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69)
성좌가 된 플레이어-169화(169/250)
제169화
“커컥-!”
헬터 성주가 비명을 지를 틈도 없었다.
지켜보던 귀족들은 너무 놀란 나머지 멍하게 있을 뿐이었다.
로키는 잡은 뼛조각을 놓았다.
헬터 성주가 목을 부여잡고 바닥에 쓰러졌다.
“…무, 무슨 짓을…?”
귀족들이 중얼거렸다.
설마 이토록 망설임 없이, 그것도 끔찍하게 헬터 성주를 살해할 줄이야!
아니, 살해한 게 아니다.
헬터 성주가 캑캑거리며 바닥을 기어가고 있었으니까.
“도…줘.”
목이 꿰뚫려서인지 바람이 새는 소리만 날 뿐이었다.
“이 세계 인간들은 정말로 끈질겨. 그래서 더 고통스럽겠지.”
로키는 헬터 성주를 벌레 보듯 내려다보다 귀족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동정과 연민으로 너희를 지키고자 나섰던 이들을 노예로 만들어?”
“…….”
“제르미의 말은 틀렸다. 그의 손자가 아무리 노드인에 대한 올바른 정책을 내세운다고 해도 변하는 건 없겠지.”
요한의 구조를 요청했던 노인, 제르미 역시 제 백성들의 인식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어린 왕을 제 입맛대로 휘두르는 귀족들이다. 정책이 바뀐다 하여 그들의 인식이 바뀔까?
그럴리가.
그러니….
“차라리 이 나라가 멸망하는 게 낫겠어.”
로키의 눈빛에 살의가 깃든 걸 깨달은 귀족들이 소리쳤다.
“겨, 경비-.”
“죽여라.”
로키의 한마디에, 그의 옷이 펄럭였다.
동시에 귀족들의 머리가 날아오르고, 육체는 다져진 고기가 된다.
칸쿤이 목을 날려버리고, 쿠단이 워해머를 내려찍어버린 것이다.
“히이익?!”
남은 귀족들이 목청이 터져라 비명을 질렀다.
그들이 급히 문으로 향했다.
문을 두들긴다.
하지만 아무리 용을 써도 문은 열리지 않는다.
샤먼이 지팡이로 문을 향해 마나를 뿌리고 있다.
이곳에 있는 그 어떤 이도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소리조차 밖으로 전달될 리 없었다.
“오, 오지 마! 오지 마!”
귀족들이 손가락질하며 쿠단과 칸쿤을 향해 소리친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검과 워해머를 휘둘렀다.
끔찍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로키는 아직도 죽지 못한 헬터 성주를 뒤로한 채, 노드의 여인에게로 향했다.
그녀에게 손을 뻗자,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뻗어오는 손길에 두려움을 느낀 것이다.
로키는 손을 뻗던 것을 멈추고, 인벤토리에서 포션을 꺼내 그녀에게 조심스레 뿌려준다.
그녀의 몸에서 상처들이 치료되기 시작했다.
“……?”
그에, 노드의 여인이 멈칫했다.
“두려워하지 마라.”
여인이 고개를 들었다.
옅은 미소를 짓고 있는 로키의 모습이 보인다.
“너를 해치려는 게 아니다.”
인벤토리에서 모포를 꺼내 여인을 감싸준다.
“너희를 구해줄 것이다.”
“……”
“아이가 있다고 들었다.”
로키가 조심스레 손을 뻗는다.
여인은 이번엔 거부하지 않았다.
그의 표정을 보자 평온함과 안도감이 밀려왔기 때문이었다.
로키가 여인을 끌어안아 들어 올렸다.
“그 아이가 어디에 있는지 안내해라.”
여인이 손가락으로 문을 가리켰다.
로키가 문으로 향하자, 칸쿤과 쿠단이 문을 열어주었다.
“쿠단, 칸쿤, 샤먼. 내 앞길을 막는 자는 그 누구든 죽여라.”
로키가 문밖으로 나갔다.
“아! 식사는 끝나셨습니…까?”
문 앞을 지키던 병사는 어색한 표정으로 로키에게 말을 걸었다.
헬터 성주의 소란에, 노드 용병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조마조마해서였다.
하지만 병사는 말을 다 하기도 전, 말꼬리를 흐렸다.
열린 문 앞으로 번지는 피.
문 너머로 보이는 귀족의 사체들.
“…….”
그 모습에 병사들은 뒷걸음질 치기를 잠시, 검을 뽑아 들었다.
“무, 무슨 짓을 한 거냐! 노드족-!”
검이 로키에게 겨누어졌을 때, 쿠단이 걸어가 워해머를 휘둘러 병사를 날려버렸다.
창문이 깨지며, 성 밖으로 병사가 튕겨 나간다.
밑에서는 비명이 들려왔다.
죽은 병사를 목격한 거겠지.
다른 병사들이 검을 겨누자, 칸쿤이 검을 휘둘러 그들을 베어냈다.
샤먼이 지팡이를 휘두르자, 얼음송곳이 소환되어, 병사들을 꿰뚫다 못해 벽에 박았다.
“으아아아악!”
