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67)
성좌가 된 플레이어-167화(167/250)
제167화
피난은 고단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에 산악 지대는 흘러내린 토사물로 엉망이 되었다.
언제 일어날지 모를 산사태에 난민들은 불안해했다.
“…전하.”
요한은 자신에게 다가온 병사를 쳐다봤다.
“벨레트 레인저로 보이는 이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숲속에서 불온한 움직임이 보인다.
“…아마도 칸타 요새로 가는 샛길을 알아내기 위해 움직이는 거 같습니다.”
요한은 숨이 턱하고 막혔다.
그 말은 자신들이 요새의 빈틈을 알려주는 것과 같았다.
“지금 당장 우회하셔야 합니다.”
벨레트의 레인저들도 칸타 요새의 샛길을 알아내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최소 며칠에서 수개월은 걸리겠지.
하지만 요한과 난민이 칸타 요새로 향하도록 그저 기다리기만 한다면 손쉽게 길을 알아낼 수 있다.
‘칸타 요새로 향하는 루트는 세 곳.’
그곳에 함정을 둔다면 어찌어찌 방어하여 시간을 끌 수 있겠지만.
적이 이 샛길을 알게 된 순간 수성의 난이도는 급상승하게 될 것이다.
“어떻게 할 거지?”
요한은 말을 걸어온 상대를 쳐다봤다.
괴물마를 탄 채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로키.
그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음에도, 자신과 병사의 대화를 들은 모양이다.
“소수라면 빼돌리는 건 일도 아니다.”
요한은 로키가 내뱉은 말의 의미를 모르진 않았다.
난민을 버릴지 말지를 선택하라는 말이었다.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요한은 뒤를 돌아봤다.
난민들 모두 희망이 꺼진 듯한 눈빛을 내비친다.
그런데도 발을 꾸역꾸역 앞으로 내디딘다.
본능적으로 살고자 하는 의지가, 무거운 다리를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리라.
요한이 구해줬던 아이도 눈치를 보며 요한의 뒤를 쫓다가 넘어졌다.
그러다 다시 일어서서 요한을 보곤 배시시 웃는다.
모두 자신만을 믿고 따라와 주고 있었다.
이런 이들을 저버리라고?
“…데려가겠습니다.”
병사들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머리를 쥐어뜯는 게 요한의 우유부단함을 원망하고 있으리라.
반대로 로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후회할 텐데?”
“네…. 아마도… 그럴 거 같습니다.”
요한이 억지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한 선택이 난민뿐만 아니라 이미 칸타 요새로 대피한 또 다른 난민들까지 위험에 빠뜨릴지 모른다.
귀족들은 그런 요한을 책망할 게 뻔했다.
하지만, 그래도 자신만 바라보는 백성들을 포기하기 싫었다.
“좋다.”
로키가 기분 좋은 음성을 내뱉었다.
***
칸타 요새는 마지막 요충지였다.
요한은 산꼭대기에서 숨을 고르며 풍경을 내려다봤다.
칸타 요새 옆으로 길게 뻗어 있는 강이 보였다.
“아….”
요한은 입을 다물고 있음을 알았지만, 혹시 자신이 내뱉은 게 아닐까 하고 착각했다.
그만큼, 너무나도 고된 피난이었다.
진흙 범벅이 되어 무거워진 몸을 움직이고, 빗물을 피해 나무 아래에서 잠을 청하고.
지쳐 나가떨어지는 난민들을 보며, 꾸역꾸역 견뎌내고 나서야 목적지에 도달한 것이다.
‘다들 눈빛이 살아나기 시작했어.’
요한은 난민들을 바라봤다.
그들의 죽은 눈빛에서 서서히 희망의 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가, 가도록 하죠!”
요한이 로키를 바라보며 외쳤다.
어느새, 그는 로키를 따르고 있었다.
요한이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리라.
그 모습에 칸쿤이 쿡쿡 웃었다.
“마치 삼촌을 따르는 조카 같습니다.”
쿠단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이쿠, 이제 좀 쉴 수 있겠어. 오랜만에 여행하려니 나도 좀 지치는군.”
샤먼은 허리를 곧게 폈다.
요한은 기쁜 표정으로 소리쳤다.
“자, 가도록 하죠!”
“그래, 하지만 알아둬라.”
“……?”
“우리 뒤에 붙은 추격자는 이 샛길을 알아냈다.”
“……!”
“너는 적의 군대가 침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거다.”
요한의 얼굴이 굳어졌다.
어린 요한으로선 어깨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후회하나?”
“…아니요. 아직은요.”
요한은 고개를 들었다.
“보다 많은 백성을 살렸으니, 된 겁니다.”
“더 많이 죽을 수도 있을 텐데.”
“그렇게 되지 않게 노력해야죠.”
