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68)
성좌가 된 플레이어-168화(168/250)
제168화
로키가 손을 뻗어 칸쿤의 성검 손잡이를 잡아 틀었다.
뿜어져 나온 참격이 지면으로 향해 바닥을 긁어댔다.
뿌연 먼지가 피어오르고, 난민 무리의 맨 앞에 있는 이들이 넋이 나간 채 로키 일행을 쳐다봤다.
“……!”
눈을 부릅뜬 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보였다.
성벽 위에 있던 병사들도, 난민을 막으려 했던 경비병들도 바닥이 푹 꺼진, 예리하게 갈라진 땅을 보며 석상처럼 굳어졌다.
만약 저 참격이 바닥이 아닌 자신들에게 향했다면?
성벽은 부서져 내리고, 난민들은 반으로 갈려 떼죽음을 당했을 것이다.
칸쿤은 화가 난 늑대처럼 이를 보이며 으르렁거렸다.
“…….”
칸쿤뿐만이 아니었다.
쿠단은 등에 짊어졌던 묠니르를 뽑아 든 상태고, 샤먼도 지팡이를 치켜든 모습을 내보이고 있었다.
로키가 칸쿤을 만류하지 않았다면, 그들도 망설임 없이 이 자리에 있는 난민들을 도륙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행동에 흥분한 칸타 요새의 생존자들이 달려들 것이고 결국엔 칸타 요새는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진정해.”
로키의 침착한 음성이 들려왔다.
“우린 요한이란 꼬맹이를 호위하러 온 거지, 쓰레기를 청소하러 온 게 아니다.”
그의 목소리가 칸쿤의 분노를 달래고 있었다.
“…….”
칸쿤은 진득한 살기가 깃든 눈빛으로 난민들을 노려보다가 이내, 눈을 감고 심호흡했다.
성검을 다시 납검하고는 입을 열었다.
“이성을 잃었습니다. 송, 송구합니다.”
쿠단과 샤먼도 살기를 거두었다.
“…죄, 죄송합니다!”
요한은 급히 로키에게 다가와 사과했다.
그리고 경비병들에게 소리쳤다.
“나, 난민을 물리도록!”
그제야 제정신을 차린 경비병들이 난민들을 밀치며 거리를 벌렸다.
경비병들도 느낀 것이다.
아주 잠깐이지만, 생존 본능이 외치고 있었다.
이자들을 적으로 두어서는 안 된다고….
평범한 자들이 아니었다.
저들을 분노케 하다간 그 화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칸쿤의 위협이 있었기 때문일까?
난민들은 순순히 물러났다.
로키는 그 모습을 보며 미련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요한은 그런 로키의 눈치를 보며 쪼르르 따라갔다.
열린 성문으로 칸타 요새에 입성하자, 귀족들이 마중 나와 있었다.
그들이 고개를 숙여 요한을 맞이했다.
“따뜻한 물과 식사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그들은 요한에게 말하면서도, 로키 일행을 긴장한 채 쳐다봤다.
요한의 호위로 고용된 용병, 그저 그런 줄만 알았다.
요한이 헬터 성주에게 침이 튀도록 그들을 칭찬하는 것을 봤을 때, 그저 어린아이가 말하는 허풍인 줄만 생각했다.
‘수백의 벨레트 왕국군을 단지 넷이 압도하여 물러나게 했다!’
…란 소리를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조금 전 보인 참격을 보았을 때, 단순히 어린 아이의 허풍이 아닌 모양이었다.
‘저 여전사가 가진 검, 평범한 검이 아니다!’
‘벨레트 왕족이 가진 신의 무구보단 못하겠지만, 그래도 쓸만할지도 모르겠군.’
여태 보았던 노드 용병보다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그들은 하인과 하녀들을 불러, 로키 일행에게 귀빈실을 안내할 것을 명령했다.
“씻고 밥 먹으라는군.”
로키의 가벼운 농담조에 칸쿤과 쿠단, 샤먼은 표정을 풀었다.
