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59)
성좌가 된 플레이어-159화(159/250)
제159화
샤린은 얼마 전 일을 떠올렸다.
‘저를 팔아버린 나라에 더는 있어 봤자 좋을 게 없으니까요.’
“젠에에장!”
그 말을 내뱉은 자신을 걷어차고 싶어졌다.
푸석-! 푸석-!
무릎까지 오는 눈이다.
어깨에는 하얗게 서리가 낀다.
등 뒤에는 자신의 몸집보다 더 큰 전투 배낭을 짊어졌다.
그것만 해도 무거운데, 강철 투구와 몸을 감싼 판금 갑옷 때문에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그녀는 앞의 행렬을 쳐다봤다.
‘…이게…무슨 훈련이야!’
생도들이 군 배낭을 짊어지며 행군 중이다.
그것도 쉬지 않고 수 시간째다.
식사나 생리현상에 대한 해결도 아주 잠깐의 시간이 주어질 뿐, 만약 행군하는 행렬에서 이탈하면 곧바로 따라잡아야 했다.
이건 그냥 고문이지 않은가?
북방의 추위는 매섭다.
발가락과 손가락의 감각이 무뎌진 지 오래다.
그뿐이겠는가?
무리를 해서인지 경련을 일으켜 쓰러진 생도마저 있다.
그럼에도 훈련은 중지되지 않았다.
그 낙오자들만 ‘탈락’되었을 뿐이다.
그들은 포션 치료를 받아 일반병 소속의 교육을 받게 될 터였다.
동료들의 이탈에 생도들의 안색이 더욱 창백해졌다.
“모두 힘내십시오! 화이팅!”
“…….”
해맑게 웃으며 응원하는 인물.
아스가르드의 신녀, 칸쿤이었다.
이 훈련의 관리 감독관이다.
처음에는 힘을 주는 응원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조롱처럼 느껴져 힘이 빠지고 만다.
“이런 개 같은…! 어떻게 힘을 내란 말이야!!!”
악을 쓰며 비명을 지르는 이가 있다.
샤린은 뒤를 돌아봤고, 상당히 뒤처졌음에도 발을 움직이기 위해 애를 쓰는 이가 보인다.
샤린도 잘 아는 성직자였다.
…성지 순례니 뭐니, 성녀가 나타났다니, 하며 한껏 치켜세울 때는 언제고, 지금은 성녀를 향해 욕을 내뱉고 있다.
신앙 따윈 집어치운 걸까?
그 경건한 신앙도 이 끊임없는 시련 속에서는 욕 정도는 내뱉는 모양이다.
‘…강하게 만들어 준다고 하니 하기는 하겠는데….’
참으로 견디기 힘든 시련이다.
시련.
그래, 딱 그 단어와 어울린다.
샤린은 이 훈련을 하기 전, 칸쿤이 한 말을 떠올렸다.
‘생도 여러분. [신기]를 가지고 싶지 않으십니까?’
성좌의 축복이라 알려진 [신기].
이 땅의 기적을 불러일으키는 마법과는 다른 이능의 힘.
‘만약 지금 편제하고 있는 전사대에 소속되면 [신기]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마법 무구 역시 지급해드리죠.’
이는 힘을 원하는 자들에게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었다.
반신반의한 이들이 있었지만, 이미 북방의 지배자는 인간이 아닌 성좌라 믿는 이들도 상당히 많았다.
정말로 신의 권능으로 이능을 얻을 수 있을지 몰라, 죽기 살기로 이 시련을 견뎌내고자 하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특히, 샤린은 더욱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로키와 쿠단의 힘을 직접 목도했으니까.
그들의 발끝에는 못 미치더라도, 발톱의 때만큼의 힘은 가질 수 있지 않겠는가!?
“좋습니다!”
그때, 칸쿤이 소리쳤다.
“행군을 멈추십시오! 여기, 놀란드의 숲에서 휴식을 취할 겁니다!”
그 말에 하나둘씩 군 배낭을 내려놓았다.
생도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파, 팔다리가… 움직이지 않아.”
“감각이 없어.”
“배낭에 약초가 있습니다. 그걸 사용하십시오. 간단한 응급처치 정도는 할 줄 알아야 할 겁니다!”
칸쿤의 외침에 생도들이 배낭을 열었다.
샤린 또한 그러려고 했지만, 팔과 다리에 감각이 없다.
“어… 잠깐만….”
그녀는 어떻게든 배낭을 열려고 했지만, 손가락이 움직이질 않았다.
그녀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지금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이 훈련에서 낙오된다.
그럼 이 개고생을 이겨낸 것도 헛된 것이 될 터.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핑 돌았다.
움직이지 않는 손가락.
딱딱하게 얼어붙은 손을 배낭을 열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런 그녀에게 다가온 이가 있었다.
“……?”
배낭을 열어주고, 약초와 붕대를 꺼내준다.
손가락과 발가락에 약초를 발라준다.