카르탈의 병사들이 주춤거렸다.
어떤 병사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로키 일행은 그런 이들을 무시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지, 지하실… 지하실에 제 아이가….”
로키는 여인이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지하실로 향했다.
***
뎅-! 뎅-!
성내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병사들이 당황해한다.
“무슨 일이야?!”
“모, 몰라!”
“야만족이 공격한 모양이야!”
“뭐? 지하실에 있는 노예들이?”
“아니야! 요한 전하가 데려온 이들이…!”
정보 전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현장.
혼란만이 가득했다.
오랜만의 목욕에 만족한 요한은 들려오는 종소리에 다급히 움직였다.
식당에서 귀족으로 보이는 시체를 마주한 그가 급히 병사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거냐고.
식당 앞에 얼빠진 듯 주저앉아 있던 병사는 중얼거렸다.
“…저, 전하가 데려온 노드족이… 귀족들을 죽였습니다. 그리고 지하실에….”
지하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요한은 급히 병사가 말한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향하는 길목마다, 죽어 있는 병사들.
비명을 지르고 벌벌 떨며 주저앉아 있는 하인과 하녀들.
끔찍한 참상이었다.
요한은 달리기 시작했고, 그를 보호하기 위해 병사들이 뒤를 따랐다.
이윽고 지하 계단의 아래, 쇠로 된 철문 앞에 서 있는 로키 일행을 볼 수 있었다.
“도, 도대체 무슨 짓을 벌인 겁니까!?”
요한이 소리쳤다.
로키는 그 말을 무시한 채 지하실 문을 열었다.
지하실 문 너머가 보인다.
그곳은 고문실이었다.
벌거벗겨진 노드인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그런 노드인을 장난감 삼아 놀고 있는 귀족 제자들이 보인다.
“요한 카르탈.”
“…….”
요한은 굳어진 채 로키 등을 쳐다봤다.
“묻지.”
그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하지만 그가 뿜어내는 기세에, 요한과 병사들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온몸이 짓눌러져, 무릎 꿇고 만다.
호흡을 거부하는 육체는 입과 코, 눈에서 타액이 흘러나오게 했다.
“그대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나?”
몰랐다.
전혀 몰랐다.
하지만 입을 열지 못했다. 그저, 온 힘을 다해, 고개를 좌우로 저었을 따름이었다.
만약 죽을힘을 다해 부정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죽을 거라는 걸 직감했다.
요한의 몸부림에 로키는 평온하게 말했다.
“네가 몰랐다고 해도 상관없다.”
쿠단과 칸쿤, 샤먼이 지하 감옥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귀족 자제들을 사냥했다.
피가 흩뿌려지며, 지하 감옥이 붉게 변한다.
“네 카르탈 왕국은.”
로키는 몸을 돌려 요한을 내려다봤다.
“멸망할 것이다.”
***
“쉽지 않구만.”
아움은 로니아의 왕, 에론에게 허락을 구해, 3천의 군대를 로니아의 국경 지역에 주둔시켰다.
카르탈 왕국에 군대를 파견하기 위해 타국과 협상했지만 역시 타국에서는 이를 허락해줄 리 없었다.
‘꼼수를 썼긴 했지만… 역시 한계가 있네.’
약, 천 명 정도를 용병으로 위장시켜, 카르탈 왕국으로 보내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그 이상은 역시 무리였다.
시간상으로 너무 오래 걸린다.
아움은 관자놀이를 짚었다.
“쿠우우우울~.”
코를 골며 소파에 자는 자신의 동생, 페르를 보며 아움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정말로 저 녀석이 부럽다.
아무 생각 없이 쉴 수 있으니….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아움이 문을 열자, 스켈레톤 한 구가 서 있었다.
아움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를 뻔했다.
‘로키 님의 스켈레톤이잖아?’
스켈레톤이 양피지 하나를 내밀었다.
“고마워.”
아움은 서신을 받고는 의아해했다.
‘급할 때가 아니면 움직이지 않던 언데드가 왜…?’
그는 그 자리에서 서신을 뜯어 보았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페르.”
아움의 한마디에 페르가 눈을 떴다.
“으응? 네?”
“출전 준비해라.”
“으음…. 갑자기 말입니까?”
페르가 기지개를 켜자, 아움이 싸늘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그 모습에 움찔 놀란 페르가 급히 뻗었던 양손을 제자리에 돌리곤 자리에서 일어섰다.
“형님?”
“성좌님의 명이다.”
아움이 서신을 페르에게 보이며 말했다.
“진군하라. 앞을 막는 것이라면 그 무엇이든 도륙하라.”
“…….”
“그리고….”
아움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카르탈 왕국을 멸망시켜라.”
***
“진군-!”
노드 전사들이 움직였다.
마갑을 걸친 군마가 앞발을 내디뎠다.
투레질하며 거친 숨결을 내뱉는다.
커다란 창을 지닌 중장 기병대를 선두로, 그 뒤로 전신 갑옷을 입고 뿔 달린 투구를 쓴 중장 보병대가 움직인다.
쿵-! 쿵-! 쿵-!
