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6)
성좌가 된 플레이어-16화(16/250)
제16화
로키는 멀리서 적의 진형을 관찰했다.
두껍지 않지만 높은 방책으로 둘러져 있다.
문제는 ‘방어용’으로 사용한다고 하기에는 노드인들이 방책 안에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방책을 등에 지고 있다고 해야 할까?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
로키는 손가락으로 체스 말 중 나이트를 움켜잡았다.
‘설마 배수진인가? 그렇다면 처절하군.’
얼마 전 그가 직접 만든 체스판과 말을 빙판 위에 올려두고 멀리서 보이는 아움을 관찰했다.
“뭐, 나랑 상관없지. 적의 의도를 알려면 적의 함정에 빠져드는 게 좋으니. 일단은….”
로키는 체스 말을 움켜잡고 체스판 위에 올렸다.
“나이트 출격.”
***
가장 먼저 움직이기 시작한 건 스켈레톤 기병이었다.
해골마가 앞발을 들어 올리며 괴성을 지르고 달리기 시작했다.
하늘로 치켜든 랜스를 정면으로 내리며 전속력으로 돌격해 온다.
5,000명이 걸어도 흔들리지 않던 빙판길이 해골마의 발굽에 찍혀 부서지고 흔들리며 대지를 울려댔다.
-크아아아아악!
망령들이 입을 벌려 소리친다.
인간이었으면 입김이 나왔을 입에서는 영혼을 집어삼킨 듯한 붉은 기류만 흘러나왔다.
해골마와 그들이 가진 랜스에는 검은 묵빛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바로 스킬인 ‘격돌’.
속력을 올려줌과 동시에 공격력, 방어력 올려주는 기술이다.
지금 얼음 빙판을 달리고 있는 스켈레톤 기병은 이 세계에 있는 그 어떤 기병보다 빠르고 강력했다.
아움은 겨우 50기밖에 되지 않는 기병이 내는 대지의 울림에 마른침을 삼키며 손을 뻗어 외쳤다.
“밀집!”
강철로 이루어진 전신 판금 갑옷.
더불어 양손에 짊어진 거대한 원형의 금속 방패.
노드 전사들의 방패가 겹겹이 겹쳐지며 하나의 거대한 바위산을 연상케 했다.
“파이크!”
그 뒤를 기다란 창을 가진 노드 창병들이 대기했다.
“베르크 전사대!”
아움 리니아가 직접 선별한, 각 부족의 정예들.
신기 사용자 집단, 베르크 전사들이 후방으로 모여들었다.
그들은 전력으로 달려오는 언데드 군단과 ‘전면’으로 붙을 생각이었다.
언데드는 지치지도 않는다.
감정이 없어 공포에 빠지지도 않으며, 명령에 절대복종한다.
말 한마디면 온몸이 소멸하면서도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는 절대 불사의 군단이다.
그런 존재를 앞두고 시간을 끄는 전술을 사용한다면 하책 중 하책.
그저 부족 전사들이 최대한 막아줄 때 신기 사용자인 베르크 전사들이 최대한 언데드를 소멸시키는 방법이 최선이었다.
5,000명에 가까운 노드인이 ‘방패’가 되고, 50명 정도의 베르크 전사와 뛰어난 실력을 갖춘 부족장들이 ‘검’으로 싸운다.
‘말도 안 되는 전법이지만… 지금으로서는 이게 최선이다…!’
최대한 언데드를 한 번에 해치울 수 있기를 바랐다.
자신들의 첫 전투에서 모든 걸 잃을 수 없었다.
“스파타 부족! 강철의 성벽이 어떤 것인지 놈들에게 보여줘라!”
기병을 정면으로 막을 생각인지 노드족 중 스파타 부족장이 고래고래 소리쳤다.
그들은 스스로가 지상 최강의 ‘방패’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껏 그 어떤 화살도, 검도, 창도 그들의 대열을 뚫지 못했다.
그들이 막지 못하는 건 오로지 거대한 투석기나 대형 발리스타 정도였다.