그들도 오랜 여행 끝에 푹 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로키 일행이 귀빈실로 안내받는 동안, 귀족들은 그들에게 끊임없이 이야기를 건넸다.
상당히 우호적인 태도였다.
전쟁의 막바지다.
그들이 보인 무력은 자신들의 목숨을 부지해줄지도 모른다는 희망에서였다.
“…다행이야.”
먼젓번과는 다른 좋은 분위기에 요한은 안도했다.
요한은 로키를 따라가다 자신의 몸에서 냄새가 나지 않을까 싶어 코를 킁킁거렸다.
“으윽!”
지독한 악취가 난다.
요한은 하인을 보며 물었다.
“씻고 싶다.”
“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요한은 배정된 방으로 향했다.
***
“아… 살 거 같습니다!”
칸쿤은 오랜만에 따듯한 물에 몸을 담글 수 있어선지 매우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 전에 품었던 노기마저 풀어낼 수 있었다.
젖은 머리를 털어내며, 귀빈실에 모인 로키와 쿠단, 샤먼을 바라봤다.
로키는 쿠단과 함께 창문 바깥을 바라보고 있었다.
로키는 요새 상태를 살폈고, 쿠단은 성문 앞 난민들을 바라봤다.
“요새의 경비로는 1,000명 정도밖에 보이지 않는군.”
카르탈 왕국의 마지막 병력인 셈이다.
수준도 용병 수준에 불과하겠지.
“북쪽에 저희가 이용한 샛길 하나, 서쪽에 있는 3개의 길목이 있다고 합니다. 길목마다 장벽이 있고 병사는 300 정도가 지키는 모양입니다.”
적은 병력이다.
모두 합쳐도 기껏해야 2천이 될까 말까 한 수준.
그 상태에서 언제 폭동을 일으킬지 모르는 수천의 난민이 앞마당에 있으니, 이곳 병사들로선 불안할 터였다.
“문을 열어라!”
“우릴 들여보내 주세요!”
칸타 요새의 성문엔 난민들이 모여 문을 열라며 시위하고 있다.
어떤 이가 경비병에게 돌을 던지자, 경비병이 창을 겨누며 위협했다.
그제야 난민들이 물러선다.
절망에 이성을 잃어도 목숨이 위협당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꼬리를 내려버린다.
잠시 후, 요한이 약속한 보급품들이 앞마당으로 이동했다.
보급품을 풀자, 난민들이 개미 떼처럼 모여들었다. 보급품을 가져가기 위해 서로 난투극까지 일어났다.
“누가 야만인인지 모르겠군.”
로키는 그런 이들을 비웃었다.
“살고자 발악하는 거겠지요.”
쿠단의 말에 샤먼이 지팡이를 손수건으로 손질하며 말했다.
“허허, 노드인이었으면 쥐꼬리만 한 보급품에 연연하기보다는 이 요새를 점령하려 했을 텐데 말이지.”
그 말에 칸쿤은 어색하게 웃었다.
“불쌍하군요.”
그 말에 세 사람이 칸쿤을 쳐다봤다.
“……왜요?”
칸쿤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세 사람은 고개를 저었다.
똑똑-!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하인이 고개를 숙여 말한다.
“식사가 마련되었습니다.”
***
식사 자리는 화려했다.
진귀한 음식들이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고, 옆에선 악단이 감미로운 곡을 연주했다.
상황에 비해 꽤 사치스러운 밥상이다.
그런 생각에 로키는 골똘히 생각했다.
어린 왕을 구해준 보답일까?
로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평소에도 이런 식사를 하는 거겠지.’
하긴, 저들에겐 난민은 더는 조국의 백성이 아닐 터였다.
국가는 멸망했고, 망명만이 남은 상황.
남을 도와줄 바에야 자신들을 위한 사치를 선택한 것일 테지.
“어서 오시오!”
카르탈의 귀족들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허리를 숙여 인사한다.
“전하를 구해준 것에, 다시 한번 감사하오.”
젊은 귀족이 손을 뻗어 자리를 권했다.
“어젯밤부터 행군하느라 아무것도 드시지 못한 것으로 압니다. 어서 앉아 식사하시지요.”
