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64)
성좌가 된 플레이어-164화(164/250)
제164화
로키는 눈앞에 엎드린 자를 쳐다봤다.
늙은 노인이다.
그는 넝마와 같은 허름한 성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가 후드를 벗자, 붉은 머리와 눈이 보였다.
그는 무릎 꿇고 고개를 조아려,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로키가 무심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때, 옆에서 헛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허!”
로키를 보좌하던 아움이 낸 소리였다.
“…카르탈인이잖아?”
자리가 자리인지라, 아움은 최대한 감정을 추스르며 말했다.
“음….”
카르탈 왕국은 신성 교단의 바로 아래에 있는 작은 소왕국이었다.
그들의 특징이 붉은 머리와 눈이었다.
“저자를 아는가?”
“…….”
보통 때라면 저 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잠자코 지켜보았겠지만, 이번만큼은 아움에게 물었다.
아움의 목소리에 짙은 분노가 서렸기 때문이었다.
“카르탈 왕국은 신성 교단의 종속국이었습니다.”
그렇겠지, 성국은 주변에 작은 소왕국들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성국은 그 왕국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종속시켰다.
하지만 말이 그렇지, 사실상 다른 왕국의 침략을 막기 위한 방패막이 역할이었다.
“또한, 가장 먼저 우리 노드족 사냥에 발 벗고 나선 왕국이기도 합니다.”
신성 교단에게 잘 보이고자 카르탈 왕국은 약탈자들뿐만 아니라 노드의 용병들이나 여행자마저 배척하고 사냥하기까지 했다.
그뿐이겠는가?
어떤 이들은 파티를 이루어, 얼어붙은 대지로 몰래 침범해 노드족을 학살하고 그걸 자랑거리로 여겼다.
심지어는 나무에 목을 걸어두기도 했단다.
그런 카르탈 왕국을 높이 산 것일까?
신성 교단에서는 이단 심문관이라 할 수 있는 검은 심판자들 대다수를 카르탈 왕국에서 뽑아내었다.
“또한 일전 아스가르드가 성국과의 전쟁에서 전대 국왕이 선봉장으로 나서기도 했죠.”
그리고 카르탈의 전 국왕은 크론 제국과의 일전에서 황제 카르마의 군대에 전사하였다.
“신성 교단이 멸망하고 성황에게 수배령이 떨어져도 그를 지지하던 세력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 때문에 성황 팔리스가 카르탈 왕국에 있지 않겠냐는, 그런 의문이 들었죠.”
아움이 말을 할 때마다, 카르탈 왕국의 사절단으로 온 노인의 얼굴엔 식은땀이 흘렀다.
“…….”
로키는 옥좌 팔걸이를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
약탈자 노드족 뿐만 아니라, 가만히 있는 노드족이여도, 죄가 있든 없든, 무차별적으로 죽였다는 말이 된다.
그런 그들이 지금, 타락한 성좌의 침략을 받은 모양이다.
“그, 그간 아스가르드… 아니, 노드족에게 행한 악행들에 대해 속죄하겠나이다. 이 늙은이를 찢어 죽여도 상관없으니…. 부디, 부디 우리 왕국을, 내 손주 녀석을 살려주십시오.”
“…이름을 말하라.”
“제르미 카르탈이라 하옵니다.”
성을 들어보니 왕족이었다.
아움이 옆에서 말하길, 카르탈 왕국의 ‘전 국왕의 아버지’라고 한다.
로키는 흥미로웠다.
“왕족인데 허름한 차림새로군.”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정체를 숨기려 했던 거겠지.
“그래, 제르미라고 했나? 소상히 고하도록.”
이에 제르미는 입을 열었다.
***
카르탈 왕국의 위기는 타락한 성좌의 직접적인 침략이 아니었다.
그 성좌의 선택받은 ‘사도’가 직접 나선 것이었다.
바로 이웃 국가, 벨레트의 침략이었다.
“빛의 성좌, 머큐리께서 명하셨다. 그분을 섬기지 않는 어리석은 사교도 놈들을 한 명도 살려두지 마라!”
카르탈 왕국의 수많은 도시가 순식간에 불타올랐다.
벨레트 왕족들이 선봉에 나서서 신의 무구를 휘두르자, 수십, 수백의 기사와 병사들이 죽어 나갔다.
