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7)
성좌가 된 플레이어-17화(17/250)
제17화
그 모습에 아군인 아움조차 경악했다. 덕분에 명령이 조금 늦게 내려졌다.
그는 발리스타에 배치된 노드 전사들에게 외쳤다.
“쏴!”
퉁!
육중한 소리와 함께 거대한 창과도 같은 볼트가 눈 깜짝할 사이에 쏘아져 나갔다.
스켈레톤 기병대가 돌격해오던 가속도와 날아오는 발리스타의 볼트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콰직!
스켈레톤의 갑옷이 갈라지며 그 틈으로 볼트의 촉이 비집고 들어갔다.
스켈레톤의 몸을 관통하지 못한 채 매달리고 만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수십 기의 스켈레톤 기병은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해 그대로 해골마에서 낙마하고 말았다.
“지, 지금이다! 포위해!”
“기동성만 없다면 우리가 위다!”
“쪽수로 밀어붙여!”
그리고 노드인들이 좀비처럼 달려들어 낙마한 스켈레톤에게 무자비하게 검과 도끼로 내려찍었다.
수십 명의 난도질.
스켈레톤는 그대로 박살 나 서서히 소멸했다.
수십 기 이상이 그렇게 당하자 남은 스켈레톤 기병들은 분노한 듯 이를 갈며 본진으로 귀환했다.
“발리스타? 공성용 병기를 사용할 줄이야…! 하핫! 재밌군!”
로키는 흥미롭다는 듯 눈을 붉혔다.
발리스타가 장전 속도와 명중력이 떨어지는 편이여도 사거리가 길고 위력이 뛰어나다.
그런 발리스타를 정면으로 쏴댔으니 스켈레톤 기병들도 막아내지 못한 것은 당연했다.
그렇다고 쐐기 대형을 만들지 않고 돌격하다가는 기동성을 잃을 뿐만 아니라 포위되어 무의미하게 소멸하게 될 게 뻔했다.
“2차로 스켈레톤 전사대를… 아니, 역시 무리겠군.”
대검을 지닌 스켈레톤 전사의 경우 공격력은 매우 뛰어났다. 하지만 방어력면에서 약했다.
그들을 향해 발리스타를 쏴댄다면 다가가기도 전, 반 이상을 잃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럼… 한꺼번에 가봐야겠군.”
로키는 성벽 모양의 말, 룩을 움직였다.
그러자 좌익군과 우익군에 있던 스켈레톤 방패병이 거대한 방패를 움켜쥐고 정면으로 나와 벽을 만들었다.
그 뒤로는 스켈레톤 전사대가 대검을 든 채 열을 맞췄다.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준!”
“사정거리 안에 들면 다 쏴버려!”
스켈레톤 기병을 격퇴했던 것에 사기가 오른 것인지 노드인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발리스타가 다가오는 언데드를 향해 조준했다.
어느 정도 거리가 되자, 발리스타가 ‘퉁!’하는 소리와 함께 전차가 흔들렸다.
거대한 볼트가 선봉에 선 스켈레톤 방패병에게 날아갔지만, 은은한 묵빛을 머금은 방패에 모두 튕겨 나가떨어졌다.
“……!”
거대한 방패는 볼트에 부딪히며 그저 살짝 뒤로 밀려날 뿐, 일말의 흠집마저도 용인하지 않았다.
“이런 미친! 공성용 병기가 방패에 막힌다는 게 말이 돼?!”
마치 강철로 된 성벽이 된 것처럼 오히려 부딪힌 볼트가 휘어지거나 부서져 나갔다.
-크아아아악!
스켈레톤 방패병이 비명을 지르자 수백 개의 기다란 창대가 방패 위에 가시처럼 돋아났다.
몸은 가리면서도 방패의 미세한 틈 사이로 창날이 길게 뻗어 나갔다.
깨지지 않는 방패, 고슴도치를 연상케 하는 100여 개의 창날.
일제히 움직이는 언데드 군단의 진격하는 위용은 말할 것도 없었다.
정면으로 붙어도 난공불락.
움직이는 요새!
노드인이 보기에는 그렇게 보였다.
속도는 느렸지만 꾸준하게 다가오는 언데드에 노드인들은 뒤로 주춤거렸다.
“…겁먹지 마! 녀석들은 지금 기병이 없어! 접근전이라면 우리 압승이다!”
부족장 중 누군가가 외치며 검을 뽑아 들었다.
“돌격! 녀석들을 정면에서 부숴 버려!”
“와아아아!”
“자, 잠깐! 모두 멈춰! 공성용 병기로도 뚫지 못하는 걸 정면에서 뚫을 리 없잖아!”
아움이 급히 명령을 내렸지만, 함성에 묻히고 말았다.
전쟁의 광기에 취한 노드인들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조금 전 스켈레톤 기병대로부터 우위를 차지했다는 자부심에 사기가 높은 상태였다.