그러니 제아무리 신화에서 나올 법한 지옥의 군단이라고 해도 언데드인 이상 가볍게 막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스켈레톤 기병이 빠른 속도로 랜스를 뒤로 뺀다. 그리고 충돌하기 직전… 랜스를 빠르게, 그러면서도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나선으로 돌리며 기계처럼 앞으로 빠르게 내찔렀다.
콰아아아─!
송곳 모양의 랜스가 회전하며 검은 아지랑이가 사방으로 흩뿌렸다.
그것이 강철로 만든 바위산에 닿을 때, 방패를 든 노드 전사들은 작은 틈으로 볼 수 있었다.
방패가 나선으로 돌아가는 랜스에 의해 녹아 가는 것을!
랜스가 돌아가는 방향으로 방패 또한 녹아 휘어져 갔다.
그것을 깨달은 전사들이 경악한 표정을 지었을 때, 방패는 나선모양으로 꿰뚫렸다.
“무슨…크아아악?!”
콰콰콰쾅─!
그리고 충돌!
강철의 바위산은 단 한 번의 격돌로 무너져 내렸다.
중장비를 착용했음에도 충격을 이기지 못한 전사가 10m 이상을 날아가다 바닥에 떨어졌다.
퍽-! 우드득!
무거운 무게만큼 떨어진 충격으로 뼈가 박살 나는 건 당연한 이야기.
가벼운 물건이 던져지듯 날아오른 수십 명의 인간이 그대로 끔찍하게 죽어 나갔다.
하지만 그들은 그나마 행운이었다.
그나마 버티고 있던 이들은 해골마의 말발굽에 짓밟혀 단단했던 갑옷과 방패가 찌그러졌다.
“파, 파이크!”
후방에 있던 전사들이 급히 창을 아래로 내려 막으려 했지만, 그마저 역부족이었다.
돌격해 오는 스켈레톤의 갑옷에 닿은 창날은 그저 흠집만 내고는 부서져 버렸다.
푸욱!
그리고 창을 뻗은 인간들은 오히려 랜스에 꿰뚫려 몸에 커다란 구멍이 난 채 즉사했다.
“이, 이건 말이 안 되잖아! 이 정도라고는 듣지 못해…?!”
전방에 배치된 스파크 부족의 족장은 당황해 뒷걸음쳤다.
하지만 그의 바로 눈앞에 랜스가 닿을 때쯤, 족장은 절망 어린 표정을 지은 것도 잠시, 고개를 재빠르게 숙였다.
뜨거운 불길이 머리카락을 지지고 지나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냥 당할 거 같으냐?!”
족장은 들고 있던 도끼로 해골마의 무릎을 향해 힘껏 휘둘렀다.
콰직!
그제야 스켈레톤 기병 한 기가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가속력과 도끼의 충격으로 인해 무릎을 잃은 해골마 역시 그대로 바닥에 미끄러지며 허우적거렸다.
“이런 쓰벌! 뼈다귀 주제에! 역시 별거 아니잖아? 괜히 쫄았네! 잘됐다! 시체면 시체답게 그대로 죽어 있…”
순간, 족장의 머리통을 랜스가 꿰뚫었다.
엄청난 속도로 낙마했음에도 스켈레톤은 아직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스켈레톤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안광을 번들거리며 거대한 체구로 노드인들을 내려다봤다.
“포, 포위해라! 녀석은 말이 없어!”
낙마한 스켈레톤을 향해 전사 수백 명이 포위했다.
스켈레톤은 그 모습이 우스운지 턱을 움직여 이와 이를 부딪쳐 웃음소리를 냈다.
-카하하하하하!
“이, 이놈!”
전사들이 일제히 스켈레톤을 처치하려고 할 때였다.
멀리서 웅장하고 화려한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북을 치고, 나팔을 불고, 라라를 치는 소리가 대지에 울린다.
로키의 진형에 배치된 각종 악기를 든 스켈레톤 악단.
그들의 스킬 ‘연주’.
아군 언데드에게 치료, 공격력, 방어력, 기동성을 올려주는 서포터였다.