어차피 벨레트 병사들은 난민들을 살릴 생각이 없다.
차라리, 조금의 희망을 품고 힘을 모아 맞서 싸우는 게 나으리라.
로키 일행과 요한, 난민들이 줄지어 산에서 내려갔다.
그에 따라, 칸타 요새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뎅-! 뎅-! 뎅-!
종이 울리며, 성벽마다 궁수들이 배치되었다.
공성 병기마다 병사들이 배치되고, 성문을 지키고 있던 병사들은 사다리를 타고, 성벽 위로 올라갔다.
요한은 멈칫했다.
감시탑에서 자신들의 허름한 몰골을 보고 난민이라는 걸 알 수 있을 텐데도, 경계령을 내린 모양이다.
그만큼, 칸타 요새도 민감한 상태라는 거겠지.
“모, 모두 뒤로 물러나십시오.”
요한은 로키 일행을 뒤로 물렸다.
그리고 두 손을 들어 앞으로 나아갔다.
그에, 요한의 바로 앞으로 화살이 꽂혔다.
“……!”
맙소사, 자신에게 화살을 쏴!?
충격이었다.
얼마나 궁지에 몰려 있으면 자신도 알아보지 못하고 이런단 말인가!
“누구냐!? 이름과 소속을 밝혀라!”
경비병이 성벽 위에서 소리쳤다.
“나, 나는 요한 카르탈. 카르탈의 왕이다!”
요한은 목소리를 높여 소리쳤다.
그러면서도 무안해졌다.
대륙 어느 곳을 뒤져봐도, 이런 식으로 외치는 왕은 없을 터였다.
원래라면 미리 사절단을 파견해, 문제없이 입성했겠지만.
요한에겐 그러한 인물도 더는 없었다.
병사들을 보내기엔 신분 증명도 어려울 테니, 직접 나설 수밖에.
“…자,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경비병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왕족, 그것도 왕에게 화살을 쐈다는 것은 곧 그 결말이 정해진 것과 다름없었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 성벽에서 사다리가 내려졌다.
“타고 올라오십시오!”
요한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뭐?”
기사로 보이는 자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외쳤다.
“타고 올라오십시오!”
“…….”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로키는 눈살을 찌푸렸다.
기사가 외치는 목소리가 컸던 탓인지, 칸쿤은 의문이 깃든 말투로 로키에게 물었다.
“보통 저럴 때는 기사가 내려오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러면 왜…?”
“기선 제압이로군.”
“네?”
궁지에 몰린 귀족들이다.
그들로선 자존심 강한 왕족을 한 번 짓밟고, 순종시키는 게 목적이리라.
요한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고, 그 모습을 로키는 쳐다봤다.
기사가 요한을 확인하곤 무릎을 꿇는다.
귀족들이 성벽에서 요한과 마주했다.
대화가 오간다.
잠시 후, 요한의 감정이 격해지며 소리치는 게 보였다.
“뭐라고 하는 걸까요?”
칸쿤의 말에 로키가 요한과 귀족의 입 모양을 보며 말했다.
“성문을 열 수 없습니다…라는군.”
***
“미, 미안하다.”
난민들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요한이 고개 숙여 난민들에게 사과하고 있었다.
“그대들을… ‘요새 안에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한다.”
“…난민들을 짐 덩어리 취급했군.”
요한은 고개를 돌려 로키를 쳐다봤다.
“놈들은 나라를 버렸다. 너는 어떻게 할 거지?”
로키의 말에 요한은 놀란 눈빛을 내비쳤다.
“어, 어떻게 아셨습니까?”
“네 입 모양을 봤다.
“그, 그 먼 거리에서 그걸 보셨단 말입니까?”
“그래.”
“…….”
요한은 이를 악물었다.
‘지금 난민들을 데리고 오시면 어떻게 합니까!?’
버럭 소리치는 헬터 성주.
그는 근육질에 곱슬머리, 반달 모양의 콧수염을 지닌 사내였다.
그는 군을 이끄는 성주답게 전신을 갑옷으로 무장한 채 거대한 몸으로 요한을 내려다봤다.
그가 인상을 와락 구기니, 마치 뿔 달린 야생 멧돼지처럼 보여 요한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병사도 모자란 판국에, 싸우지 못할 난민들을 데리고 오시다니요?’
당장 성에 있는 식량도 부족했다.
칸타 요새 주변에 있는 강으로 이웃 국가에서 식량을 원조받고 있다지만, 그것에 한계가 있다.
‘그들은 고기 방패도 되지 못합니다! 저들이 죽어 나간다면 주변 국가들이 어떤 생각을 가질 것 같습니까?’
이미 헬터 성주는 이 나라를, 카르탈 왕국을 포기했다.