타인의 손길을 예민하게 반응하며 거부하던 샤린도, 그의 도움에 고마움을 느꼈다.
“고, 고마워요.”
“별거 아니다.”
머리카락 색과 눈동자 색을 보아하니 노드인이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생도들 또한 챙겨주고 있었다.
‘…저 사람은 멀쩡하나 보네?’
이 기후에 익숙한 노드인 역시 낙오자가 상당히 많이 발생했건만.
‘보통이 아니야.’
상당한 실력자인 모양이다.
생도들은 그 노드인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노드인이라면 차별적 시선을 보냈던 이들도 그에게 감사를 전했다.
생도들이 군 배낭에서 약초만을 꺼내 손가락과 발가락을 감는다.
“오오! 뭐냐, 이 햇병아리들은…?”
생도들이 멈칫했다.
숲속의 가파른 절벽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오는 이들이 있었다.
칠흑의 갑옷과 짐승의 투구를 쓴 노드 전사들이었다.
“새로운 전사대를 편제한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여기서 훈련하나 본데?”
“모두 힘내라! 신녀님의 훈련은 우리가 견디기에도 빡센 감이 있으니… 고생 좀 할 거다.”
행군하는 생도들 옆으로 베르세르크 전사대가 격려하며 지나갔다.
“아, 그리고 조심하고. 여긴 우리 놀이터지만, 너희에겐 그 반대가 될 테니까.”
“……?”
생도들은 의아해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람한 덩치를 가진 베르세르크 전사대 등에는 뭔가를 짊어지고 있었다.
짊어진 자루에는 피가 고여 있다.
샤린은 그들이 무언가를 사냥했음을 깨달았다.
어… 잠깐, 뭔가를 사냥해 왔다고?
샤린은 고개를 돌렸다.
숲속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어둠 속 붉은 안광들이 번뜩인다.
쿼오오오오오!
그리고 튀어나온 건 흰색 가죽을 가진 근육질의 괴물들.
스노우 오크들이었다.
***
북방의 몬스터들은 유난히 흰 가죽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는 주변에 동화하기 위해 진화한 피부였다.
게다가 질기고 두터워, 일반적인 검으로도 잘 베이지 않을뿐더러, 먹잇감을 찾기 힘든 환경은 그들을 항상 굶주려 있게 했다.
때문에 스노우 오크들은 매우 흉포한 측에 속해 있다.
그런 그들이 산악지대에 흘러들어온 무방비한 상태의 인간들을 그냥 내버려 둘 리 없었다.
“쿠오오오오오오!”
“인간이다!”
스노우 오크들이 포효했다.
그들은 돌과 나무줄기, 나뭇가지로 만든 돌도끼를 든 채 휴식을 취하는 생도들을 습격했다.
“으, 으으악!”
극한에 이르는 행군에 팔다리도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상태.
이러한 몸 상태로 저들과 대치하니, 생도들은 밀려오는 두려움에 이성이 마비되었다.
“도, 도와주십시오!”
생도들이 칸쿤을 향해 소리쳤다.
그녀와 그녀의 뒤로는 노드 전사들이 서 있었지만, 그들은 언덕 위에서 지켜만 보며 손을 흔들 뿐, 아무런 대처도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칸쿤은 미소 짓더니 말했다.
“모두 힘내십시오! 아니면 포기하고 저희 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그럼 편히 아카데미로 보내드립니다. 단, 신기를 가지지는 못할 겁니다!”
“……!”
“그간의 고생에 보답받을 것인지, 아니면 지금까지의 노력을 헛고생으로 할 것인지.”
칸쿤은 빙그레 웃었다.
누군가 본다면 참으로 아름다운 미소로 생각하겠지만, 생도들에게는 참으로 냉혹한 미소로 보였다.
“결정하는 건 당신들입니다.”
칸쿤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위험하다 싶으면 나서서 도와주시길.”
“알겠습니다.”
노드 전사들은 장궁과 등 뒤에 있는 화살에 손을 뻗었다.
죽기 직전까지 간다면 포션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만약 죽는다면 포션으로도 치료하지 못한다.
만약을 위해, 준비하는 것이다.
칸쿤 또한 나름 신경 쓰며 활과 화살을 정비할 때였다.
“어?”
생도 무리 중에서 낯선 사내가 보였다.
노드인이다.
다만, 칸쿤은 본 적이 없었다.
별다른 특이한 점도 없어 보였지만, 칸쿤은 기묘한 느낌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녀는 그 노드인을 보며,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로키 님?”
그가 생도들 사이에 있다는 것을.
***
평범한 오크도 상대하기 힘들건만, 스노우 오크들이다.
일반적인 오크보다도 그 덩치가 컸기에, 생도들은 겁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포, 포기하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행군하면서 인내심이 없던 이들은 다 나가떨어진 지 오래.
이곳에 남은 이들은 노드인. 혹은 귀족 가문에서도 실력이 출중하거나, 평민이면서도 재능이 뛰어난 이들뿐이었다.