순간 무릎을 잃었던 해골마의 다리가 원상태로 복원되더니 그대로 벌떡 일어서 날뛰었다.
그에 스켈레톤은 그대로 안장에 올라타 다시 미친 듯이 랜스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찌르기용 창이지만, 단순 휘두름으로도 노드인들을 학살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말발굽으로 노드인들을 짓밟고 창으로 꿰뚫는다. 어느 정도 포위망을 풀렸다 싶자 다시 대열에 합류해 버렸다.
스켈레톤 기병들은 그대로 반원을 그리며 우회하고는 다시 본진 쪽으로 되돌아갔다.
“맙소사…!”
단 한 번의 격돌.
그것으로 노드인 전사 200여 명이 죽고 말았다.
그리고 상대는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폭풍우가 몰아친 것보다도 더욱 강렬하고 위협적이었다.
“…젠장!”
아움은 이를 악물었다.
언데드의 생각 이상의 무력에 지휘할 틈도 없었다.
불과 몇 분 만에 50기밖에 되지 않는 기병에 의해 수백 명이 죽고 말았다.
그런데도 적 진형에 대한 피해는 무(無)!
이 상황이 지속되다가는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조금 전까지 함성을 지르던 노드인들은 의욕을 잃은 채 두려운 눈빛으로 멀리 떨어진 로키의 군대와 방금 전사한 동료들을 쳐다봤다.
인형처럼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있고, 갑옷과 한 덩이가 된 시체도 여럿 보였다.
그들은 싸우고자 했지만 강대한 ‘무력’ 앞에는 일방적인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단 한 번 충돌했을 뿐인데 사기가 말이 아니야.’
지금의 노드인들은 ‘싸우고자 하는 의지’와 ‘도망치고자 하는 의지’에서 서로 갈등 중이었다.
만약, 이 상태에서 몇몇이 비명을 지르고 도망간다면… 그 여파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퍼져 나갈 것이다.
‘아직은 괜찮지만… 다음 공격은 어떻게 될지…!’
“혀, 형님!”
페르가 급히 아움에게 다가왔다.
“저, 저것들을 어떻게 해야….”
페르의 말에 아움은 쿠단에게 시선을 돌렸다.
“쿠단, 자네라면 저들을 쓰러뜨릴 수 있나?”
“있습니다만….”
쿠단은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너무 빠릅니다.”
“빠르다?”
“기동성 문제입니다. 저들이 무턱대고 저에게 돌격해 오면 모를까… 제가 맨다리로 그들을 따라잡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기병술에 뛰어난 것도 아니라 오히려 말을 타고 쫓다가는 먹잇감으로 전락할 겁니다.”
아움이 침음을 내뱉으며 고민하자 페르가 외쳤다.
“형님!”
“생각 중이야.”
아움은 눈을 감고 있다 뭔가 생각났는지 눈을 번뜩 뜨고는 외쳤다.
“다시 밀집 대형을 한다.”
“네? 하, 하지만 형님. 그건 소용없었잖습니까! 저들은 그 강력한 스파크 부족의 강철 벽도 뚫었습니다!”
“그래. 그러니 이번에는 최대한 허술하게, 그리고 민첩한 자들로 구성해 밀집해라.”
“…네?”
“다 방법이 있어.”
아움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상대가 돌격해 오면… 그 힘을 역이용하면 돼.”
***
우회해 본진으로 들어온 스켈레톤 기병의 랜스에 변화가 보였다.
묵빛 아지랑이가 점차 소멸되어가는 것이다.
쿨타임.
한 번 쓴 기술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게 아닌, 일정한 시간 동안만 사용 가능했다.
그러므로 이곳에 모인 스켈레톤들은 모두 일정 시간 동안 극한의 힘을 낼 수 있으며, 그것이 끝난 후에는 잠깐의 쿨타임이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라면 스킬 없이 단순 공격만 해도 충분히 적 진형을 붕괴시킬 수 있으리라.
“숫자가 아무리 많은들 결국 인간은 지친다. 그리고 나약하기도 하지.”