한 명이 자신감 있게 뛰어들자 남은 노드인들도 무턱대고 뛰어들기 시작했다.
뒤에 있는 총지휘관의 간절한 외침을 뒤로 한 채!
“젠장! 명령을 들으라고! 으윽! 통제가 되지 않잖아! 이래서 노드인이 뇌에 근육만 든 야만인이라고 불리는 거라고! 젠장!”
스켈레톤 방패병들은 정면에서 달려드는 이들을 보며 안광을 빛냈다.
스켈레톤이 파이크 창을 당긴다. 그리고 노드인들이 사정거리에 들어오자 힘껏 내질렀다.
펑!
공기가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피가 폭발한 듯 사방으로 튀겨졌다.
스켈레톤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창을 회수하고 찌르고, 회수하고를 반복했다.
그럴 때면 사방에 핏방울이 비 오듯 흩어져 내렸다.
“뭐야?! 무슨 일이야?”
돌격하던 노드인들이 갑자기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스켈레톤들이 창을 내찌를 때마다 공성 망치가 내려찍는 것처럼 인간이 ‘터져’ 나갔다.
“…괴, 괴물 같은 놈들!”
“모두 물러서! 정면은 안 돼!”
정면이 뚫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누군가가 소리쳤다.
“츠, 측면을 노려!”
노드인들이 좌측과 우측 측면으로 다가갔지만, 그마저 핏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서걱!
노드인의 몸이 두 동강이 되어 흩어진다.
스켈레톤 전사대가 대검을 치켜들며 노드인을 베어버린 것이다.
선두로 선 스켈레톤 전사는 달려들려다 멈칫한 노드인을 보며 도발하듯 손을 뻗었다.
칠흑의 건틀렛으로 둘러싸인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거만하게 고개를 치켜들었다.
언제든지 들어오라는 듯한 행위처럼 보인다.
“으, 으아아아악!”
“도망쳐!”
공포에 질린 노드인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아움은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젠장, 이로써 얼마나 많은 피를 흘린 거야! 분명 전투 전에 명령에만 따르라고 누누이 강조했거늘…!”
아움도 이렇게 많은 노드인의 지휘는 처음이었다.
아무래도 성질이 급하고 생각보다 먼저 몸을 움직이는 노드족의 특성상 통제가 여간 까다로울 수 없었다.
“모두 돌아와! 대열을 다시 짠다! 무의미하게 달려들면 먹잇감밖에 되지 않아!”
아움은 목이 터질 듯 외쳐댔다.
아움의 말을 들은 노드인들이 그제야 겨우겨우 대열에 복귀했다.
하지만 그 말을 듣지 못한 이들은 끝없는 공포에 사로잡혀 대열에서 이탈해버렸다.
탈영한 것이다.
점점 노드인들의 통제에 버거움을 느끼던 아움은 이를 악물며 점차 압박해오는 언데드 군단을 노려봤다.
“그래도 기동성은 떨어진다. 거리를 두면 상대도 다가오지 못하겠지. 근접전만 아니라면 공략법은 있어! 하지만….”
아움은 멀리 떨어진 로키 진형을 바라봤다.
무엇 때문인지 스켈레톤 장궁병과 암살자들은 그저 대열을 유지한 채 로키의 가마를 들고만 있을 뿐이었다.
스켈레톤 방패병과 장궁병을 조금만 움직이더라도 자신으로썬 크게 당황했겠지만, 로키가 일부러 병사들을 하나씩 보내는 것이 신경 쓰였다.
‘무슨 속셈이지…?’
현재 아움의 눈앞에는 대략 100구의 스켈레톤 방패병, 그 뒤로는 50구의 스켈레톤 전사대가 배치되어 있다.
이미 스켈레톤 기병이 본진에 귀환해 재정비하고 있지만, 이번에 공격해오는 언데드 병력을 잘 공략한다면 남은 장궁병과 암살자들로서는 도무지 5000에 이르는 노드인을 상대할 수 없었다.
지금 이 병력을 어떻게 지휘하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는 말이 된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설마 비장의 수라도 있는 건가?’
다른 사람이 이런 식으로 일부러 힘을 분산시킨다면 어리석은 지휘관이라며 웃어댈 테지만.
아움은 그와 직접 대면해봤기에 마치 흥을 돋우기 위한 듯 어이없는 전략으로 진행하는 것에 꺼림칙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나를 시험하는 건가? 어떤 식으로 대항하는지를? 아니면… 다른 무언가를 시험하고 있는 건가?’
마치 위대한 신이 발버둥 치는 인간을 내려다보며 즐기는 듯했다.
그래, 어쩌면 놈은 단순히 ‘게임’을 즐기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여유가 넘쳐흐르잖아? 웃기고 있군!”
아움은 쿠단을 바라봤다.
‘쿠단이라면… 저 대열을 뚫을 수 있을 터… 하지만 여기서 잘못해서 쿠단을 잃을 순 없다! 쿠단은 악마를 죽이는 데 사용해야 해!’