돌멩이부터, 뾰족한 나뭇가지 등.
저마다 무기가 될만한 것을 들고 오크와 대치하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맨손으로 오크들을 상대하는 자도 있었다.
“쿠오오오오!”
오크 하나가 달려와 돌도끼를 휘두른다.
그런 오크를 향해, 한 여인이 달려갔다.
돌도끼를 피한다. 눈밭에 미끄러지듯, 오크의 다리 사이를 지나가 재빨리 오크의 뒤를 잡았다.
가녀린 손으로 오크의 목을 감싸고, 마나를 사용했다.
그녀의 팔에 힘이 가해지며, 오크의 목을 졸라 압박했다.
“쿠오오오오!”
고통 속에 오크가 몸을 휘적거리지만, 그녀는 양다리로 오크의 몸을 감쌌다.
오크가 등 뒤를 나무에 부딪친다.
“크으윽! 놓치지 않아!”
여인, 샤린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입술이 터지며 핏물이 흘러나온다.
그녀가 충혈된 눈으로 오크의 뒤통수를 노려보며, 팔에 더욱 힘을 준다.
이윽고 오크의 눈이 뒤집히며, 그 커다란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쿵-!
오크가 쓰러졌다.
생도들도 놀란 듯 그녀를 쳐다봤다.
“모두 모여요!”
샤린이 외치자, 생도들이 재빨리 제정신을 차리며 모여들었다.
서로 등을 맞대며 대열을 이룬다.
“거기, 성직자. 부상자 치료를!”
“…누구에게 명령이야!”
샤린의 말에 성직자는 혀를 차면서도 다친 부상자들을 치료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노드인으로 변신해 생도들을 치료하던 로키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카르마와 다르게 배짱이 두둑하군.’
크라티안 영지에서부터 눈여겨보던 로키였다.
잘만 다듬으면 꽤 쓸만한 보석이 되리라.
“쿠오오오오!”
오크 셋이 로키를 향해 달려왔다.
로키가 손을 휘젓자, 오크의 목이 날아올랐다.
***
“사, 살았다!”
저녁노을이 지고 있다.
오크들은 생도들의 끈질긴 저항에 결국 사냥을 포기했다.
오크들이 물러서며 사라지자, 생도들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런 생도들을 향해, 칸쿤과 노드 전사들이 다가왔다.
짝짝-!
“훌륭합니다!”
칸쿤은 진심으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만, 그런 진심이 생도들에게 전해지는 일은 없었다.
생도들은 불안한 눈빛으로 칸쿤을 쳐다봤다.
“하지만 아직 훈련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하늘을 가리켰다.
저녁노을이 사라지자, 극심한 한기가 생도들을 덮쳤다.
오크에게 저항하고자 몸을 움직여 데워졌던 몸이, 이제는 차갑게 식다 못해 얼어붙어 피부가 따끔거린다.
“북방에서 가장 무서운 게 뭔지 아십니까?”
생도들이 하나둘씩 몸을 떨기 시작했다.
숨을 쉬는데 서리가 낀 입김이 흘러나왔다.
“바로 추위입니다.”
쿨럭! 쿨럭!
기침 소리가 흘러나온다.
“추, 추워….”
“짐 배낭에는 식량과 모피 조각 하나가 있습니다. 그걸 잘 사용하십시오.”
칸쿤은 숨을 몰아쉬었다.
“지금부터 3인 파티를 맺고 팀으로 행동하십시오. 팀 이외에는 모두 경쟁자, 적으로 보십시오.”
“…….”
그 말에 몇몇 생도들이 눈을 가늘게 떴다.
“장작으로 불을 피우고 이 밤을 지내십시오. 부족한 물자는 알아서 채워야 합니다. 저희는 간섭하지 않겠습니다. 혹여 포기하고 싶다면….”
칸쿤은 자신의 옆을 가리켰다.
그곳엔 따뜻한 모피와 모포들이 가득 쌓여 있다.
펄펄 끓고 있는 수프도 있다.
생도들은 보물 상자를 바라보듯 그 보급품들을 바라봤다.
“여기로 오십시오. 그럼 이것을 가지고 아카데미로 돌아가 푹신하고 따뜻한 침대에서 편안한 밤을 보내시면 됩니다.”
달콤한 유혹이었다.
하지만 포기자는 나오지 않았다.
“좋습니다! 내일 아침까지, 모두 무사한 밤 되시길!”
칸쿤의 외침에 생도들이 바삐 움직였다.
추위를 잊기 위해 장작을 모은다.
불을 피워도 견디기 힘들어 서로가 펭귄처럼 모여 온도를 유지하려 애를 썼다.
샤린 또한 체온을 올릴 파트너를 찾기 위해 고개를 돌렸고, 화톳불 앞에 앉아 있는 두 명을 볼 수 있었다.
성직자, 그리고 자신을 치료해줬던 노드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