그 모습에 칸쿤이 로키에게 속삭였다.
“예의가 바르네요.”
로키도 예상외였다.
노드인을 차별하는 나라치곤, 눈앞에 있는 귀족들의 행동이 퍽 살가웠다.
중년 귀족이 말했다.
“전하께서는 조금 있다가 오실 것이오. 먼저 은인들을 대접하라고 말씀하셨기에, 바로 만찬을 즐기시면 될 거 같소.”
귀족들의 권유에 식사가 시작되었다.
“맛있습니다!”
“오호, 이 술, 상당히 맛나군!”
“…타국의 음식을 맛보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군요.”
칸쿤과 쿠단, 샤먼은 만족스러워했다.
로키는 식사를 맛보곤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들의 반응에 귀족이 흐뭇해하며 말한다.
“입맛에 맞으십니까?”
“그래.”
로키의 반말에 말을 건 귀족의 눈 근육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불만을 토해내진 않았다.
“저희 왕국의 음식은 대륙에서도 유명합니다. 원하신다면 주방장에게 조리법을 적어두라 일러두겠습니다.”
이야기가 오간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무르익자 귀족들은 본론을 꺼내 들었다.
“아, 요한 전하께서 말씀하셨소. 그대들의 고용에 대한 건인데….”
그때였다.
“서, 성주님! 안 됩니다! 게, 게다가 그 여자는 뭡니까?!”
“뭐가 안 된다는 것이냐?! 젠장, 나를 빼고 만찬을 즐겨?! 아무리 왕이라지만, 이 요새에 있는 물건들은 모두 내 거다! 함부로 쓰지 말라고! 그리고 내 물건을 내가 어찌하든 무슨 상관인가!”
“지, 지금 안에는 전하의 귀빈분들이 있으십니다! 그분들 대부분이 노드족이십니다. 만약 이 모습을 보였다간…!”
“아! 그래, 그 용병 중 여자도 있었잖아? 미인인가? 그러면 나에게 먼저 인사하러 와야 할 거 아닌가! 이 성의 주인은 나인데! 이래서 야만족들이란…! 예의가 없어!”
바깥이 소란스러웠다.
그에 따라 귀족들이 인상을 와락 구겼다.
“아, 저 무식한…!”
“이래서 군벌 출신은….”
“…잠시, 자리를 좀 비우겠소.”
중년 귀족이 일어서 문에 다가갈 때였다.
벌컥 문이 열렸다.
“하하!”
통쾌한 웃음소리.
“꺄아악!”
그와는 반대로 비명도 들려왔다.
칸쿤, 쿠단, 샤먼의 얼굴이 굳어진다.
로키는 포도주가 든 잔을 입에 대며 시선을 식당 입구 쪽으로 향했다.
“하하! 이거 너무하지 않소? 이 성의 주인인 이 몸을 빼고 만찬을 즐기다니?”
멋들어진 수염과 건장한 체구를 가진 사내가 들어섰다.
이미 술에 취한 것인지 얼굴이 붉어져 있다.
몸 역시 제대로 가누지 못해 휘청거린다.
그의 손에는 한 여인의 머리끄덩이가 잡혀 있었는데, 그 여인의 머리카락 색이 푸른 것이 노드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그만해주세요. 제발… 시키는 대로 했잖아요. 그러니 제발 제 아이를… 풀어주세요!”
여인은 눈물범벅이었다.
그녀의 팔다리는 자상으로 가득했는데, 한쪽 발을 제외하고는 힘줄이 끊긴 듯 보였다.
귀족들은 그 모습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헤, 헬터 성주! 이게 무슨 짓입니까!? 으, 은인들 앞에 노, 노드인을 그렇게 다루다니!”
귀족들이 로키 일행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고함을 외쳤다.
헬터 성주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허? 나만 잘못한 것처럼 그렇게 말하는 것이오? 노드족을 이렇게 다루는 건….”
헬터 성주가 귀족들을 가리켰다.
“당신들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
귀족들이 움찔했다.
그들은 로키 일행의 눈치를 살폈다.