학살이 자행되었고, 카르탈 왕국은 항복했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건 항복이 아니다. 전쟁이다! 끝까지 싸워라! 그렇지 않으면 너희에게 기다리는 건 무의미한 개죽음일 뿐이다!”
벨레트 왕국은 카르탈 왕국의 항복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들이 바라는 건 자신들이 섬기는 성좌의 위대함을 알릴 기회와 그분에게 바칠 산 제물뿐이었다.
저항하든, 하지 않든, 벨레트 병사들은 모든 이들을 죽여나갔다.
일이 이렇게 되자, 카르탈 왕국은 다른 이웃 국가에 도움을 청했고, 그에 응한 다른 왕국들이 군대를 파견해주었지만.
“…시시하군.”
벨레트 왕족들의 힘이, 아니, 그들이 가진 ‘무구’가 너무 강력했다.
시체들로 산을 쌓아 올린 벨레트 왕족들은 다른 왕국들을 비웃었다.
결국 카르탈의 영지 대부분이 불타버렸다.
결국 수도와 그 뒤의 국경 지역만을 남겨두게 되었다.
카르탈 왕국은 싸움에 능통하다는 노드 전사들을 용병으로 고용해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했지만-.
“…거절한다. 카르탈인들을 도와줄 거 같아?”
노드인들은 오히려 고용하려는 자들을 위협하며 거절하였다.
제르미는 모든 말을 털어놓으며 로키의 눈치를 살폈다.
“그래서 우릴 찾아온 것인가?”
“노드족을 배척한 건 모두 이 늙은이의 잘못이 큽니다. 제가 모든 걸 방관할 때, 잘못된 선택을 하던 아들 녀석을 질책하던 것이 현 국왕인 제 손주 녀석이지요. 그놈만은, 그놈만은 노드족을 옹호하였습니다. 그러니… 제 손주만큼은 살려주십시오. 필히 장래에는 노드족을 위한 정책을-.”
“우린.”
로키가 입을 열자 말을 하던 제르미가 고개를 들었다.
“자선단체가 아니다.”
“……!”
“우리에게 무엇을 줄 수 있지?”
제르미는 아무 말도 못 했다.
“황금을 줄 수 있나?”
“모, 못합니다.”
크론 제국처럼 황금을 줄 수 있을 리가….
“인재를 줄 수 있나?”
“못… 합니다.”
카르탈의 수많은 가문이 불타버렸다.
인재가 없을뿐더러, 남은 가문들 역시 노드족에 호의적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볼모로 가기를 거절할 터였다.
“그럼 뭘 줄 수 있지?”
“…….”
제르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윽고, 서서히 뜨며 입을 연다.
“숭배.”
제르미는 고개를 들어, 로키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희 카르탈 왕국의 신앙심을 드리겠나이다!”
***
제르미는 아스가르드에 잠시 머무는 걸 허락받았다.
하지만 파병 요청은 불발되었다.
단지 신앙심?
마음을 주겠다고?
그것만으로는 군대를 파견하는 건 무리였다.
제르미는 하루도 빠짐없이 로키를 찾아와 간청했다.
바쁜 업무로 대면하지 못할 때는 궁전 앞에서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사로운 감정에 움직일 로키가 아니었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제르미는 발할 궁전에 찾아왔다.
버티다 못해 결국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쓰러질 때도 있었다.
그런 그를, 칸쿤이 다가와 일으켜 세우곤 머무는 숙소로 데려다주기도 했다.
“고맙습니다. 성녀님.”
“저는 성녀가 아닙니다.”
제르미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모두가 차가운 눈빛을 보낼 때, 그때마다 제르미는 눈앞의 여인에게 계속 도움을 받아왔다.
“매번 이렇게 도움을 주시다니,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괜찮습니다.”
물론, 여인은 도움을 주었다고 해도 그건 자비와 봉사를 위한 마음이 아니었다.
“그저 로키 님이 곤란해하실 거 같아 행한 일일 뿐입니다.”
궁전 앞에 힘없는 노인이 쓰러져 있으면, 로키를 찾아온 신도들에겐 좋은 인상을 주기 힘들 것이다.
“아스가르드에선 대가 없는 지원은 없습니다. 그러니 로키 님이 원하시는 걸 가져오시던지, 아니면 포기하십시오.”
칸쿤은 제르미를 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녀의 눈빛 또한 차갑기 그지없었다.