상대는 기병대가 없다. 있다고 해도 스켈레톤 기병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을뿐더러, 그들의 무기로는 스켈레톤 갑옷을 꿰뚫기란 역부족이다.
지금 이대로라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치고 빠지는 형식으로라면 단지 기병대만으로도 상대를 무너뜨릴 수 있다.
“뭐… 상대가 숫자만 믿고 무턱대고 나를 치러오는 방법도 있지.”
그러한 치명적인 약점을 타개할 방법은 그저 엄청난 물량으로 적의 수장을 제압하는 것.
하지만, 오천에 이르는 병력을 가지고 자신을 노린다면, 그 희생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로키는 힐끔 노드족 진형을 살폈다.
이번에도 방패를 겹겹이 이어붙이고 바위산 형태를 만들고 있다.
다만, 이전에 만든 방벽보다는 훨씬 느슨해 보였다.
“…무슨 속셈이지?”
저건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 하지만 분명 저렇게 만든 이유도 있을 터.
“궁금하군.”
로키는 다시 나이트를 움켜잡고 체스 말을 움직였다.
스켈레톤 기병이 눈을 붉힌다.
쿨타임 시간이 지난 그들의 해골마와 랜스에는 검은 아지랑이가 다시금 피어올랐다.
전과는 다르게 뒤편에 있던 스켈레톤 악단의 스킬로 그 위력은 더욱 강해졌다.
-크아아아아아악!
괴성과도 같은 함성이 메아리치며 다시 돌진을 시작했다.
쐐기 대형을 이루며 돌격하는 모습이 하나의 창날이 날아드는 모습 같다.
대지를 울리는 소리와 함께 빙판이 떨려왔다.
“오, 온다!”
“어이! 움직이지 마!”
“대형을 유지해!”
“하, 하지만 일부러 허술하게 지으라니…!”
노드인들이 주춤거릴 때였다.
바퀴 구르는 소리와 함께 그들의 뒤에 무언가가 배치되었다.
“…설마?”
노드인들이 그것을 힐끔 보았을 때… 스켈레톤 기병이 어느새 바로 코앞까지 다다랐다.
아움은 그런 적의 돌격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모두… 회피!”
“튀어!”
“빨리 안 움직이면 고슴도치가 된다!”
방패벽이 순식간에 분열된다.
너도나도 살기 위해 뜀박질을 한다. 얼마나 급했으면 방패까지 버리고 가버리는 사람까지 나왔다.
바위산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보이는 건 한 명의 사내.
거대한 워해머를 든 쿠단 라그나가 스켈레톤 기병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아움 리니아가 준비한 수십 기에 이르는 ‘병기’들.
‘전차’와 그 위에 설치된 소형 ‘발리스타’가 스켈레톤 기병을 겨누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스켈레톤 기병은 멈칫하며 안광이 커졌다.
그들은 고삐를 쥐고 우회하려 했지만, 이미 가속도가 붙은 터라 방향 전환이 어려웠다.
그럼에도 뛰어난 기마술로 방향을 전환한다.
하지만 그 잠깐의 ‘주춤거림’이 ‘표적’이 되어주기엔 충분했다.
스켈레톤 기병들의 대형이 조금씩 갈라지는 틈에 쿠단은 뒤에 배치된 발리스타를 두려워하지 않은 채 앞으로 뛰어들었다.
그대로 워해머를 쐐기 대형의 선봉에 선 스켈레톤 기병의 해골마를 향해 가격했다.
쾅-!
거대한 해머가 해골마의 마갑과 충돌했다.
마갑이 순식간에 금이 가며 뭉개진다. 더불어 그것에 감싸여 있던 해골마 역시 뼈가 으스러졌다.
뼈가 깎이는 소리와 함께 타고 있던 스켈레톤 기병의 몸 또한 산산이 부서져 사방으로 튀었고, 뼛조각들은 점차 빛 가루를 뿌리며 소멸되어 갔다.
“아직이다아아-!”
쿠단은 그대로 멈추지 않고 스켈레톤 기병을 부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