힘센 장정들도 들기 힘든 묵직한 장비들을 걸치고도, 그들은 흔들림이 없다.
대열을 이룬, 한 치의 오차도 없는 행진.
그런 그들의 앞길을 막는 자들이 있었다.
“모, 모두 멈춰라! 이곳은 라랴스 왕국 영토다! 아스가르드의 군사 통행은 허락되지 않았을 터!”
그들을 막아 세우는 수천의 병사들.
그런 그들을 보며, 노드 전사들이 노래 부른다.
그들의 우렁찬 군가가 울려 퍼지자, 대기가 진동하는 듯했다.
“……!”
노드 전사를 목전에 둔 병사들은 움찔했다.
노드 전사들의 투구 사이에서 내비치는 광기 어린 눈빛.
그들이 품은 살기에 주춤거린다.
“멈춰라! 멈추지 않으면 침략행위로 간주, 공격하겠다!”
국경 지역의 수호를 맡은 기사가 버럭버럭 소리치며 식은땀을 흘렸다.
‘제발, 제발 멈추라고!’
기사는 속으로 애원했다.
다름 아닌 아스가르드다.
성국을 상대로 승리를 거머쥐었고, 바다의 성좌를 잡았으며, 이 나라의 천사 사냥을 지원하는 나라였다.
그런 그들과 마찰이 있어 좋을 게 없었다.
페르가 아움에게 말했다.
“멈추라는데요.”
“무시해.”
노드 전사들이 계속해서 진군하자, 기사가 어쩔 수 없이 소리쳤다.
“궁병 앞으로-!”
궁병들이 앞으로 나왔다.
그에 따라 아움이 말했다.
“중장 기병대 앞으로.”
2m가 훌쩍 넘는 거대한 미늘창을 든 기병들이 앞으로 나아간다.
“저들이 공격하면 그 누구든 상관없이 죽여라.”
그 모습에 국경을 방어하던 기사는 이를 악물었다.
‘빌어먹을…! 지, 진짜로 싸울 생각이야!?’
기사가 말한다.
“자, 장전-!”
활시위를 당긴다.
아움이 말한다.
“쐐기 대형.”
일제히 창을 치켜든다.
쐐기 대형으로 움직이며, 군마 위에 올라탄 노드 전사들이 타국의 궁병대를 노려봤다.
궁병대가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어, 어떻게 합니까!?”
병사가 기사를 보며 물었다.
아스가르드 군대를 정면으로 상대하면 죽음뿐이다.
라랴스 병사들은 그걸 잘 알고 있었다.
‘…아스가르드는 이 길목만을 이용한다고 했다.’
하지만 윗사람들은 이 길목 통행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스가르드가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니겠냐는 의견이다.
‘막아야 해.’
하지만 막는다면 전쟁이다.
길목 하나 때문에 이 나라의 운명을 내몰아야 할까?
국경 수호를 맡은 기사는 혼란스러웠다.
“어, 어떻게 합니까?! 사정거리 안에 들어왔습니다! 지금 쏘지 않으면-!”
기사는 식은땀을 흘리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
“…병사들을 물려라.”
결국, 기세에서 밀리고 말았다.
국경을 수호하는 병사들이 물러선다.
이에 노드 전사들이 내뿜던 흉흉한 기세 역시 사라졌다.
기사 혼자만이 남았고, 그런 그를 노드 전사들이 스쳐 지나갔다,
아움이 그런 기사의 앞에 멈춰 섰다.
“배려에 감사하오.”
아움이 고개를 숙였다.
이에 기사가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이건 대륙법에 어긋나는 상황입니다.”
“우리도 급한지라 어쩔 수 없었소.”
“윗사람들이 저를 탓할 것입니다. 잘못하다간 저뿐만 아니라 가문과 일가족까지 모두 목이 날아갈 겁니다.”
“조국을 구한 영웅을 그 누가 탓하겠소?”
“…….”
“우리 아스가르드가 그대를 지켜주겠소.”
그 말에 기사는 안도했다.
“정말로, 이 길목만 사용하는 겁니까?”
“물론이오.”
“이번 일로 조국에 대한 위상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에 따른 배상… 보상을 요구합니다.”
기사는 한껏 자신을 낮췄다. 배상이라는 단어보단 보상이 더 누그러진 표현이기 때문이었다.
“이 왕국에 발생하는 천사 사냥에 대해 베르세르크 전사대 파견을 우선으로 보내드리겠소. 또한, 발할라 아카데미에 있는 볼모로 온 귀족 자제 다수를 귀국시켜드리지.”
“…감사합니다.”
“그럼 우리는 이만 가겠소.”
“저… 카르탈 왕국은 노드족을 차별했던 국가였습니다. 그들을 구하러 간단 말입니까?”
기사의 말에 아움은 군마를 멈췄다. 뒤를 돌아 방긋 미소 짓는다.
“아니오.”
“…….?”
“처음엔 그랬지만, 그곳에서 놈들이 우리의 성좌를 모욕했소.”
“……!”
“이에, 아스가르드는 카르탈 왕국에 선포하는바.”
이미 멸망 직전의 국가였다.
그 뿌리마저.
“그들을 학살할 것이오.”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