쿠단과 칸쿤, 샤먼의 눈빛이 싸늘해지는 걸 감지하곤 급히 헬터에게 다가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이오!”
“왜? 고용한 용병 중, 무식하게 강한 놈들은 최전방에 보내 고기 방패로 쓰고, 머리 나쁜 놈들은 속여 잡아다가 노예로 쓰지 않았나?”
“그… 일단 나갑시다!”
중년 귀족이 헬터 성주를 막아 세우며 식당 밖으로 내보내려 했다.
젊은 귀족이 로키 일행을 보며 어색하게 웃는다. 그중 대표되는 로키에게 다가가 말을 건다.
“하, 하하! 뭔가 오해가 있었나 봅니다. 일단 이 건에 관해서는 이야기를….”
젊은 귀족이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말꼬리를 흐린다.
로키는 눈치챘다.
그러고 보니…. 이 카르탈의 귀족들은 단 한 번도 쿠단, 칸쿤, 샤먼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무의식적으로 그들을 멸시하고 있는 것이다.
“오오! 뭐야, 미인이 있었잖아? 게다가 저 노인은 모르겠지만, 저 곰 같은 사내는 꽤 쓸만하겠어! 호위 노예로 제격이로군!”
헬터 성주는 쿠단과 칸쿤, 샤먼을 번갈아 가며 말했다.
그리고 로키를 발견했다.
“그대가 이 노예들의 주인인가?”
“…….”
로키는 포도주잔을 내려놓았다.
손을 뻗어 커다란 구워진 고기의 다리를 뜯어 입에 머금는다.
리더로 보이는 자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헬터 성주는 긍정으로 받아들였다.
“그대는 용병이라지? 그러면 그대를 고용하지. 우리가 타국까지 가는데 호위를 해줬으면 한다.”
로키는 고기를 한껏 씹어먹고는 시선을 돌려 입구 쪽으로 향했다.
식당 앞 경비를 서던 경비병이 눈치를 보고 있었다.
“나가도록. 이들과 이야기하겠다.”
로키의 말에 경비병들은 귀족들을 쳐다봤다.
귀족들은 이마를 짚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병사들이 문을 닫고 나갔다.
식당 안에는 침묵과 로키의 음식을 씹는 소리만이 가득했다.
헬터 성주는 웃으며 말했다.
“범상치 않은 실력을 갖췄다지? 그대들을 고용할 돈은 충분하다. 만약 부족하다면 노예들을 주겠다.”
“노예?”
헬터 성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손가락으로 노드의 여인을 가리켰다.
“그래, 이 몸과 이곳에 있는 귀족들의 전리품이 많거든.”
“…….”
“그러니….”
“이곳에 온 게 정답이었군.”
로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헬터 성주를 마주 본다.
“정말로 불쾌해.”
“뭐?”
“우리가 아스가르드의 용병이라는 건 아나?”
“…그게 뭔 상관인가? 그대는 노드족이 아니지 않은가?”
“아니지. 하지만….”
로키는 손가락으로 노드의 여인을 가리켰다.
“저자는 나의 종자다.”
“종자? 노예가 아니라?”
헬터 성주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
단순히 만취해서가 아닌, 가치관 자체가 달라서다.
“그럼 묻지. 잡힌 노드인이 얼마나 되지?”
만취한 헬터는 횡설수설하며 말했다.
“노드족이야 많지. 대강 50명 정도? 망명할 때 귀족들에게 팔아버릴 놈들로 엄선했고, 나머진 다 벨레트 놈들에게 빼앗길 바에야 죽이는 게 좋다고 해서 다 죽였다. 그러니….”
“그렇군. 너희가 망명을 가려는 곳도, 똑같다는 거겠지. 좋은 정보 감사하마.”
로키는 손에 쥔 마지막 고기는 모두 먹어버렸다.
뼈마저 씹어먹는다.
그러자, 남은 뼈가 뾰족하게 만들어진다.
로키는 헬터의 정수리를 잡고는 뾰족한 다리뼈를 헬터 성주의 목에 꽂아 꿰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