠장! 누가 구속을 푼 거야?! 세이렌에게 끌려갔으면 어떻게 할 뻔했어!?”
이윽고 크라티안 선원들이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다시 족쇄를 채운다.
“너희도 봤지? 이 바다 근처는 세이렌의 영역이야. 함부로 도망치다간 저들의 먹잇감이 될 거다.”
“…….”
쿠단은 입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크라티안 선원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겁먹어서 아무 말도 못 하는 거 봐!”
쿠단이 히죽 웃는 걸 샤린은 놓치지 않았다.
‘미친놈들아! 너희를 비웃는 거라고!’
항해를 이어간 범선에 곧 진동하듯 울리기 시작했다.
돛이 접어지고, 노를 젓는 것도 멈춘다.
하지만 배는 멈추지 않고 천천히 움직였다.
샤린과 쿠단은 자주 갑판 위에 올라갔다.
크라티안 선원들은 두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아 자해하거나 소란을 일으키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그들이 사면이 바다에서 어디로든 도망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심어주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오래 걸리네.’
바다에 익숙하지 않은 샤린은 상당히 지쳐 있었다.
그녀가 난간에 기대 고개를 밑으로 내렸다. 바다 밑을 볼 수 있었다.
무언가가 바다 밑에 있었다.
‘리자드맨?’
범선 위로, 난간을 잡고 도마뱀 인간들이 올라왔다.
리자드맨들은 비늘로 된 갑주, 삼지창을 지니고 있었다.
“소속을 밝혀라. 인간들이여.”
크라티안 병사들이 황급히 그들에게 다가가 무릎 꿇고 고개를 숙여 복종의 예를 취했다.
“위, 위대한 전사님들을 뵙나이다.”
리자드맨들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바다의 성좌, 칼리브 님의 명을 받들어, 노예들을 끌고 왔습니다.”
“그렇군. 칼리브 님의 식사 일이 오늘이었던가?”
“네!”
리자드맨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지나가도 좋다.”
리자드맨들이 난간 위로 올라가더니, 이윽고 바닷속에 뛰어내렸다.
그들이 뛰어내림과 동시에 물장구가 치며 새로운 몬스터가 등장했다.
샤린은 눈앞의 몬스터를 바라봤다.
상반신은 말의 머리와 앞발을, 하반신은 물고기 꼬리로 된 몬스터였다.
켈피라는 몬스터다.
인간들에게 말이 있다면, 해양의 아인종들에게는 켈피가 있다.
켈피를 탄 리자드맨들이 신호를 보낸다.
또 다른 켈피를 탄 리자드맨들이 쇠사슬로 범선을 이어 옮기기 시작했다.
수십 마리의 리자드맨이 탄 켈피들이 범선을 끄는 모습은 참으로 기이하면서도 신기한 장면이었다.
이윽고 옛 크론 제국의 영토였던 크라티안 영지가 보였다.
옛 무역의 도시는 침수되어 있었다.
산악 지대를 제외하면 멀쩡한 곳이 없다.
높이가 낮은 집들은 모두 바다에 수장되었고, 그나마 높은 건물에 사람들이 사다리로 건물과 건물 사이를 이어 걸어가거나 혹은 돛단배를 이용해 가는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이동하는 영지민들은 매우 적었다.
리자드맨들과 세이렌들이 도심을 배회하며, 인간이 보이는 족족 바다에 끌어당겨 잡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밀항선이 도시에 들어가고, 샤린과 쿠단은 색다른 광경을 목격했다.
바닥이 꺼져 있다.
마치 소용돌이처럼 물살이 회전하고, 절벽처럼 푹 꺼져 폭포수가 아래로 향한다.
깊고 깊은… 마치 지옥으로 빨려 들어가는 아래쪽에, ‘궁전’이 있었다.
“빨리 움직여라! 노예들이여!”
그곳에서, 크라티안 영지민들로 보이는 자들이 등에 돌덩이를 짊어지고는 걸음을 옮겼다.
거대한 궁전에 탑을 쌓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수십 미터가 넘는, 삼지창을 쥔 날개 달린 여신의 동상을 조각하고 있었다.
바다의 성좌의 동상이었다.
샤린이 탄 범선이 소용돌이에 휩쓸릴 듯했지만, 리자드맨이 탄 바다의 말, 셀피들이 바다의 흐름을 타고 나선 모양으로 범선을 이끌어 무사히 운행할 수 있었다.
범선이 물의 신기를 가진 네토스 왕. 그리고 바다의 성좌 칼리브가 사는 바다 궁전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