“…미안합니다. 이 늙은이가 폐를 끼쳤군요.”
그런 그녀의 눈빛을 볼 때마다 제르미는 가슴이 아파져 왔다.
자식이 행한 업보를, 자신의 왕국과 손주 녀석이 그대로 받고 있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내가 아들을 제대로 이끌었다면….’
지금쯤 아스가르드의 도움을 받아 손주 녀석을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 하다못해 용병들을 고용하고 싶습니다.”
문을 나가려는 칸쿤을 보며, 제르미가 말했다.
“부디, 부디 도움을 주십시오!”
“…저에게도 카르탈 왕국에 대한 보고가 들어옵니다.”
“……?”
칸쿤이 뒤를 돌아 싸늘한 표정으로 제르미를 노려봤다.
“모든 노드족이 카르탈 왕국을 저버렸다고 생각하십니까?”
로키가 카르탈 왕국에 대한 고용 계약 거부를 실행하지 않는 한, 노드 용병들은 모두 자유였다.
그들 모두가 카르탈 왕국에 대한 고용 의사를 거부할 리 없었다.
“고용된 수많은 노드족이 전사했습니다.”
노드족은 그들이 아니꼽긴 해도, 보다 많은 고용금에 혹해 응하기도 하고, 혹은 동정심과 연민에 그들을 돕고자 나선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이.
“아군의 손에 의해 전사했습니다.”
“……!”
“카르탈 귀족들이 노드족들을 최전방에 배치해 방패막이나 미끼 역할로 싸우게 하곤 보급을 주지 않을뿐더러, 선금을 제외한 남은 계약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그, 그럴 리가 없습니다! 저에겐 그런 보고가 들어온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뒤가 켕기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제르미의 아들이 실행했던 노드족에 대한 탄압 정치.
그로 인해 다른 귀족들 역시 노드족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로 인해 발생한 차별이 전쟁 중 발생하지 않을 리 없었다.
그리고 그러한 행동을, 귀족들이 왕실에 보고할 리 없었다.
“…죄, 죄송합니다.”
제르미는 하염없이 눈물만을 흘렸다.
“죄송합니다. 이 늙은이가 자세히만 알아봤어도….”
흐느끼며 얼굴을 감쌌다.
그 모습에 칸쿤의 표정이 살며시 풀렸다.
그에게서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카르탈 왕국이 벌인 업보는 되돌릴 수 없었다.
노드인들은 그들의 요청을 거부할 것이며, 아스가르드는 군대를 파견할 계획은 없을 것이다.
칸쿤은 제르미에게 손수건을 준 채 방문을 나와 문을 닫았다.
그녀의 뒷머리가 문을 기댔다.
문 너머로는 그의 후회 어린 흐느낌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다음날, 소식이 들려왔다.
카르탈 왕국의 수도가 함락당했다는 것이었다.
그에 어린 카르탈 왕은 그 행방이 묘연해졌다.
이후, 제르미는 발할 궁전에 찾아가지 않았다.
숙소에서 그저 폐인이 되어 멍하니 하늘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식사, 두고 가겠습니다.”
그런 제르미를 챙겨주던 것이 칸쿤이었다.
식사를 선반 위에 올려두었다.
창가에서 하늘만을 바라보는 제르미.
칸쿤은 한숨을 내쉬며 등을 돌렸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까?
어느 날, 아침.
아스가르드에 눈이 아닌, 여름의 장맛비가 내렸다.
노드인들은 오랜만에 내리는 비에 신기한 듯, 비 구경을 위해 밖에 나와 있었다.
“와…! 물이 하늘에서 떨어져!”
아이들이 신기해한다.
어른들도 수년 만에 보는 비였다.
모두가 해맑은 미소를 지을 때, 그들 사이로 칸쿤이 로브를 썼다. 수도 순찰을 나가려 할 때였다.
“성, 성녀님!”
궁전 입구에 제르미가 찾아왔다.
그의 손에는 꾸깃꾸깃 뭉쳐진 젖은 양피지가 보인다.
“손주 녀석에게서 편지가 왔습니다!”
제르미가 간절한 눈빛으로 칸쿤을 바라봤다.
“아직 손주 녀석이 살아 있어요!”
그녀에게 다가가자 노드 전사들이 창대로 그를 막았다.
“용병.”
그가 칸쿤에게 애원하듯 간절히 외쳤다.
“용병을 고용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