그의 생각은 오직 하나였다.
‘도움이 되시질 못할망정, 오히려 저희의 계획을 망치시다니! 전대 국왕 전하의 피를 그대로 물려받으셨군요!’
벨레트 왕국군을 막아낸 업적과,
귀족과 왕을 끝까지 지킨 영웅으로서,
그 충심과 공로를 인정받아 이웃 국가에 망명을 요청하려는 생각이었다.
‘난민은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게다가 야만족을 호위로 데려왔다? 허, 그 사교도 놈들을 받아들이다니….’
타국에서 소수의 귀족과 군대를 받아들일지언정, 골칫거리인 난민들을 받아줄 리 없었다.
게다가 헬터 성주는 노드족의 토벌에 적극적으로 나서던 군인.
노드족의 호위를 받고 왔다는 요한을 벌레 보듯 쳐다봤다.
‘제가 전하를 도와드릴 수 있는 건 한 가지 조건을 충족했을 때입니다! 난민을 버릴 것. 아니면 저도 전하를 이 요새에서 쫓아낼 수밖에 없습니다!’
헬터 성주는 요한을 향해 삿대질하며 압박했다.
다른 귀족들의 만류로 겨우 헬터를 막을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요한은 깨달았다.
‘헬터 성주와 귀족들은 이 나라를 포기했어.’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수도가 함락당했다는 건 나라의 끝을 알리는 것과 같으니까.
겨우 요새 하나만이 남아 있고, 다른 영지의 귀족들도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을 터였다.
벨레트 왕국군을 몰아낸다고 해도, 다시 이 나라가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
결국 타국에 망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마지막 장군, 헬터 성주를 지지할 수밖에 없을 터였다.
타국도 카르탈 왕국의 몰락을 감지한 직후다.
쓸모없는 귀족보단, 싸움 경험이 출중한 군대와 그것을 지휘하는 헬터 성주라면 쉽게 받아들일 터였다.
요한은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망국을 위한 충신은 없었다.
“그, 그래도 이틀 치 식량과 함께, 저를 구해준 여러분들은 성채에 초대해준다고 하였습니다! 연회는 열지 못하지만, 간단한 식사 자리는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나마 요한을 진심으로 섬기던 귀족들이 도움을 주었다.
자신과 자신을 구해준 이들에게 보답하고자 간단한 식사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난민에게는 이틀 치 식량이 제공되었다.
“우선, 안으로 들어가시죠. 그다음부터, 여러분을 고용할 대가에 대해 의논할까 합니다.’
중요한 자리이니만큼, 자신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건 그 무엇도 없었다.
요한의 말에 로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성문이 서서히 열렸다.
“여, 열렸다!”
난민들이 칸타 요새의 성문으로 향했지만, 병사들이 방패와 창을 들고 그런 난민들을 막아냈다.
“모두 물러서!”
“물러서라!”
카르탈의 병사들이 난민들을 밀쳐냈다.
“전하! 전하! 전하께서는 우리를 버리시는 겁니까!?”
요새의 성문으로 걸어가는 요한과 로키, 칸쿤과 쿠단, 샤먼을 보며 난민들은 소리쳤다.
믿고 따라왔건만, 여기서 버려지는 건가 싶어 소리친다.
“살려주십시오! 전하!”
요한은 그런 난민들을 보며 말했다.
“너, 너희를 버리는 게 아니야! 너희를 구하기 위해 귀족들과 회의해서….”
“저, 저딴 노드족보단 저희를 먼저 챙기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요한은 멈칫했다.
“노드족보단 우리를 구해주십시오!”
요한은 급히 로키 일행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죄, 죄송합니다.”
“괜찮다.”
로키는 무시했다.
아움에게 어느 정도 카르탈에 대해 들었던 그였다.
저런 태도는 예상했던 바다.
칸쿤과 쿠단, 샤먼도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칸쿤이 로키에게 속삭였다.
“그런가?”
“네….”
이 요새에 행군할 때까지는 조용했건만, 지금은 자신들이 버려질까 봐 이성을 잃은 모양이다.
‘그래도 그렇지… 너무하잖아….’
구해줄 때는 감사 인사는커녕, 경계하는 눈빛을.
이제는 이런 적의라니.
칸쿤이 깊게 한숨을 내쉴 때였다.
툭-.
“……?”
칸쿤은 로키를 쳐다봤다.
그의 몸에 돌멩이 하나가 맞는 게 보였다.
“꺼져라!”
“더러운 노드족!”
칸쿤은 고개를 돌렸다.
난민들이 돌멩이를 집는 게 보였다.
그에 따라, 칸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눈빛은 분노로 바뀌었고, 그녀 몸에서 짙은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죽인다.”
성검 부르트강을 잡아, 난민을 향해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