아움은 이를 갈며 손을 뻗었다.
“페르! 전차를 이끌고 측면과 후방을 노려라! 아무리 단단해도 방패가 없는 곳은 무의미할 테니까!”
페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전차에 올라타 말을 끌었다.
전차부대가 뛰어난 기동성으로 우회하며 원형을 그려내더니 순식간에 스켈레톤들의 측면으로 파고들었다.
바퀴의 움직임에 빙판 위 눈들이 흩어지며 시야를 가리는 안개를 형성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눈으로 만들어진 안개가 점차 수그러들자 페르는 소형 발리스타를 조준하는 노드 전사에게 말했다.
“모두 제대로 조준해라! 혹시나 잘못 쏴서 반대편에 있는 아군이 맞지 않도록…응?”
페르는 고개를 갸웃하며 점차 또렷해지는 언데드 진형을 바라봤다.
언데드들이 붉은 안광을 빛나며 전차부대를 직시하고 있다.
그 순간… 무언가가 날아와 그대로 발리스타를 다루던 전사의 몸을 관통했다.
“…창?”
페르는 경악한 나머지 고개를 틀어 창이 던져진 방향을 바라봤다.
안개가 걷힌 그곳에는…, 검을 들고 있어야 스켈레톤 전사들이 창을 들고, 등에는 창들이 담긴 거대한 통을 짊어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단순한 검병이 아니란 말이야?!”
페르의 경악에 찬 외침이 울릴 때, 스켈레톤 전사들이 일제히 등에 짊어지고 있던 투창을 뽑아 들었다.
그들이 쥔 창 손잡이 부분이 바스락거리며 살짝 부서진다.
그리고 그 창을 힘껏 던졌다.
모두 나무를 베어 뾰족하게 만든 성의 없는 창이었지만, 2m에 이르는 대검을 들고 날뛰는 스켈레톤 전사답게 투창의 위력은 어마어마했다.
그들이 던진 창에 전차는 그대로 전복되고 그 뒤를 따르던 다른 전차까지 휩쓸리고 말았다.
노드인들이 창에 맞아 나가떨어지는 건 덤이었다.
“위, 위험하다! 우리도 쏴! 적이 창을 던질 틈을 주지 마라!”
발리스타가 스켈레톤 전사대에게 겨누었다.
그리고 시작된 난사!
발리스타는 볼트를 쏴댔고, 스켈레톤 전사들은 투창을 날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전차의 개체 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스켈레톤 전사들 역시 대부분이 부서지거나 소멸되어갔지만, 끝까지 자신의 임무를 망각하지 않았다.
머리가 깨지고, 팔다리가 으깨지며, 몸에 볼트가 박혀도 언데드는 ‘소멸’ 직전까지 투창을 던졌다.
“…어떻게 된 거야?”
아움은 전차가 내는 먼지, 그리고 스켈레톤 방패병이 만든 거대한 방패벽에 안쪽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하지만 멀리서 간간히 보이는 전차들의 전복된 모습에 이를 악물 수밖에 없었다.
투창을 이용한 원거리 공격을 할 줄은…!
“그럼… 왕을 친다!”
아움의 지휘에 전차부대는 로키 선봉 부대를 무시한 채 그대로 본진으로 향했다.
그들이 발리스타를 가마 위에 앉아 있는 로키에게 조준할 때, 스켈레톤 장궁병들이 앞으로 나왔다.
앞에는 석궁, 뒤에는 장궁병이 배치된 모습이었다.
그들은 달려오는 전차부대를 보며 활시위를 당겼다.
“…뭐야? 저것들! 설마 이 거리에서…?”
누군가의 당황한 목소리와 동시에 무수히 많은 화살 비가 쏟아져 나왔다.
스켈레톤 아처의 스킬, [관통].
상대의 방어력 10% 무시와 사거리, 정확도가 대폭 증가하는 스킬!
달리던 전차들은 그대로 화살에 벌집이 되어 전복 당했다.
“젠장-! 여기까지 와서 물러설 거 같으냐! 한 방이라도 먹여주겠다!”
페르가 이끌던 전차가 날아오는 화살들을 가로질렀다. 그리고 발리스타를 조준해 로키를 향해 쐈지만…!
깡-!
단단한 쇠를 두들겨 맞은 소리와 함께 발리스타의 볼트가 묵빛의 투명한 벽에 의해 막혀버렸다.
가마 위에 올라탄 로키가 투박한 지팡이를 들어 올리자 주변에 원형의 투명한 벽이 만들어져 있었다.
“방어 마법?! 이런 사기 같은…!”
페르가 욕설을 내뱉을 때, 그가 탄 전차가 화살에 맞아 전복되고 페르는 빙판 위로 굴러떨어졌다.
우드득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페르는 그대로 빙판길에서 축 늘어졌다.